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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벽속의 남자
작가 : 탁지원
작품등록일 : 2017.12.18

기술의 진보가 심화되면 그것은 마법과 같게 됩니다.
지금 인류는 인류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기술 혁명의 초입에 와 있습니다.
이제 AI는 여태까지 인류가 축적한 지식보다 몇십만년을 앞서 갈 것이고
생명공학과 나노공학은 인간의 생태적 특성을 근본적으로 바뀌어 놓을 것입니다.
이는 곧 기술을 선점한 인간들중에서 신이 출현한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인류의 출현 앞에 현생 호모 사피엔스들은 어떠한 선택의 여지가 있을까요.

이제 주인공은 신이 될지 인간으로 남을지에 관하여 자신이 운명을 선택해야만 합니다.

 
1.프롤로그
작성일 : 17-12-18 17:03     조회 : 271     추천 : 1     분량 : 7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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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한밤중에 불현듯 잠에서 깨어났다. 그리고 한참 동안 침대 모서리 끝에 멍하니 걸터 앉아 있었다.

 

 문득 시선을 돌려 나를 둘러싸고있는 공간을 둘러 보았다.

 

 내 방의 익숙한 벽들은 한치의 틈도 없이 견고하게 나의 시선을 가로 막고 있었다. 나는 그 너머를 볼 수 없고 그 단단함을 통과할 수도 없는 유기체 덩어리이다.

 갑자기 내가 이 네모난 공간의 벽안에 갇혀서 존재치도 않는 출구를 찾아 헤매는 제자리를 맴맴 돌고 있는 실험실의 한마리 생쥐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 갑자기 컥하고 숨이 막혀왔다. 심장이 다시 불안하게 뛰기 시작했다.

 

 만일 세상에 조물주가 있어서 지금의 나의 모습을 내려다 보고 있다면 얼마나 우스워 하며 킥킥대고 있을까. 있지도 않은 출구를 찾아 헤매는 내 꼴을 보고 말이다.

 

 그래. 얼마든지 비웃어도 좋다. 원래 신은 그렇게 하기 위해서 인간을 창조한 것이 아니던가.

 

 하지만 나는 조물주의 의도와는 다르게 진화해가고 있다. 그리고 언제가는 그의 자리를 위협할지도 모른다.

 

 내가 이런 생각을 갖게 된 것은 것은 처음 나의 능력을 각성했을 때 였다.

 

 세상에 존재할 수 없을 것으로 믿었던 공간으로 처음 들어간 순간을 잊을 수 없다. 그 안에서 매캐한 시멘트 냄새를 잔뜩 머금은 습기가 코 안으로 한꺼번에 확 밀려 들어왔다. 그바람에 하마터면 나는 정신을 잃을 뻔했다.

 

 그 안의 냄새는 너무도 강력하고 즉각적이여서 그 안에서 익숙해지기 전까지 한동안 현기증이 났다.

 

 나는 여기가 어디인지 한참을 두리번 거리며 헤매였다. 주위는 온통 어두웠고 손에는 아무것도 잡히는게 없었으니 말이다.

 

 불과 몇초가 지나지 않았는데도 그놈의 지독히도 시금털털하고 매캐한 시멘트 냄새 때문에 계속해서 머리가 깨질 듯 아파왔다.

 

 나는 다그치듯이 나한테 묻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거지? 다른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간거냔 말이야?

 

 그때 나를 쫒던 그들이 곧바로 교실문을 거칠게 부서질 듯이 걷어 차고 들이닥쳤다. 그리고 마치 전염병에 걸린 쥐라도 잡아 죽이려듯이 나를 찾아 이리저리 미친듯이 헤매고 있었다. 그것도 바로 내 눈앞에서.

 

 그들 바로 눈앞에 내가 있는데도 말이야. 도대체 왜지?

 

 그들 눈에는 내가 안보이는걸까? 내가 갑자기 투명인간이라도 된건가. 아니면 소원대로 내가 정말 하늘이나 땅으로 꺼져 버리기 라도 한걸까?

 

 난 내 오른손을 들어 천천히 눈 앞으로 가져가 봤다. 그것은 어둠속에서 희미하긴 하지만 분명히 그 윤곽이 보였다. 난 사라지거나 증발해버린게 아닌건 확실했어.

