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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무림 개발자
작가 : 황규영
작품등록일 : 20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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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가 많지만 비리 천국인 남천 무사맹. 호시탐탐 전쟁을 노리고 첩자를 보내는 북산교.

삼 년 전에, 남천의 무사였던 차삼룡이 전쟁을 막기 위해 북산교 교주에게 사기를 쳤다. 북산교의 전쟁자금을 대규모로 소모시키려고 전설의 보물인 여의보주를 만들게 했다. 당연히 실패할 줄 알았지만, 실수로 성공했다. 진짜 여의보주가 만들어졌다.
차삼룡이 상처회복과 형태변형 등의 이능을 가진 여의보주를 빼돌려 전장을 떠났다. 남천 땅으로 돌아와서 사람들 사이에서 평범하게 살았다.

이제 다시, 차삼룡의 주변이 시끄러워졌다.

 
무림개발자 1
작성일 : 16-04-09 18:44     조회 : 1,059     추천 : 0     분량 : 8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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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북산 땅의 왕이자 북산교의 교주며, 북산 최고수인 북전호가 물었다.

 “그러니까, 여의강시가, 각성이 안 된다고?”

 여의강시는 어지간한 무사의 창칼이 아예 박히지 않는 전설의 전략무기다.

 제대로 동작할 때의 이야기다. 움직이지 못하는 강시는 석상만도 못하다. 돌로 된 석상은 유지관리비용이라도 안 들지만, 강시는 돈 잡아먹는 귀신이다.

 북산교의 대장로 서뇌준이 땀이 뚝뚝 떨어지는 얼굴로 허리를 숙였다.

 “예. 교주님. 그게…….”

 “변명은 필요 없네. 몇 기나 실패했지?”

 “사, 삼백 기 전부 다…….”

 “해서는 안 될 말을 하는군.”

 북전호의 눈에 살기가 돌았다. 서뇌준이 눈치를 보며 허리를 더 숙였다.

 “내 백성들이 충성심으로 모은 돈을 모두 써서, 삼 년 동안 여의강시만 만들었는데.”

 북산 땅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헐벗고 굶주렸다. 북산의 지배자 북전호는 사람들을 쥐어짜 모은 전쟁자금을 여의강시 제조에 쏟아 부었다. 이제 북산교의 전쟁자금은 바닥을 보였다.

 모두 가난해진 건 아니다. 그 와중에도 북산교 간부들과 선이 닿은 자들은 배를 불렸다.

 “그동안 뭘 하고 있다가 이제 와서 제작이 잘못되었다고 보고하는 건가?”

 “강시의 제작은 완벽했습니다. 다만…….”

 “그렇지. 나도 여러 차례 확인한 일이지. 제작은 완벽했어. 그런데?”

 북전호가 그나마 여유를 부리는 건, 이 문제가 약간의 수정으로 해결 가능할 거라는 기대를 해서다.

 “여의강시가 깨어나게 하려면, 여의보주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래서 여의보주를 손에 넣고 나서야, 전설의 전략무기인 여의강시를 만들었네.”

 삼 년 전에, 북산교는 백 년 동안 모았던 진귀한 보물들을 모조리 들이부어서 여의보주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북전호는 남천 침공 계획을 미루고 여의강시 제작에 모든 걸 쏟아 부었다.

 그 여의강시 삼백 기의 완성 예정일이 바로 오늘이었다.

 “그런데 그때 그 여의보주가…… 아무래도 가짜 같습니다.”

 북전호가 여유를 좀 찾고 가볍게 웃었다.

 “자네가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게야. 아까 내가 준 여의보주는 진짜네. 지난 삼 년 간 내가 가지고 있던 보물인데 그걸 못 알아볼 리가 있나. 다시 해보게. 강시 각성을 처음 하다 보니 시행착오가 있었겠지.”

 “그게…….”

 “곧 십만의 부하들을 끌고 남천 땅으로 쳐들어갈 거야. 지금 무사들의 기세가 칼처럼 서 있는데, 시간을 너무 끌면 그게 무뎌지지. 서둘렀으면 좋겠군.”

 북산교의 무사 십만 명이 국경 쪽으로 집결해 있었다. 여의강시만 움직이면 바로 전쟁이 시작된다.

 “교주님. 몇 번이나 확인을 했으나…….”

 북전호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삼 년 전에 분명히 여의보주가 진짜라는 걸 확인했네. 그 후로도 몇 번이나 더 확인했지.”

 “그게…… 시험을 해보면 강시를 움직이게 만들 수 있는 특별한 이능현상이 나타납니다. 그래서 진짜 여의보주라고 확신했습니다.”

