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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천린
작가 : 우숙
작품등록일 : 2016.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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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좌를 노리십니까?”
“어떤 권좌를 꿈꾸십니까?”

파(破) 련(聯).

“이것이 제 뜻입니다.”

서로 어려울 때 의지하고 돕기 위한 북도련을 꿈꾸는
위지천린의 거대한 발걸음!!!

 
1 화
작성일 : 16-08-24 09:54     조회 : 850     추천 : 0     분량 : 7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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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序) 청부.

 

 

 

 낡은 판잣집.

 벽채로 쓰인 나무판은 비바람에 지쳐 옹이 자리마다 뚫려 있고, 마르고 젖기를 반복해 가벼운 손짓에도 부스러질 듯 위태로워 보였다.

 나무 경첩이 부서진 문은 안을 다 가리지도 못한 채 흔들리며 삐걱거렸다.

 문 위에는 희미해져 알아보기도 힘든 글자가 적힌 간판이 고정되어 있는 것이 용하리만큼 비스듬히 걸려 있었다.

 그나마 보이는 끝 글자가 루(樓) 자와 닮아 보이니 아마도 술집이었던 모양이다.

 새벽 어스름 끝자락에 문 안으로 어지럽게 널린 술병들과 질서 없이 놓인 탁자와 의자들이 어렴풋이 보였다.

 한데 이상한 것은 산속의 외딴곳임에도 밤벌레의 울음소리조차 없이 고요하다는 것이다.

 아니, 고요하다기보다 음음(陰陰)하고 적막(寂寞)했다. 마치 죽음의 시간이 내려앉은 듯 모든 것이 정지해 있었다.

 사박, 사박, 사박.

 너무도 조용해서일까?

 풀잎 밟는 소리가 천둥처럼 크게 들려왔다.

 숲을 지나 문 앞까지 걸어온 방립의 사내는 망설임 없이 문을 열어젖혔다.

 막 솟아오른 햇빛이 안으로 스며들자 멈춰 있던 세상의 시간이 급격히 흐르는 듯했다.

 문을 연 사내는 방립을 벗고 이마의 땀을 짜증스럽게 닦았다.

 호흡을 고르듯 숨을 크게 몰아쉰 그는 천천히 안을 둘러보다 한쪽 기둥에 비스듬히 기대어진 먼지투성이 의자를 가져와 빛을 등지고 앉았다.

 그는 햇볕과 대비되어 더욱 어두워 보이는 벽을 잠시 동안 바라보았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아무도 없던 어둠 속에서 인기척과 함께 쇠가 갈리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 척(150㎝) 단구 왜소한 키의 노인이 사내를 향해 공손하게 허리를 숙였다.

 주름이 깊게 패인 얼굴에 희끗한 머리를 대충 모아 정리한 촌로였다.

 “천노(賤老), 쓸데없는 인사는 생략하지.”

 자신보다 두 배나 더 살았을 법한 노인을 천노, 비천한 늙은이라 부른 그는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 하며 하대했다.

 하지만 노인은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이며 여전히 손을 모으고 허리를 숙인 채 사내의 말을 기다렸다.

 사내가 품에서 손바닥만 한 크기의 검은 천을 꺼냈다. 곱게 접힌 검은 천에는 황금 수실로 두꺼비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두 손으로 공손하게 받아 든 노인은 정성스럽게 천을 벗겨내었다.

 천에 싸여 있는 것은 글귀가 쓰인 얇은 나무판자였다.

 

 흑화문도(黑花紋圖).

 ‘검은 꽃문양이 새겨진 그림 혹은 도안.’

 

 잠시 글귀를 음미하듯 되새긴 노인은 나무판자를 조심스럽게 갈무리해 품에 집어넣었다.

 “더 하명하실 것은 없습니까?”

 노인의 물음에 사내가 잠시 생각하듯 뜸을 들이다가 입을 떼었다.

 “마지막이라 하셨네.”

 노인의 얼굴에 잔 경련이 일고 표정이 복잡하게 변했다.

 “어떠한 마지막입니까?”

 싸늘한 목소리와 함께 노인의 몸에서 살기가 폭사하듯 쏟아져 나왔다.

