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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단편)염증
작가 : 작품표지올리는방법
작품등록일 : 2018.12.24

한 청년에 대한 짧은 이야기

 
(단편)염증
작성일 : 18-12-24 21:21     조회 : 405     추천 : 0     분량 : 5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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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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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여운 고양이와 거미가 있다. 또 여기 한 사람이 있다. 이자는 비록 사람이긴하나, 아직 완성되지 않은 사람이다. 이 사람의 겉모습에서도 볼 수 있듯이 아직 몸도 다 자라지 않은 어리디 어린 아이이다. 아이는 거미를 보고 질겁을 한다. 구석진 바닥에서 발견된 흐릿하고 투명한, 작은 거미는 살금살금 기어다녔다. 이 거미는 아이의 작은 손톱만큼도 되지 않는 크기였다. 아이가 굳이 몸을 숙여서 거미를 가까이 쳐다보지 않으면 아예 흰점처럼 보일 것 같았다. 청년이 되기 직전의 소년이라면, 만약 거미를 보고 재미있어하거나 이 거미를 귀엽게 바라보았을지도 모른다. 종종 우리는 이 투명하고 작은 거미보다 훨씬 더 크고 무섭게 생긴 거미를 애완동물처럼 키우기도 하니까말이다. 왜 우리는 어느 시점에 이르기 전에는 이리도 작은 거미를 무서워하고, 깜짝 놀라곤 하는가? 아이는 거미를 밟아 죽였다. 겁이 나서 거미를 죽였다. 거미가 무서웠기 때문이다. 잔인한 일이 일어난 것이다. 징그럽고 무서워서 생명을 없애고 아이는 안도의 한숨을 쉰다. 어째서 안도하는 것인지 자신도 알지는 못하나, 자신이 해야하는 행동을 하기라도 한듯이 뿌듯함을 약간이라도 느꼈을 것이다.

 

 "징그러워!"

 

 거미는 항상 그대로이다. 거미는 모습을 바꾸지도 않고, 아이에게 거미가 취하는 태도도 특별히 달라지는 것은 없었을 터인데, 거미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는 일관성이 없다.

 

 그리고 아이는 자신의 어머니가 키우는 고양이를 미치도록 사랑한다. 고양이를 따라다닌다. 고양이를 끌어안고 뽀뽀를 해댄다. 고양이를 너무 사랑한나머지 고양이를 귀찮게한다. 고양이는 아이가 부담스러워서 도망을 다닌다. 귀여움! 아이는 고양이의 부드럽고 따뜻한 몸체에 홀려버렸다. 고양이의 반짝거리고 신비한 눈, 깊은 호수와 같은 눈동자… 아이는 고양이를 따라다니며 만지고, 감상하고, 들어올려서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가져다 놓는다. 아이는 고양이와 교감하고, 접촉하고, 소유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다. 고양이와 몸을 최대한 바짝 붙이고 얼굴을 비비고 싶어한다. 고양이와 함께하는 시간은 너무나 달콤해서 아이는 시간이 가는 줄 모른다. 아이는 잠시도 고양이에게서 떨어지고 싶지 않다. 고양이야, 사랑해. 넌 나의 전부야. 영원히 함께하고 싶어…

 

 도대체 무슨 차이인가? 무엇이 그렇게 만든 것인가? 아이가 거미에게 하는 것과 고양이에게 하는 행동, 그 크나큰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거미와 고양이가 아이에게 하는 태도가 딱히 다를 것 같지는 않으니 말이다. 무엇이 차이점을 만드는가? 아무리 생각을 해보아도 거미와 고양이를 구분짓는 것은 그 겉모습밖에 없는 것 같다. 아이의 눈에 거미는 너무나도 징그럽고, 고양이는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것이다. 아이의 맑은 눈은 아직 그 건강함을 잃지 않아서, 세상의 모든 것이 선명하고 명확하게 보였다. 아이는 보이는 것으로 우선 모든 것을 판단하였다. 예쁘고 귀여운 것은 좋고 선한 것, 징그럽고 흉한 것은 좋지 않은 것이었다. 아이는 흉한 모든 것을 멀리하고 싶었다. 작은 벌레가 손끝에 닿기라도 하는 때에는 그 손을 책상에 마구마구 비벼댔다. 그러고는 맑은 물에 손을 벅벅 씻어버리는 것이었다.

