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
 1  2  3  >>
 
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쉽게 잡히지 않는 구울이야
작가 : 안소설
작품등록일 : 2018.6.29

서울.
구울을 사냥하는 구울 백승찬의 이야기

 
1화 구울을 사냥하는 남자
작성일 : 18-06-29 05:31     조회 : 360     추천 : 0     분량 : 7871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쉽게 잡히지 않는 구울이야> 1화 구울을 사냥하는 남자

 

  승찬은 꿈을 꾸고 있었다.

 

  어떻게 꿈인지 아느냐고?

 

  간단했다. 이 꿈을 꾸는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승찬에게는 지난 12년간 수없이 반복되는 내용이다.

 

  승찬은 울고 있고, 그의 엄마는 누군가에게 살려달라고 애원하고 있었다.

 

  “저 아이는 아직 아무것도 몰라요. 제발 저 아이만은 살려주세요.”

 

  그녀는 어떻게든 승찬을 살려보기 위해 애를 썼다. 하지만 이어지는 건 싸늘한 대답이었다.

 

  “안 된다는 거 알잖아. 태어나서는 안 될 녀석이 태어났으니 죽여야지. 안 그래?”

 

  남자는 엄마를 보며 씨익 웃었다.

 

  승찬은 두려움에 몸을 떠는 그 순간에도 도망칠 수 없었다. 남자가 뿜어내는 묘한 위압감에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하얀 정장을 입고 머리가 긴 남자였다. 올라간 입꼬리를 가로질러 나 있는 흉터가 눈에 들어왔다.

 

  잠시 후 승찬의 엄마는 최후의 반항으로 구울화를 시도했지만 남자의 상대가 되지는 못했다.

 

  순식간이었다.

 

  승찬은 남자가 어디서 검을 꺼내들었는지 보지 못했다.

 

  잠깐 눈을 감은 사이 비명이 들리더니 이리저리 잘린 엄마의 팔다리가 피를 흩뿌리며 방바닥에 이리저리 널렸다.

 

  놀란 승찬이 울면서 비명을 질렀다.

 

  피가 묻은 칼을 방에 굴러다니던 수건으로 닦던 남자가 웃으면서 승찬에게 다가왔다.

 

  “꼬마야. 이름이 뭐니?”

 

  “백...승찬이요.”

 

  하염없이 울며 떨리는 목소리로 승찬이 이름을 말했다. 남자에게서 느껴지는 위압감에 승찬이 할 수 있는 건 그저 우는 것 밖에 없었다.

 

  “아직 어리구나. 살고 싶니?”

 

  남자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승찬의 눈에 다시 한 번 흉터가 띄었다.

 

  “살려...주세요...”

 

  승찬은 진심이었다. 진심으로 살고 싶어서, 엄마처럼 죽는 게 두려워서 목숨을 구걸했다.

 

  “저런. 이거 참 안됐구나. 아저씨는 너를 죽이라는 명령을 받았거든.”

 

  남자가 눈을 빛내며 승찬에게 칼을 들이밀었다.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거라.”

 

  남자의 반짝이는 칼이 승찬을 찔러왔다.

 

  그리고 항상, 여기서 꿈을 깨게 된다는 걸 승찬은 알고 있었다.

 

 -----------------------------------------------------------------------------

 

  알람소리에 승찬은 눈을 떴다.

 

  눈을 감은 게 조금 전 같은데 벌써 일곱 시였다. 종잡을 수 없는 시간의 흐름은 여전히 텐션이 떨어져 있는 승찬을 힘들게 했다.

 

  그는 요란하게 울려대는 알람을 끄고 침대를 빠져나왔다. 오늘부터 일주일간은 주번이기 때문에 적어도 8시 30분까지는 교실에 도착해야만 했다.

 

  샤워를 하고 서둘러 교복으로 갈아입은 다음, 딸기잼을 발라놓은 식빵을 입에 물고 신발을 신었다.

 

  “다녀오겠습니다.”

 

  대답이 들려오지 않을 걸 알면서도 잠시 기다린 승찬은 그대로 집을 나섰다. 혼자 살면서 생긴 버릇 같은 거였다.

 

 

  주번이 하는 일이라고 해봤자 특별할 건 없었다. 먼저 등교해 문을 열어놓고, 쓰레기통을 비우고, 칠판을 청소하고,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는 정도였다.

