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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공포물
책벌레의 식사-괴담 코디네이터
작가 : 이른끝
작품등록일 : 2019.8.31

옛날 사관이 믿지 못할 상황을 목격하게 된다.
사초에 쓰기에는 어 없고, 또 안 쓰기에는 사관으로서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책벌레가 이 부분만 갉아 먹었다.'고 백지로 놔뒀다.
그 당시에는.
사관들은 회의를 거쳐 그 백지 부분들을 뜯어내고 새로운 책 한 권을 만들었다.
그것이 바로 '책벌레의 식사.'다.

 
꽃무늬 원피스-1
작성일 : 19-09-02 22:10     조회 : 494     추천 : 1     분량 : 4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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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꽃무늬 원피스

 

  자정을 다해가는 시각 버려진 폐가에 한 남자가 들어선다.

  끼이익, 철컹. 강철로 만들어진 대문이 마른 소리와 함께 닫힌다. 마당에는 잡초가 무릎까지 자라 무성했다. 그래서 걷기조차 어려웠지만, 남자는 마치 그것들이 지우개로 지운 것처럼 쉽게 집으로 향했다.

  바스러질 것 같은 붉은 벽돌의 단층집은 20평 내외로 그리 크지 않았다. 이곳에 살던 할머니는 폐품을 모았는데, 그런 것들이 지저분하게 마당 한 쪽을 점령하고 있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이 집은 현재 폐가나 다름없었다.

  살아생전에 애지중지 키웠을 마당 곳곳에 놓인 화분들은 다 말라 죽거나, 거미줄 집이 된지 오래다.

  집 나간 자식은 어머니의 부고 소식을 듣지 못했다. 왜냐하면 객사했으니까.

  사람은 당연히 살고 있지 않았고, 노숙자나 불량 청소년들이 놀고 간 흔적이 곳곳에 있었다.

  문은 잠기지 않았다.

  집기는 할머니가 살던 그대로였다. 집안에 쓰레기와 집기들이 함께 나뒹굴고 있어서 어떤 게 쓰레기인지, 어떤 게 집기인지 구분이 안 된다는 것만 빼면 그랬다.

  한 마디로 훔칠게 없다.

  할머니는 아끼고, 아꼈다지만 남에게는 쓰레기일 뿐이다.

  남자는 거실 한 가운데로 갔다. 다른 가구들에는 먼지가 내려앉고, 거미줄이 쳐진 게 다반사인데 소파만은 깨끗했다. 이유는 소파 앞 탁자에서 찾을 수 있었다.

  컵라면 용기와 소주병, 맥주병, 편의점 도시락에 삼각 김밥 비닐이 지저분하게 놓여 있었다.

  남자는 시간을 확인했다. 얼마 안 있으면 소파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온다. 시간이 별로 없었으나, 조급해하지 않았다. 어떤 일이든 조급하면 재미가 없기 마련이다.

  가끔 목숨이 경각에 달하는 것도 인생을 살아가는데 윤활유 역할을 한다.

  남자가 집안을 둘러보기도 잠시, 결정했는지 안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자개장에서 할머니의 옷 한 벌을 꺼냈다. 꽃무늬가 들어간 하얀 원피스였다. 아마도 젊었을 때 입었던 것 같은 아주 오래된 옷이었다.

  오래된 것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것이기도 했다.

  남자는 그것을 들고 거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원피스를 더러운 바닥에 펴서 내려놓는다. 정말 집과 어울리지 않는 원피스였다. 낡았다고 해서 좋지 않은 건 아니다. 무조건 새것이라고 해서 좋은 것도 아니다.

  꽃무늬 원피스는 최신 유행상품도 아니고, 비싼 상품도 아니었다. 허나 그 어떤 옷도 이 원피스가 가진 존재감을 따라가지 못한다.

  적어도 남자에겐 그랬다.

  남자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원피스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읊조리자, 손에서 빛이 나는 가 싶더니 옷이 펄럭 거렸다. 잠시 뒤 옷은 공중에 떠오르기까지 했다.

  원피스에선 은은한 빛까지 퍼져 나와 꽃무늬를 더욱 생생하게 만들어 준다.

  읊조림이 멈추자, 빛은 사라지고 대신 옷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웅웅웅 하는 날카로운 소리가 집 안에 울려 퍼졌다.

  “시작할까?”

  남자가 말하기 무섭게 웅웅웅 거리는 소리는 삽시간에 사라진다. 그리고 남자는 공중에 떠 있는 꽃무늬 원피스를 두고 뒤돌아선다.