 

 소년이 되었다. 소년이 된 아이는 이제 곤충이나 동물이 조금 흉하게 생기더라도, 가까이 하지 않을 뿐 그것을 죽이지 않았으나, 여전이 거미를 없애고 싶어하는 마음은 그대로였으며, 고양이를 사랑하는 마음 또한 그대로였다. 소년은 이제 물질을 감상할 수 있었다. 언뜻보면 소년은 이제 시각적인 것을 뛰어넘는 듯이 보였다. 이제 흉하다는 이유로 생명을 없애지는 않았으니까, 그렇지만 오히려 그 반대였다. 소년의 시각적인 판단은 더욱 날카롭고 냉철해지고 있었다. 소년은 시각적인 아름다움에 더욱 심취하였지만, 소극적인 표현에 그쳤기 때문에 줄어들어 보이는 것일 뿐이었다. 아이의 눈은 다른 생명을 보고 판단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었다. 마치 작은 동물이 크고, 험하게 생긴 동물을 보고 본능적으로 회피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자신에게 위험을 입힐까봐 본능적으로 자신을 보호하고, 위험요소를 차단하는 것과 같은 종류였다. 지금의 소년은 어떠한가? 소년은 순수하게 미를 추구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다. 미! 소년은 생명이 없는 사물에도 흉함과 보기좋음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소년은 미를 알았다. 아름다운 것은 보기가 좋은 것이구나. 소년은 생각하며 기분이 좋아졌다. 단순히 보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은 나쁜 일은 아닐 것이다. 소년은 아름다운 물질을 보며 행복감을 느끼고, 물질을 눈으로 탐닉하였다. 소년은 순전한 미를 추구할 수가 있었다. 소년은 시간에 취해서 살아갔다. 오직 시각의 아름다움만이 소년을 취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었다. 아름다운 것… 소년은 아름다운 것을 볼 때면 기쁘고 기뻣다. 아름다운 것은 가지고 싶었고, 내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 소년의 흥미를 끄는 것은 아름다운 물질. 바로 그것이었다.

 

 소년은 청년이 되었다. 이 성장이라는 여행은 도무지 끝이 나지 않을 듯이 보이는데, 소년의 경우도 그러했었다. 소년은 아기에서 아이로, 아이에서 소년으로, 이제는 소년이 되자 또 이제 언제 청년이 될 수 있나 생각만 해왔던 것이다. 소년이 성질은 날이 갈수록 특징지어져만 갔다. 청년이 된 이 소년은, 더이상 물질에서 미를 추구하는 그런 예전의 소년이 아니었다. 청년은 이제 아름다운 물질을 탐닉하는 것에서 더이상 기쁨을 찾을 수가 없었다. 청년은 물질의 미에 대한 욕구를 잠재우게 된 것이다. 청년은 이제 아름다운 물질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게 되었다. 빛나고 투명하게 반짝이는 것은 청년에게 감흥을 주지 않았다. 청년은 자신의 시각적인 미에 대한 욕구가 상당부분 사라졌다고 믿게 되었다. 청년은 자신의 정싡적인 능력이 성장했다고 믿을 수 있었고, 정신적으로 성숙해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청년의 생각과는 다르게, 청년의 미적욕구는 더욱 심해져 아주 절정에 이르고 있었다. 청년은 자신이 생각하기에, 다른 생명에의 미적 집착과 물질의 아름다움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았다고 생각하였지만, 여전히 그 흉함과 아름다움을 구분할 수 있었고, 청년이 그 욕심에 더해 또 다시 새로 얻게 된 것은 바로 사람에 대한 것이었다. 청년은 더욱더 심한 열병을 앓게 된 것이다. 아름다운 사람에 대한 욕구! 청년은 너무나도 괴로워서 견딜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청년이 그간 미적 아름다움에 집착해왔던 대상은 사람이 아닌 생명, 생명이 없고 아무런 감각도 없는 물질이었다. 청년은 그동안 자신에게 끊임없이 일어나는 욕망을 해소할 수 있었다. 사람이 아닌 다른 생명과 물질은, 자신이 마음대로 소유하고 탐닉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어린 아이와 소년에게, 자신 나름대로의 기준에서는 악한 마음이 깃들어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도덕적인 기준에 비추어 보더라도 거리낄 것이 없었다. 그렇지만 그 소년이 청년이 되어 집착의 대상이 사람으로 옮겨가는 것은 청년에게 아주 새롭고 큰 고통을 안겨주었다. 채울 수 없는 욕심이란! 절대로 해결할 수 없는 욕망이란! 청년은 밤새 머리를 쥐어 뜯었다. 어느 날은 전혀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청년은 몸과 마음이 말라만 갔다. 청년은 아름다움을 가지지 못한 괴로움에 머리를 뜯었고, 흉한 것을 보면 마음이 비뚤어져버렸다. 청년은 아주 달라졌지만, 사실 청년이 예전 자신과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청년은 흉한 것을 보면 너무나도 기로워하였고, 흉한 것을 천대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와 같은 청년의 행동은 그다지 심하게 느껴지는 것이 아니었다. 그 흉함을 없애려 하지 않는 것도 얼마나 감사해야할 일인가! 흉함을 없애버리고 싶었다. 흉한 것을 모조리 파괴해버리고, 흉한 것을 북북 찢어버리고 싶은 것이었다. 흉한 것이 청년에게 다가오면 청년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것도 모자라 흉한 것이 청년에게 말을 걸어오는 날에는 그 흉한 존재를 보는 것이 너무 괴로워서 눈을 감아버렸다. 흉한 것을 볼 바에야 눈을 감아버리는 것이 청년이 할 수 있는 것의 전부였다. 하지만 청년은 아름다움에 광적인 반응을 보였다. 청년은 아름다움에 아첨을 하고, 아름다움에 가까이 다가가고 싶어서 열병이 났다. 아룸다움과 결합하고, 교감하고 싶었다. 청년은 자신이 매우 가여운 이라고 생각했다. 가엾다니! 청년이 가여운가? 그렇다. 청년은 가여웠던 것이다. 가엾은 청년! 하지만 청년이 가여운 이유는, 청년이 가여워서가 아니라 자기자신을 가엾게 여기는 것이 가여워서이다. 청년은 아름다움이 자신을 허락하지 않는 것에 분노를 느꼈다. 청년은 혼자서 분노를 표출하는 날이 많아졌던 것이다. 아름다움은 손에 잡히지 않아서, 청년을 더욱 애간장이 타게 만들었다. 청년은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게되었다. 청년은 시각적으로 무엇도 판단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청년의 예민한 시각은 그 무엇이라도 보게되면, 그 무엇이라도 아름다운가 흉한가 판단을 해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런 판단이 청년의 마음 속에 일어난 이상, 청년은 자신의 태도를 평온하게 유지할 수 없었다.