 

 그래…투명인간이라니…그런 말도 안되는….그럴리는 없어!

 

 그때까지도 난 나한테 무슨일이 벌어졌는지 알지 못했다.

 

 나는 그들이 들을까봐 숨소리조차 이를 악물고 삼킨채 내가 있는 곳이 어디인지 파악하려고 애썼다.

 

 그리고 문득 내가 이곳까지 쫓기다가 숨어든 이유를 떠올렸다.

 

 그것은 아마도 그녀를 바라보는나의 시선이 그들의 심기를 거슬렸기 때문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내가 이 지옥의 구덩이 같은 끔찍한 세상을 버티는 유일한 이유···한때 나는 그녀를 바라보다가 두눈이 뽑혀도 좋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그녀의 얼굴이라도 보기 위해 몸을 움직이려 해도 마치 무언가 뒤에서 나를 움켜 잡고 있는 것처럼 몸이 잘 말을 듣지 않았다.

 

 마치 가위에 눌린 것 같기고 했고 혹은 9호선 지하철에서 사람들 틈에 꼼짝없이 끼워져 있는 것 같기도 한 느낌이 들었다.

 

 대체 뭐지? 그 짧은 시간동안에 나한테 무슨 일이 있어난거야? 빙빙돌다 결국 난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왔다.

 

 불과 몇 분 전에는 나는 그들한테 정신없이 쫒기고 있었어. 쫓기는 이유는 단 하나야. 내가 그들의 세계에 서 먹이사슬의 하단에 위치한 초식동물 종류라는 것이지. 그리고 건방지게도 그들의 권위에 도전하는 듯한 행동을 했고 말이야. 정말이지 단지 그 이유 뿐이었어.

 

 처음에는 그저 지금 당장 그들을 피해야겠다는 생각뿐이였어. 잡히면 또 다시 주먹질을 견뎌낼 자신이 없었거든.

 

 방학중의 학교 별관은 학생들 출입금지 구역이었어. 하지만 쫓기는 나한테는 그런 걸 따질 여유가 없었지.

 

 허술하게 의자로 막아놓은 바리게이트를 건너 뛰어서 별관의 좁은 복도를 지나 이층으로 뛰어 올라가 사용하지 않는 텅빈 컴컴한 교실 안으로 숨었어. 그리고는 문 뒤의 벽에 기대어 그들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며 숨을 죽이고 있었지.

 

 그렇게 숨어 있었는데도 그들은 절대 포기하지 않고 그 곳 이층까지 하찮은 날 잡으러 왔어. 그들의 발자국 소리가 한걸음씩 가까이 다가올 때마다 병약하고 온전치 못한 내 심장의 좌우 이심방 이심실이 쿵쾅거리며 모두 다 폭발할 것만 같아 견딜 수 없었어.

 

 ‘이 세키들아. 제발…제발 좀 그냥 지나가라···’

 

 속으로 빌고 또 빌었지. 다리는 후들거렸고 속옷까지 땀으로 흠뻑 젖어 버렸어. 거기다 오른쪽 가슴마저 뻐근해져 오는게 당장이라도 발작을 일으킬 것만 같았어.

 

 난 급하게 주머니속의 약을 찾았지만 손도 제대로 움직이고 않았고 약도 마침 교실에 놓고 온 상태였어.

 

 마침내 그들이 내가 숨어 있는 교실의 앞문을 벌컥 열고 안으로 들어 섰을 때 바로 교실 뒤편에 비스듬이 열린 문의 뒤에 숨어 있던 나는 머리 속이 아득해지며 그대로 숨이 멎어 버렸어.

 

 나는 내 주위의 모든 사람들을 원망하기 시작했어. 왜 나를 이따위로 만들었냔 말이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초식동물류로 말이야. 난 신을 원망하고 아버지 어머니를 원망했어. 그리고 차라리 어머니 뱃속에서 탯줄을 씹어먹고 세상에 태어나지 말었으면 하고 생각했어.

 

 그리고는 평생 절대 하지도 않던 기도를 시작했지. 이대로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길 간절하게 말이야.

