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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비밀과 거짓말
작가 : 달려라
작품등록일 : 2018.12.10

동생을 죽인 범인이 4년만에 나타난 날, 동거하던 연인이 사라지고,
얼마뒤 그가 가짜 이름과 가짜 신분으로 살았다는 걸 알게 된다.
심지어 연인이 동생을 죽인 범인과 아는 사이 라는 증거가 발견된다.
연인은 동생을 죽인 범인과 어떻게 아는 사이일까? 그가 숨긴 비밀은 무엇일까?

진실을 알기 위해 연인을 찾아나서지만, 시간이 갈 수록 드러나는 건 추악한 진실 뿐.
주인공 그녀는 과연 '진실'과 '연인의 결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1화 - 2월 17일
작성일 : 18-12-10 14:35     조회 : 312     추천 : 1     분량 : 5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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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월 17일

 

 하나에게 그날은 아득한 먹빛으로 기억되었다.

 차가운 문손잡이, 커튼이 쳐진 어두운 방안.

 가로로 누운 검은 물체와 따뜻한 손. 따뜻하고 끈적한 검은 액체.

 

 시작은 특별할 게 없는 평범한 하루였다.

 점심으로 뭘 먹을까, 저녁은 어떻게 때울까 고민하고, 팀장이 빨리 퇴근하길 바라지만, 결국 수당 없는 야근으로 마무리되는 하루.

 

 집 근처 지하철역에 내렸을 때, 시계는 11시 2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입춘이 지났지만, 코끝을 스치는 바람은 매서웠다.

 후드를 뒤집어쓰고, 어깨와 목을 움츠린 채 오르막길을 오르는 10분 동안 몇 명의 사람이 옆을 스쳤지만, 하나가 기억하는 건 빙판이 된 길 위에서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애쓰던 발끝과 길 양쪽에 쌓여있는 거무튀튀한 눈덩이들뿐이었다.

 

 오르막길 끝에서 오른쪽으로 꺾자, 골목 끝 흐릿한 가로등 불빛이 비치는 4층짜리 빌라 건물이 보였다. 불빛이 닿지 않는 어두운 옥탑이 하나와 이나가 사는 집이었다.

 골목 쪽으로 난 침실 창문에는 커튼이 쳐져 있어서 불이 꺼졌는지 켜졌는지 알 수 없었지만, 부엌 쪽창이 어둑한 먹빛인 걸 봐서 이나는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들어간 것 같았다.

 하나는 집으로 직행하는 대신, 모퉁이를 지나 10m 정도 떨어진 편의점으로 들어가 맥주 8캔을 바구니에 담았다.

 회식 때 팀장이 아무리 밀어붙여도 끝까지 사이다로 잔을 치지만, 사실 하나는 매일 밤 맥주 한 캔을 마셔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었다. 그 날은 금요일 밤인데다, 서류를 위한 서류를 만드는 쓸데없는 야근을 마친 후였으니, 평소보다 더 많은 술이 필요했던 것이다.

 편의점에서 카드를 결제한 시간이 11시 35분. 편의점에서 집까지 100m가 채 안 되는 거리이니, 빌라 계단을 오를 때는 11시 40분이 넘지 않았을 것이다. 2층과 3층 사이 계단을 지날 때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옆을 스쳤다. 9가구가 사는 다세대 빌라이니 다른 사람과 스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어서, 하나는 그에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내부 계단에서 옥상으로 나가는 철문이 잠겨 있지 않았지만, 그 역시 특별하진 않았다.

 이나가 문을 잠그는 횟수보다 잠그는 걸 잊는 횟수가 훨씬 더 많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현관문이었다. 열쇠를 꽂고 손잡이를 돌렸지만, 문이 열리지 않았다. 다시 한 번 열쇠를 돌리자 문이 열렸다. 안에서 문을 잠그지 않은 것이다. 또 문 잠그는 걸 잊었다는 생각에 하나는 잠깐 화가 났지만, 늘어난 불면증과 우울증 약 때문에 이나의 건망증이 심해진 터라, 화는 금방 측은함으로 바뀌었다.

 그녀들의 옥탑은 현관문을 열면 왼쪽에 일자형 싱크대가 있고, 오른쪽에 화장실 문이, 정면에 방문 두 개가 나란히 보이는 구조였다. 하나가 현관문을 열었을 때, 드레스룸 겸 이나의 작업실로 쓰는 작은 방문은 살짝 열려 있었고, 침실로 쓰는 큰방 문은 닫혀 있었다.

 현관문을 닫자, 집안은 칠흑 같은 어둠에 휩싸였다. 하나는 익숙하게 어두운 드레스룸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화장실로 가서 얼굴과 손, 발을 씻었다. 세수를 하면서 하나는 생각했다.

 스킨, 로션을 바르지 말고, 맥주를 마실까? 조용히 침실로 들어가서 스킨, 로션을 바른 후 맥주를 마실까?

