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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Netwalker
작가 : HudmentJhinRaker
작품등록일 : 2019.9.6

프로급 마피아 조직원 르미데안느 드 블랑. 사이버 해킹 보안국 특수 요원 고준혁. 세계적인 대기업 제타 그룹의 회장 최문호. 가족을 잃고 사이버 킬러가 된 소년 서지환. 깊은 곳에서 부터 꼬이기 시작한 그들간의 과거가 기어코 실체를 드러낸다.

 
NetWalker - Prologue
작성일 : 19-10-14 21:14     조회 : 343     추천 : 0     분량 : 8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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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아 진짜 드럽게 못하네.’

 

 ‘너 게임 왜 하는거냐? 민폐니까 그냥 나가라.”

 

 내내 부진한 실력을 보여주는 아군을 조금 다그쳤다. 처음에는 저도 못하는 걸 어지간히 알고 있었는지 별 말없이 플레이 하던 녀석이 게임내 간편 의사소통 신호를 마구 찍어대며 내 화면을 거슬리게 했다.

 

 “쳇, 유치한 짓거리나 하고 자빠졌어.”

 

 ‘백날 그거 찍는다고 니 실력이 느냐?’

 

 보통 이런 소리를 한다고 멈추는 녀석은 드물지만, 그렇다고 길게 물고 늘어지는 녀석도 별로 없다. 이 말을 남기고 반응을 안 해주면 대부분 의미없는 짓임을 깨닫고 길어야 5분정도면 그냥 게임에나 집중한다. 그런다고 게임의 판도가 바뀌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 저런 허접들 때문에 괜히 나만 피해보는 것은 변함없다.

 

 저런 허접들이 나와 동등한 레벨대에서 게임을 하고 있다는 것부터가 믿기지 않지만 어쨌거나 피해를 본 입장인 나로써는 허접들이 다시는 이 게임에 얼씬거리지도 못하게 해야하는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나대로 저런 것들이 없어져야 더욱 쾌적한 게임 플레이가 가능하고 다른 평균 수준의 플레이어들이 입는 피해도 줄어든다.

 

 공공의 편의를 위해서라도 저런 실력없는 쫄따구들이 사라져 줘야 이 게임이 한결 청결해지고 오래간다는 이야기다. 내 분풀이로도 갈구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특별히 필터링 당할만한 단어만 잘 피해가면서 볶아주면 저들이 알아서 필터에 걸려들어주니 난 살짜쿵 신고를 해주고 피드백을 기다리면 그만이다.

 

 약간의 경멸을 담아 녀석의 플레이를 지켜보며 트집을 자고 있는 그때였다.

 

 ‘Soldragon'

 하고 귓속말이 왔다.

 

 Soldragon은 내 닉네임이거늘 누군가 하는 마음에 발신자의 닉네임을 확인했다.

 

 “Netwalker? 뭐야 허접이잖아.”

 

 ‘억울하면 실력이나 키우고 비비던가'라고 답장을 보내려는 순간 주욱 지우고 처음부터 다시 타이핑했다.

 

 ‘ㄴㄱ?’

 

 분에 못이겨 귓속말을 보내는 녀석들에게 대충 이런식으로 답해주면 처음에는 귓속말 상대의 닉네임을 적는 도중 너무 흥분한 나머지 오타가 난 줄 알고 닉네임을 슬쩍 확인하고는 차근차근 다시 보낸다. 그 과정에서 은근 시간이 걸리기에 그사이 재빨리 차단을 박고 조용히 게임이나 즐기면 꼬여드는 나방 한 마리 가볍게 처리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이번에는 영 찝찝했다. 내가 저녀석 때문에 먼저 피해를 봤고, 나는 단지 좀 못한다고 다그쳤을 뿐인데 신호를 이용해서 직접적으로 게임의 방해까지 받았다. 그런데도 녀석은 뭐가 또 억울한지 귓속말로 시비까지 걸려고 하고 있다. 굳이 내가 이 녀석의 1대1 말싸움을 피할 이유라도 있나? 뭣하면 실력으로 승부보자고 하면 그만이다.

 

 잠시 고민하는 동안에도 게임에서 눈을 떼지는 않았다. 그리고 허접의 차단을 슬쩍 풀어보았다. 그러자 전송이 막혀 밀려 있었던 장문의 귓속말들이 댐이 무너지기라도 한 것처럼 채팅창을 휩쓸었다.

 

 “참도 길게 써주셨네.”

