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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블랙 앤 화이트
작가 : 잉준이
작품등록일 : 2017.12.8

실패의 늪에 빠진 남자와 자신만을 바라보는 사람이 필요했던 여자가 서로 만나 상처를 치유하고 꿈을 이루는 이야기

 
1.
작성일 : 17-12-08 16:01     조회 : 417     추천 : 0     분량 : 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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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만남

 

 '후우......'

 

  가슴 속에 쌓이고 쌓이던 답답함이 한숨이 되어 입 밖으로 새어 나왔다.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입김으로 변한 숨은 천천히 겨울 공기와 동화되어 간다. 약간의 온기를 가지고 있던 그것은 이내 마지막 남은 내 희망처럼 공중으로 흩어졌다.

 

  거리를 걸어가며 애꿏은 돌만 툭툭 차고 다녔다. 몇 분째 걷고 있는지는 기억에서 사라진지 오래였다. 그저 몸이 기억하는 대로 발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지금 내 머리는 그런 사소한 것까지 신경 쓸만큼 여유롭지 않았다. 내 머릿속은 온통 오늘 봤던 오디션에 쏠려 있었다.

 

 '죄송합니다. 저희 쪽 스타일이랑은 맞지 않는 것 같네요.'

 

  벌써 몇 번째 거절인지 모른다. 확실한 건 수 십번째라는거. 거절 패턴도 매번 똑같았다. 스타일이 맞지 않다, 저희가 원하는 조건에 적합하지 않는다. 등등. 그냥 단호하게 못 한다고 하면 내가 재능이 없는거구나. 하고 그만 둘텐데 이게 참...여지를 남기는 답만 하니 포기를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몰래 알바를 빼고 보러 간 것이었는데 결과는...역시나였다 ......가수는 무슨. 기껏 구한 밥줄마저 짤리게 생겼다.

 

 오랫동안 입은 패딩은 오리털이 너무 많이 빠져나가서 더 이상 추위를 막아주지 못했다. 살을 에는 듯한 추위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두 팔로 몸을 꽉 안은 채 웅크리는 것 뿐이었다. 더 이상 나에게 남은 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니 더 시려왔다.

 

 뭐든지 하면 할수록 익숙해지고 그것에 무뎌진다고는 하지만 실패만큼은 예외였다, 실패는 겪을 때마다 내 자신감을 깍아 갔고, 오늘 있었던 실패는 마지막 남아있던 것마저 앗아갔다. 어릴 때부터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 같은 말들을 하도 많이 들었던지라 이 때까지 포기 하지 않고 있긴 했지만 오늘로써 느꼈다. 난 더 이상 이 길 위를 걸을 힘이 남아있지 않다는 걸.

 

 꿈이란 건 있어도 힘들고 없어도 힘들다. 있을 때는 그걸 이루기 위해 노력을 하느라 힘들고, 꿈이 없다면 더 이상 뭘 위해 살아가지.라는 생각에 힘들다. 난 전자와 후자를 다 겪어봤따. 그리고 지금의 난...... 후자의 입장을 제대로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이 때까지 주위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음악에 내 모든 걸 걸었다. 학교도 자퇴하고 음악에 매달렸고, 음악 때문에 신경 쓰지 못했던 전 여자 친구는 '넌 절대로 여자 만나지 마.'라고 말한 뒤 날 떠났다. 그만큼 음악은 내 전부였다. 음악은 내 미래였고 과거였다.

 

 ......그런데 그게 사라졌다. 그 말은 즉, 내 과거가 사라졌고 미래가 없어졌으며, 희망이 사라졌다는 뜻이었다. 오바하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그냥......빈 껍데기만 남아 버린 느낌이었다.

 

 

 생각 없이 걸으니 발마저 생각 없이 움직였다. 분명 집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신 차리고 보니 어느샌가 모르는 길 위에 서 있었다. ......여긴 어디야? 주위를 둘러보니 통 모르는 건물들 뿐이었따. 예상보다 길을 많이 벗어난 듯 했다. 난 한 숨을 푹 쉬며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는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문명 쪽에선 확실히 요즘이 좋긴 하다. 길을 잃어도 핸드폰 하나면 쉽게 길을 찾을 수가 있으니까. 난 전원을 켜기 위해 버튼을 눌렀다.

 

  꾹.

 ......

 꾹.

 ......

 꾹.

 

 ......뭐야. 이거 왜 안 켜져?

