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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워킹홀리데이
작가 : 리에토라비타
작품등록일 : 2016.8.23

최근 호주 워킹홀리데이에서 벌어지는 각종 사건 사고의 한 이야기 입니다.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허구로 재구성하여 작성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워킹홀리데이
작성일 : 16-08-24 23:31     조회 : 1,133     추천 : 2     분량 : 5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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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어둠의 파티

 

 

 

 #숙소

 

 

 늦은 밤까지 이어진 술 파티가 막바지를 향해 더욱 화려하게 물들고 있는 섬.

 한국에서 돈 꽤나 번다는 아버지의 아들 강철이 친구들과 돈 걱정없는 사치스런 파티가 계속된다.

 아무도 없는 작은 섬에 크게 지어진 별장 하나. 그들만을 위한 것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큰 별장.

 심장소리보다 더 큰 음악소리는 스피커가 터질 듯 쉼 없이 울려대고, 흥건하게 취해 있는 네 사람 모두 한 손에는 양주잔을 한 손으로는 각자의 이성을 만져대면서 온 몸으로 리듬을 타고 있다. 그 무리에서 주연은 오늘따라 유달리 심하게 자신을 만져대는 강철이 불편하고 싫어서, 슬며시 강철을 밀어내며 말한다.

 

 

 주연 : 나 졸려. 나 먼저 들어가서 잘게.

 

 

 한창 흥이 올라왔던 강철은 갑자기 자신의 품을 떠나려는 주연을 바로 잡으면서 인상을 찌푸린다.

 

 

 강철 : 뭐야, 더 있다 들어가. 너만 취했냐? 지금 다 같이 놀러 온 거 아니야, 왜 니 멋대로냐!

 

 

 강철이 의도 했던 것보다 목소리가 커진 탓에 강철 자신도, 주연도, 다른 커플 혜리와 민석이도 모두 아무 말 없이 강철에게 시선이 집중되었다. 재빠르게 민석이가 강철의 말을 가로챈다.

 

 

 민석 : 에이, 뭐야 니들. 여기까지 와서. 에이, 야야 그만해라 그만해. 이제 우리 좀 나갈까?

  주연이 피곤한가봐. 들어가서 자라 그러고 우리 다 같이 나가자 응?

 

 

 

 

 # 섬, 절벽

 

 가까스로 주연을 방에 들여보내고 강철과 혜리, 민석이는 별장 밖으로 나온다. 민석이의 손에 들려 있는 작은 아이스박스를 들고 섬의 높은 지대 쪽 절벽 가까운 곳을 향해 갔다. 자리를 잡고 앉아 아이스박스에서 꺼낸 맥주 한 병씩을 잡고 마신다.

 모두들 말없이 끝없이 펼쳐진 검은 바다를 바라보며 한동안 맥주만 마시고 있다. 이미 꽤나 흥건하게 마신 양주에 맥주까지 몇 병씩 마셔댄 탓인지 다들 술기운이 많이 올라와 있다.

 그때 민석이 강철을 흘낏 바라보며 입을 뗀다.

 

 민석 : 야, 유강철! 너 주연이 좋아는 하냐?

 

 강철 : 좋아는... 하냐? 하...

 

 뜬금없는 민석이의 질문과 가소로운 말투가 거슬려 불편하다는 듯이 대꾸하고는 피식 웃어버린다.

 그리고 이내 다시 찾아드는 정적.

 

 강철 : 너네... 주연이가 얼마나 가증스러운 앤지 아냐?

 

 민석과 혜리가 놀라서 동시에 강철에게 고개를 돌린다.

 

 혜리 : 무슨 소리야?

 

 강철 : 주연이 걔, 지도 알고 있을거야. 내가 좀 관심 가져주니까 마치 지가 뭐라도 되는 척 비싸게 구는 거.

  안 그런 척 하는거 보면 되게 웃겨. 가끔씩 그게 귀여울 때도 있기는 하는데, 솔직히 난 가증스러워.

  비싸고 도도한 척 하는 거 보면. 지가 진짜 뭐라도 되는 사람인 줄 아나봐. 참나...

 

 민석 : 그러니까 그게 무슨 소리냐구. 너 주연이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 아니면서 그렇게 질척거렸냐?

 

 민석이의 건방진 말투에 빈정이 상한 강철이 다소 거칠게 대꾸한다.

 

 강철 : 뭐? 질...척...거려? 내가? 내가 걔한테? 누가 누구한테 질척거렸는데!

  넌 알지도 못하면서 왜 그딴말을 함부로 하냐. 재수없게!

 

 민석 : 뭐? 재수없어?

 

 강철 : 그래, 솔직히 지금 여기 있는 니들도 하나 같이 다 재수 없는 건 똑같지 뭐, 안그래?