  구둣발 소리가 집 밖으로 사라지자, 적막과 함께 꽃무늬 원피스는 종이비행기처럼 천천히 바닥으로 내려앉았다. 구겨짐 없이, 쫙 펴진 상태로.

 

  남자가 떠난 후 30분도 안돼서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려왔다.

  “오늘 끝내줬다니까!”

  “그 새낀 지가 잘났다고 나대다가 큰 코 다친 거지. 크크크….”

  “조용히 좀 해라. 사람들 잔다.”

  “지랄을 하세요.”

  고등학생 네 명이 폐가로 들어왔다. 그들이 손에 들려 있는 것은 담배와 소주 그리고 족발이었다.

  “오늘은 지건이 몇 시에 온데?”

  상철이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 그들 패거리는 소위 상철 패거리로 불렸다.

  “상납은 철저한 녀석이잖아. 12시까지 온다고 했어.”

  상철의 오른팔인 석환이 말했다.

  “부려먹기 딱 좋은 녀석이야, 안 그래? 하하하…”

  “하하하….”

  상철의 말에 아이들이 웃는다. 그들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시쳇말로 빵셔틀이라고 하는 동급생이었다.

  “어?”

  그러는 와중에 석환이 뭔가를 발견한 듯 움직였다.

  “왜?”

  일행 중 가장 키가 큰 희천이 그 뒤를 따른다.

  “옷이네.”

  석환이 가장 먼저 꽃무늬 원피스를 발견했다. 하지만 서서 발로 툭툭 칠뿐 만지지는 않았다. 여자 옷이었고, 그저 보이지 않던 것이 눈에 띄어서 궁금했을 뿐이다.

  하지만 희천은 달랐다. 그는 거리낌 없이 누구나 볼 수 있게 원피스를 들어 올렸다.

  “그거 건들지 마라.”

  사람 패는 건 두려워하지 않으면서, 귀신은 무서워하는 일중이 말했다.

  “이까짓 게 뭐라고?”

  석환이 꽃무늬 원피스를 자신의 몸에 대보며 별스럽지 않게 대꾸했다.

  “혹시 모르잖아. 할머니의 원혼 같은….”

  “얌마! 귀신이 어디 있냐?”

  석환이 일중의 뒤통수를 후려갈긴다.

  “악! 왜 때려, 씨! 이 집 할머니 유명했단 말이야. 혼잣말 하고, 항상 품에 이상한 걸 가지고 다닌다고.”

  “아, 그러셨어요. 겁쟁이 씨.”

  석환이 과장된 얼굴로 놀린다.

  “말을 말자.”

  일중이 소파 끝에 앉아 고개를 돌려 버렸다.

  석환은 일중의 소꿉친구다. 그래서 누구보다도 일중의 우려가 뭔지 잘 알고 있었다. 어린 시절 석환의 기억 속에 일중은 귀신을 보는 아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석환은 일중이 놀림감이 될까 매사 걱정이었다. 그는 다른 친구들 앞에서 티가 나지 않게 하려고 부단히 노력해 왔고, 성공했다. 더욱이 일중도 나이가 들며 더는 귀신을 보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런데 오늘 실로 오랜만에 일중의 심각한 표정을 보고, 불안하기 짝이 없어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삐쳤냐? 들어는 줄게 해봐!”

  “싫어.”

  “알았어. 알았어. 내가 잘못 했다. 됐냐?”

  “그래, 나도 듣고 싶다. 어디 한 번 해봐.”

  상철이 소파에 몸을 완전히 파묻은 채, 탁자 위에 발을 올리며 말했다. 일중은 별로 내키지 않았지만, 상철의 말이니 거부할 권리 따위는 없었다.

  “이 집 할머니는 아무것도 아닌 돌멩이를 들고 다녔대. 사람들 말로는 이름까지 있었다고 해.”

  “대단한 것도 아니네.”

  희천이 원피스를 든 채로 소파로 왔다.

  “야, 그 더러운 걸 왜 가지고와?”

  상철이 인상을 찌푸리며 힐난했다.

  “더럽지 않아. 깨끗하다고.”

  희천이 원피스를 상철의 눈앞에 들어 보이며 반박했다.

  “저리 치워! 그런 뜻이 아니잖아.”

  “그럼 무슨 뜻인데?”

  “말을 말자.”

  “말을 했으면 끝을 봐야지. 두루뭉술하게 뭐야?”

  둘이 옥신각신 하는데도 석환은 일중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저 새끼들 또 저런다. 대화가 전혀 통하지 않는데 얘기가 계속 되는 걸 보면 신기하다니까. 그래서 그 돌이 어떻다는 건데?”

