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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미소에 홀리다
작가 : 쪽달
작품등록일 : 2016.8.21

누구든 홀릴 수 있는 그 남자가 홀린 단 한 명의 여자.

서울남부지검 배속 3개월차 평검사 고미소,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그녀의 앞에 나타난 정체불명의 남자!

"너가 어떻게 여기에!"
"수석검사 전도솔입니다. 잘 해봅시다, 고미소 검사."

두 사람의 질기고 질긴 인연이 다시 시작된다!

 
1장 찾았다 (1)
작성일 : 16-08-22 00:33     조회 : 658     추천 : 0     분량 : 55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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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새벽녘의 인적 드문 골목길에는 막 동이 트고 있었다.

 

 짹짹짹…

 

 새벽일을 나가는 사람들과 취객 외에는 사람을 볼 수 없는 이른 시간. 간간히 들리는 새 지저귐을 배경 삼아 분홍색 체육복 차림의 여자가 꾸물꾸물 전봇대를 기어오르고 있었다.

 

 모자에 마스크, 인부용 장갑과 고정용 벨트를 찬 모습은 단단히 준비를 한 것 같았다. 한편 등에는 가죽으로 된 여성용 정장 백팩을 매고 있어 언밸런스한 인상을 주었다.

 

 검은 가방에는 검은색 고양이 펜던트가 달랑거렸다.

 

 “하아, 하아.”

 

 땀에 달라붙은 앞머리를 쓸어 넘길 짬도 없이 여자는 계속해서 철심을 붙잡으며 힘겹게 위로 올랐다. 누가 봐도 수상쩍은 광경이었다.

 

 “아, 진짜. 고미소, 멀쩡한 밥 먹고 왜 이 고생을 하니.”

 

 모자 아래로 송골송골 땀이 맺힌 채 미소는 마스크 아래로 숨을 토했다.

 

 덥석,

 

 전봇대를 얼마간 오른 후, 미소는 슬쩍 아래를 내려 보고 다시 위를 올려보았다. 올라온 지점에 비해 아직 올라갈 지점이 한참이나 남아 있었다.

 

 “왜 이렇게 높은 거야. 죽겄다.”

 

 미소는 인상을 찌푸리며 투덜거리고는 낑낑거리며 다음 철근을 붙잡았다.

 

 푹푹 숨을 내몰아쉬며 얼마간 더 전봇대를 오른 후, 미소는 멈춰 서서 위를 올려보았다. 머리 바로 위로 고개가 긴 감시카메라가 잠잠히 골목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가 아침부터 수상쩍은 행동을 불사하게 한 오늘의 목표물이었다.

 

 “안녕, 귀요미.”

 

 미소는 모자 아래로 감시카메라를 올려보며 씨익 웃어보였다.

 

 그녀는 감시카메라 옆쪽으로 한 칸 더 올라가 전봇대와 몸을 엮은 벨트를 단단히 조이고, 발에 힘을 주어 고정했다.

 

 미소는 잠시 골목을 돌아보았다. 누가 보면 큰일이 나는 것이다.

 

 다행히도 골목길에는 이제 막 깨어난 새소리만 조금 날뿐 사람 한 명 나타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미소는 안도의 숨을 쉬고는 조심스레 주머니 속에서 드라이버를 꺼냈다.

 

 “언니가 쪼끔만 보고 돌려놓을게.”

 

 미소는 나직하게 말하고는 숙달된 동작으로 거침없이 CCTV의 나사를 풀기 시작했다.

 

 덜컥덜컥,

 

 나사를 몇 개 풀어내자 CCTV 뒷면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쯤에 있을 텐데.”

 

 그녀는 장갑을 벗은 후 가늘게 눈을 뜨고 메모리칩을 찾아 더듬거렸다.

 

 이윽고 손끝에 얇은 칩이 만져졌다. 뒷면을 꼭 누르자 초인종소리에 나온 종업원처럼 칩이 살며시 빠져 나왔다.

 

 “유레카.”

 

 미소는 환하게 웃으며 칩을 빼들어 주머니에 단단히 챙겨 넣었다.

 

 “좋아, 이걸로 이 골목 일대의 감시카메라 칩은 모두 수거했다!”

 

 미소는 흥을 내며 전봇대를 조심스레 내려왔다.

 

 “거기, 뭐요!”

 

 그녀가 반쯤 전봇대를 내려올 무렵, 걸걸한 목소리가 귀에 꽂혔다.

 

 “헉.”

 

 미소는 조심스럽게 뒤를 돌아보았다. 남색의 경비복을 입은 노인이 기가 찬 듯이 그녀를 보고 있었다.

 

 망했다.

 

 미소의 머릿속에 세 글자가 선명하게 떠올랐다.

 

 “얼른 내려오지 못해! 젊은 사람이 할 일이 없어서 꼭두새벽부터 전봇대에서 뭔 짓거리야!”

