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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마초를 삼킨 페미니스트
작가 : 훈장
작품등록일 : 2018.11.8
마초를 삼킨 페미니스트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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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라는 동물에게 아픈 상처를 받은 김태현. 여자라는 동물에게 아픈 상처를 받은 서영희. 그런 두 사람에게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증오하는 대상이 있다는 점. 성별에 맞지 않는 이름을 사용한다는 점. 그런 두 사람은 같은 건물에서 각각 남자와 여자를 대상으로 하는 복수 대행 업체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 사실을 몰랐던 두 사람은 우연한 기회에 그 사실을 알게 되는데.......

 
01 - 태현이 궐기한 이유
작성일 : 18-11-08 13:36     조회 : 520     추천 : 2     분량 : 4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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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rologue. (프롤로그)

 

 〈여성은 본능적으로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가지지 못한다.〉 - 스피노자.

 

  지구상에 인류가 존재하면서 여자라는 동물은 늘 도구로만 존재해왔다.

  성적 도구, 집안일을 하는 도구, 육아를 전담하는 도구로.

  하물며 원인 모를 질병과 인간 뜻대로 좌지우지할 수 없는 자연재해에 관한 책임도 여자에게 마녀라는 프레임을 씌워 전가해왔다.

  그때 탄생한 말이 ‘여자는 완성에 가까운 악마이다.’라는 빅토르 위고의 개소리였다.

  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말인가!

  여자를 집에만 처박아놓고 동등한 권리를 주지 않은 것도 남자이고 마녀라는 프레임을 씌워 완성에 가까운 악마로 만든 것도 남자가 아니었던가.

  이제 세상은 변해야 한다.

  아니, 용기 있는 여성이 페미니스트라는 이름으로 똘똘 뭉쳐서 세상을 변화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지긋지긋한 남성 중심적 사회는 다음 시대를 살아가는 여자아이들에게도 똑같이 전가될 것이다.

  페미니스트인 김태현이 궐기한 이유.

  그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었다.

 

 *

 

 

  결전의 날이 밝았다.

  준비 기간은 정확히 30일.

  이번 표적은 임신한 여자 친구를 나 몰라라 한 보험 회사 직원이었다.

  주적주적 비가 내리는 거리에는 계엄령이라도 선포된 양 개미 새끼 한 마리도 없었다.

  오피스텔의 메카인 광화문인데도 말이다.

  마치 험상궂게 인상을 쓴 하늘이 의뢰인의 복수를 돕기 위해 고요하고 비장한 분위기를 최적으로 조성해주는 것 같았다.

  복수하기 딱 좋은 날씨였다.

  “준비됐지?”

  “네, 준비됐어요.”

  하이힐을 고쳐 신은 태현은 대동한 직원 두 명과 함께 거침없이 건물 안으로 발을 내디뎠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고 한 치의 주저함도 없는 용감무쌍한 발자취였다.

  해당 건물은 표적이 근무하는 동행 생명 고객센터와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 사무실이 몇몇 입점해 있었다.

  로비에 들어선 태현은 반쯤 졸린 눈으로 데스크를 지키던 경비원을 무시하고 왼쪽 벽면에 부착된 건물 안내도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3F. 동행 생명 고객센터.]

  결전 장소는 3층이었다.

  함께 이를 본 직원들은 자연스레 승강기로 걸음을 옮겼지만, 표적을 초장에 제압하기 위해선 계단을 이용하는 게 여러모로 합리적이었다. 이유를 설명하는 태현이었다.

  “가급적 승강기는 이용하지 마. 목적지가 저층이건 고층이건……”

  계단과 승강기는 디테일에서 큰 차이가 있다. 계단을 이용하면 거친 호흡과 후끈 달아오르는 열기가 자연스럽게 연출되지만 승강기를 이용하면 이 모든 걸 인위적으로 연출해야 한다.

  승강기를 뒤로하고 계단을 이용해야 하는 이유. 그 이유는 바로 디테일에 있었다.

  “목적지가 20층이라도 계단을 이용해야 해요?”

  쫄래쫄래 쫓아오던 직원 중 한 명이 태현에게 물었다. 결전을 목전에 둔 탓인지, 한껏 긴장한 목소리였다.

  “목적지가 20층인 경우에는 15층까지만 승강기를 타고, 15층부터는 뛰다시피 계단을 오르면 돼. 보통은 5층만 계단을 올라도 호흡이 가빠지잖아.”

  해당 건물은 층간 폭이 넓어서 한층 계단이 아파트 두 층과 거의 맞먹었다.