 

  승찬이 다니는 고등학교는 전통을 중시한다는 명목으로 아직까지 아날로그적인 도구들이 이곳저곳 자리하고 있었다.

 

  칠판은 여전히 분필을 사용했고, 수업시간에 컴퓨터는 일절 사용하지 않았다. 올드하게 디자인 된 교복은 모자까지 합쳐야 비로소 한 세트였다.

 

  “일찍 왔네?”

 

  승찬은 먼저 와서 복도의 창문을 열고 있는 재희를 보며 말했다.

 

  재희는 그를 힐끔 보더니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잠이 없는 편이라서.”

 

  “그래? 나와는 반대네.”

 

  승찬은 칠판을 닦으며 굳이 이런 일에 두 사람씩이나 필요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생각을 고쳐먹었다.

 

  주번은 협동심을 기르고 평등을 강조한다는 의미로 남자와 여자가 무조건 한 팀이 되어 짜여졌다.

 

  각자 빠른 순서대로 짝이 이루어졌는데 중간에 한 명이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서 승찬은 재희와 함께 짝을 이루게 되었다.

 

  명성고등학교의 퀸카 한재희.

 

  1년 전 전학 온 재희는 교내 유명인사였다. 아버지 사업 때문에 10년 정도 미국에서 살다 왔다는 그녀는 유창한 영어는 기본이었고, 전국 석차의 성적과 뛰어난 운동능력을 자랑했다.

 

  게다가 신체 스펙도 완벽했다. 이목구비가 뚜렷한 외모는 여배우에 뒤지지 않았고, 170cm라는 키에 적당한 볼륨감은 후줄근한 교복마저도 패션 아이템으로 소화해냈다.

 

  지성과 미를 모두 갖춘 그녀를 추종하는 교내 팬클럽까지 있을 정도였다.

 

  모든 걸 갖춘 듯한 그녀에게도 단 하나, 허락되지 않은 부분이 있었는데 바로 성격이었다. 유독 쌀쌀맞은 태도에 사람들은 그녀와 쉽게 친해지지 못했다. 특히 남자들에게는 더욱 더 거리를 두는 것 같았다.

 

  그런 성격에도 미국 스타일이라며 아이들은 좋아했고, 여전히 그녀의 팬클럽 회원이 되기를 자처했다. 승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성격이 조금만 싹싹했으면 딱 좋을 텐데. 아쉽단 말이야.’

 

  칠판지우개를 털고 있는 그녀를 힐끔거리며 든 생각이었다.

 

  “쓰레기통은 내가 비울게.”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재희는 그대로 자리에 가서 앉았다. 그리곤 귀에 이어폰을 꼽고 가방에서 책을 꺼내 읽었다.

 

  ‘소크라테스의 죽음’이라는 책이었다.

 

  ‘어려운 걸 읽네.’

 

  역시 전국석차는 다르다고 생각하며 승찬은 쓰레기통을 들고 교실을 나왔다.

 

 

  “구울이 세상에 나타난 건 지금으로부터 100년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최초의 구울은 미국의 데이나 블랙으로 알려져 있으며, 혼자서 수백 명에 달하는 사상자를 낸 연쇄살인마의 죄를 물어 현재 미국 체인메일 교도소에 수감 중입니다.”

 

  머리가 벗겨진 50대의 역사 선생은 책을 읽어가듯 따분한 목소리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역시 이런 수업을 제대로 듣는 아이들은 없으려나?’

 

  대부분의 아이들이 졸거나 선생 몰래 모바일 게임에 열중이었다.

 

  승찬이 앉은 곳이 맨 뒷자리였기에 모두 뭘 하고 있는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그 중에 수업에 집중하고 있는 사람은 반장과 공부에 열심인 몇몇 뿐이었다.

 

  체육이라면 모를까 보통의 아이들이 이런 고리타분한 수업에 흥미가 없는 건 당연했다.

 

  ‘역시 재희는 수업에 열중이구나.’

 

  재희는 칠판에 구울의 식성과 구분방법에 대해 적고 있는 역사 선생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단지 샤프를 돌리며 수업을 듣고 있을 뿐인데도 아름다웠다. 실제로 몇몇 남자애들은 그런 재희를 힐끔거리며 쳐다보기도 했다.