 

 아무리 시도를 해봐도 반응을 하지 않는 핸드폰이었다. 배터리가 없는 건가? 아닌데. 오늘 하루 종일 핸드폰을 쓴적이 없는데. ...설마, 추워서 꺼진 건가. 요즘 인터넷에 보니까 추우면 꺼진다던데.

 

 "하아..."

 

 요즘 문명이 좋다는 건 취소다. 무슨 기계가 추워서 꺼져?

  답

 답한 마음에 머리를 마구 헝클었다. 아주 되는게 하나도 없는 날이다. 알바는 짤릴 판이지, 오디션은 떨어졌지. 꿈은 사라졌고 길마저 잃었다.

 

 ......심지어는 기계마저 날 농락하네.

 

 ...하...하하... 정말 헛 웃음만 나온다.

 

 -어릴 때 엄마가 말했지. 아들아, 아들아. 커서 뭐가 되고 싶니? 권력을 가진 대통령이 되고 싶니, 돈이 많은 대기업 사장이 되고 싶니. 고무 찰흙으로 마이크를 만들고 놀던 아들은 그렇게 말했네. 엄마, 나는 돈도 권력도 원하지 않아요. 전 노래를 부르는게 너무 좋아요. 내 목소리가 세상에 퍼져 나가는게 좋고 사람들이 내 노래를 들으며 행복해 하면 나도 행복해요. 난 가수가 될래요 엄마. 그 말을 들은 엄마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지. 그래, 아들아. 나는 네 꿈을 응원한단다. 나는 네가 훌륭한 가수가 될 거란 걸 믿어 의심치 않아.

 

 아들은 그 뒤로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네. 아들은 학교를 포기하고, 친구를 잃고, 여자친구초자 잃었지만 꿈만큼은 잃지 않았지. 그러나 세상은 아들이 생각하는 대로 쉽지 않았네. 아들과 같은 꿈을 가진 이들은 너무나도 많았고, 아들은 그 중 하나일 뿐이었지.

 

 계속되는 실패에 아들은 점점 꿈에 대한 자신감을 잃어갔다네. 원한다고 해서 그 길을 걸을 수는 없는 걸까. 바라는 것만 쫓아가 수는 없는 걸까. 그 날의 달은 유난히 밝았다네. 아들은 슬픈 눈으로 달을 바라보았지. 달아, 달아. 너는 어찌도 그리 빛나느냐. 나는 네가 정말 좋은데 어째서 너는 그 많은 빛 중에 자그마한 것 하나조차 내게 나눠주질 않니. 어제까지의 너는 나의 미래였다만, 지금의 나에겐 미련뿐일 과거로구나.

 

 달은 단지 소년의 볼에 흐르는 눈물만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라네.-

 

 터덜터덜 거리를 걸었다. 방향은 정해져 있지 않았다. 어차피 지구는 둥글잖아. 걷다보면 우리 집에 도착하겠지. 안되면 아침에 택시 잡아서 가면 되니까......택시비 마련할 방법은 생각해봐야겠지만.

 

 밤이 깊어서 그런지 거리에는 사람들이 없었다. 곳곳에 있는 가로등들은 노란색으로 빛나고 있었고, 가게들도 몇몇 술집을 제외하곤 문을 닫은 듯 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아는 가게라곤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어디 가서 목이라도 축이고 싶었는데 주머니에는 동전 몇 개를 제외하곤 먼지 밖에 없었다. 생각해보니 알바에서 도망치기 전에 오늘 일한 일당이라도 받았어야 했는데......내일 아침도 굶게 생겼다. 느낌 상으로는 딱히 우리 집 쪽 거리와는 별로 먼 것 같지도 않은데 문명이랄까. 문명이라 말하기엔 조금 그렇지만 뭔가 분위기라든지 그런 게 엄청 달랐다.

 

 우리 쪽이 조용하고 어두운 계열의 색이 많은 미술가들이 살 것 같은 거리라면 이 곳은 형형색색의 빛들이 어우러진 음악가들이 살고 있을 것만 같았다. 심지어 카페들도 전부 음악이 나오는 곳 들이었다. 레코드 판이나 기계로 트는 것이 아닌, 사람이 직접 부르는 노래들 말이다.

 

  그랬기에 길을 잃은 것 치고는 걸어다닐만 했다. 저번 카페에서 음악이 끊기려 할 때 쯤, 다른 곳에서 노래가 흘러나오고 그게 희미해지려고 하면 이쪽 카페에서 나오는 선율이 내 귀를 간질었다. 아까는 온통 오디션에만 정신이 팔려서 몰랐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거리는 온통 음악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마음 속 한 구석이 바늘로 콕 찔린 듯 따끔했다.

