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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망자의 절규
작가 : 한솔
작품등록일 : 2017.12.18

죽은 자들이 살고 있는 도시를 발견하게 된 한 방송국 제작진.

그 곳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소수 인원을 꾸려, 목숨을 걸고 도시로 향한다.

예상과 별반 다를 게 없는 모습이 있는 반면, 충격적인 이면이 존재하기도 하는데..

 
망자의 절규
작성일 : 17-12-18 22:25     조회 : 368     추천 : 0     분량 : 4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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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가랑비가 무겁게 내리는 밤. 어둠 속에서 낙하하는 빗방울이 서늘하다. 준성은 검은 우산을 쓴 채 조심조심 걸어간다. 너절한 우산 탓에 빗물이 새어 들어온다. 준성은 손이 축축하게 젖는다. 파리 쫓듯 손을 털어 봐도 우산대만 잡으면 다시 손등으로 물이 흐른다. 무엇보다 소중한 카메라 장비가 젖지 않게 품속에 안고 간다.

 

 실명 같은 어둠이 세상에 내려앉아 눈앞이 캄캄하다. 준성은 손전등을 비추며 어둠과 비를 뚫는다. 거센 빗줄기 사이사이를 불빛이 파고든다. 빛을 따라 걸어간다. 하지만 준성의 발걸음은 더디다.

 

 큰 소나무 아래 사람 실루엣이 보인다. 남자 한 명, 여자 한 명. 남자의 손전등 불빛이 그를 쏜다. 남자가 무심히 손을 든다. 준성은 그들이 자신의 일행임을 확인한다. 소나무 근처에 다다르자, 눈에 보이는 얼굴들이 익숙하다.

 

 “어이고, 이제 오셨네. 일찍 일찍 좀 다니지 그래요?”

 

 낮고 어둡게 흐르는 40대 남성의 목소리. 방송국 PD 호열이다. 조금은 날이 서있다.

 

 “죄송합니다. 피디님. 교통편이 영 마땅치 않네요.”

 

 “우린 뭐 순간이동해서 왔나? 부지런히 움직여야죠.”

 

 “죄송합니다.”

 

 “뭐, 됐고. 장비는 다 챙겨왔죠?”

 

 “물론입니다.”

 

 준성은 손전등으로 등에 멘 카메라를 비춘다.

 

 “그럼 빨리 갑시다. 시간 지체하지 말고.”

 

 호열은 앞장서서 걸어가려다 멈칫한다. 뒤를 돌아본다. 준성 옆에 서있던 한 여자. 피디와 함께 일하는 방송 작가 소은이다.

 

 “앗, 죄송해요. 제가 먼저 갈게요.”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다가 피디의 눈길을 느낀다. 그녀는 메마른 목소리로 대답하고는 앞장서서 걸어간다. 검은 우산 밑으로 그녀의 실루엣이 드러난다. 검은 단발머리에 가녀린 체구. 준성은 허약해 보이는 그녀를 보며 안쓰러운 감정을 느낀다.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그녀가 이 여정을 무사히 끝낼 수 있을까 잠시 걱정한다.

 

 그녀는 손전등으로 길을 밝히며 앞으로 나아갔다. 당찬 걸음이 그녀의 심경을 대변했다. 어둠도, 비도, 앞으로 벌어질 일도 무섭지 않은 듯 보였다.

 

 반면 피디는 열악한 날씨 탓에 연신 투덜대면서 따라갔다. 준성은 그저 묵묵했다. 막연한 공포심에서 비롯된 침묵이었다.

 

 세 사람은 말없이 30여 분을 걸었다. 걷다보니 준성은 어느 순간 주변의 기운이 달라진 것을 느꼈다. 스산하고 적적하다. 준성은 몸과 정신의 온도가 급격히 낮아지는 것 같았다. 눈앞을 보니 조그마한 크기의 동굴이 어두운 입을 벌리고 있었다.

 

 “이 쪽이에요.”

 

 소은은 걸음을 멈추고 한 마디 했다. 그리고 곧장 동굴 안으로 걸음을 내딛었다. 조금의 무서움도 망설임도 없는 발걸음이었다.

 

 준성은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놀랄 수밖에 없었다. 허약하고 여린 사람이라고만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소은은 어둠은 물론이고 이어 닥칠 초현실적인 여정마저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호열은 깊고 까마득한 어둠 앞에서 머뭇거렸다. 앞장서서 걸어가던 소은은 두 사람이 잘 따라오고 있는지 뒤를 돌아봤다. 미동도 없는 둘의 모습을 보며 어서 오라고 손짓했다.