 “진짜 여의보주지.”

 “이능현상은 분명히 나타나지만, 그 출력이, 여의강시를 완전히 깨우기에는 모자란…… 아주 정교하게 위조된 가짜라고 결론이…….”

 잠시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서뇌준의 얼굴에서 흐르는 땀이 계속 바닥에 떨어졌다.

 북전호가 상황을 받아들이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마침내 북전호가 입을 열었다. 목소리가 낮았다.

 “그러니까 대장로의 말은, 지난 삼 년간 내가 가진 전쟁자금을 모두 다 쏟아 부어 만든, 삼백 기의 여의강시가.”

 목소리가 빠르게 커졌다.

 “가짜 여의보주 하나 때문에 쓸모없는 고철덩어리가 됐단 말이냐!”

 결국은 고함소리로 변했다.

 “그, 그렇습…….”

 목에 핏대를 올리며 소리를 질렀다.

 “여의보주를 만든 놈을 당장 끌고 와!”

 “그놈은 삼 년 전에 뱃놀이를 하다 사고를 당해 시체조차 찾을 수 없게 됐…….”

 “시체를 확인했나?”

 “그동안은 그렇게 알고 있었습니다만, 이제 와서 보면 그것도 가짜 사고가 아닐까 하는 의심이…….”

 “그러니까!”

 북전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내가. 왕이자 교주인 내가! 남천의 재물을 군자금 삼아 세계를 정복할 내가! 일개 사기꾼에게 사기를 당해서 전쟁을 시작조차 못 하게 됐…….”

 북산의 지배자 북전호가 갑자기 뒷목을 턱 잡았다.

 “억!”

 그대로 뒤로 벌렁 넘어갔다.

 

 당황한 경호무사들이 소리를 질렀다.

 “교주님!”

 “거, 거품을 무셨다!”

 “교주님의 눈이 뒤집어지셨다. 의원! 의원!”

  * * *

 차삼룡이 남천의 수도에서 하품을 했다.

 “으하암. 졸립다.”

 차삼룡이 하품하는 곳은 재생만물상이라는 간판이 붙어 있는 작은 가게 앞의 의자였다.

 재생만물상은 망가진 물건을 수리하거나, 중고품을 매입해 다시 파는 가게다. 거기에 더해서 잡다한 일상용품까지 팔았다.

 재생만물상의 주인인 젊은 아가씨 한미소가 차삼룡을 구박했다.

 “삼 년을 내리 노는 사람이 하품이 나와요?”

 “말했잖아. 내가 삼 년 전에 우리 남천을 위해서 워낙 큰일을 해서, 지친 몸 달래느라 조금 쉬고 있는 거라고.”

 “아아. 그러셨지. 아저씨 아니었으면 우린 다 망했을 거라 그랬지. 아주 세상을 구한 영웅이셔.”

 “정확히 말해야지. 세계정복을 꿈꾸는 미친놈이 있어서 그걸 좀 밟아주고 왔다 그랬지. 아주 과부제조기가 되고 싶어서 환장한 놈이라니까. 넌 그걸 알면서 뭘 그리 구박…….”

 “닥치죠?”

 “으응?”

 “그따위 말 같지도 않은 농담, 한두 번이라야 웃어주지! 몇 번째인 줄 알아요? 날백수가 무슨 세계를 구해? 닥치고 일해요!”

 “한 이 년만 더 이렇게 쉬면 안 될까?”

 “쓰읍!”

 “내가 여기 직원도 아니고.”

 “일 안 하면 밥도 없을 줄 알아요!”

 “치사하게 밥 가지고 그러냐. 세계를 괜히 구했…….”

 “크아앙!”

 “여기 이 손금고가 새로 들어온 거구나? 얼른 고칠게.”

 차삼룡이 망가진 손금고를 주섬주섬 챙겼다. 그의 손목에는 하얗고 동그란 팔찌가 끼워져 있었다.

 

 차삼룡이 북산교주에게 넘겨준 짝퉁 여의보주는 단 하나의 이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강시 활성화 이능은 출력이 기준치보다 낮아서, 그것만으로 여의강시를 움직이게 하는 건 불가능했다.

 가짜와는 달리, 북산교 백 년의 보물을 아낌없이 써서 만든 진짜 여의보주는 기능이 많았다. 그 중 하나가 형태변환 능력이다. 짝퉁은 구슬 모양이지만, 진퉁은 여러 형태로 그 모습을 바꿀 수 있었다. 팔찌 모양도 그 형태 중 하나였다.

