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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이세계에서 처음 만난 건 용족 소녀였습니다.
작가 : 우유로
작품등록일 : 2018.11.22

누구보다도 평범하게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대학생 우유로.
그가 이세계에 떨어져 처음 만난 건 다름 아닌, 새하얗고 눈부신 모습의 용족 소녀였다.
[판타지][이세계][성장물][성실연재]

 
【 Prologue 】
작성일 : 18-11-22 16:23     조회 : 457     추천 : 0     분량 : 49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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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늦은 저녁이었다.

  거리의 가게들은 대부분 셔터를 내렸고, 드문드문 있는 가로등이 주변을 지그시 비추고 있었다. 올겨울은 유난히 추워서 찬바람이 칼날처럼 볼을 스쳐댔고, 길을 거니는 사람들은 저마다 몸을 굼벵이처럼 잔뜩 움츠린 채 땅을 보며 걸었다.

  아니나 다를까, 마을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온갖 차가운 것들이 몸 구석구석을 파고들려 애썼다. 나는 여느 사람들처럼 몸을 움츠렸다. 유행이 한참 지난 김빠진 패딩을 입고 있지만 이렇게 움츠리면 생각보다 보온이 잘 된다. 하지만 얼굴과 손, 발이 ‘온갖 차가운 것들’에게 유린당하는 건 미처 막을 수 없었다.

 

  “으…… 춥다. 빨리 어디든 들어가고 싶은데.”

 

  나는 손을 호호 불며 다리를 건너 왼쪽 골목으로 들어갔다. 모퉁이를 돌자 내 자취방이 눈에 띄었다. 나는 곧장 내 따뜻하고 안락한 보금자리로 뛰어들고 싶었지만, 오늘 미처 밥을 먹지 못한 걸 떠올리고는 멈칫한 발걸음을 그대로 이어나갔다.

 

  “웬만한 밥집은 다 닫았을 테고, 역시 편의점 뿐인가.”

 

  시계를 보니 시침이 저녁 10시를 아슬아슬하게 넘기고 있었다. 이렇게 늦은 시간에는 음식점도 모두 문을 닫아서 먹을 것을 구하려면 편의점이란 선택지밖에 없었다. 뭐, 요즘은 나 같은 자취생을 위해서인지 편의점 도시락도 꽤 먹을 만하게 나온다. 도시락 한 개와 가성비가 좋은 컵라면 하나 정도면 든든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

  나는 한 손에 봉투를 쥔 채로 편의점을 나서서 보금자리로 향했다.

 

  “하아… 오늘 안에 레포트 끝내려면 또 밤새야겠네. 젠장할 교수님! 하여간 쉴 틈을 주질 않는다니까?”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바로 신발을 내팽개치고 침대에 드러누운 나는 눈을 쪼이는 형광등을 손등으로 가리면서 한숨을 가득 내쉬었다. 방 곳곳엔 여러 전공 서적들과 옷가지들이 널브러져 있었는데 그다지 치울 생각은 들지 않았다. 어차피 다시 찾을 건데 정리해서 뭐 한담. 또 레포트를 쓰려면 전공 서적을 좀 들춰봐야 하고.

 

  “그럼 열심히 써 볼까!”

 

  책상 앞에 앉은 나는 컴퓨터의 전원을 킨 뒤 문서 편집 프로그램을 작동시켰다. 그리고 키보드와 마우스를 바쁘게 놀리며 레포트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나는 타닥, 타닥하는 기계식 키보드 특유의 타건감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점점 과제에 빠져들었다.

 

  … 모습을 보면 알겠지만 나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대학생이다. 이름은 ‘우유로’, 한국대학교 국어교육과를 2년째 다니고 있다. 2학년인 만큼 학교에서는 빡빡한 전공 수업을 공강 없이 저녁까지 듣고, 집에 돌아오면 엄청나게 불어난 과제들과 씨름하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간다. 누가 봐도 지극히 평범한 대학 라이프.

  이렇게 바쁜 나날들에 살짝 지쳐있긴 하지만, 힘들다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일을 하니까 나름대로 시간은 잘 가는 것 같다.

 

  “음… 이건 책에도 나와 있지 않은 내용이네. 역시 고문법은 혼자서 정리하기가 조금 까다롭단 말야. 역시, 인터넷을 좀 살펴봐야겠다.”

 

  인터넷을 키는 건 사실 독이 든 성배를 마시는 것과 같다.

