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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설령 당신이 저를 기억 못해도 저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작가 : 어린꿈
작품등록일 : 2018.11.9

병원에서 태어난 기분이 들었다. 새롭게 시작하고 싶다는 듯이. 눈을 뜨자 옆에서 남녀 성인이 나를 껴안고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나는 무언가를 놓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몇 주후, 부모는 일 때문에 거의 집을 비어 나 혼자서 사는 거나 다름없었다. 조용하고 아늑하지만, 마음 한 구석으로 쌀쌀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누군가가 없는 것처럼.
어느 때나 다름없는 아침을 맞이하던 중, 집의 초인종이 울렸다. 대낮에 집에 올 사람이 있나? 라는 생각과 함께 문을 열었다. 열었는데...
"주인님~!"
위험한 말을 하는 소녀를 만나고.
"이거 어때요~?"
쇼핑같은 데이트를 하고.
"언제까지 지상계에 머무르고 있을 거지?"
라며 하늘 위의 나라인 천상계인이라고 주장하며 미첼을 추궁하는 사람도 만났다.
평범하지 않은 계속되는 만남. 평범하지 않은 우연이 나 - 남수현의 평범한 인생을 뒤바꿨다.
"설령, 주인님이 저를 기억 못하셔도... 저는 주인님을 사랑하는 걸요...!"
라고, 천사가 웃었다.

 
1. 귀엽고 위험한 소녀를 만났습니다.
작성일 : 18-11-09 00:42     조회 : 481     추천 : 0     분량 : 3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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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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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어놓은 창문으로 들어오는 따뜻한 바람에 눈을 지그시 떴다. 덤으로 알람 소리도 함께 들려와 고막이 아파왔다. 시각은 8시 정각. 침대에서 구르듯이 내려와 안정적으로 착지. 거실로 몸을 움직여 빵을 토스트기에 넣고 굽기 시작했다.

  주변을 둘러본다. 넓지는 않지만, 혼자 살기에는 안락할 정도의 공간일까. 이런 집에서 나 혼자 살고 있다. 너무 부담스럽지만, 현실에 물들자.

  TV라도 볼까 생각한 순간, 때마침 토스트기에 넣어둔 빵이 다 구워져서 올라왔다. 따뜻하게 잘 구워졌다. 냉장고를 열어 딸기잼을 찾은 후, 적당한 양으로 빵에 딸기잼을 발랐다. 아침에는 이게 제일 맛있다.

  한 입 베어 물자, 따뜻하고 바삭한 빵과 달콤한 딸기잼의 콜라보에이션이 감미롭게 한다. 맛있어. 음. 왜 만화 캐릭터들이 아침에 빵을 물고 뛰는지 이해가 간다.

  - ...? 만화캐릭터?

  약간 이상하다. 내가 예전에 만화를 읽은 적이 있었나...? 빵을 먹다가 점점 씹는 속도가 느려지더니 이내 입이 멈춘다.

  - 머리가 아파온다.

  머리를 감싸쥔다. 아파. 아파. 아파.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점점 고통이 식는다. 다시 빵을 먹기 시작했다.

  이상하게도, 이전의 나를 생각하면 할수록 고통이 찾아온다. 마치...

  - 이전의 나를 생각하지 말라는 듯한...

  됐다. 신경쓰지 말자. 머리가 아프긴 싫다.

 

  빵을 다 먹고, 화장실로 가서 씻은 다음 나는 거실로 나와 소파에 누웠다. 등에 와닿는 푹신푹신한 감촉. 리모컨을 찾으려고 팔을 버둥버둥거리다가 옆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 옆으로 손을 뻗어 TV를 켰다.

  아침 뉴스를 볼까 게임을 볼까 생각하다가 게임은 조금 아닌 것 같아 뉴스를 선택했다.

  강도 사건, 교통사고, 정치인들 이야기... 오늘은 뉴스 거리가 많다. 그만큼 세상이 흉흉한 가 보다.

  "흐아암..."

  하품을 한 번 내뱉고, 소파에서 일어났다. 조금 심심하다.

  - 잃어버린 기억...

  아니야, 심심해서 밖으로 나가는 것 뿐이다. 나는 옷을 갈아입고 현관문으로 가 문을 열었다. 다행히 머리는 안 아프다.

  맑은 날씨. 푸른 하늘에 구름이 예쁘게 떠 있었다. 바람도 따뜻하다. 봄? 여름?

  - 왜, 오늘이 며칠인지 모르지?

  핸드폰을 켜서 오늘이 며칠인지 확인했다. 7월 15일... 여름이구나. 그래도 반팔로 나오기 잘했다. 안 그랬으면 더워 죽을 뻔...

  길을 걸었다. 한 걸음, 한 걸음, 최대한 여유롭게, 평소대로 걷는 대로 걸었다.

  - ...평소대로?

  기억을 잃었는데 평소대로, 라는 말이 나올 수가 있나? 아니면은 내가 원래 침착한 성격이라던가?