 ‘그때는 이게 진짜로 만들어질 줄 몰랐는데.’

 떠돌이 사기꾼에게서 기술 하나를 배우고, 그걸 이용해 대형사기를 쳐서 적의 전쟁자금을 소모시켰다.

 그런데 정말로 여의보주가 덜컥 완성됐다.

 그때는 차삼룡이 더 당황했었다. 그의 원래 계획은 북산교의 자금을 소모시켜 전쟁을 막는 것이었다.

 ‘내가 그때 짝퉁 급하게 만드느라 피똥 쌌지.’

 차삼룡은 여의보주의 이능을 이용해 짝퉁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그게 지금 북산교에 있는 가짜 여의보주다.

 “아저씨!”

 “내 공구함이 어디 있더라…….”

 

 가게 주인인 한미소는 젊은 아가씨다. 그녀는 혼자서 동생을 키우며 가게를 운영했다.

 차삼룡이 하품을 하면서 망가진 손금고를 분해했다. 한미소가 그걸 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에휴. 손재주는 참 좋은데, 일을 안 해. 일을. 일자리 소개해준대도 싫다 그러고. 우리 가게 일이나 가끔 도와주는 걸로 어떻게 먹고 사나 몰라.”

 한미소의 옆에서 일곱 살 먹은 한미래가 말했다.

 “언니. 아저씨 불쌍해.”

 “하나도 안 불쌍해. 우리 옆집에 이사 오고 나서 삼 년 동안 자기가 먼저 나서서 일하는 걸 한 번도 못 봤어. 게을러!”

 “그러니까 불쌍해.”

 “게으른 게 왜 불쌍해!”

 차삼룡이 꼬마 한미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우리 미래는 언니랑 달라서 착하구나?”

 “헤헤.”

 한미소가 발끈했다.

 “무슨 뜻이에욧!”

 차삼룡이 시선을 다른 쪽으로 돌렸다. 한미소의 고개가 따라 돌아갔다.

 

 긴 머리를 휘날리는 젊은 여자가 칼을 찬 채 빠른 걸음으로 가게 앞쪽 길을 지나갔다. 화려하면서도 움직이기 좋은 옷을 입었다. 등에는 기다란 손잡이가 달린 칼을 찼다. 걸음이 워낙 빨라서 보통 사람이 뛰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의 바로 옆에는 날카로운 기운을 풀풀 날리는 경호무사가 붙어 있었다.

 

 한미소가 그녀를 알아보았다.

 “며칠 전부터 이쪽 길로 다니는 아가씨인데, 꿈도 꾸지 마요. 명문가의 엄청 잘나가는 아가씨에요.”

 “구경만 하는 거야.”

 “그런 동태눈으로 훔쳐보다가 눈 마주치면 어쩌려고 그래요? 빨랑 눈 깔아요.”

 차삼룡이 실실 웃으며 망가진 손금고를 내려놓았다.

 “아. 배고프다. 이거 고치려면 오래 걸릴 거 같은데.”

 “밥도 늦게 먹겠네요. 흥.”

 그녀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가게 안쪽으로 들어가서 밥공기와 반찬을 가져왔다. 밥공기가 세 개였다.

 “미소도 오늘은 착하다. 내 밥도 미리 준비해뒀네?”

 “흥. 우리 미래 먹을 게 모자랄까봐 덤으로 준비한 거예요. 미래가 한창 클 나이니까.”

  * * *

 남천 땅의 국경무사대 서부전선 총사령 남대현이 국경 너머 북산 땅을 노려보았다.

 “폭풍전야인가.”

 부관이 곁에서 말했다.

 “현재 국경무사대 일만 명의 무사가 필승의 각오로 서부전선을 지키고 있습니다.”

 “필승? 헛소리다. 무사 숫자가 두세 배 정도 차이가 나야 이 악물고 버텨보기라도 하지. 열 배 차이다. 후퇴하지 않으면 하루를 못 넘기고 전멸 당한다.”

 “하, 하지만…….”

 “첩보에 의하면 저 너머에 집결한 적의 수가 십만 명이다. 거기다 북전호가 직접 지휘한다. 우리 국경무사대의 무사들이 아무리 용맹해도 일당십의 용사는 아니야.”

 부관이 고개를 푹 숙였다.

 “저…… 총사령 장군님. 무사맹 본부에 우리의 작전상 후퇴를 요청하신 건 어떻게…….”

 “방금 받은 명령서가 그 대답이다. 무조건 국경을 사수하란다.”

 부관의 목소리가 자기도 모르게 떨렸다.