  왜? 내말이 틀려? 야, 지혜리. 너 말해봐. 내 말이 틀려? 지금 니들 같이 차 닦으면서 동거동락한다고

  지금 나 따돌리냐? 참내... 야, 지금 여기 니들 누구 땜에 와 있냐? 어? 솔직히 니들이 여기 올 근본이 되냐?

  내가 하나부터 열까지 다 준비해서 온 거 아니야? 아니야! 아니라면 아니라고 말해봐.

  왜? 내가 모르는 줄 알았냐? 솔직히 니들도 나한테 돈으로 도움받으려고 이렇게 알짱대는 거잖아.

  아니야? 아니야? 하... 참 나. 야, 그리고 고민석. 너 호주와서 내가 너랑 좀 놀아준다고 너랑 나랑 같다고

  생각하는거 같은거 같은데 입조심해라 너 진짜. 아주 이것들이 꼴깝을 바가지로 떨고 앉아 있네 진짜.

  학원에서 몇 번 말 좀 섞었다고 이제 내가 니네처럼 하찮아 보이냐?

 

 민석 : 야, 유강철! 너 말이 너무 심하잖아!

 

 강철 : 뭐. 심해? 뭐가 심한데? 돈 한 푼 안들이고 오픈카타고, 배타고 여기까지 공짜로 들어와서 놀구 있는거면,

  입 다물고 조용히 가만히 쳐 앉아서 술이나 마시지, 니가 뭔데 질척거리니 마네 꼴깞을 떨고 있어!

  니가 주연이에 대해서 뭘 아냐? 너도 호주 와서 주연이 처음 안거 아니야?

  왜 세차장에서 같이 일하니까 니 여친같이 느껴지냐? 그래서 너 지금 주연이 감싸고 도냐?

  하... 참내, 아주 대단하네 대단해. 내가 주연이 안 좋아하는 거면 그만 꺼져라?

  그래서 니 옆구리에 혜리도 끼고 주연이도 끼고 사시겠다?

 

 강철의 말을 들은 혜리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화가 난 듯 끼어든다.

 

 

 혜리 : 야, 유강철. 너 진짜 말 심하게 한다. 민석이가 뭐가 어쩌고 어째?

 

 

 혜리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민석이 혜리의 손목을 잡아 끌며 저지 시킨다.

 

 

 민석 : 야, 너 진짜 말조심해라! 돈 좀 있다고 이런 식으로 유세 떨지 마라.

 

 강철 : 나는 돈 좀 있어서 이런 식으로 유세 떨거다. 왜!

 

 민석 : 그래, 호주 와서 내내 손이 부르터라 세차만 하다가, 돈 많은 너 같은 쓰레기같은 새끼 만나서 좀 한번쯤은

  이런 호사도 누려보고 살고 싶긴 했었다. 그래서 니가 여기 오자고 해서 선뜻 나도 주연이도

  세차장 짤리는거 감안하고 무리해서 온 거야. 어차피 너도 같이 즐기고 놀 친구가 필요했던거 아니였어?

  돈만 있으면 뭐하냐? 밥 한끼 같이 먹을 친구도 없으면서. 그래! 니 말처럼 돈 한푼 안들이고 처음으로

  여기와서 놀고 먹고 여행하려고 생각했던 우리가 병신들이다. 그래서 출발하면서부터 말도 안 되는

  니 억지 다 참아 가면서 비위 맞춰주고 그랬다. 돈만 있으면 다냐? 돈만 있으면 다야? 솔직히 주연이도

  니가 꼬셔서 데리고 온 거잖아. 그냥 세차장에서 돈 벌겠다는 예, 니가 꼬셔서 데려 온 거잖아!

  나도 주연이도 여기 혜리도 역겨운 니 비위 맞춰 주고 한번 제대로 놀고 여행하고 싶었다. 됐냐?

 

 강철 : 이 새끼가 진짜...

 

 

 민석의 말에 강철이 화를 참지 못하고 주먹을 날린다. 강철이를 제외하고는 다들 호주에 와서 생활비를 버느라 허드렛일을 하며 일만 해온 친구들이라 주연을 감싸고 이해하는 마음이 더 컸다. 강철이에게 한 대 얻어맞은 민석이를,

 혜리가 놀라서 가까이 다가와 잡는다.

 

 혜리 : (강철을 노려보며) 그만해!

  (민석이의 팔을 잡으며) 민석아 괜찮아? 어?

 

 민석 : 이거 놔! 저 새끼 아주 돈 좀 있다고 우릴 거지 취급하는데 어떻게 참아!

  저 개새끼 아주 평생 친구하나 없이 외롭게 살아봐야 정신 차리지! 그래 이 새끼야,

  니 돈보고 앞 뒤 안 가리고 여기까지 왔다. 꺼져 줄 테니까, 평생 니 아버지 돈 가지고 잘 먹고 잘 살아라

  개새끼야!

 

 강철 : 뭐? 이 새끼가 미쳤나?

 

 강철은 다시 한 번 민석이를 향해 주먹을 날린다. 한층 더 격해진 몸싸움에 혜리도 가까지 가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며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다.