 

 노인이 역정을 내며 점차 다가오고 있었다. 꼬장꼬장한 얼굴이, 이대로 붙잡으면 무슨 일이 있어도 경찰서로 끌고 갈 것 같은 기세였다.

 

 “그래, 고미소 팔자가 사납지.”

 

 투둑!

 

 미소는 얼른 버클을 풀었다. 그리고 그녀는 전봇대의 철근을 디딘 발에 힘을 주고는, 그대로 몸을 튕겼다.

 

 휙!

 

 분홍색 체육복의 날씬한 몸이 허공에서 한 바퀴 맴을 그리고는, 바닥에 착지했다. 경비원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입을 떡 벌린 채 멈춰서 있었다.

 

 본래부터 고요한 골목에 더한 정적이 일었다.

 

 “그럼, 수고하세요!”

 

 “거, 거기!”

 

 미소가 후다닥 내달리기 시작하자, 경비원은 그때서야 정신을 차리고 팔을 뻗어보았다.

 

 그러나 분홍색 체육복을 입은 뒷모습은 골목 밖으로 사라진 지 오래였다.

 

 “허어, 저… 다리 한 번 엄청 빠르네. 20년 경비하면서 별놈의 일을.”

 

 혀를 차던 경비원의 시야에 무언가 들어왔다.

 

 “아까 그 아가씨건가?”

 

 경비는 펜던트를 들고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검고 반들반들한 고양이 모양의 펜던트였다.

 

 그때 그의 뒤로 그림자가 생겼다. 경비원이 움찔 놀라 돌아본 자리에는 트렌치코트 차림의 멀끔하게 생긴 남자가 서 있었다.

 

 남자에게서는 기묘한 분위기가 풍겼다.

 

 “그거 이리 넘겨.”

 

 “댁은 뉘요?”

 

 아무런 기척도 없이 갑자기 나타난 남자. 나이 든 경비의 눈에 대번에 경계와 의심이 드러났다.

 

 딱!

 

 트렌치코트 남자가 무심하게 손가락을 튕겼다. 그와 동시에 경비의 눈동자에서 초점이 사라졌다.

 

 남자가 경비를 향해 손을 뻗자, 나이 든 경비는 순순히 손에 든 펜던트를 넘겼다.

 

 “가봐.”

 

 남자가 길게 뻗은 검지를 들어 허공에서 맴을 그렸다. 경비는 넋이 나간 얼굴로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뒤돌아 걷기 시작했다.

 

 터벅, 터벅,

 

 골목길 너머로 사라지는 경비를 등진 채 남자는 손 안의 물건에 시선을 주었다. 낡은 가죽 끈이 달린 검은색 고양이 펜던트가 손 안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남자의 입술에 미소가 깃들었다.

 

 “찾았다.”

 

 

 

 ***

 

 

 

 “저놈이 지 마누라를 때리는 걸 내 눈 시퍼렇게 뜨고 봤습니다. 말리려고 했을 땐 이미….”

 

 침묵이 흐르는 법정. 머리가 벗겨지기 시작한 중년의 남성이 증언을 하고 있었다.

 

 피고인석에서는 푸른색의 죄수복을 입은 남자가 앉아 떨고 있었다. 변호인조차도 불편한 표정으로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못 하고 있었다.

 

 만취 상태에서 아내를 폭행한 죄로 기소된 중년 남자.

 

 피해자인 남자의 아내는 폭행으로 의식을 잃은 상태였고, 당시 함께 술자리를 가졌던 목격자들이 모두 그를 범인으로 지목한 상태였다.

 

 게다가 이미 음주상태에서 폭력전과 2범의 이력이 있었다. 그의 범행이 유력해 보이는 상황이었다.

 

 “피고인,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까?”

 

 “이의 있습니다!”

 

 그 순간, 숙연한 법정의 공기를 가르고 낭랑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법정 내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목소리가 나온 측을 향했다. 이윽고 재판장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안경을 고쳐 썼다.

 

 이의를 제기하고 나선 것은 변호인 측이 아니었다. 검은 법복을 입은 검사가 벌떡 일어나 있던 것이다.

 

 “이봐, 고 검사. 뭐하는 거야?”

 

 감독을 나온 수석검사가 어이가 없이 물었다. 하지만 그녀는 선배검사의 눈초리에도 물러서지 않았다.

 

 “검사측, 할 말이 있습니까?”

 

 “예.”

 

 짧은 머리칼을 뒤로 질끈 묶은 젊은 여자 검사가 앞으로 나섰다.

 

 그녀는 굳은 얼굴로 참여 사무관 쪽으로 투명한 비닐봉지에 담긴 물건을 내밀었다.

 

 “검사측에서는 이 USB에 담긴 영상을 증거물로 제출합니다.”

 

 피고와 변호인 모두 당황한 표정이었다.

 

 이미 유죄가 증명된 마당에 무얼 또 증거물로 제출한단 말인가?