  필요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저도 모르게 스포츠 뉴스와 연예 뉴스 등 온갖 가십거리들에 마우스가 간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그리고 그 일탈의 매력은 굉장히 높아서, 절대 딴짓하지 않겠다고 맹세한 나조차도 어느새 포털 사이트의 스포츠 뉴스를 검색하고 있을 정도였다. 빌어먹을!

 

  “딱 10분만 놀고 과제 하자.”

 

  마음 한구석에서 ‘그게 될 것 같냐! 자식아!’라고 외치는 것 같았지만, 이미 내 정신은 제어 불능이 되어 있었다. 나는 걸신들린 거지처럼 쾌락을 찾아 웹사이트 이곳저곳을 누비기 시작했다.

 

  “응… 이게 뭐지? ‘이세계에 떨어졌을 때 가져가야 할 물건 월드컵?’ 하다 하다 이젠 이런 것까지 나오는구나.”

 

  요새 인터넷 크리에이터들을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컨텐츠!

  다시 말해 ‘좋아하는 연예인 월드컵’이나, ‘무인도에 가져가야 할 물건 월드컵’ 등 흥미를 가질 만한 주제를 가지고 크리에이터가 하나하나 설명하면서 1등을 가려내는 컨텐츠이다.

  컨텐츠 자체의 재미도 상당하지만, 시청자들은 월드컵을 진행하면서 조금씩 드러나는 크리에이터의 가치관에 감정 이입하며 그에 대해 알아가는 재미를 즐긴다.

 

  “그런데, 이런 월드컵은 처음 보는데? 포털 사이트의 광고 배너로 광고하는 것도 특이하고. … 한번 해 볼까?”

 

  딸깍, 딸깍.

  배너를 클릭하자 모니터 화면 전체가 백은빛으로 물들면서, 진중한 글자가 모니터 중앙에 나타났다.

 

  [‘이세계에 떨어졌을 때 가져가야 할 물건 월드컵’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름을 입력해주세요.]

 

  외관 디자인에 상당히 신경을 쓴 모습이었다. 온통 하얀 바탕에 먹물이 퍼져나가듯 멋들어지게 적힌 글자, 그리고 그 밑에서 가만가만 깜빡이는 커서.

 

  “좋잖아?”

 

  나는 그 월드컵에 매료되어, 때로는 생각하고, 때로는 아무 고민 없이 마우스를 누르며 월드컵을 진행했다. 32개의 물건이 경쟁하는 만큼 시간이 많이 소요됐지만 그만큼 의미 있는 것들을 많이 고를 수 있었다.

  특이한 것은 이 월드컵은 1등을 뽑는 것이 아니라, 가장 필요한 3가지를 고르는 것이었다. 그것 때문에 여러 물건 간 상호보완 효과까지 고려해서 승자를 결정해야 했다.

  가령 스마트폰만 가져간다면 배터리가 방전됐을 때 그대로 스마트폰의 수명이 끝나는 일회용 물건이 될 것인데, 태양광 충전기를 함께 가져간다거나 하면 일회용이 아니라 반영구적으로 스마트폰을 쓸 수 있다는 매리트가 생긴다. 이처럼 물건 간의 관계까지 고려해서 월드컵을 진행해야 하니 상당히 고난도의 사고 과정이 필요했다.

  하지만 나는 금방 어떤 문제에 봉착했다.

 

  “이세계로 떨어지는데… 어디에 떨어지냐에 따라 필요한 물건이 달라질 것 같은데?”

 

  그렇다,

  만약 내가 인적 없는 숲에 떨어지게 된다면, 바로 사람을 만난다는 보장이 없다. 방향 감각도 없는 숲에서 이리저리 헤매다 쫄쫄 굶어 죽을 수도 있고, 뜻하지 않은 무리를 만나서 공격을 당할 수도 있다. 어딘가 다치기라도 한다면 오염을 막기 위한 의약품도 필요하리라. 그것을 감안하면 생존을 위한 물건 위주로 선정해야 한다.

  하지만 바로 근처에 인가가 있거나, 사람이 가득한 곳 한복판으로 떨어진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당장 목숨을 걱정해야 할 일은 없을 테니 문화를 막론하고 값어치가 나가는 귀중품 같은 걸 들고 가서, 그곳의 화폐로 교환하는 게 좋을 것이었다.

  그리고 만약에, 나쁜 일을 일삼는 무리들 사이로 떨어진다면, 지금 고민하고 있는 것들은 모두 쓸모없는 것이 된다. 당장 내가 칼을 손에 쥔다고 해도 그들을 이길 수 없을뿐더러, 가진 걸 모두 빼앗기고 죽임을 당하거나 노예로 팔려가리라.