 

 호열은 심호흡을 연달아하고는 걸어 들어갔다. 준성도 무섭긴 매한가지였지만 지체할 수 없어 바로 들어갔다.

 

 스산하고 음침한 동굴 안. 다들 손전등으로 이곳저곳을 살펴본다. 달리 특별한 건 없다. 급격히 떨어진 기온에 호열이 크게 재채기를 한다. 동굴 저 멀리까지 울려 퍼진다.

 

 “여기 상당히 춥네요. 이거라도 입으세요. 전 몸에 열이 많아서요.”

 

 준성이 입고 있던 패딩을 벗어 호열에게 건넨다.

 

 “나참, 됐어요. 재채기 한 번 한 거 가지고.”

 

 호열은 손을 휘휘 젓는다. 준성은 머쓱하게 다시 옷을 입는다.

 

 “밑에 잘 보면서 따라오세요. 불쑥 튀어나온 돌들이 많으니까 조심하셔야 돼요.”

 

 소은이 둘을 향해 큰소리로 외친다.

 두 사람은 동시에 불빛을 아래로 비춘다. 개똥 피하듯 조심스럽게 걸어간다.

 그렇게 춥고 불편한 상태로 걷고 또 걸었다. 호열은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도대체 출구는 언제 나오는 거야? 여기가 맞긴 맞는 거야?”

 

 호열은 소은을 향해 짜증스럽게 소리쳤다.

 

 “거의 다 왔어요. 힘드시면 조금 쉬었다 가실래요?”

 

 “쉬긴 뭘 쉬어. 다 왔다면서. 빨리 가!”

 

 소은은 말없이 끄덕, 하고는 다시 길을 나섰다. 울퉁불퉁한 바윗길을 10여 분쯤 더 가자 바다 내음이 코를 스쳤다. 잠시 후 어두운 지평선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동굴 밖에는 까맣게 물든 바닷가가 고즈넉이 출렁이고 있었다.

 사방이 어둠으로 가득한, 거대한 심연 같았다.

 비는 다소 그치긴 했지만, 여전히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세 사람은 어두운 허공을 응시하며 숨을 골랐다.

 

 동굴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조그마한 나루터가 있었다. 나루터라고 일컫기에도 어색했다. 뾰족하게 솟아오른 바위에 나룻배가 묶여 있었는데, 전문가가 한 솜씨는 아닌 듯 보였다.

 소은은 나루터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손전등으로 나룻배를 순식간에 훑었다.

 

 “여기 나룻배 보이시죠? 저희 이거 타고 가야돼요.”

 

 소은이 말했다.

 

 “오밤중에 이 허름한 배를 타라고? 비도 오는데?”

 

 호열이 짜증을 내며 나룻배를 가리켰다.

 

 “에이, 이정도 비는 괜찮아요. 그리고 바다동굴을 통해서 거기로 가는 거니까 노질만 잘하면 돼요.”

 

 “밤에 가는 건 진짜 큰일 날 짓이야. 그 것도 비 내리는 밤이라고. 하아, 아침에 갔어야 됐는데 말이야.”

 

 호열은 근심 어리게 말하고는, 끝에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제가 여기 아침에 한 번, 밤에 한 번 와봤거든요. 근데 아침에 갔을 땐 아무 것도 못 봤어요. 정말 아무 것도 없었어요. 운이 없어서 그런 거 일수도 있었겠지만 아마 아닐 거예요. 중요한건 밤에 가면 확실한 건 사실이잖아요. 조금 위험해도 밤에 갈 수밖에 없죠.”

 

 준성은 두 사람의 얘기를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 사전에 그에게 정확히 얘기해준 게 없었다. 그저 카메라가 필요하다, 노 저을 줄은 아느냐, 이런 말을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그를 꾀었다. 준성은 일이 없던 터라 보수를 두둑이 챙겨준다는 말에 냉큼 승낙했었다. 방금 그들이 하는 얘기를 들으니, 방송국에서 무슨 대화를 나누었는지 궁금해졌다.

 

 “대화 중에 죄송합니다만, 무슨 말씀들 하시는지 저는 전혀 모르겠습니다. 저에게도 좀 알려주시죠. 같이 일하러 가는 사람인데.”

