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소녀
어느 깊고 깊은 산골 농가에 농부 부부가 살고 있으며, 그 가정에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18 세의 딸이 하나 있다.
요즈음 그 딸이 고등학교 3 학년 때에 육상 훈련 중, 다리에 부상을 입어 아직도 재활운동을 하고 있다. 그렇게 좋아하던 육상 운동도 하지 못하여 좌절감에 빠져있고, 대학에 진학할 꿈도 꾸지 못하여 허탈감에 빠져있다.
그 딸은 집안 일도 못하고 할 일 없이, 낮에는 집 뜰에서 뭉개 구름이 여기 저기 떠다니는 파란 하늘만 멍하니 쳐다 보고, 밤에는 밖에 나가 저녁 늦게까지 별만 바라보고 있다 집에 돌아와, 다음날 해가 중천에 떠 있어도 잠만 계속 자고 있다.
하루는 그 딸에게 “어무이가 일하고 있는 바테 일 쪼매 도와주면 어떠켓노?” 하니 딸이 흔쾌히 “야! 그라지야” 하고는 오후가 되어도 밖에서 들어오지 않는다. 저녁이 되어 온통 흙 투성이가 되어 돌아온다.
왜 밭에서 일은 안하고 어데 쏘다니다 왔느냐고 어머니가 야단치니, 그 아이 하는 말이 산이 좋고 들이 좋아 이 산 저 산으로 신나게 뛰어 다니다 왔다고 한다. 배 고프다 하며 밥 달라하여, 한 상 차려주니 게걸스럽게 먹고는 바로 그 자리에 누어 쿨쿨 자고 있는 것이 아닌가……농부 부부는 이 아이가 요즘 조금 이상하다고 서로 바라 보며 중얼거린다.
다음날 농부 부부가 새벽 밭일 하고 돌아와 아이 방으로 간다. 아직도 아이가 자고 있어 깨운다. 일어나자 마자 “아! 배 고프다“ 하여, 어머니가 밥을 주며 오늘은 밭일을 하라고 하자 “야! 그라지야” 라고 대답한다. 어머니는 저기에 있는 고구마 줄기를 심어보라고 한다.
그런데 저녁이 되어도 안 들어와 밭일은 다 했나 하고 밭에 가본다. “애고!” 엉뚱하게도 우리 밭에 심은 것이 아니라 옆에 있는 이웃집 밭에 심어놓았지 뭡니까…… 하도 기가 막혀”.끌 끌 끌” 혀만 차고 말았다.
저녁이 다 되어 들어오는 아이를 보고 “가시나야! 우리 바테 심으라 했더니, 남의 바테 심어서 우짤꼬?” 어머니가 짜증을 낸다.
“그라케 됬노? 난 우리 바틴 줄 알았지예…… 쪼매 이따가 우리 바테 옮겨 심을 끼라. 그라문 되노? 어무이야?” 라고 천진난만하게 말하고는 밭에 가려 하지 않는가……
“얼라야! 캄캄해서 되노?…” 어머니는 안쓰러운 듯이 내일 아침 일찍 하라고 한다.
저녁 밥을 게눈 감추듯 먹어 치우고, 방에 들어가 코를 골며 자고 있는 그 소녀의 모습을 보고, 어머니는 ”애고! 누가 지얘비 얼라 아니라카나?...... 장대같이 키만 큰 가시나가 코를 저렇게 골며 자니 누가 데려갈꼬?” 한 숨을 쉬며 말한다.
어머니가 다음날 새벽이 되어 아이 방에 가보니 벌써 나가고 없어, “또 우델 갔노?” “밥은 묵었나?” 하고 밭에 나가 보아도 없다. 하염없이 기다리자 해가 밝아 온다. 저쪽 산에서 뛰어 내려오고 있는 아이가 보인다 어머니는 “새벽부터 일하라고 했더니 머스마 같이 우델 그렇게 뛰어 댕기고 있노?” 라고 역정을 낸다.
그녀는 새벽에 밖에 나가보니 별들이 너무 아름다워 산으로 들로 별들을 따라 다니다, 동이 터서 별들이 보이지 않아 집에 오고 있다고 너스레를 떤다. “그럼 정지에 가서 밥 퍼뜩 처묵고 고구마 줄기 옮겨 심기라” 하니 “야 어무이야” 어린아이처럼 대답은 잘도 한다. 부엌에 가서 밥을 한 사발 게걸스럽게 먹더니, 밭에 나가서 한 나절이 되어도 들어오지 않아 어머니는 걱정하며 밭에 가본다.
“오매! 이게 우얀 일인고?” 우리 밭에 고구마뿐 아니라 고추, 가지 등 다른 작물들도 심어져 있지 않은가? “문등이 가사나야! 우찌됬노? 저 것들은 몽땅 우데서 가져다 심었노?“ 짜증스럽게 말하니 저 쪽 밭에 있는 것 모두 옮겨 심었다고 한다. ”애고! 큰일 나뿌렸네…….옆집 바테 심어 놓은 걸 다 뽑아 오면 우짜노?” 어머니가 걱정하며 말한다. “그럼 또 옮겨 심으면 되겠지예.” 하고는 밭으로 나가는 것이 아닌가…….
어머니가 “이 떙볓에 누가 바테 가서 일하노?” 하니 “마 이 정도는 괘얀타” 하며 밭으로 나간다. “얼라가 본시 단순하긴 하지만 점점 더 이상해 지네” 라고 중얼거리나 말리지는 않는다.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에야 밭에서 돌아와, “애고! 덥구나 더워, 배 고푸다” 하여 밥을 차려 준다. 언제 먹었나 할 정도로 급히 먹고는, “저 산에 가서 별들하고 얘기하며 노닐다 올란다” 하고 급히 나가버린다.
미연이가 들을 건너 산으로 가니 별들이 반짝이며 반긴다….”별들아! 오늘은 더욱 더 밝고 아름답구나…..뭐가 있노?” 하고 물으니 별들이 오늘은 우리 언니 별이 시집가는 날이라 우리가 더 밝고 영롱하게 길을 비추고 있다고 속삭인다.
“오! 그래 너희 별들도 사람처럼 시집가고 장가도 가노? 정말 조켓구나야” 라고 별에게 묻는다. “우리 별들은 사람들처럼 이사 가는 것은 아니고, 그 자리에 있으면서도 서로의 마음으로 사귀어 친구가 되고 부부가 되기도 하지요” 라고 별들이 한 목소리로 말 한다. “자 그럼 별들아 안녕! 즐거운 밤 보내기라.” 그녀는 밤 늦도록 이 산 저 산을 넘으며 많은 별들과 얘기를 나눈다. 소녀는 언젠가 저 별나라에 가보겠다는 꿈을 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