  주저리주저리 설명까지 하는 탓에 체감 높이는 아파트 10층보다 높게 느껴졌다.

  2.5층 복도에는 반소매 와이셔츠를 입은 남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바닥에 침을 얼마나 뱉었던지, 새까맣게 말라붙은 침 자국이 군데군데 불쾌한 지도를 그리고 있었다. 그들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3층 비상구를 통과하는 태현이었다.

  [고객님의 요구사항과 불편사항을 최대한 신속히 처리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고객 센터 정문에는 검은색 정장에 흰색 와이셔츠를 받쳐 입은 여자가 방긋 웃는 얼굴로 요염하게 두 팔을 벌리고 있었다. 실사와 똑같은 크기의 사진이었다. 요즘 꽤 잘 나가는 걸 그룹 출신 여배우이자 CF계의 블루칩으로 떠오른 이지수였다.

  페미니즘 기사에 ‘좋아요.’한번 눌렀다가 벌떼처럼 달려든 한남충들에게 신명 나게 까이고 있는 인물이기도 했다.

  페미니스트들에겐 새로운 메시아였다.

  “마음 단단히 먹어. 초장에 표적을 박살해야 해.”

  거침없이 고객센터 정문을 열어젖힌 태현은 패장의 목을 치러 온 승장처럼 위풍당당하게 안으로 들어갔다.

  안내와 보안을 담당하는 청원 경찰은 과하지 않은 미소로 태현 일행을 반겨주었다.

  곧 눈앞에 펼치질 통쾌한 복수극은 짐작조차 못 하는 눈치였다.

  “가입하기로 한 보험 문제로 상담을 받으려고 하는데, 정민철 대리님 자리가 어디죠?”

  고객센터 내부는 연상했던 것과 좀 차이가 있었다. 파티션으로 촘촘히 나누어진 전화 부스는 단 한 칸도 없고 은행처럼 번호표를 뽑아서 해당 번호가 스크린에 뜨면 빈 창구에서 상담을 받는 방식으로 꾸며져 있었다.

  한마디로 은행식이었다.

  “정민철 대리님은 7번 창구에 계십니다.”

  7번 창구를 가리킨 청원 경찰은 친절히 안내까지 해주었다. 총 10번까지 있는 창구는 가지런한 치열처럼 빠짐없이 고객과 상담하고 있었다.

  차례를 기다리는 고객은 약 스무 명.

  직원을 포함한 관객은 얼추 마흔 명이었다.

  “현재는 다른 고객님과 상담하고 계십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검은색 뿔테 안경을 낀 정민철의 첫인상은 선함과 투명함이 눈부시게 발하는 교회 오빠 이미지였다. 피부는 백옥같이 하얬으며 짧고 깔끔한 헤어스타일은 단 한 치의 흐트러짐도 허용하지 않는 성직자를 방불케 했다.

  선한 양의 탈을 쓴 사악한 악마가 아닐 수 없었다. 두 주먹을 불끈 쥐는 태현이었다.

  “정민철 대리님이세요?”

  경원 경찰은 7번 창구 앞에 비치된 대기 의자에 태현 일행을 안내하고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정민철 대리. 고객님을 성심성의껏 모시겠습니다.]

  태현은 곧장 행동하지 않고 7번 창구 위에 설치된 스크린부터 확인했다. 포토샵을 거친 그의 사진은 안 그대로 선한 인상이 더 선하게 출력되고 있었다. 더는 지체할 이유가 없었다.

  “제가 정민철입니다. 무슨 일이시죠?”

  그의 시선은 상담하고 있던 고객과 숨을 씩씩대는 태현을 바쁘게 오갔다. 전혀 감을 못 잡은 눈치였다.

  “정말 그쪽이 정민철 대리님이세요?”

  “네, 제가 정민철입니다.”

  그의 동공은 참으로 해맑았다.

  그 해맑은 동공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이 여자 뭐지? 처음 보는 여잔데?’

  그 해맑음에 울화가 치민 태현은 들고 있던 핸드백으로 있는 힘껏 따귀부터 날렸다. 그리고 TV에서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공포 영화 속 귀신처럼 엉금엉금 창구 위로 올라가 마지막 젖줄을 쥐어짜는 심정으로 그의 머리끄덩이를 움켜잡았다.

  “야! 이 개만도 못한 새끼야! 여자를 건들었으면 책임을 져야지! 아기 지우라고 돈만 툭 던져주고 나 몰라라 해! 너 같은 새끼가 어떻게 고객의 미래를 책임져!”