  나는 거기까지 생각하자 사고가 상당히 방어적으로 바뀌었다.

 

  “일단 당장 먹을 건 어디에 떨어지든 간에 필요해. 무게도 적게 나가면서 포만감이 높은 것은 역시 육포지. 육포를 쟁여두고 나머지 두 가지 조합을 짜야 하는데…….”

 

  사실 어디로 떨어진다는 정보가 일체 없는 시점에서 고민은 쓸 데 없는 것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그 ‘이세계’가 저 월드컵이 말하는 ‘이세계’인지도 모르겠고.

  그렇게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고 고민만 족히 30분을 넘게 하자, 슬슬 흥미가 떨어졌다. 어차피 재미로 하는 건데, 아무렴 어때?

  나는 마우스로 무작정 오른쪽에 있는 물건을 연타했다. 이 월드컵은 1대1로 물건끼리 맞붙고 둘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토너먼트식 구조로 이루어져 있어서, 아무 생각 없이 오른쪽에 있는 것만 연타하다 보면 어떻게든 결과가 나올 것이었다.

 

  “에라, 모르겠다! 빨리 끝내고 과제나 하러 가자.”

 

  그렇게 나는 화면에 떠오른 물건을 보지도 않고 오른쪽 물건을 클릭해댔고, 그렇게 월드컵은 순식간에 끝이 났다. 시스템은 ‘결과를 종합하는 중입니다….’라는 문구를 뜨우며 로딩에 들어갔고, 이미 월드컵에 흥미가 없어진 나는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켰다.

 

  “괜히 시간 낭비했네. ……어라? 근데 왜 창이 안 내려지지? 꺼지지가 않잖아? 이게 무슨…!”

 

  종료 버튼을 눌러봐도 화면은 꿈쩍하지 않았고, 작업 관리자 창에 들어가서 강제 셧다운을 해봐도 통하지 않았다. 하다못해 본체의 버튼을 눌러 콜드 부팅을 시도해보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본체의 전원이 나가도 모니터는 계속 밝게 백은빛 광채를 뿌리고 있었다.

 

  [입력이 완료되었습니다. 동기화를 시작합니다. 0%……]

  “어, 어어! 이게 뭐야! 썅!”

 

  하얀 빛무리가 모니터에서 점점 강하게 뿜어져 나왔다. 이대로 가다간 저 빛이 폭발해버릴 것 같은 느낌은 공포가 되어 나를 잠식했다. 한계 출력을 넘어선 모니터가 지지직, 하는 소리를 내면서 스파크를 튀겼고, 그 백은빛 광채는 결국 나를 완전히 삼켜버렸다.

 

  “으, 으, 으아아아아아아악-!”

 

  나는 까마득한 허공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느낌을 받으면서, 미지에 대한 엄청난 두려움에 정신을 잃어버렸다.

  정신을 완전히 놓기 직전, 가느다랗고 희미한 목소리가, 저 멀리서 울려퍼지는 것 같았다.

 

  [부디…… ……을, 지켜내…….]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누가 말했던 것인지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정확히 떠올릴 수 없었다.

 

  한없이 바닥으로 추락하면서 정신을 잃고 깨고를 반복하던 나는, 어떤 ‘문’을 통과하면서 주위의 공기가 급격히 변화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하얀 빛뿐이던 풍경이 순식간에 어두침침한 배경으로 바뀌었고,

 

  “꺄아아악!”

 

  무언가에 부딪혀 함께 넘어졌는데, 정신이 몽롱하고 도저히 갈피를 잡을 수 없어서 어떤 상황이 일어났는지 곧바로 알아채지 못했다.

 

  “…….”

 

  몇 분이나 지났을까, 점차 청각이 돌아오고, 촉각과 후각, 시각이 뒤따라 돌아왔다. 나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어떤 사람만 한 물체’ 위로 안기듯 떨어졌는데, 살짝 복숭아 향이 나는 것 같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인적 없는 숲에 떨어진 것도, 도시 한복판에 떨어진 것도 아니라는 걸 알아차렸다.

  숨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나는.

  새하얗고 긴 머리카락과 루비처럼 빨간 눈동자를 가지고 있는, 소녀의 얼굴을 보았다.

  소녀의 얼굴은 잘 익은 홍시처럼 붉으락푸르락해져서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했다. 그리고 몇 초간의 정적 후, 나는 왼쪽 뺨에서 엄청난 통증을 느끼면서 다시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그렇게 나는 이세계라는 곳에 처음으로 발을 내디뎠다.

 

 
작가의 말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함께하는 이 시간이 즐거운 추억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연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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