 

 ‘하느님. 아니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신이시여. 저를 저들의 눈으로부터 피해 땅밑으로 꺼지든지 하늘로 솟아버리든지 제발 사라지게 해주세요. 아니면 증기처럼 증발해버리기라도 하게 해주세요.’

 

 세상에 그렇게 간절한 기도는 죽음을 앞둔 암환자도 하지 못할 거야. 맞서 싸울 힘이 없는 불쌍한 초식동물은 그 짧은 시간에 교실 뒷문에 숨어 그렇게 기도를 하기 시작했어.

 

 바로 그 때였지. 등 뒤 목덜미에 한줄기 서늘한 바람이 관통한 것 같은 느낌이 든게. 그 느낌은 곧바로 척추를 통해서 내 뇌와 심장에까지 전해져 오는 것 같았어. 그러면서 내 안의 꽉 눌렸던 무언가가 갑자기 툭하고 풀려지는 느낌이 들었어. 마치 목에 묶였던 갑갑한 목줄이 끊어지듯 말이야.

 

 그래 맞어. 난 그 때 그 순간 때문에 지금 이 이야기를 하고 있는거야. 들어봐. 사실 난 이 이야기를 여태까지 아무한테도 한적이 없으니까.

 

 하지만 이젠 아무래도 상관없어. 시간도 많이 흘렀고 더구나 별로 유명하지도 않은 나를 당신들은 내가 누군지 알 수 없을 테니까.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의 말을 믿지 않겠지만 나는 그것도 상관 없어. 난 사람들한테 믿어지거나 인정받기 위해서 이 글을 쓰는게 아니니까.

 

 그저 나는 굉장히 중요한 순간의 기록을 남기고 싶을 뿐이야. 너와 당신의 인생에 굉장히 중요한 부분을 말이야. 비록 사람들이 모르고 있을지라도. 그런데 자꾸만 쓰다 보니 그녀 선영이 생각이 나서 자꾸만 그녀 이야기를 쓰고 싶어지고 있어. 난 여전히 정신 못차린 놈일지도 몰라.

 

 어쨌든 그 때 내가 느꼈던 느낌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고 있지. 절망적인 상태의 나는 그렇게 기도하면서 최대한 나의 몸을 벽쪽으로 밀착했어. 그러면서 내 몸안의 나를 묶고 있던 무언가가 툭툭 풀려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지.

 

 그리고 분명히 내 뒤에는 단단히 시멘트 벽이 있었는데도 나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설 수 있었어. 나는 처음에는 내가 마치 낭떠러지에서 헛발을 디딛는 것 같았어. 하지만 이내 그것과 다르다는 것을 느꼈지. 그것은 벽속에서 누군가 손을 뻗어 나를 끌어 당기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

 

 이어서 다른 쪽 발도 한걸음 뒤로 물러 섰어.

 몸이 출렁거리더니 물컹하면서 냉장고에가 막 꺼낸 차디찬 푸딩속에 손을 집어 넣은 것 같았어.

 

 그렇게 내 몸 전체가 천천히 벽속으로 빠져 들고 있었어. 처음에는 나의 오른쪽 발이 다음에는 가슴과 손이, 그리고 왼쪽발과 끝으로 나의 얼굴이…

 나의 몸 전체가 그렇게 벽속으로 파묻쳐 들어가듯이 쑥하고 빠져 들어가 버렸어.

 

 처음에 난 그저 벽속의 비밀의 문이 있어서 회전문이 도는 것처럼 그 문안으로 들어간 줄로만 알었어. 하지만 그게 아니였던 거야. 누가 학교 교실에 그런 걸 설치해 놓겠어?

 

 벽안에 서 있던 난 잠시 뒤 어렴풋이 알게 되었어. 내가 서있는 곳은 내가 알던 바깥 세상이 아니었어. 난 내 등뒤로 있던 딱딱한 시멘트 콘크리트 벽속으로 스르륵 하고 파묻혀 들어가버린 거였어.

 

 난 오래전에 추석 TV 프로그램에서 본 데이빗 커퍼필드의 매직쇼가 불현듯 떠올랐지. 만리장성의 벽을 통과하던 커퍼필드…그게 생구라가 아니였다니….