 

 그러다 어둠 속 한 켠에서 절박한 비명이 들려온다.

 

 아---------------악.

 

 그리고 이어지는 물소리.

 

 밤하늘 별빛에만 의존해 시야를 확보하는 그곳에서 혜리는 아무런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방금 전까지 격하게 몸싸움을 벌이던 두 사람은, 엎치락뒤치락하며 조금씩 혜리의 시야를 벗어났고, 가늘게 눈을 뜨고서야 겨우 보일 정도의 공간에서 그저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있었을 뿐.

 

 이제,,,, 무슨 일이지? 무언가 큰 일이 벌어졌음을 직감한 혜리는 한 발짝씩 그들이 있었던 곳으로 천천히 다가간다.

 그때 한걸음씩 천천히 혜리 쪽으로 걸어오는 한 명의 남자.

 실루엣 하나. 둘이 아닌 하나.

 몸을 부들부들 떨며 몇 걸음 더 내 딛는 혜리.

 실루엣의 주인공은 강철이었다.

 놀라서 더 커진 혜리의 눈동자에 이미 눈물이 가득차 있다.

 

 혜리 : 민석....이는 ?

 

 말없이 방황하듯 흔들리는 강철의 눈동자에 혜리는 확신한 듯 가만히 서서 흐느낀다.

 두 손을 얼굴에 감싼 채 흐느껴 우는 혜리 앞으로 강철이 한 걸음 다가온다.

 

 강철 : 몰랐어.....

 

 불안한 그의 눈동자 만큼이나 불안하게 낮게 깔린 그의 목소리.

 혜리는 앞에 강철을 밀치고 앞으로 나아가려다 두 걸음도 채 떼지 못하고 강철에게 손목을 잡히고 만다.

 

 강철 : 가지마... 나도,... 나도... 몰랐어.... 그냥 나는.... 화가 나서.... 여기에 절벽이 있다는 생각도 못했어.

  정말 나도 몰랐어 혜리야. 몰랐어... 진짜야 나 정말 몰랐어. 나 아니야, 나 아니야!

 

 혜리의 손목을 잡은 채로 떨리게 말하던 강철의 목소리는 점점 다급해진다.

 강철의 말이 끝나자 한 손으로 눈물을 닦으며, 애써 침착하려는 목소리로 말한다.

 

 혜리 : 이거놔. 나 갈거야. 민석이 찾으러 갈거야. 놓으라고!

 

 민석이를 잃은 슬픔이, 여전히 잡힌 왼쪽 손목 만큼이나 답답하고 억울해 터져 나온다.

 

 강철 : 가지마. 가지마! 너 그쪽으로 가면 너도 죽어! 너도 죽고 싶어서 그래? 그래!

 

 한껏 소리를 질러 혜리를 막아선 강철도 무서워졌다. 확인을 하러 갈 수가 없었다.

 어두웠다. 어두워서 갈 수가 없었고 이미 돌이킬 수 없다고 생각했다. 민석이는 바다에 빠졌다.

 어둠속에서 몇 번의 살기 위한 몸부림이 있었겠지만, 이미 다 끝난 일이라고 강철은 생각했다.

 잠시 혜리의 손을 놓지 않은 채로 서 있었다. 여전히 혜리는 울고 있었고 강철은 말이 없었다.

 

 강철 : 가자.

 

 혜리는 아무 말이 없이 계속 울고만 서 있다.

 

 강철 : 가자

 

 혜리의 손을 억지로 잡아끌고 한 걸음 내딛으려하자 혜리는 격하게 반항한다.

 

 혜리 : 안가! 못가! 민석이 저기 두고 어딜 가! 난 안가!

 

 가지 않겠다고 아무리 가는 두 다리로 버텨봐도, 묵직하게 낮은 강철의 힘을 당해 낼 수는 없었다.

 그럴수록 혜리의 왼쪽 손목을 더 거칠게 잡아 당겼다.

 

 무거운 걸음으로 두 사람은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두사람 뒤로 아주 조금씩 희미하게, 날이 밝아왔다.

 

 

 

 # 숙소

 

 조금 전까지 함께 했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

 테이블 위에 마시다 만 양주병들, 쇼파에 벗어놓은 옷가지들, 휴대폰, 그리고 안주로 만들어졌던 각종 음식들이 여기저기 질서 없이 늘어져 있다. 방안에는 주연이가 자고 있고, 조금 전까지 함께 했던 그들 중 강철이 말없이 서 있다. 그리고 여전히 울고 있는 혜리가 있다.

 

 그러나 심장소리보다 컸던 음악이 없었고, 술잔을 부딪치며 낯 뜨겁고 은밀하게 오가는 시선과 대화가 없었다.

 그리고 혜리의 남자친구, 민석이 없었다.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임형준 16-10-28 03:17
 
잘 보고 갑니다.~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리에토라비타 16-10-30 00:11
 
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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