  "...아..."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젠장, 깊이 생각하려고만 하면 머리가 아파 온다. 머리를 감싸쥐고 생각을 그만두었더니 진통이 다시 사그라 들었다. 뭐랄까... 느낌이...

  - 마치, 머리가 내 기억을 찾는 것을 방해하려는 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기분 탓일 것이다. 내 몸이 내 기억을 되찾는 것을 방해하다니, 신체학적으로도 이상하다. 결국 아무 생각도 하지 못하고 나는 그저 주변을 걸었다.

  걷다보니 대로가 나오고, 거기서 조금만 더 걸어보니 대교가 보였다. 너무 멀리 가는 게 아닌가 싶어 몸을 돌려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되돌아가면서 아침 산책을 하는 것인지 강아지와 함께 걷는 어떤 여인의 모습을...

  "...!"

  머리가 아프다. 방금 전, 그 고통이 아니다. 마치...

  - 머리가 깨질듯한...

  머리를 감싸쥐고 좁은 골목길로 빠진다. 고통에 눈을 감고, 아픈 머리를 감싸쥔다. 아파. 아파. 아파. 멈춰. 멈춰... 멈추라고!

  무언가가 머릿속에서 비쳤다. 거기에 한 마리의 강아지가 보였다. 그리고 머리에 피를 흘리며 차도에 쓰러져 있는 날 향해 짖고 있는 강아지가... 눈에...

  "...아악..."

  큰 소리는 못내고 나 자신만이 들릴 만한 목소리를 내며 고통에 시달렸다. 방금 전에 쓰러져 있는 건 나? 머리에 피를 흘리고... 날 보며 짖는 한 마리의 강아지.

  나는 대체... 누구지?

  몇 분 동안 눈을 감고 무릎에 얼굴을 처박았는지 모르겠다. 고통이 사그라질 때, 나는 고개를 들었다. 얼굴은 땀범벅. 식은 땀 투성이다. 소매로 닦아내고 무거운 엉덩이를 들었다. 힘들다. 급격히 피로해진 몸을 이끌고, 여기까지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머릿속이 멍하다. 아무런 기억이 없다. 허무하다. 그런 느낌만이 가득 있었다. 생각을 하면 할수록 머리만 더 아파와서 생각하는 것은 그만두었다.

  집에 돌아오는 건 오래 걸리지 않았다. 문을 힘겹게 열고 소파에 뛰어드는 듯이 몸을 눕혔다.

  - 한 것도 없는데 피곤하다...

  시각은 9시 쯤인데... 몸은 왜 이렇게 피곤할까. 그런 생각을 하며 의식이 점점 더 흐려져가더니, 그대로 눈이 감겼다.

  "멍! 멍!"

  개소리가 들린다. 욕이 아니라, 진짜 강아지 소리 말이다. 그나저나 내가 개를 키웠었나? 꿈 속이구나.

  주변을 둘러본다. 고개만 겨우 들 수 있었다. 뭐야, 왜 이렇게 몸이...

  - 무거워?

  몸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마치 무거운 쇳덩어리가 몸을 짓누르는 것같이 무거웠다. 팔을 움직이려고 했지만, 무언가가 묶여있는 것처럼 움직이지도 않는다.

  시야는 검붉다. 눈에서 피가 나는 걸까? 아니다.

  - 어디에서 피가 흘러 눈 근처에 묻은 거다.

  피가 튀었다. 어디에서? 알 수가 없다.

  무언가가 내 다리를 툭툭 친다. 말랑말랑하지만, 가끔씩 딱딱한 걸로 치는 느낌이 있었다. 뭘로 치는 거야? 강아지 소리가 났으니까, 강아지가 발로 날 치고 있는 건가?

  알 수 없다. 강아지는 날 살리려는 듯한 소리로 계속해서 짖고 있지만, 나는 그에 대답을 하지 못했다. 왜일까.

  - 미안한 마음이 든다.

  서서히, 눈꺼풀도 무거워져 간다. 최대한, 몸을 움직여보려고 하지만, 역시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그대로, 눈이 감겼다.

  ...딩동...

  희미하게 울려퍼지는 초인종 소리에, 나는 살며시 눈을 떴다. 이런, 깜빡 잠들었구나. 몸을 일으키자 머리가 어지러웠다. 소파에 손을 짚고서 머리를 흔들고 다시 앞을 보았다. 진정됐다. 지금 시각은? 정오에 다 돼간다. 3시간이나 잤다니.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간신히 현관문으로 몸을 움직였다. 어차피 다른 사람을 만나봤자, 기억이 나지 않아서 아는 척 하는 건 무리지만.

  한숨을 쉬며 문을 열었다.

  "주인님~~~!!!"

  어떤 한 소녀가 내 품속으로 달려든다. 달콤한 머리카락 냄새. 부드럽게 맞닿는 팔. 그리고 내 가슴에 얼굴을 비벼대는 이 소녀를 보고 나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시방, 이게 뭐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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