 

 같잖다는 눈치를 하면서도 은근하게 모든 메시지에 하나하나 반박할 기세로 채팅창을 훑었다. 한데 내용이 조금 이상했다. 아무렇게나 휘갈긴 욕설과 들으나 마나인 설교들이 줄비할 것으로만 알았는데 내용은 왠 쌩뚱맞은 연예인의 자살에 대한 기사문이었다. 어디선가 복사 붙여넣기라도 한 모양인지 언론사와 기자명, 아이디까지 모두 적혀 있었다.

 

 ‘이 녀석 정신 이상자인 게 분명해. 그러니까 당연히 게임도 못하지.’

 

 나는 다시 차단을 박아주고 게임을 재개했다. 그리고 3분쯤 지났을까 왠일인지 허접의 적 처치 소식이 들려왔다.

 

 “그래봐야 서포팅 잘받고 주워 먹은 거겠지.”

 

 처치 정보를 보니 실제로도 어시스트 항목에 아군이 둘이나 껴 있었다. 하지만, 그때 조금 이상한 광경이 펼쳐졌다. 분명 차단했을 터인 녀석의 계정으로부터 귓속말이 온 것이다. 나도 모르게 슬쩍 읽어본 바로는 아까와는 다른, 사이버 폭력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이상하다 싶어 계정의 차단을 풀었다가 다시 걸었다. 그냥 단순한 버그였는지 단숨에 채팅창이 깔끔해졌다.

 

 “휴우"

 

 놀란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게임에 재개하려 했을 때에는 이미 허접의 처치 소식에 연이은 학살이 시작되고 있었다. 이번에도 주워 먹었겠거니 했지만, 놀랍게도 어시스트 목록에는 단 한명도 없었고 모두 솔로킬이었다. 즉 홀로 전장에서 1대 다수의 싸움으로 거듭되는 승리를 거두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도 어김없이 녀석의 귓속말이 채팅창을 가득 메웠다. 나는 채팅창이 위로 훅 넘어가는 것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정도로 놀랄만한 것은 아니었을지도 모르지만, 방금전까지는 개만도 못한 실력으로 내게 갈궈지던 허접이 사람을 바꾼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갑작스레 전장의 MVP가 되고 있는 지금, 이 상황에 어안이 벙벙해 있었던 터라 산뜻하기까지 한 초록빛의 귓속말 채팅은 마치 악몽의 일환처럼 느껴졌다.

 

 그래도 나는 용감하게 스크롤을 올렸다가 천천히 내려가며 귓속말을 읽어 내려갔다. 역시나 이번에도 어디에선가 복사해 온 기사문이었다. 한데 내용이 심상치 않았다. 그리고,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너무 놀란 나머지 핵심적인 부분을 다시 눈으로 훑으면서 입으로 소리내어 읽고 있었다.

 

 “진상 고객들의 화풀이 대상이나 다름없는 상담원…. 결국 여성 싱담원 정씨가 어젯밤 20시경 스트레스로 인한 충동 자살… 그녀에겐 아들 서모군이 있었으며 그는 위탁가정에 맡겨지고… 당시 상담 내역 열람을 요청하였으나 고객정보는 기밀이라며 회사측에서는 수사를 거부…”

 

 마음의 동요가 들끓면서 시야가 흔들렸다. Z회사의 고객 상담원이라면 여섯 달 전쯤 내기에 져서 장난전화를 걸었던 그때인가?

 

 재빨리 날짜를 확인하였지만, 귓속말 중에는 기사가 올라온 날짜까지 복사되어 있지 않았다. 그렇다는 것은 내가 그날 걸었던 장난전화의 상대가 그녀라는 보장도 없어진 것이고, 나는 그 일에 가담한 것이 아니게 된다. 설령 회사측에서 마음을 돌려 수사에 응한다고 해도 내 발목이 잡힐 걱정은 없다는 것이다. 아무렇게나 정당화하고선 휴우 하고 한시름 놓으려는 순간. 이번에는 짧은 귓속말이 왔다.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네가 죽였어.’

 

 내 마음이라도 읽고 있는 것처럼 쐐기를 박는 그의 한마디는 궁지에 몰린 내 심리를 어둑한 공포의 심연에 깊이 밀어넣었다. 이쯤되니 게임은 이미 안중에도 없었다.

 

 당장 자리에서 일어나 컴퓨터로부터 멀리 도망치고 싶은 마음을 마지막 자존심으로 버티며 조금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았다. 녀석의 실력은 이미 충분히 핵유저로 오해받을 만큼 이전과는 전혀 다른 실력이 되어 있었다. 거기에 더해 차단을 박았음에도 시스템을 어기고 내게 귓속말을 보내고 있었으며 거기에 자세히 보니 회당 최대 입력수를 훨씬 넘긴 기사문을 채팅을 통해 통째로 보내고 있었다.