 

  ‘재희한테는 나도 저 애들하고 똑같이 보이겠지.’

 

  같이 주번이 되고서도 제대로 대화 한 번 해보지 못했다는 생각에 씁쓸해졌다.

 

  물리적 거리와는 다르게 그녀 앞에만 서면 제대로 말을 붙이기가 힘들었다.

 

  아마 다른 남자애들도 마찬가지 심정일 거라고 생각하며 승찬은 고개를 슬며시 저었다.

 

  “백승찬? 무슨 일이지?”

 

  승찬의 고갯짓에 역사 선생이 눈을 빛내며 그에게 물었다.

 

  안경 너머 눈빛에서 쓸데없는 일이라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생각이 명확히 보였다.

 

  “아.... 네... 그게....”

 

  승찬은 수업을 듣지 않는 건 신경 쓰지 않아도, 방해받는 건 끔찍이 싫어하는 역사 선생의 성격을 떠올리며 땀을 삐질 흘렸다.

 

  반 분위기가 급격히 얼어붙으며 모두의 시선이 승찬에게로 향했다.

 

  ‘난감하구만 이거.’

 

  승찬은 자기의 마음을 흔들던 재희를 원망하며 애써 표정관리를 하려 노력했다.

 

  “에...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구울의 식습관 중에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요. 구울들은 인간을 먹이로 삼는다고 하셨는데 체인메일에 수감된 구울들이 어떻게 아직까지 살아있는지 궁금합니다. 혹시 인간 말고도 구울들의 식욕을 채우는 다른 방법이 있는 건가요?”

 

  “호오... 아주 좋은 질문입니다.”

 

  역사 선생이 승찬의 질문에 의외라는 반응과 함께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자신의 수업을 제대로 듣고 있는 학생이 있다는 사실에 교사로서 의기양양해진 것 같았다.

 

  그는 승찬의 질문을 칭찬하며 설명을 이어갔다.

 

  “앞서 말했듯이 구울들에겐 인간 이외의 음식은 입에 맞지 않다는 게 판명되어있습니다. 이는 지금까지 구울들이 벌인 사건과 포획한 구울들의 취조에서 드러난 사실입니다. 하지만 수감자들에게 인간을 식사로 대접할 수는 없으니 헌터협회에서 제작한 특수약물을 통해 공복감을 달래고 있습니다. 이 약물이 어떤 걸로 만들어졌는지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구울이 최소한의 생명유지를 할 수 있도록 돕는 동시에 신체기능을 약화시키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어때요. 이 정도면 대답이 되었나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나는 만족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선생을 향해 고개를 꾸벅 숙여보였다.

 

  수업은 조금 더 이어지다가 종이 울리며 끝났다.

 

  “야, 승찬아. 너 역사 수업 듣고 있었냐?”

 

  쉬는 시간, 자리로 온 상혁이 물었다.

 

  손에 들린 스마트폰에서는 현란한 아티펙트의 게임이 오토모드로 실행되고 있었다.

 

  “기본이지 그 정도는.”

 

  “기본이라는 놈 성적치고는 너무 평범한데?”

 

  상혁이 중간정도의 성적을 유지하고 있는 승찬을 놀리 듯 말했다.

 

  상혁은 수업을 열심히 듣는 타입은 아니었지만 이런저런 과외로 전교석차 10등을 벗어나지 않고 있었다.

 

  “시끄러 임마. 나는 너 같은 엄친아랑은 다르다고. 고등학생이 알바하면서 먹고 사는 게 쉬운 줄 아냐?”

 

  “큭큭큭. 그러니까 이 형님이 공짜로 과외 해 준다니까. 재희 번호만 가르쳐 주....”

 

  “나도 몰라 임마. 아직 말도 제대로 못 섞어봤는데 번호는 무슨.”

 

  승찬의 말에 상혁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승찬아. 너는 진짜 앞으로도 솔로부대원이 될 자격이 충분한....”

 

  “꺼져 임마.”

 

  승찬은 칠판을 지우려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상혁의 헛소리는 언제 들어도 한결같이 영양가가 없었다.

 

  “오늘 학교 마치고 PC방 갈래?”