 

 예전 같았으면, 아니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이런 곳에 왔으면 돈이 없어도 이 곳, 저 곳 들어가서 '이 음악은 이렇네요, 저 노래는 저렇네요.'하고 떠들고 다녔을 텐데......지금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물론 몇 년 동안이나 하고 좋아했던 건데 듣기 싫은 건 아니었다. 단지 노래라는 꿈을 포기하고서 이 것에 무의식적으로 코드를 따려하고, 머릿속으로 악보를 그리는 내가 너무 답답했다.

 

 한때 내 꿈도 사람들이 많은 카페에서 저렇게 노래를 부르고 박수를 받는 것이었는데, 보고 있자니 부럽기만 했다.

 

 그래서 노래 소리가 들릴수록 걸음을 빨리하려 했다. 그러나 생각과 마음은 일치 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내 발은 조금이라도 이 분위기를 느끼려 느려진다. 입은 저절로 선율을 따라 움직이고 손가락도 리듬을 타며 까닥거렸다. 비록 꿈으로선 포기했다지만, 몇 년 동안 지속된 습관은 버릴 수가 없는 모양이었다. 비참함은 들지만 어쩔 수 없는 반응이었다.

 

 그렇게 알 수 없는 불가항력에 이끌려 거리를 걸어다녔다. 노래마다 저절로 반응을 하며.

 

  여긴 재즈풍의 누구의 음악, 여기는 r&b쪽의 정통 발라다, 이 곳은 힙합을 가미한 랩 발라드 등등. 다들 카페에서 일 할 정도의 실력이다 보니 듣기 좋기는 했다. 단지......건방지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귀에 딱 꽂힐만한 노래는 없었다. 넌 오디션 하나조차 못 붙은 주제에 남의 노래를 평가하냐고 말 할 수도 있겠지만 객관적으로 말해서 다 들어본 노래들 아니면 자작곡이라 해도 평범한 코드 전개에 다음 코드를 예상할 수 있었다. 실제로도 그대로 코드를 이어나갔고.

 

 그냥 그렇게 생각나는 대로 흥얼거리며 한 재즈 카페를 지나치고 나서 다음 노래가 들려오려던 찰나, 난 그 자리에서 걸음을 뚝 멈춰버릴 수 밖에 없었다. 흥얼거리던 입은 다물어졌고, 리듬을 타던 손가락마저 그 움직임을 멈췄다.

 

 "......"

 

 

  너무나도 아름다운 선율이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다 들어본 노래, 뻔한 코드 전개들만 있다고 말했다면 이건......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노래였다. 미성이라 하기엔, 그렇다고 저음이라 하기에도 뭔가 중간쯤인 듯한 목소리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었다. 그 매력적인 목소리로 잔잔한 노래를 부르고 있었는데 뭐랄까......눈 오는 날 침대에 누워서 따뜻한 이불을 덮고 있는 듯한 포금함이 느껴졌다. 잔잔하다고 해서 질리는 것도 아니었다. 생각지도 못한 코드들의 조합이 자꾸만노래를 듣고 싶게 만들었다.

 

 멈춰있던 발걸음이 다시 움직였다. 한 발짝. 한 발짝. 거리 위를 걸을수록 노래 소리는 점점 커져만 갔다. 그에 따라 몸도 노래에 맞춰 리듬을 타려 꿈틀거렸다. 내 발걸음은 나도 모르게 빨라지고 있었다.

 

 카페와 카페 사이의 거리는 별로 멀지 않았기에 조금만 걷자 음악이 나오는 가게 앞에 다다랐다. 노래는 이제 가사 하나하나가 들릴만큼 귀에 들어왔고, 카페 이름도 보였다. 간판은 노란 형광색의 배경에 코발트 블루색의 글자가 적혀 있었는데 그 곳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하루의 끝.'

 별다른 문구는 적혀 있지 않았다. 그림도 없고 딱 그 네 글자만 네온 사인으로 빛나는 중이었다. 하루의 끝...... 딱 잔잔한 노래와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돈이 없다는 사실은 까먹은지 오래였다. 나는 그저 뭔가에 홀린 듯 문을 열고 가게안으로 들어갔다.

 
작가의 말
 

 중간에 나오는 노랫말은 뭔가 뮤지컬적으로 꾸며보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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