 살기를 일으킨 칼날 같은 바람이 사내의 옷자락 수십 곳에 생채기를 만들어냈고 낡은 판잣집의 곳곳이 쩍쩍 갈라져 나가게 했다.

 노인은 답의 여하에 따라 움직일 것이 분명했다.

 마지막이라는 말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었다.

 죽음, 그리고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그의 구속을 풀어주는 탈속(脫束).

 하지만 그 날카로운 살기는 신경조차 쓰지 않는 듯 사내는 담담히 말했다.

 “탈속을 허락한다 하셨네. 자네와 함께한 기억은 모두 잊겠다 하셨지.”

 무겁게 내뱉은 사내의 말에 살기는 씻은 듯 사라지고 쏘아보던 노인의 미간은 더욱 깊게 패었다.

 무려 사십 년을 기다려 온 말이었다. 한데 직접 들으니 그리 기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왠지 꺼림칙한 기분이 들었다.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노인은 다시 처음의 공손한 자세로 돌아왔다.

 “괘념치 말게.”

 사내가 개의치 않는 듯 손을 들어주자 한참이나 말이 없던 노인이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눈에 보이는 모든 이의 목숨이면 되겠습니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지만 알아서 하게. 그분께선 흑화문도면 충분하다 하셨네. 아, 그리고 일이 끝나면 중양절엔 그대가 기다리던 선물을 볼 수 있을 것이라 하셨네.”

 마치 미리 생각해 두었던 것처럼 사내의 말이 이어졌다.

 고개를 숙인 노인의 두 눈이 찢어질 듯이 부릅떠졌다.

 사내의 말, 그것으로 충분했다.

 내색하지 않았지만, 노인의 가슴속은 격동으로 가득 찼다.

 “이만 가보겠네.”

 사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방립을 쓰자 노인의 허리는 직각에 가까울 정도로 굽혀졌다.

 판잣집의 문이 열리고 사내의 발걸음 소리가 귓가에 들리지 않을 정도로 멀어질 때까지 굽혀진 허리는 펼쳐지지 않았다. 노인의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떨어져 바닥을 적셨다.

 제 1장. 의탁(依託).

 

 

 

 1.

 

 뚜벅, 뚜벅, 뚜벅.

 어둠으로 가득한 좁은 복도의 정적이 일정하게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에 깨어졌다.

 백의를 입은 사내는 복도를 지나 지하로 통하는 계단을 내려갔다.

 도깨비 문양이 조각된 여닫이문을 열자 홰를 밝혀둔 원형의 서재가 드러났다.

 둥글게 만들어진 벽을 따라 수많은 서책이 빼곡하게 꽂혀 있는 책장이 문을 제외한 모든 곳에 둘러 있었고 그 중심에는 대리석을 깎아 만든 거대한 원형 단이 있었다.

 단 위에는 흑단목으로 짠 무구 거치대가 놓여 있었다.

 사내는 거치대 위에 독불장군처럼 놓인 창을 바라보았다.

 뱀의 혓바닥처럼 끝이 갈라지고 구불구불한 모양으로 만들어진 한 자 길이의 창날에서 손잡이 끝에 달린 수실까지 온통 검은색의 창, 사모(蛇矛)였다.

 흑철로 만든 창은 홰에 반사되어 은은하게 빛나고 날카로운 창날에 각인된 용문의 혈조에서는 고고한 기품이 느껴졌다.

 사내는 문에서 가만히 창을 바라보았다.

 그의 이름은 천린이었다.

 스물다섯의 나이인 그는 송옥(宋玉)이나 반안(潘安)과 같은 절세 미남은 아니지만, 어딘가 모르게 신비감을 주는 분위기가 있었다.

 일자형으로 시원하게 뻗은 짙은 눈썹은 왠지 모르게 고집스럽고 자존심이 강하게 보이게 했고, 미끈하게 뻗어 내려온 턱선과 콧날, 은은한 주홍빛의 입술은 고집스러움과 대조적으로 무척이나 편안함을 느끼게 했다.

 한참이나 말없이 서 있던 천린은 천천히 발을 떼 흑창을 향해 다가갔다. 단 위로 오른 그가 손을 뻗어 창을 어루만졌다.

 “흑아(黑牙).”