 

  “나 이번 주 주번이잖아. 그리고 그런데 갈 시간도 돈도 없어. 이거 지금 일부러 그러는 거지?”

 

  “하하하 장난이지 장난. 그러면 게임은 다음에 하는 걸로.”

 

  승찬은 얄밉게 도망치는 상혁을 보며 피식 웃으며 칠판을 지우기 시작했다.

 

  티격태격하기는 했지만 명성고등학교에 입학하고 1학년 때부터 쭉 같은 반을 하고 있는 상혁은 승찬에겐 몇 없는 친구 중 한 명 이었다.

 

  친구가 많지 않은 건 승찬의 외모나 성격에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니었다.

 

  목에 기다란 흉터가 있다는 것만 제외하면 어느 모로 보나 평범한 승찬이었다.

 

  단지 부모 없이 혼자 컸다는 점과 가난에 허덕이며 살아간다는 점이 아이들이 승찬에게 선을 긋는 이유였다.

 

  승찬으로서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든 노가다든, 최소한의 돈이라도 벌지 않으면 당장 다음 달 생활비가 부족하기 때문이었다.

 

  그런 승찬에게 상혁은 사심 없이 대해준 유일한 친구였다. 낙천적인 상혁의 성격은 승찬의 경계심을 허물어 버리고 금새 절친한 사이가 되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나 더 늘려야 되나?’

 

  칠판을 지우면서 현아가 유학에서 돌아올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게 떠오르자 든 생각이었다.

 

  아무래도 입이 두 개로 늘어나면 생활비도 두 배 정도 늘어난다고 보는 게 맞았다.

 

  그렇다고 국가 장학생에 뽑혀 공부에 열중인 현아가 아르바이트 전선에 뛰어든다거나 생활비 때문에 걱정하게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몰라도 현아는 좋은 대학 보내서 하고 싶은 공부 실컷 하게 해줘야지.’

 

  현아의 웃는 모습을 떠올리며 하루빨리 그녀가 집에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승찬이었다.

 ---------------------------------------------------------------------------

 

  “저는 먼저 퇴근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마친 승찬은 그대로 집으로 향했다.

 

  벌써 12시가 넘어 있었다.

 

  지금 집으로 돌아가 씻고 바로 자면 여섯 시간은 잘 수 있었지만 그 전에 들려야 될 곳이 있었다. 그렇게 되면 빨라도 두 시는 되어야 침대에 누울 수 있을 테니 오늘도 길게 자긴 틀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성피로를 달고 살아서 그런지 이런 피로가 새롭지도 않았지만 최근 들어 꿈자리가 좋지 않아 더욱 지치는 것 같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풀타임으로 일하면 살림살이가 좀 나아지려나.”

 

  승찬은 벌써부터 풀타임으로 일하고 있을 자신의 미래를 생각해보았다.

 

  남들 다 가는 대학이지만 승찬에겐 그림의 떡이었다. 그럴 시간에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 했다.

 

  아마도 기술을 배우면 먹고사는 데에는 지장이 없을 테니 겨울방학과 동시에 기술학원을 알아 볼 생각이었다.

 

  “또 돈 나가겠네. 에휴...”

 

  승찬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대한민국은 돈만 있으면 왕처럼 살 수 있다는 말을 어린 나이에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승찬이었다.

 

  승찬은 편의점에서 멀어지자 집으로 가는 길과는 반대인 골목길로 들어섰다.

 

  어두워서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길이었고 최근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는 곳이었지만 망설임 없이 골목길로 들어가 달리기 시작했다.

 

  5분쯤 되었을까. 승찬은 누군가의 시선을 느꼈다.

 

  대한민국의 치안이 안정적이라지만 상식적으로 야심한 시간에 어두운 골목길을 택하는 사람은 주위에 아무도 없었다.

 

  그럼에도 승찬은 누군가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고 확신했다.

 

  발달한 감각이 따끔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드디어 걸려들었나?’

 

  승찬은 골목길의 중간쯤에서 공터가 나오자 달리는 걸 멈췄다.

 

  여름이었지만 밤바람이 불어서인지 시원했다.

 

  그리고 따끔거리는 감각도 심해졌다.

 

  “나오세요.”

 

  승찬이 나직이 말했다.

 

  잠깐의 정적 끝에 어두운 반대편 골목에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와... 이거 놀라운데? 어떻게 알았지?”