 “예, 예상했던 일입니다. 그러면 후방의 주력부대들은 언제쯤 도착하는지요? 오늘 당장 전쟁이 터질지도 모릅니다.”

 “지원병력은 없다.”

 “예?”

 “방 장로의 추가 명령서가 왔다. 지금 상황에서 후방의 주력부대가 여기까지 올라오면 북산교 놈들을 자극할 위험이 있으니, 상황을 지켜보라는 명령이다.”

 부관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그건 말도 안 됩니다! 지원 병력 없이 버틴다는 건 불가능합니다. 후퇴해야 합니다.”

 “후퇴하면 우리 가족들의 목까지 전부 치겠다는군.”

 부관이 이를 악물었다.

 “지독한 놈들.”

 “무사맹이 다른 건 몰라도 가족 목숨 가지고 협박할 때는 약속을 잘 지켜. 부관도 알잖아.”

 “그럼…… 지원부대는 전쟁이 터지고 나서야 오는 겁니까?”

 “올 리가 없지.”

 “예?”

 “어차피 우리 국경무사대는 버리는 패야. 시간끌기지. 북산교 놈들이 침략해 오면, 후방 부대들은 지금 주둔한 곳에 방어선을 치겠지. 그게 자기들에게 이익이니까.”

 그때서야 부관의 눈에 남대현의 손에 들린 명령서가 살짝 떨리는 게 보였다.

 “총사령 장군님.”

 “안다. 나도 무섭다. 그래도 어쩔 수 없어. 자네나 나는 수도에 처자식이 있잖아.”

 “알지만, 그렇다고 시간끌기용 소모품이 될 수는 없습니다.”

 총사령 남대현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 뒤에는 처자식 말고도 지켜야 할 사람이 많아.”

 갑자기 통신 담당 무사가 달려왔다.

 “총사령 장군님!”

 남대현이 바짝 긴장했다.

 “드디어 시작됐나? 놈들의 공격 시기는 예상범위 안이다. 적의 주력은 국경의 어느 쪽을 넘었나? 이쪽에서는 정찰된 게 없었으니 동부인가?”

 “그게 아니라.”

 “아니야? 아직 넘지는 않았구나. 그럼 어디까지 왔나? 정말 선두에 적의 수괴 북전호가 있나?”

 “그게…… 이럴 리가 없는 보고가 들어와서…….”

 총사령 남대현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젠장! 예상보다 더한가? 벌써 우리를 포위했구나. 내 예상을 벗어나다니. 역시 북전호!”

 “그게 아니라…….”

 “겁먹지 마라. 위기는 곧 기회다. 받아쳐주마!”

 남대현의 떨리던 손이 어느새 진정됐다. 그가 칼을 뽑아 높이 들었다.

 “적의 포위망 중 약한 곳을 찾아 쳐라. 그곳의 적을 물리치고 퇴로를 확보하라. 이건 후퇴가 아니라 공격이다. 작은 승리라도 하고 물러나면 가족들 목숨은 지킬 수 있다. 북전호가 없는 쪽을 치면 부하들도 반은 살릴 수 있…….”

 통신 담당 무사가 상황이 더 산으로 가기 전에 급히 말을 끊었다.

 “그 북산교주놈이, 뒷목을 잡고 쓰러졌다고 합니다.”

 남대현이 칼을 높이 든 채로, 통신 무사를 향해 고개를 천천히 돌렸다.

 “뭐?”

 “거품도 물었다고 합니다.”

 “누가 거품을 물어?”

 “북산교주 북전호가, 눈알까지 뒤집혔다고…….”

 잠시 침묵이 흘렀다. 아무도 소리를 내지 않았다.

 남대현의 얼굴에 살았다는 표정과 함께 웃음이 슬슬 피어올랐다.

 “그으래?”

 그는 일만 명의 목숨을 책임지는 지휘관이다.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그걸 깨닫자마자 미소가 빠르게 사라졌다.

 “아니다. 그럴 리가 없다. 북전호는 때려잡아야 할 놈이지만, 그래도 무술 하나만은 북산 최고수다. 자기 심장 박동까지 조절할 수 있는 놈이다. 아무리 큰 충격을 받아도 뒷골을 잡지 않아.”

 “그래도 보고가 그렇게 들어왔습니다.”

 “적의 정보 조작일 가능성은?”

 “장거리 정찰대가 주술거울로 통신을 보냈습니다.”