 

 이제 나는 그들과 벽을 사이에 두고 서로 다른 세계로 있게 되어 버린 거야. 나는 세상의 모든 것으로부터 완전히 단절되어서 저 딱딱하고 습기찬 벽 속안에 갇혀 버리게 말이지.

 

 아니지. 정확히 말하자면 갇힌게 아니라 내가 자발적으로 그 안으로 들어가게 된거야. 왜냐하면 그순간 나는 처절하게 절박하게 내 몸이 어딘가로 사라지길 기도했기 때문이지.

 

 내가 서 있는 벽 속 안은 깜깜했어. 단 한조각의 빛도 없어 처음에는 내 손조차 알아 볼 수가 없었지.

 한참을 있다보니 내눈이 서서히 어둠에 적응하기 시작하면서 손의 윤곽이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했어.

 

 이제 나는 서서히 손발을 움직여 보기로 했어. 그러자 마치 딱딱하게 굳기 시작한 치즈냄비에 빠진 생쥐처럼 아주 천천히 조금씩 손발을 저어가며 움직 일 수 있었어.

 

 처음에는 바깥 세상과 단절되버린 듯한 그 공간에 어렴풋이 그들의 목소리부터 들려오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그들의 목소리가 또렷이 들려오면서 그들의 윤곽까지 서서히 눈에 들어오게 되었어.

 

 그때까지도 내 심장은 심하게 요동치고 있었고 얇은 내 심장의 판막은 언제 터질지 몰라 조마조마한 심정이었어. 우선 난 내가 살아 있는 것부터 확인해야만 했고 그 다음에 내가 어디있는지 알아야만 했지. 그리고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하면 그들로부터 계속 도망갈 수 있는지 생각하기 시작했어.

 

 분명히 내 뒤로 서있던 단단하고 차가운 벽, 그리고 시큼한 시멘트 냄새, 자유롭지 못한 손발, 뺨을 타고 내리는 서늘한 냉기…무엇보다도 내 눈 앞에서 나를 찾지 못하고 미친듯이 울부짖는 사냥꾼 무리들…

 

 그제서야 나는 믿기 어려운 사실을 확신하기 시작했어. 나는 지금 벽속에 있다고.

 

 숨은 쉴 수 있냐구? 갑갑하지 않냐구? 밖은 잘 보이냐구? 어떻게 그렇게 들어갈 수 있었냐구? 다시 나올 수는 있냐구? 물리학의 법칙에 위배되지 않냐구?

 

 제발 하나씩 천천히 물어봐줘···내가 모든 걸 다 얘기해 줄 테니.

 

 사실 이 얘기는 누구한테도 하고 싶지 않았어. 왜냐구?

 사람들은 믿기도 힘들 뿐더러 별로 도움도 안될 것 같은 능력이라고 생각할테니 말이야.

 

 생각해봐. 기껏해야 겨우 벽속에 숨을 수 있는 허접한 초능력자 이야기잖아.

 

 벽속에 숨을 수 있는 능력이라니···.세상에 이런 개똥같이 우스꽝스런 초능력이 어디 있겠어. 당신이 과학자 따위가 아닌 이상에야 별 관심도 없을 걸.

 

 만일 신이 당신한테 세상에 수많은 초능력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이런 허접한 능력을 고르겠느냔 말이야.

 

 혹시나 면접에 가서 면접관한테 저는 벽속에 숨는 능력이 있어요 하면 합격시켜 줄 것 같냔 말이야. 아마도 이 놈 땡땡이 치기 쉬운 놈이니 하며 바로 탈락시켜 버릴 걸.

 

 게다가 세상에는 초능력의 종류가 많잖아. 마블의 영화에서처럼 몇 분앞의 미래를 내다보는 예지력이라든가 염력, 투시력, 순간이동···얼마나 많은지 영화나 소설로 만들어도 무궁무진해

 

 근데 고작 나를 괴롭히는 놈들을 피해 벽속에나 숨는 능력이라니. 이 따위 능력은 초능력이라고 부를 수도 없어. 그리고 한심해서 동정의 눈물이 흐를 지경이지.

 

 하지만 어쩔 수 없어. 이건 내 선택이 아니야.