 

 “사전에 신고하지 않은 증거물이군요.”

 

 판사는 다분히 못마땅한 어투로 대답했다.

 

 “꼭 필요한 겁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이 USB에 진실이 들어 있습니다! 이건 피고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증거물입니다!”

 

 여검사는 절박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의를 제기할까말까 망설이던 변호인 측은 피고를 위한 것이라는 말에 얼떨떨하게 보았다.

 

 ‘고미소 검사라고 했던가.’

 

 흰 색의 앳된 느낌을 풍기는 동그스름한 얼굴. 반짝거리는 눈빛을 지닌, 얼마 전 막 남부지검 평검사가 된 신입으로 알고 있었다.

 

 잠시 고민에 빠졌던 판사가 작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증거물로 채택하죠. 영상 준비해주십시오.”

 

 달칵,

 

 이윽고 대형스크린화면에 어둑한 골목길이 나타났다.

 

 “이 화면은 피고의 집 앞 전봇대에 설치된 감시카메라에 찍힌 영상입니다. 영상을 빨리 감아 주시겠습니까?”

 

 미소의 요청에 따라 참여사무관이 영상을 빠르게 감았다. 감시카메라 영상 구석에 있는 시간이 빠르게 돌아갔다.

 

 10시 40분, 11시, 11시 30분경에 화면 속에서 희끄무레 사람 그림자가 나타났다.

 

 “정지!”

 

 탁,

 

 깡마른 체구에 후줄근한 점퍼를 입은 남자가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있었다. 어딘지 낯이 익은 모습이었다.

 

 판사진과 검사측, 피고인과 변호인 측 얼굴에 긴가민가한 표정이 떠올랐다.

 

 “화면을 확대해주십시오.”

 

 달칵, 달칵,

 

 몇 배로 확대된 화면 속에서 드러난 남자의 얼굴은 피고인이었다.

 

 “보시다시피.”

 

 미소가 레이저포인터를 받아 시간을 가리켰다.

 

 “감시카메라 영상 속에는 오후 11시 31분. 증인은 사건 당일 2월 27일 10시 40분부터 11시 37분까지 폭행이 이어졌다고 했습니다. 채 6분도 되지 않는 시간이죠. 그 짧은 시간에 피고가 갑자기 CCTV에 나타났다가 돌아가서 피해자에게 전치 8주에 이르는 상해치사를 입혔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 군요.”

 

 갑자기 전환되는 사태에 검사측이나 변호인, 피고 본인조차도 이해할 수 없었다.

 

 “허어.”

 

 “뭐야, 그럼 증인이 거짓말을 한 거야?”

 

 “왜?”

 

 웅성웅성,

 

 방청석에서도 미소가 가져온 증거물을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또각, 또각,

 

 미소는 화면 앞을 떠나 박순태 앞에 우뚝 섰다. 박순태가 움찔 놀라 미소를 쳐다보았다.

 

 “증인, 어째서 위증을 한 거죠?”

 

 미소가 냉랭하게 말했다. 박순태는 우물쭈물 미소의 눈길을 피하며 어물어물거렸다.

 

 “아니, 아니, 그게, 봐, 봤는데… 이상하네.”

 

 미소의 눈썹머리가 일그러졌다.

 

 “증인!”

 

 쾅!

 

 미소가 버럭 소리치며 증인석 책상을 손바닥으로 내려쳤다. 박순태가 화들짝 놀라 몸을 사렸다.

 

 “예, 예에?”

 

 “증인은 위증을 해 이 법정을 모독했습니다. 왜 친구에게 누명을 씌운 겁니까? 아내와 함께 새로운 삶을 찾으려는 친구를 왜 죄인으로 몰아세운 겁니까! 부끄럽지도 않습니까!”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법정을 메웠다. 박순태는 아무 말도 잇지 못하고 얼어붙어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가 잦아들자 법정에 긴장어린 정적이 흘렀다.

 

 “그러므로, 검사측은 피고 김평두에 대한 기소를 취하하고 증인 박순태에 대해 영장을 신청하는 바입니다. 이상입니다.”

 

 법정에 자리한 모두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미소를 보았다.

 

 유죄선고를 눈앞에 두고 있었는데, 갑자기 판결을 뒤집을 만한 증거가 나왔다.

 

 변호인도 아닌 검사 측의 손에 의해서!

 

 몸소 피고의 무혐의를, 그것도 최종 선고공판에서 밝히는 검사라니?

 

 사상초유의 사태였다.

 

 “이래도 되는 건가?”

 

 방청석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들어와 있던 기자들은 특종을 예감하고 손놀림이 바빠졌다. 술렁거리는 법정의 분위기는 이미 진정시키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배석판사들 또한 당혹을 감추지 못하고 단독판사를 건너보았다.

 

 “하….”

 

 판사는 안경을 벗으며 나직하게 한숨을 쉬었다.

 

 “재판을 연기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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