 마치 오랜 벗을 부르듯 나지막이 읊조리며 날에서 창끝까지 섬세하게 어루만진 그가 창대를 잡았다.

 그 순간 창이 살아 있는 생명처럼 은은하게 울었다. 그의 손길에 감응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내 천린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창에 진기를 주입하는 순간 무시무시한 반탄력이 그를 밀어내었다. 이를 꽉 물고 창의 저항을 억누르며 손에 힘을 주었다.

 창의 울음소리는 더욱 거세져 방 안을 가득하게 울렸고 급기야 그의 손길을 거부하는 것처럼 마구 떨려왔다.

 ‘크윽!’

 손을 놓지 않기 위해 힘을 주는 천린의 관자놀이에 지렁이 같은 힘줄이 돋아났고 이마에 굵은 땀방울이 맺혔다.

 화악!

 팽팽히 대치하던 순간 반탄력이 사라지고 창에서 뿜어진 흑무(黑霧)가 천린의 전신을 집어삼켰다.

 고통스러웠다.

 손을 통해 파고든 흑무는 삽시간에 천린의 전신 혈맥을 잠식하며 유린해 나갔다.

 단전을 헤집고 회음과 명문을 지나 백회로 치달았다. 몸이 마비되어 오고 머리가 깨질 듯 아팠다.

 손을 떼려 했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먹잇감을 문 뱀처럼 꽉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천린은 정신이 혼미해져 옴을 느끼며 다시 한 번 어금니를 깨물고 팔에 힘을 주었다.

 두 배나 부푼 팔뚝으로 시커멓게 변한 핏줄이 툭툭 불거져 터져 나갈 듯 위태로웠다.

 파앙!

 가까스로 손을 뗀 그는 창에서 세 걸음이나 물러났다.

 “허억, 허억.”

 가쁜 숨을 몰아쉬며 주저앉아 아쉬움이 가득한 눈으로 창을 바라보았다.

 창의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떨림도 멈췄다. 거짓말처럼 사라져 버린 흑무가 조금 전의 상황을 환상처럼 느껴지게 했다.

 “아직이냐. 너를 안기엔 아직 부족한 것이냐.”

 애모하는 여인에게 딱지를 맞은 듯이 허탈하게 말하는 천린에게 흑아라는 이름으로 불린 창은 오연하게 서서 ‘너는 아직 자격이 없다’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천린은 그 앞에 좌정하고 한참이나 창을 바라보다 눈을 감았다. 들끓은 내기를 다스리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몸 안이 어느 정도 안정이 되었을 때, 가뿐하게 일어난 그는 다시 한 번 창을 바라보았다.

 “좀 더 기다려 주마, 네가 마음을 열 때까지.”

 자신에게 다짐하듯 중얼거린 천린은 자리에서 일어나 단에서 내려왔다.

 그는 그제야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음을 깨달았다.

 “왔으면 말을 하지.”

 “장주님이 하도 집중하시는 것 같아서.”

 “그랬나? 언제부터 와 있었던 거야?”

 “흑아를 잡으실 때부터요.”

 “나도 큰일이다. 인기척조차 느끼지 못하다니.”

 히죽 웃는 천린의 앞에는 사방관을 쓴 중년인 계골추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천린보다도 열 살 이상 많은 듯했지만 그의 인사를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였다.

 “흑아는 아직인가 보군요.”

 “음, 여전히 나를 거부하는군. 아직 실력이 모자란 탓이겠지.”

 “그분의 손때가 묻어 있으니까요.”

 천린이 동감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계골추는 그가 자신에게 걸어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

 “금가장이 무너졌습니다.”

 그의 한마디는 천린이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걸음을 멈추게 했다.

 천린이 계골추를 똑바로 바라봤다.

 “생존자는?”

 “아직…….”

 계골추의 목소리에는 분함이 서려 있었다. 천린은 말없이 그의 어깨를 몇 번 토닥거리고 걸음을 옮겼다.

 

 

 2.

 

 천자산(天子山) 서른세 개의 골짜기 중 세 번째로 깊은 선운곡(仙雲谷).

 선운곡이 휘감듯이 감싸고 안은 영봉(靈峰)은 비교적 완만한 봉우리 중 하나였다.