 

 준성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천천히 설명해줄테니 일단 갑시다. 카메라나 잘 챙기쇼. 참, 노질할 줄 안다고 했죠?”

 

 호열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준성은 소외감과 서운함을 느꼈다. 하지만 단지 비즈니스라고 생각하며 곧장 떨쳐버렸다.

 

 “배에 물이 차서 물 좀 덜어내야겠는데요.”

 

 소은은 줄을 잡고 나룻배를 육지 쪽으로 잡아당겼다. 그 모습을 보자 준성이 곧장 다가가 힘을 더했다.

 

 “물이 많이 찼네요. 한 번 뒤집어야겠는데.”

 

 준성이 말했다.

 

 “가능하시겠어요?”

 

 “불가능해도 해봐야죠. 이대로 갈 순 없잖아요.”

 

 준성은 팔짱끼고 물러나있는 호열을 흘깃 쳐다봤다. 호열은 찡그린 채 한숨을 내뱉었다. 중얼거리며 가세했다.

 세 사람은 있는 힘껏 줄을 당겨 배를 육지 쪽으로 끌어 올린 후, 배를 전복시켜서 빗물을 모두 빼냈다. 한 번에 성공하자 소은이 웃으며 박수를 쳤다.

 

 “오, 대박. 그럼 가볼까요? 먼저 타실래요?”

 

 소은의 불빛은 준성에게 향했다. 준성은 끄덕이고는 나룻배로 향했다. 걸음이 느릿하자 소은이 빨리 타라고 손을 내저었다.

 

 “빨리들 타세요. 이러다 빗줄기가 굵어지면 진짜 못 가요.”

 

 소은이 배 앞에서 둘을 재촉했다. 준성은 젊은 여자가 참 야무지다, 주눅 들지도 않는다, 라는 생각을 하며 배 위로 올라탔다. 얕게 고여 있던 빗물이 신발을 적셨다. 발목까지 냉기가 차올랐다. 준성은 오한과 함께 불쾌감이 치솟았다.

 

 “아씨, 차가워. 빗물 차올라요. 빨리 가요.”

 

 준성은 짜증스럽게 내뱉고는 노를 집었다.

 

 호열은 한숨을 크게 쉬고 올라탔다. 그는 방송가에서 나름 명성 있는 호열인데 왜 이렇게 가기 꺼려하는 것인지, 준성은 의아했다. 그렇게 싫으면 후배들에게 답사를 맡기면 되는 것 아닌가.

 목숨이 위태로워서? 그렇다면 위험을 감수하고도 가려는 이유는 무엇인지, 시간이 흐를수록 목적지가 더욱 궁금해졌다. 아마 이 호기심은 동굴을 지나야 풀리지 않을까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소은이 나룻배 위로 올라탔다. 타자마자 그녀는 바위에 묶여있던 밧줄을 풀었다.

 

 “일단 앞으로 좀 가볼게요. 동굴이 저 부근에 있는데 여기선 잘 안보이네요.”

 

 그녀는 불빛으로 바다를 휘휘 저었다. 준성은 감이 잡히지 않았지만 일단 노를 저었다.

 노를 생사의 끈처럼 부여잡고 바다로 나아갔다.

 

 소은은 쉬지 않고 손전등으로 길을 안내해주었다. 준성은 제법 숙련된 노질로 빛의 길을 잘 따라갔다.

 

 “운전 잘하시는데요?”

 

 “네, 뭐. 어릴 때 바다 근처에 살아서요. 노 좀 저어봤죠.”

 

 “저 쪽 절벽 보이시죠? 저 밑으로 가야돼요.”

 

 소은은 준성의 말을 흘리고 주변을 빠르게 둘러봤다. 그러다 갑자기 말투가 빨라진 게 약간 격앙된 모양이었다. 준성은 노질을 하면서 절벽 쪽을 바라봤다. 길이 없는 듯 보였다.

 

 “길이 있나요? 막혀 있는 것 같은데요.”

 

 “굉장히 작은 동굴이라 잘 안 보여요. 제 빛만 따라오세요.”

 

 빛만 따라오라는 말이 왠지 듬직하게 들렸다.

 준성 이 사람은 분명 크게 될 거라는 생각을 하며, 빛을 계속 따라갔다.

 동굴이 어두운 입을 벌리고 기다리고 있었다. 굉장히 작은 크기였다. 배 한 척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크기. 준성은 갑자기 두려움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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