  석환이 걱정의 드러내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일중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물었다.

  “야, 너 떨고 있냐?”

  석환은 일중의 미세한 떨림을 확인했다. 설마 다시 귀신이 보이는 것인가? 혀끝이 아렸다.

  “놔!”

  일중이 석환의 손을 거칠게 쳐냈다. 자연스럽게 다른 아이들도 일중에게 집중했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일중은 본심을 토해냈다.

  “여기 정말 이상해! 내 말이 웃긴 거 아는데… 저 옷도 그렇고, 이 할머니 물건 만지지 않는 게 좋아. 오늘 이 폐가가 예전의 폐가 같지 않아. 난생 처음 오는 집 같단 말이야! 설명하기 어려운데… 그래, 그 돌멩이! 할머니가 애지중지하던 돌멩이를 누군가 숨겼었어!”

  일중은 중구난방 말하며 전해들은 이야기가 마치 자신에게 벌어진 것처럼 숨을 헐떡였다.

  “헉헉헉… 이란다. 벌써 세 명은 죽었겠다. 오바하기는!”

  극도의 긴장상태인 일중에게 상철이 이기죽거린다. 그러자 일중이 매섭게 노려봤다.

  “죽었어, 죽었단 말이야! 할머니는 그 죽은 사람 집에 들어가서 아무렇지 않게 돌멩이를 찾아왔대. 그걸 목격한 사람이 한 둘이 아니야!!”

  “그런데?”

  희천이 대수로운 일이냐는 듯이 반문하며 꽃무늬 원피스를 일중의 얼굴 앞에서 흔들어 댔다.

  “그만둬!”

  일중이 꽃무늬 원피스를 든 희천의 손을 쳐버렸다.

  “악!”

  “야, 뭐하는 짓이야!”

  희천의 비명에 석환이 버럭 소리쳤다.

  “그거 버려! 잡지 마!!”

  일중도 그에 못지않게 노호성을 지르며, 석환의 저지에도 꽃무늬 원피스를 들어 먼지를 털고 있는 희천에게 달려들었다.

  “이거 놔!”

  “죽었다니까! 이 집 할머니 물건을 함부로 만져서!!”

  둘은 꽃무늬 원피스를 서로 당기기 시작했다.

  “대체 그거 하고 이 원피스하고 무슨 상관이야?”

  “상관이 왜 없어? 할머니 물건이잖아!”

  “어처구니가 없네. 그걸 어떻게 알아? 우리 말고 이 집에 들어오는 사람이 한 둘이야?”

  “이것 봐. 너, 이상해? 왜 이 옷에 집착하는데!”

  “야, 강일중! 너야말로 이상해. 그냥 원피스잖아. 이거 보면 뭐 할지 몰라? 조금 있으면 지건이가 온다고. 그 녀석에게 딱 맞을 것 같아서 챙겼는데, 왜 지랄이야!?”

  “그래, 말 잘했다. 갑자기 그 녀석 체형에 어울리는 원피스가 떡하니 나타났으니 더 이상하지!”

  둘은 절대로 양보 할 것 같지 않았다. 보다 못한 석환까지 끼어들어 꽃무늬 원피스를 잡아당긴다.

  “야, 됐어! 둘 다 동시에 놔라! 내 성질 알지?!”

  힘이라면 둘 보다 나으면 나았지, 절대로 지지 않을 자신 있었던 석환이었다. 하지만 이 번 만큼은 녹록치 않았다. 일중과 희천이 사력을 다해 당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원피스 하나 때문에 이러고 있다는 자체가 웃기는데, 자존심 싸움처럼 아무도 비키지 않는 상황에서 석환도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었다.

  “다시 한 번 말한다. 너희 둘 이거 놔! 죽기 싫으면!”

  “석환아, 얘 말하는 거 봐라. 그래, 보면 알겠네. 내가, 죽는지 네가 죽는지. 아니면 아무 생각 없는 석환이가 죽을지. 고맙네. 네 덕분에 우리들 중 죽긴 죽겠네.”

  “으… 창피다. 너희들 고작 이 원피스 때문에 이래야겠냐? 제발 좀….”

  “야!”

  석환이 말리려는데, 참다못한 상철이 빽 소리쳤다. 셋은 못 박힌 듯 굳어 버렸다.

  “재미없다. 그만해라. 술 맛 떨어지니까.”

  상철은 본인이 만든 적막 속에 낮게 으르렁 거렸다.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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