 하지만 다른 봉우리와 비교해서 그렇다는 것뿐이지 웬만한 체력과 인내력 없이는 오르기 힘든 곳이었다.

 사내들도 버거운 산길을 비단 치마를 두른 여인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오르고 있었다.

 찌익.

 나뭇가지에 옷자락이 걸려 실밥 뜯어지는 소리에 여인이 신경질적으로 잡아당겼다.

 “도대체, 이게 뭐하는 짓거리야.”

 짜증 때문인지 뾰족한 말투였지만 목소리는 무척이나 맑았다.

 땀을 닦기 위해 쓰고 있던 면사를 벗어내자 주위가 환해지는 착각이 들 정도로 상큼한 얼굴이 드러났다.

 땀에 젖어 얼굴에 붙은 머리칼을 귀 너머로 넘기는 모습은 요사스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후우…….”

 여인은 능선을 따라 흘러들어 오는 바람에 더위를 식히며 고개를 돌렸다. 거칠게 숨을 내쉬며 따라오는 시비들을 보며 고운 미간을 찡그렸다.

 여인의 이름은 금소혜였다.

 호남제일미 혹은 상계제일미로 소문이 파다한 그녀는 금가장의 영애였다.

 그런 그녀가 푸른 핏줄이 보일 정도로 투명한 섬섬옥수로 나뭇가지를 헤치며 천자산 자락을 오르고 있는 이유는 얼마 전 일어난 금가장의 살변 때문이었다.

 

 잘나가던 상계의 일원이었던 금가장에서 일어난 살변은 호남 전역을 충격에 빠뜨렸다.

 평소 선정을 베풀어 백성들에게 추앙을 받고 무림, 관, 상계의 사람들과 두루 친분이 두터웠던 금취산이 시신으로 발견된 사건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단 하룻밤 만에 벌어진 일로 관원들이 수도 없이 투입되고 무림의 조사단까지 파견되었지만 흉수의 정체는 오리무중이었다.

 모두가 그의 죽음을 애석해 했지만 상가(喪家)를 찾아온 자들은 잿밥에 더 관심이 많았다.

 더구나 금가장의 산하에 있던 상주(商主:상가의 주인)들은 조금이라도 더 이득을 챙기기 위해 다툼까지 벌였고, 혹여 금소혜가 금가장의 이권을 장악할까 전전긍긍했다.

 하나 그들에게 다행인지 금취산은 생전에 자신의 딸이 상계에 몸담는 것을 싫어했다.

 그저 좋은 곳에 시집가서 현숙한 아내이자 어머니로 살기를 바랐기 때문에 상계와 관련된 것은 아무것도 전하지 않았다.

 결국, 아비가 죽고 그녀에게 남은 것은 황금 몇 냥과 그녀에게 귀속된 세 명의 시비뿐이었다.

 장례가 끝난 후 사람들이 떠나자 금가장은 소름이 돋을 정도로 을씨년스러웠다.

 찾아오는 사람은 없었고 모든 것을 잃은 그녀에게 손을 내밀거나 살갑게 웃어주는 이는 없었다.

 연회를 즐기며 수다를 하던 동무들조차 그녀를 모르는 이처럼 대했다.

 아무리 돈이 세상의 인심을 만드는 세상이라고 하지만 너무나 섭섭하고 화가 났다.

 결국 금소혜는 모든 것에 대한 환멸을 느끼고 사건 현장을 보존한다는 명목하에 창검으로 무장한 관인과 무인들이 가득한 장원을 걸어 잠그고 길을 떠났다.

 어차피 남아 있다 하여 그녀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부자는 망해도 삼 년을 간다 했지만 상주들이 먼지까지 긁어가 버리고 남은 돈으로 장례를 치른 뒤라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구걸이라도 해야 할 판이었다.

 금소혜는 금취산이 생전에-입버릇처럼 말했던-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찾아가라는 천자산 선운곡의 약초 상인에게 의탁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

 그 역시 다른 상주들과 다들 바가 없으리라 생각은 했지만 아비가 그토록 칭찬을 했으니 일말의 희망을 걸어보기로 한 것이다.

 

 문득 얼마간의 지나간 일들과 제 처지를 생각하니 울적해져 버린 금소혜는 자신의 발을 바라보았다. 험한 산속을 걸으며 헤진 흙투성이 가죽신이 보였다.