 

 청년이 때가 되어 자신의 돈벌이를 하게 된 것도 이쯤이 되어서였다. 청년은 산의 나무와 자연을 사랑하였는데, 그 사유에 미적인 이유는 덮어놓도록하자. 청년에게 어느 겨울날이 찾아왔다. 겨울이 되어 청년은 산의 푸르던 나무들이 앙상하게 변한 것을 쳐다보곤 하였고, 나무들은 아무런 답이 없었다. 그날 저녁, 나무들은 그동안 하고 싶었던 마음을 표출하기라도 하는 듯 훨훨 타올랐다. 나무는 번개와 이야기를 했다. 번개는 나무의 마음에 불을 붙였다. 온 산이 빨갛게 변했다. 청년은 급히 산으로 뛰어갔지만 이미 불은 산 전체로 번져서 도저히 잠재울 수가 없었다. 하지만 청년은 이대로 산이 흉한 검은 꼴이 되는 것을 보고있을 수 없었다. 청년은 물을 가져와서 뿌리고, 뿌렸다. 청년이 물을 뿌려댈 수록 산은 더욱 활활 타올랐다. 청년은 그 자리에서 힘이 빠져버려서 주저 앉고 말았다. 청년의 머리속을 잠기게 했던 것은 지금 보이는 불길뿐이었다. 청년은 불을 보고 홀렸다. 이제 청년은 불 속에 갇혀버린 것이다! 청년은 절규했다. 자신에게 뻗쳐오는 불길에 청년은 물을 뿌려댔다. 청년은 불에 타죽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청년은 볼속으로 뛰어들어 산에서 나가려하였다. 청년이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을 때, 작은 불꽃이 청년의 얼굴을 감쌋다. 갑자기 바람이 분 탓인지 청년은 얼굴이 불타는 고통에 소리를 질렀다. 청년의 얼굴에 붙은 불꽃은 떨어지지 않았다. 청년은 더욱 얼굴을 문질렀다. 얼굴의 고통은 더욱 심해졌고, 청년의 한쪽얼굴은 고통으로 뒤덮였다. 청년은 얼굴에 화상을 입었다..

 

 "곧 밖에 다녀와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까 말씀해주신 것은 가능한 것으로 확인하였어요."

 

 작은 소녀는 눈을 뜨고 있지만 청년을 바라보지 않았다. 소녀는 바닥을 보고 있었다. 소녀는 바닥을 보고 바닥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청년은 새로운 곳으로 갔다. 청년의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은 줄어들지 않았지만, 청년 자신은 볼 수 없는 자신의 얼굴은 크게 달라졌다. 청년의 한쪽얼굴은 불꽃에 녹아 흘러내렸다. 청년은 여전히 아름다움에 굶주리고 흉함에 눈을 감았지만, 사람들은 이제 청년의 흉함에 눈을 감았다. 흉함과 눈을 맞추지 못하였던 청년은 이제 아무와도 눈을 맞출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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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단편)염증 2018 / 12 / 24 406 0 5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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