 전자의 경우 얼굴이 당긴다는 불편이 있었고, 후자의 경우 이나의 잠을 깰 위험이 있었다.

 어차피 수면제를 먹고 잠들었을 것이고, 아니라면 하나가 들어오는 소리에 벌써 잠이 깼을 거란 생각에 하나는 후자를 선택했다.

 천천히 침실 방문을 돌리자, 낡은 문에서는 끼익 하는 신음소리가 났다. 하나는 잠깐 숨을 멈추고 더욱 천천히 문을 열었다. 암막커튼이 쳐진 방안은 커다란 검은 암흑 덩어리 같았다. 조용히 벽을 더듬으며 화장대로 향하던 하나는 지금 상황이 평소와 조금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안이 너무 고요했던 것이다. 들리는 건 하나의 숨소리뿐이었다.

 기분 탓일까? 이나의 잠이 너무 깊어 숨소리도, 뒤척임도 들리지 않는 것일까?

 하나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 이나야.

 어둠 속에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하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 정이나.

 고요했다. 하나는 조심스럽게 침대로 손을 뻗었다. 제일 먼저 만져진 것은 옆으로 삐죽 나온 가는 팔이었다. 따뜻했지만 좀 축축했다. 하나는 자신의 손가락 끝을 들어 그곳에 묻은 액체를 만졌다. 물이라기에는 색깔이 짙었고, 음료수라기에는 냄새가 이상했다. 등골이 오싹해진 하나는 얼른 방안의 불을 켰고, 붉게 물든 침대 위에 누워 있는 이나를 발견했다. 배와 가슴을 빨갛게 물들인 이나는 눈을 부릅뜬 상태였다.

 “이나야!”

 

 만약, 하나가 경찰 수사에 대해 좀 알았다면, 아무것도 손대지 않고 옥탑을 빠져나와 경찰에 신고했겠지만, 이나를 끌어안고 우는 바람에, 이나 얼굴을 만지고, 하나의 얼굴로 이나 얼굴을 비비는 바람에 범인의 흔적에 하나의 지문과 DNA가 섞였고, 계단에서 스친 남자의 얼굴도 기억해내지 못하는 바람에 이나를 죽인 사람을 찾지 못한 채 이나 사건은 안타까운 미제 사건 중 하나로 남게 되었다.

 

 하나는 그 날의 야근 때문에, 자신이 맥주를 사는 바람에, 범인을 기억해내지 못해서, 증거를 훼손하는 바람에, 이나가 죽었고, 이나를 죽인 범인을 놓쳤다는 생각을 가슴에 묻은 채 살았고, 그 후 4년이 지났다.

 

 

 2. 4년 후 – 목요일

 

 김진만 형사가 나타난 것은 나른한 졸림이 주민센터 안을 감도는 1시 30분경이었다.

 4년 만에 나타난 그는 마치 어제 본 사람처럼 잠깐 차 한 잔 합시다. 라고 말했다. 하품을 하던 박주무관이 누구야? 라는 눈빛을 던졌지만 마침 그녀 책상 위 전화가 울린 덕에 하나는 거짓말을 둘러댈 필요 없이 가벼운 눈짓만 건넨 채 박주무관 옆 자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

 “범인이 나타났습니다.”

 블랙커피 괜찮아요? 라고 묻는 듯 무심한 억양이어서 하나는 김형사의 말이 순간 이해되지 않았다. 3~4초 정도 빤히 바라본 후에야 그의 말이 이해됐고, 하나의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누구예요?”

 “경찰서에서 심문 중 입니다. 지금 나갈 수 있습니까?”

 “내가 아는 사람.. 이예요?”

 “… 아닙니다.”

 이상했다. 4년 만에 범인을 잡았다면, 응당 기뻐하거나 -유족 앞이라 기뻐할 수 없다면- 해결에 대한 안도감이라도 있어야 했지만, 김형사의 얼굴에는 짙은 피로감뿐이었다.

 “문제 있죠?”

 “…”

 침묵은 긍정. 하나의 심장 박동수가 조금 빨라졌다.

 “뭐가 문제예요?”

 “일단 갑시다. 가면서 얘기합시다.”

 

 반차 신청서를 오후 1시 40분에 올린다는 사실에 하팀장은 인상을 썼지만, ‘뺑소니 사고 목격자여서 참고인 조사를 받아야 한다’ 라는 말에 더 이상 토를 달지 않고, 반차를 허가해줬다.

 ‘목격자’라는 말이 어디서 샜는지 하나가 가방을 챙기는 동안, 옆 자리 박주무관은 ‘무슨 일인데’를 반복했고, 다른 동료들 뿐 아니라, 주민 센터를 찾은 민원인들도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지만 하나는 무거운 얼굴과 어색한 어깻짓만을 남긴 채 김형사를 따라 주민 센터를 빠져나갔다.