 “망할 심마니 같으니, 하필이면 이따위 산속에 사는 거야! 상인이면 상인답게 관도 인근에 살면 오죽이나 좋아? 아니면 사람들이 알 만한 곳에 살던지!”

 금소혜가 신발에 묻은 흙을 나뭇가지로 떼어내며 투덜거렸다.

 산을 오르기 전 시비를 통해 이곳저곳을 수소문해 본 결과 다들 선운곡 약초 상인에 대해 알고는 있지만 천자산 어디쯤에 산다고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었다.

 그저 선운곡이 감아 도는 봉우리 중 하나에 산다고 했다.

 “아! 짜증나!”

 짜증이 쌓이다 못해 폭발할 지경이 된 금소혜가 신경질적으로 소리를 질렀다.

 그 소리에 휴식을 취하던 시비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삼이 어미가 그녀에게 다가왔다.

 “우리 아가씨, 불쌍해서…….”

 눈물을 훔치는 그 모습에 금소혜가 신경질을 내려다 얼굴을 찡그리고 고개를 돌렸다.

 가족을 잃은 것은 자신뿐이 아니었다.

 저보다 자신을 걱정해 주는 유모 삼이 어미만 해도 아들 삼이와 남편 왕대를 잃었다.

 살겁을 일으킨 금수만도 못한 놈들은 고작 열 살이 넘은 삼이마저 죽인 것이었다.

 그녀들이 장원으로 돌아왔을 때 삼이 어미는 한참 만에 찾아낸 삼이를 품에 안고 실성한 사람처럼 목 놓아 울었다.

 금취산의 장례를 치르는 사이 금소혜는 아비가 제게 남긴 황금으로 그들의 장례를 치러주었다. 물론, 금가장에서 죽은 다른 이들의 장례도 함께였다.

 하지만 조사니 뭐니 하는 통에 매장하려던 시신을 검을 찬 자들에게 빼앗기고 무덤조차 만들지 못했다.

 관에 사정을 해보았지만 차가운 외면만 당했다. 금취산이 살아 있을 때만 해도 성주가 직접 찾아올 정도로 협조적인 관이었지만 모두 죽고 여인 넷뿐인 자신들에게는 매몰찼다.

 시신도 없는 장례가 끝난 뒤 홀로된 그녀들은 달리 갈 곳도 없었기에 금소혜의 중심으로 뭉쳤고, 이전보다 더욱 집착적으로 그녀의 시중을 들었다.

 “그 흉악한 놈들이 그리도 성정이 올곧고 바른 장주님을… 흑흑.”

 삼이 어미가 코까지 풀며 울어대자 점례와 주령의 눈에도 금세 눈물이 흘러내렸다.

 문득 그들의 모습에 참고 있던 슬픔이 밀려왔다. 울컥하는 마음에 눈물이 날 뻔했다. 그 고운 눈에 습막이 차오르는 것을 애써 가라앉혔다.

 아비가 죽은 이후 울지 않기로 다짐했다. 망할 상주들의 모습을 보고 난 뒤로는 절대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기로 다짐했다.

 ‘강해져야 해.’

 이를 악물었다.

 이제 자신에게 남은 건 두 시비와 삼이 어미뿐이었다. 자신의 슬픔은 그들의 마음을 더 나약하게 만들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금소혜는 잠시 동안만이라도 눈물을 묻어두기로 했다. 그들의 슬픔이 옅어질 때까지만 참기로 했다.

 “안 갈 거야?”

 금소혜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날 저물어 산에서 짐승이라도 만나면 어쩌려구 그래? 다들 내 대신 짐승 밥이라도 되어줄려고? 가자! 가! 선운곡에 산다는 심마니, 그 자식을 빨리 찾아야 할 거 아냐!”

 멀리 계곡 너머 또 다른 봉우리를 보며 한숨을 쉰 금소혜가 발걸음을 옮기자 시비들이 훌쩍거리며 그 뒤를 따랐다.

 “망할, 심마니 놈! 망할, 약초쟁이!”

 금소혜가 애꿎은 약초 상인의 욕을 끊이지 않고 해대며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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