 여기까지 찬찬히 떠올린 나는 크게 소리를 지르며 일어났다.

 

 “사이버 킬러는 단순한 괴담이 아니였어!”

 

 사이버 킬러 괴담은 게임 중 다른 플레이어에게 욕설이나 일방적인 증오 표현을 하면 과거 인터넷에서의 남부끄러운 행적을 모조리 까발려주고는 플레이어를 직접 죽여버린다는 내용의 괴담이었다. 한 유명 게이머가 괴담과 유사한 맥락으로 죽어버리면서 최근 유명해진 괴담이다. 이 괴담이 진실임을 깨닫자마자 SNS에 업로드되어 호기심에 읽었던 한 유저의 괴담에 관해 끄적여 놓은 의미심장한 게시물의 내용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괴담에 의하면, 그는 게임의 초반부에는 다소 부진하더라도 후반부에는 괴물같은 실력으로 게임의 판도를 바꾼다고한다.

 

 괴담에 의하면, 그는 시스템을 모조리 무시한다.

 

 괴담에 의하면, 그는 끔찍한 소음과 함께 나타나 플레이어의 목을 조른다.

 

 완전히 공포에 잠식되어버린 마음은 더이상 제어할 수 없었다. 당장이라도 눈이 뒤집혀 문 밖으로 뛰쳐나가려는 순간 찢어질듯한 기계음이 스피커와 본체에서 흘러나왔다.

 

 떨리는 고막의 고통을 참지 못하고 귀를 틀어막았지만, ‘그것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고 표현하기에는 다소 부적절했다. 왜냐하면, 그 소음은 스피커와 본체에서 들려오는 것이 아닌 내부에서부터 울려퍼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소음에 고통받기 시작한지 십오 분째, 이제는 어찌되든 좋았다. 네트워커라는 킬러에게 살해당하든 수사대가 우리집에 들이닥치든 이 끔찍한 고통을 누군가 끝내주기만을 바라며 바닥에 넙죽 엎드렸다. 그와 동시에 고막이 찢어졌다.

 

 그 짧은 시간에 땀범벅이 되고 고막이 찢어졌다. 하지만, 막상 고통이 사라지고 나니 끔찍하리만치 거대한 무력감이 나를 덮쳐왔다. 그대로 모니터 앞의 의자에 철푸덕 몸을 맡기고 화면을 뚫어져라 바라만 봤다.

 

 이미 적 진영에서는 Netwalker의 실력을 핵이라고 비난하고 있었고, 항복투표가 이미 한 번 부결된 상태였다. 허나 지금의 나는 코앞에 놓인 승리의 기쁨을 요만큼도 느낄 수 없었다.

 

 잠시 허망하게 화면만을 응시했다. 그동안 머릿속에선 순식간에 피어났던 공포와 끔찍했던 고통이 교차하며 떠오르고 있었다. 찢어진 고막에선 피가 흘러나왔지만, 소음으로 부터의 해방감이 귓속에서 느껴지는 고통보다 더욱 컸다.

 

 점점 마음이 진정되고 땀이 식어갈 무렵에, 모니터화면이 갑작스레 무언가에 빨려들어가듯 일그러지더니 깊은 관이 만들어졌다. 깊고 어두운 관 속에서는 공허함만을 내보였지만, 금방 내 생각을 부정하듯 수많은 푸른색의 홀로그램 정육면체 픽셀들이 크기구별없이 관 속에서 쏟아져 나왔다. 그것들은 마구잡이로 내 주변을 감싸돌기 시작했고, 이윽고 순식간에 깊디깊은 관 속으로 도로 빨려들어갔다.

 

 그 이후로 관은 아무것도 내보이지 않았지만, 나는 그것을 대면한 채 자리에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마치 내 온몸을 훑고간 비현실적인 물체들에 의해 결박당한 것처럼. 사라지지 않고 유지되어 있는 깊고 위험한 곳으로 이어진 관은 내게 무언가를 경고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그 경고의 주체가 관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그것을 보자마자 숨을 헉 삼켰다.

 

 누더기 같은 후드티와 청바지를 입고, 후드 모자를 깊게 눌러써 얼굴이 보이지 않는, Netwalker, 그가 마침내 내 앞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나는 그를 앞에 두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또한 특별히 할 말이 없었는지 하반신은 완전히 빠져나오지도 않은 채 그대로 내게 두 손을 뻗어 목을 덥석 움켜쥐었다. 이 말도 안되게 황당한 상황과 정신적 피로가 겹친 덕에 숨통이 조여져 오는 동안에도 그나마 고통이 덜했다.