 주술거울은 두 개가 한 쌍을 이룬다. 먼 거리에서 서로 거울의 건너편을 좁고 짧은 시야로 볼 수 있다. 이걸 쓰려면 괴수의 내단 조각과 주술사가 필요하며, 성능은 반대편에 있는 작은 문서를 겨우 읽는 정도다.

 그래도 이 주술이 나오면서 장거리 통신에 혁명이 일어났다.

 

 문제는 주술사가 대단히 희귀한 존재라는 데 있다. 그래서 아무나 쓰지는 못한다.

 “우리 장거리 정찰대 중에 주술사가 있는 데라면!”

 “귀신그림자 부대의 직접 보고입니다.”

 국경무사대 총사령 남대현의 표정이 그때서야 진짜로 밝아졌다.

 “그래애?”

 가만 놔두면 웃음이라도 터트릴 것 같은 표정이었다. 그래도 총사령의 체면을 생각해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억지로 참으며 명령을 내렸다.

 “정찰대들을 추가 투입해서 적의 현재 이동상황을 확인해. 보고가 사실이라면 흐흐흐. 우린. 으하하하. 살았…….”

 근처에 있는 모든 부하들이 그의 말을 집중해서 듣고 있는 모습이 그때서야 눈에 들어왔다.

 “커험. 집결했던 적의 병력이 원래 주둔지로 돌아가고 있는지를 살펴라.”

 “옛!”

 소식을 전한 무사가 돌아가자 부관이 우는 표정으로 웃었다.

 “장군님. 살았습니다.”

 “흐흐흐. 살았지. 살았어.”

 아무리 지위 높은 장군이라도 자기 목숨은 소중하다. 부하들의 목숨까지 책임져야 하는 사람은 어깨의 짐이 더 무겁다.

 그래서 남대현은 지금 춤이라도 추고 싶었다.

 “그런데 장군님. 귀신그림자 부대라면…….”

 “암호명 귀신그림자가 지휘해서 귀신그림자 부대라고 불렸지. 그 녀석은 삼 년 전에 제대했지만, 남은 무사들이 당시에 그 녀석을 보고 배운 게 많아. 그러니까 이 보고는, 아마 사실일 거다. 제발 사실이어야지.”

 남대현이 차삼룡을 떠올렸다. 아쉬웠다.

 “삼 년 전에 어떻게든 그 녀석을 장기복무 시켰어야 했는데.”

 “제가 듣기로 귀신그림자는 작전 중 사고로 오른손을 크게 다쳤다고…….”

 “오른손이 완전히 망가져서 평생 밥숟가락도 못 들게 됐다. 의원들이 다 고개를 저었지. 망가진 게 칼을 쥐는 오른손이 아니라 왼손이었으면.”

 남대현이 진한 아쉬움을 담아 탄식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제대를 못하게 해서, 장기복무를 시켰을 텐데. 국가를 위해서.”

  * * *

 차삼룡이 오른손에 쥔 젓가락을 귀신같이 놀려 맛있는 반찬만 골라잡았다.

 한미소가 반찬을 더 이상 빼앗기지 않으려고 자기도 젓가락질을 빨리 했다. 그래봐야 상대가 되지 않았다.

 “아이참. 무슨 손이 그렇게 빨라요? 소매치기를 해도 되겠네.”

 “내 오른손이 빠르기만 한 줄 알아? 망가져서 못 쓰는 척도 잘 해. 의원도 속지.”

 “예? 그게 무슨 말이에요?”

 “알면 다쳐.”

 “아저씨. 이렇게 놀면서 우리 밥만 축낼 거면 국경무사대나 지원해요. 거기서 이 년만 버티면 돈 좀 준대요.”

 “내가 거기 있다가 제대한 지 삼 년이다.”

 한미소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예? 그럴 리가 없는데.”

 “왜? 너무 젊어 보여?”

 여의보주의 이능 중에는 정화의 힘이 있다. 가지고 있으면 몸의 상태가 좋아진다. 병에 걸리지 않는 건 물론이고, 독을 먹어도 빠르게 해독된다. 피부 역시 점점 좋아져서 이젠 나이보다 젊어보였다.

 “그게 아니라요. 국경무사대 갔다 오면 개망나니도 사람 된다던데 아저씨는 왜 그 모양이에요?”

 차삼룡이 피식 웃었다.

 “사람 돼서 그나마 이 모양이야.”

 “인생 너무 막 사는 거 아녜요?”

 “내가 원래 좀 대충 살지.”

 “자랑이네요. 대충 막 살아서.”

  * * *

 북산교 대장로 서뇌준이 교주 북전호에게 보고했다.

 “엄청나게 치밀하고 계획적인 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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