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작가연재 > 무협물
점창검마백(點蒼劒魔伯) 제1권
작가 : 임준후
작품등록일 : 2016.3.23

살벌한 분위기로 돌아가기 위해 쓰려고 하는 무협

 
서(序) 혈루(血淚)
작성일 : 16-03-23 16:24     조회 : 740     추천 : 1     분량 : 2225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동굴은 깊지 않았다.

 입구를 가린 나뭇가지 사이로 스며든 햇살이 파편처럼 동굴 안을 군데군데 밝혔다.

 막다른 벽에 등을 기대고 있던 노검객은 자세를 바로 했다.

 마지막 가는 길이었다.

 무인으로 평생을 살았다.

 영광스런 삶은 아니었다 해도 후회없는 삶이었다.

 몸을 움직이자 전신이 으스러지는 듯한 고통이 엄습했다. 하지만 노검객의 표정은 담담했다.

 그를 고통스럽게 만든 자들 중 지금까지 숨을 쉬고 있는 자들은 아무도 없었다. 목숨과 고통을 맞바꾼 셈이었다. 하지만 그 맞바꿈은 곧 같아질 것이다.

 그에게 허락된 시간도 그리 많지 않았다.

 정좌한 채 허리를 꼿꼿이 세운 노검객은 무릎에 올려놓은 검을 어루만졌다.

 평생을 함께 한 검이었다.

 수많은 결전을 치른 후임에도 검인(劒刃)엔 방금 손질한 것처럼 청명한 푸른빛이 흘렀다.

 노검객은 피에 절은 이를 드러내며 소리없이 웃었다.

 안타까움과 자족함이 미묘하게 뒤섞인 웃음.

 그가 사부에게서 이 검을 전해 받았던 날의 기억은 바로 어제처럼 선명했다.

 초점이 흐려진 시선이 전면을 향했다.

 무릎을 꿇고 입술을 악문 채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중년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중년인의 오른손이 위치한 동굴의 바닥에, 검붉은 피가 엉겨 붙은 검이 놓여 있는 게 보였다.

 노검객처럼 그의 전신도 말라붙은 피와 크고 작은 상처로 뒤덮여 있었다. 그러나 처참한 상처와 몰골에도 불구하고 중년검객은 무인으로 보이지 않았다.

 비록 피와 땀에 젖었지만 놀랄만큼 수려한 이목구비였다. 선이 가늘어서 강인함과는 아주 먼 거리가 있는 얼굴이었고 눈매도 부드러웠다. 유생이라고 해도 믿을 외모였다.

 노검객은 손을 뻗어 중년검객의 어깨를 토닥여주고 싶었다. 그의 어깨가 미미하게 움직였다.

 중년검객을 볼 때마다 그의 마음에 차오르던 충일감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도 여전했다.

 하지만 그 작은 움직임이 내상을 건드렸다.

 울컥....

 허리를 곧추세운 노검객의 입에서 결국 덩이진 피가 쏟아졌다.

 눈물과 땀으로 얼굴이 젖은 중년검객은 온 몸을 떨며 입술을 악물었다.

 주루룩

 터진 입술 끝에서 눈물만큼이나 많은 핏물이 흘렀다.

 노검객은 회색으로 변해가는 시야를 놓치지 않기 위해 눈에 힘을 주었다.

 또 하나의 심장이라 여기던 제자가 무릎을 꿇은 채 숨죽여 오열하고 있었다.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아직 그에겐 하고 싶은 말이 남았다.

 “휘아야.....울지 마라......"

 “사부님.....사부님....으흐흑....”

 노검객은 무릎에 올려놓은 검을 들었다.

 손끝이 떨렸다.

 이미 오장육부가 으스러졌고, 기경팔맥이 가닥가닥 끊겼다.

 바다처럼 심후한 내공과 강철같은 정신력이 없었다면 숨을 놓아도 벌써 놓았을 상처였다.

 그러나 노검객의 안색은 평온했다.

 고통이 깊다하나 평생을 검과 함께 살아온 노검사의 수정처럼 맑고 투명한 정신을 흐트러뜨리지는 못하는 것이다.

 “받....거라.”

 중년검객은 벌벌 떨리는 손을 들어 검을 받았다.

 하늘처럼 존경하던 사부의 유언이었다.

 슬픔으로 정신이 아득해지려 했지만 그는 오히려 눈을 부릅떴다.

 사부의 마지막 모습인 것이다.

 중년검객이 검을 받아들자 노검객의 입가에 어린 미소가 짙어졌다. 칠공에서 흐르는 핏물의 양이 늘고 있었다.

 실핏줄이 터져 붉게 변한 눈이 중년검객의 눈과 마주쳤다. 사무치는 한(恨)과 슬픔으로 가득한 중년검객의 눈과 달리 핏물이 흐르는 노검객의 두 눈은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심연처럼 고요했다.

 “원망(怨望)은 무인의 것이.....아님을 기억하거라......사일(射日)의 검은 스스로...높고 귀한 것......진력(盡力)하였으나.....힘이 미치지 못함이었을 뿐이니.....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

 한 순간 노검객의 두 눈에 강렬한 빛이 어렸다.

 회광반조(回光返照)였다.

 “휘아야....소요유(逍遙流)....하...거라!”

 노검객의 마지막 한 마디는 무서운 힘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소리는 너무나 작아서 귀를 기울여도 간신히 들릴 듯 말 듯 했다.

 중년검객은 벼락이라도 맞은 표정이 되었다.

 휘황한 빛을 발하던 노검객의 눈에서 빛이 스러지고 있었다.

 “사부...님! 으.....흐흐흐흑”

 억눌린 오열이 안개처럼 흐를 때 단장의 슬픔이 조용히 동굴에 내려앉았다.

 

 * * *

 

 마화(魔火)와 혈우(血雨)가 창산의 하늘을 뒤덮은 지 이십칠일.

 장구한 사백 년 역사를 뒤로 하고.......

 점창파는 무너졌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 서(序) 혈루(血淚) 2016 / 3 / 23 741 1 2225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권마전기(가제)
임준후
조선무장(朝鮮武
임준후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