 

 나의 목을 서서히 더 강하게 조여가던 그는 내게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 대었지만, 역광이 내리쬐고 있는 것도 아니었거늘 그의 얼굴은 칠흑같은 어둠에 감춰져 있었다. 대신 어둠너머에서 비추어진 현실의 내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그곳에서 나는 공포와 고통이 뒤섞인 표정을 지어보이며 숨과 피가 막혀오는 고통이 극에 다달아 몸부림치고 있었다.

 

 온몸의 힘이 모조리 빨려 나가고 실금을 하는 그 순간 나는 잔뜩 충혈된 눈을 굴림으로써 죽어가는 나의 추한 모습으로부터 멀어졌다. 조용히, 그리고 섬세하게 손에 힘을 가하는 네트워커의 어깨너머에 일그러지지 않은 모니터 화면의 한 구석에서 게임 속 Netwalker의 캐릭터는 혼자 적들을 쓸어버리고 있었다.

 

 그 장면을 마지막으로 눈을 감은 나는, 괴담의 28번째 사망자가 되었다.

 

 

 

 

 

 수사대로부터 연락을 받은 부하직원 하나가 전화를 끊고 흡연실에 있는 준혁에게 급히 달려와 말했다.

 

 “팀장님, 어제 사망자가 또 한사람 나왔답니다.”

 

 “누가 신고했는데?”

 

 “피해자 어머니께서 저녁에 장보러 나갔다가 돌아왔을 때, 피해자는 이미 컴퓨터 앞에 사망한 채 쓰러져 있었답니다.”

 

 “사망 사유는?”

 

 준혁이 입에 물고 있던 담뱃재를 재떨이에 한 번 털어내며 물었다.

 

 “이번에도 언뜻보면 질식사 같지만, 역시나 쇼크사랍니다.”

 

 “질식같은 쇼크사라…”

 

 질식사면 질식사지 그것도 아닌 쇼크사라니 계속해서 나오는 이 난감한 사망사유는 이번 사건의 가장 곤란한 난제였다.

 

 “그리고, 피해자 어머님의 진술대로라면 십사 시 십오 분 경에 함께 식사를 하고, 그 이후로 주욱 게임 삼매경에 빠진 피해자는 저녁 장보러 나갈 때에도 게임을 하고 있었으니 그 사이에 사망한 것이라고 판단됩니다만, 아직 턱관절의 사후경직이 풀리지 않았고 부패한 정도로 보아 사망 추정 시간은 십 삼시에서 십 사시 사이, 피해자는 어머니께서 장보러 나가기 훨씬 전, 심지어 함께 점심을 먹기도 전에 이미 사망한 상태였습니다. 또 수색 결과 눈에 띄는 것은 피해자가 먹었다는 점심밥이 한 숟갈도 뜨지 않은 채 방치되어 있었다는 것 외에는 없었다고 합니다.”

 

 “하아…”

 

 준혁은 흡연실 의자에 털썩 앉으며 담배 연기를 뱉어낼 겸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에도 최초 발견자의 진술이 사건과 맞물리지 않았다.

 

 “그래... 그래서 이번엔 어디지?”

 

 “…제주도입니다.”

 

 나오는 것은 헛웃음뿐이었다.

 

 “그놈들은 전국 방방곳곳 투어라도 다닌다냐? 후… 일단 알겠어. 자리로 돌아가 봐.”

 

 착실한 그는 품에 들고 있던 자료를 준혁에게 넘겨주며 꾸벅 인사를 하고는 자리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준혁은 그가 넘겨준 자료를 넘겨받으며 다시 담배를 입에 물었다. 그리고는 이번 사건의 가장 큰 특징들을 떠올려 보았다.