  우렁차게 포문을 연 태현은 머리끄덩이가 잡힌 정민철에게 더 큰 고통을 주기 위해 대가리가 깨질 작정으로 창구 위에 드러누웠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였다.

  “도대체 왜 이러세요? 이것부터 놓고 말씀하세요.”

  “너 같은 놈과 무슨 대화를 해! 똥통에 빠져 죽여도 시원찮을 새끼야!”

  정민철은 창구 위로 서서히 딸려 올라왔다. 그럴수록 태현의 허리는 점점 뒤로 꺾였고 여차하면 바닥으로 떨어질 판이었다.

  바로 그때!

  든든한 우군이 어깨까지 떨어지는 머리카락을 찰랑거리며 창구 위로 딸려 올라오던 정민철의 허리띠를 옴팡지게 부여잡았다. 그리고 줄다리기하듯이 뒤로 눕기 시작했다.

  함께 온 직원 중 한 명이자 보복 포르노 피해자인 최유선이었다.

  “지금 우리 동생이 얼마나 힘들어하는 줄 알아! 깜깜한 방에 틀어박혀서 매일 울기만 해! 갈기갈기 찢어 죽여도 시원찮을 새끼야!”

  고래고래 소리를 지은 유선은 엉덩방아를 불사하고 정민철을 창구 밖으로 끌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때 등장한 또 한 명의 우군.

  김태현 회계사 사무실에 갓 입사한 사회 초년생이자 데이트 폭력 피해자인 한아름이었다.

  “너 유부남이라며! 그런데 왜 총각 행세로 우리 언니를 꾀었어! 유부남이면 네 가정에만 충실해야지. 음식물 쓰레기만도 못한 새끼야!”

  유선과 똑같이 정민철의 허리띠를 옴팡지게 부여잡은 아름은 필사적으로 위기를 벗어나려는 정민철 힘에 못 이겨 앞으로 질질 끌려가면서도 절대 허리띠를 놓지 않았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허리띠를 잡고 죽을힘을 다하는 두 여자를 보니, 문득 이 명언이 떠올랐다. 눈물이 찔끔거리는 고통보다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할 때였다.

  그리하여 태현도 온 힘을 다해 잡고 있던 머리끄덩이를 놓고 정민철의 허리띠를 최대한 꽉 부여잡았다.

  창구 밖으로 나오기만 해봐라. 널 위해 신고 온 하이힐로 정강이를 까서 지옥을 맛보게 해줄 테다.

  단단히 각오를 다지는 태현이었다.

  하지만 그 각오는 정민철 주변에 있던 직장 동료들과 세를 모아 온 청원 경찰로 인해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힘차게 호루라기를 불며 달려온 청원 경찰들은 일시에 태현 일행을 제압했고 창구 밖으로 끌려 나오기 직전이었던 정민철은 몸과 다리를 필사적으로 잡아준 동료들 덕분에 간신히 지옥행을 면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실망하지는 마시라.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 않은가.

  진짜 복수는 지금부터였고 앞으로 그가 맛볼 인격적인 말살은 겨우 첫걸음을 뗐을 뿐이다.

 

 

 *

 

 

  “가는 곳마다 그 여자들이 나타나서 창피를 줍니다. 일상생활은 물론이고 사회생활까지 올 스톱 될 지경이에요. 정말 미쳐버리겠습니다.”

  영희 사무실에 한 남자가 찾아왔다. 다짜고짜 하소연을 쏟아낸 그는, 급기야 양해도 구하지 않고 초조하게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손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자초지종을 차근차근 말씀해보세요. 도대체 누가 선생님을 쫓아다니면서 창피를 준다는 겁니까?”

  영희가 운영하는 흥신소는 외도하는 아줌마 꽁무니나 쫓아다니는 간재미급 흥신소가 아니었다. 역대급으로 남자를 등쳐먹는 김치녀만 골라 참된 교육을 해주는 정의로는 흥신소였다. 업계에서는 악명 높기로 정명이 나 있었다.

  김치녀 참교육 전문 흥신소로.

  “지인이 운영하는 헬스장에서 우연히 한 여자를 알게 되었어요.”

  의뢰인은 보험회사 직원이었다. 처음 사무실을 오픈했을 때 보험사기를 치는 여자 고객의 뒷조사를 몇 번 해준 적이 있었는데, 그때 연을 맺은 보험 조사관이 의뢰인을 가엾게 여겨 영희 사무실을 소개해준 것이다. 그 보험 조사관과 의뢰인은 대학교 선후배 관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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