 동사무소 앞에는 눈에 익은 낡은 소나타가 세워져 있었다. 4년 전에 봤을 때보다 색이 바랜 느낌이었고, 스크래치가 난 조수석 문짝과 살짝 찌그러진 뒷 범퍼가 추가되어 있었다.

 차를 보자마자 붉게 물든 침대, 벽에 튄 붉은 얼룩과 눈을 부릅 뜬 이나가 눈앞을 스쳤지만, 하나는 애써 무표정한 표정으로 낡은 소나타 조수석에 올라탔다.

 **

 

 그가 아현 지구대 문을 열고 들어온 건 어제 오후 4시 50분이었다.

 얼굴이 붉고, 눈이 풀렸을 뿐 아니라 온 몸에서 술 냄새를 뿜어내던 탓에 경찰들은 그를 단순한 취객으로 생각했다. ‘내가 사람을 죽였어요’ 라는 말에도 불구하고.

 뒤늦게 지구대 막내가 웅얼대던 남자의 말에서 ‘아현동 120-3번지’를 알아들었고, 그 주소를 기억하던 반장 덕에 취객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 것이다.

 취객은 자신이 이나의 배와 가슴에 칼을 꽂은 범인이라 했다.

 미친놈의 헛소리라 치부하기에는 진술이 정확하고, 어떤 정신 빠진 놈이 ‘내가 사람을 죽였소’라는 거짓말을 하겠냐는 생각에 지구대 경찰들은 당시 사건의 담당 형사였던 김진만 형사에게 연락했고, 저녁 8시에 문제의 취객이 마포 경찰서로 이송됐다.

 김형사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취객에게 술 깨는 약을 먹인 후, 잠을 재우는 것이었다.

 취객의 헛소리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현동 미모의 여성 살인사건’

 4년이나 지난 사건이었지만 신문에 꽤 많이 노출됐던 사건이고 지금도 대표적인 미제사건으로 종종 언급되는 터라 마음만 먹으면 검색만으로도 많은 정보를 찾을 수 있는 사건이었다. 즉, 그저 알고 있을 뿐인 사건을 술에 취해 자신이 한 짓이라고 떠벌리는 것일 수도 있었다.

 남자가 정신을 차린 것이 새벽 5시.

 혈중 알코올 농도가 0%인 것을 확인한 후, 본격적인 심문이 시작됐다.

 취객의 진술은 꽤 상세했고, 반복적인 질문에도 흔들림이 없었다.

 

 동네를 오가다 몇 번 마주쳤던 이나와 친해졌고,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했지만 차갑게 거절당했다. 거절은 했지만, 이나는 남자와의 만남을 이어갔고, 남자는 기회가 될 때마다 사랑을 표현했지만, 돌아오는 건 조롱뿐이었다. 반복된 조롱과 모욕은 남자의 마음속에 분노를 심었고, 분노는 점차 커져갔다. 4년 전 그날 저녁, 이나의 초대로 집을 찾아갔을 때 다시 사랑을 고백 했지만 돌아온 건 모욕과 비웃음뿐이었고, 화를 참을 수 없던 그가 그녀를 죽였다, 는 것이 그의 진술이었다.

 흉기는 주방의 있던 칼을 사용했으며, 살인 후 빌라를 나올 때 여자 한명과 스쳤지만, 그 후 마주친 사람은 없다고 했다. 모든 진술이 그 날의 현장과 딱 맞아 떨어졌다. 그러나 이나가 혼자 있는 걸 어떻게 알았는지, 옷에 피를 묻힌 채 집에는 어떻게 돌아갔는지, 집으로 초대 받았다는 증거에 대해서는 전혀 대답하지 못했다. 그러다 갑자기 하나를 불러달라고 한 것이다.

 - 그 여자 언니 있잖아요. 그 사람 데려와요. 그 사람한테만 얘기할 겁니다.

 - 그 여자 아니면 아무 말 안한다니까요

 - …

 형사들이 어르고 달래고 협박했지만, 남자는 하나가 아니면 한마디도 않겠다는 말만 되풀이 하다, 입을 닫아버렸다.

 “술 취해서 헛소리 한 거라고 하면 그만이에요. 그래봤자 공무집행 방해 밖에 안 되잖아요. 최악 이래봤자 여기 48시간만 있다가 나가는 건데.. 내가 풀려나면.. 똥줄 타는 건 형사님들 아닙니까? 증거도 없이 그냥 체포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냥 보내기는 속이 쓰리고.. 나 같으면 그 여자 데려오겠다. 그 언니만 데려와요. 그럼 궁금한 거 전부 대답해 줄 테니까”

 실실 웃으며 말하는 남자를 한 대 후려치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일이 꼬이기만 할 뿐이어서 김형사는 남자를 때리는 대신, 그의 요구를 들어주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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