 

  170cm 정도 되는 키에 왜소한 체격의 남자였다. 나이는 30대 중반 정도.

 

  한 가지 특이한 점은 그가 승찬을 보며 침을 흘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마치 사냥감을 보고 흥분한 사냥개처럼.

 

  “그렇게 살기를 대놓고 뿌리는데 어떻게 못 알아채요?”

 

  “살기? 킥킥킥. 너 설마 운동이라도 하니? 그 왜 요즘 유행하는 게 종합격투기였나?”

 

  남자는 승찬을 아래위로 훑어보며 입맛을 다셨다.

 

  “됐고요. 아저씨가 최근에 이 동네에서 날뛴다는 연쇄살인마 맞죠?”

 

  승찬의 말에 남자가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호오... 그걸 알면서도 이렇게 태연한 걸 보면 믿는 구석이 있나 보구나. 근데 이걸 어쩌지? 난 그런 평범한 연쇄살인마 같은게 아닌데. 킥킥.”

 

  “알아요. 구울이죠?”

 

  남자가 웃음을 멈추며 승찬을 노려봤다.

 

  “너, 헌터냐?”

 

  드디어 남자의 표정에서 여유가 사라졌다는 생각에 승찬이 씨익 웃음을 지었다.

 

  “그런 건 아니고요. 저도 헌터랑 마주치면 곤란한 사람이라서요. 그런데 어떤 미꾸라지 같은 놈이 자꾸 제가 사는 동네에서 설치고 다니니까 가만히 있을 수가 있나요. 헌터들이라도 몰려들면 어쩌려고.”

 

  “너... 설마.. 구울이냐?”

 

  남자의 눈이 점점 붉어지기 시작하더니 기어이 완벽한 적안(赤眼)이 되었다.

 

  눈 주위로 돋아난 핏줄이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부풀어 올랐다.

 

  “뭐, 그런 건 중요하지 않으니까 넘어가자구요. 룰을 어기고 즐기셨으면 책임도 지셔야죠.”

 

  승찬이 메고 있던 가방을 한쪽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어느새 주변에 다른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걸 확인한 승찬의 눈도 남자와 마찬가지로 적안이 되어 있었다.

 

  “큭큭큭. 구울고기라. 이거 생각지도 못하게 동족을 사냥하게 되었...”

 

  남자는 말을 끝맺지 못했다. 어느새 자신의 몸에서 머리가 분리된 걸 보고 놀랐기 때문이다.

 

  남자의 머리는 승찬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

 

  “너... 어떻게... 이런 속도를....”

 

  몸에서 분리됐지만 여전히 살아서 입을 움직이는 남자를 보며 승찬이 살짝 미소 지었다.

 

  “제가 주번이거든요. 다행히 이번 주가 지나기 전에 청소할 수 있어서 다행이네요 아저씨.”

 

  남자는 승찬의 웃는 얼굴에서 섬뜩함을 느꼈다.

 

  격이 다른 강함.

 

  지금까지 숱한 위기를 넘기며 인간세계에서 살아남은 그였지만 이번만큼은 어느 때보다 강한 죽음의 향기가 느껴졌다.

 

  “사...살려줘.... 다시는 이 구역에 얼씬하지 않을테니까 제...”

 

  콰직.

 

  승찬의 손에서 그대로 으깨어진 남자는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했다.

 

  “처음부터 오지 말았어야죠.”

 

  승찬은 피가 튄 교복 와이셔츠를 보며 후우 한숨을 내쉬었다.

 

  “세탁기에 두 번은 돌려야겠네. 에이 수도세 아깝게.”

 

  가방을 다시 맨 승찬은 방금까지 뛰어왔던 방향을 다시 역주행하기 시작했다.

 

  밝게 뜬 달빛만이 어두운 골목길을 비추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5 5화 뜻밖의 데이트 2018 / 6 / 30 248 0 6649   
4 4화 사건 이후 2018 / 6 / 30 222 0 6689   
3 3화 무심코 던지는 돌은 꽤 아프다 2018 / 6 / 30 226 0 6686   
2 2화 전조 2018 / 6 / 29 237 0 6857   
1 1화 구울을 사냥하는 남자 2018 / 6 / 29 361 0 7871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