 조물주가, 바로 저 빌어 처먹을 조물주가 나를 만들 때 나를 워낙 병신처럼 만들어놔서 하두 미안하고 불쌍한 나머지 휴일 종교활동하러 나온 이등병한테 초코파이 하나 던져주듯이 나한테 뭐 하나 그냥 툭 던져준 거라고 생각하면 돼.

 

 하지만 그래도 말이야. 젠장! 줄 것이면 제대로 줄 것이지 고작 이 따위 능력을 주다니···

 

 사실 난 말이야 엑스맨의 주인공 같은 것을 바랬어. 미스틱처럼 세상 모든 사람들로 자유자재로 변신하는 거지. 어때? 멋지잖어. 브래드 피트도 됐다가 김태희도 됐다가 하는거지.

 아니면 프로세서 X는 어때? 사람들을 읽고 맘대로 조정하는 거야. 서로 싸우게도 하고 사랑하게도 하고 말이지.

 

 하지만 불행히도 조물주한테는 치명적인 결벽증이 있어.

 한번 써먹은 것은 좀처럼 다시 써먹지 않는 자기표절에 대한 철저한 검열 의식이지. 그래서 나한테는 창조적으로 이 따위로 돼먹지도 않은 싸구려 초능력을 준게 분명해.

 

 아마도 좋은 것은 딴데다 다 쓰고 불쌍한 나한테 뭐라도 하나 줄라고 뒤져 보니까 주머니에 남은 게 이런 허접한 것밖에 없었나 봐. 자기딴에는 창의적이라고 낄낄거렸는지 몰라도 말이야.

 

 그나마도 내가 고등학교 때 이 능력을 알아챘으니 망정이지 이런 능력조차 없었던 그 이전에는 나의 삶이 얼마나 뻑뻑했을지 상상조차 불가할 거야. 하지만 중학교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 찌질한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어. 지금부터 할 이야기조차 힘에 부치기 때문이지.

 

 궁즉통이란 말이 있어. 고등학교 때 날 괴롭히던 담임이 한 말인데 말이야 없을 궁(窮), 곧 즉(則), 통할 통(通) 뭐 대충 이런 뜻인데 사람이 막다른 지경에 몰리면 뭔가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나 능력이 나온다는 말이야.

 난 돈만 밝히는 담임은 죽여버리고 싶었지만 그 놈이 한 이 말은 좋아했어. 사람이란게 말이야 정말이지 없으면 만들게 돼있고 죽을 정도로 급하면 뭔가 하게 되있는 거 같더라구.

 

 그들한테 몰려서 죽을 뻔하니까 이런 능력이 생겼고 아무것도 가진게 없이 쫓기는 신세가 되다보니 이런 능력이라도 있는게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래서 난 이 보잘 것 없는 능력을 잘 굴려서 최대한 이용하기로 했어. 마치 남들한테는 쓸모 없는 썩은 밧줄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난 이걸 여러가닥으로 뭉쳐서 튼튼한 동앗줄처럼 다시 잘 꽈서 저 달나라까지 이어줄 인생의 생명줄로 바꿀거야.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줄 구원의 생명줄 말이야.

 

 가능하겠냐구?

 이봐. 지금 그게 중요한게 아니잖아. 날 보라구. 난 지금 아무것도 가진게 없어.

 내가 나중에 얘기해 주겠지만 지금 나한테는 이게 가진거 전부라구. 그러니 가능하다 아니다가 중요한게 아니야. 없는 놈은 그냥 당장 가지고 있는 것만 가지고 하는거야.

 

 난 남들이 다른 이 능력을 이용해서 반드시 이 곳에서 탈출하고 말거야. 태어나서 이렇게 토끼처럼 평생 육식동물들한테 쫒겨다니다가 인생 종칠수는 없어. 한번은 나도 사자처럼 표효하고 나서 그렇게 죽을 거야.

 

 이제부터 내가 어떻게 변하는지 잘 지켜봐줘. 세상 끝까지 도망치다 사방이 막힌 방안에서 결국 갈데가 없어 벽속으로 숨어버린 처량한 놈이 어떻게 그 인생을 바꾸는지 지금부터 보여줄 테니까.

 

 그럼 잠시 뒤에 이 얘기를 계속 해줄게.

 

 
작가의 말
 

 밀린 숙제를 하는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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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속에새 17-12-18 17:12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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