 

 사망한 피해자들은 모두 게임 혹은 SNS를 하다가 전자기기 앞에서 질식사스러운 쇼크사를 한다는 것, 사건이 일어나는 범주가 매우 광범위하며 불규칙적이라는 것으로 방금 전의 보고를 통해 이제는 제주도까지 그 범위가 넓어졌다, 범인은 IP를 통해 피해자의 위치를 알아낸 후 최소 1시간 내에 모종의 방법으로 살인을 벌이며 피해자의 컴퓨터와 휴대전화 기기 속 데이터를 모조리 망가뜨려 놓고, 피해자가 남긴 사이버상에서의 흉물스러운 행적의 캡처본을 최소 20개 이상 온전히 다운로드 시키기까지 해놓고 깔끔하게 빠져나간다는 것, 그리고 최초 발견자의 진술과 실질적인 정황이 절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모든 특징들 중 준혁이 가장 골머리를 앓고 있는 부분은 가장 마지막 항목이었다. 다른 특징들은 어렴풋하게라도 범인과 연관지어서 힌트를 얻을 수 있었지만, 최초 발견자의 진술은 범인과 직접적인 연관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질식사스러운 쇼크사는 범인이 미지의 무기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광범위하고 불규칙적인 범행을 짧은 시일내에 결행할 수 있다는 것은 사건에 제법 많은 공범자가 연루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다른 이의 컴퓨터에 어떠한 경로를 통해 침투하였고 빠져나갔는지 아무리 헤집어 보아도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는 것으로 보아 매우 출중한 실력의 해커가 공범들 사이에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사건의 전말과 방식조차 알 수 없는 범행 속에서 최초 발견자들의 진술마저 전혀 들어맞지 않는다는 것은 범인에게 협박이라도 당한 것이 아닌 이상 사건해결에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생뚱맞는 특징이거늘 그들은 모두 하나같이 협박을 받은 적도 없고 결백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번 사건은 아마 전세계적으로, 역사적으로 통틀어 보아도 전무후무한 사건이 될 것이다. 범인의 흔적이나 범행 방식은 다섯 달째 단 한가닥의 실마리조차 잡히지 않고, 그럼에도 어디에선가 떳떳이 살인이 벌어지고 있었다.

 

 준혁은 어쩌면 자신이 인류 최고의 미스테리에 직면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때마다 자신감은 바닥을 쳤다.

 

 사망자는 기어코 스물 여덟 명을 넘겼고, 그 중 다섯 명 정도가 사회적인 지명도가 있는 인물들이었다. 이 추세라면 올해 안에 추산 백 명이 넘는 피해자가 생겨날 것이며 그들 모두가 사망자가 될 것이었다. 만일 준혁이 이 사건을 포기하면 먼 훗날 사상 최다 피해자를 낸 미제사건이 되어 돌아올 것이 눈에 선한 대형 사건이었다. 범인이 특별한 메시지를 남기기 위해 이 사건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면 이 일에 실증이 날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어진다.

 

 그때에는 이미 수천명이 넘는 피해자가 생겨날 것이라고 한 번 떠올린 준혁은 도저히 이 사건을 수중에서 놓을 수 없게 되었다.

 

 “하아…”

 

 필터 앞까지 바짝태운 담배를 마지막으로 들이마시며 담뱃불을 비벼 껐다. 그리곤 의자에 등을 기대 숨을 뱉어내면서 생각했다.

 

 ‘그렇게 둘 수야 없지.’

 

 사건은 이미 준혁의 손에 쥐여졌다.

 어쩌면 이 사건은 정보화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현 시대에서 직접적인 테러보다도 더 큰 사회적 불안과 공포를 몰고 올지도 모른다. 그덕에 국가 기밀 사건으로 치부되어 수사는 비밀리에 진행될 것이었기에 시간은 제법 많을 예정이었으나 사건이 괴담으로써 소문이 파다해진 지금, 준혁에게 남은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다.

 

 준혁은 막중한 부담감과 숨막힐 정도로 뎌딘 현재의 수사 진척도에 무력감으로 지쳐가고 있었다. 그의 앞에서 희미하게 흩어지는 담배 연기가 마치 지금 자신이 맡은 사건처럼 느껴질 지경이었다. 눈에는 선히 보이지만 잡으려고 하면 할 수록 눈앞에서 사라져 버리는 것이 가슴아플 만큼 똑같았다.

 

 ‘어쩌면 이게 내 마지막 일거리가 될 수도 있겠구만.’

 그리고 이번에는 다른 종류의 담배를 하나 더 입에 물고는 혼자 중얼거렸다.

 

 “비관적인 맛은 다 봤으니 긍정적인 맛 좀 볼 차례다.”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줄곧 타 사이트에서 연재해오던 신인 작가 "Hudment"입니다. 주로 SF,판타지 부류의 소설을 쓰고 있으며 최대한 사실적이고 더욱 구체적인 장면의 연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스토리야 사이트도 함께 병행하여 연재하게된 이유로는 역시나 K-novel 공모전에 참가하기 위함도 있습니다.

 

 앞으로 좋은 소설을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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