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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그 이름을 부르면
작가 : 라온마루
작품등록일 : 2017.11.29

나만 보면 미인계를 쓰며 접근하는 남자의 정체가 수상하다??
기억을 잃은 연인을 미인계로 유혹하는 남자와 고강도 철벽을 치는 여자의 이야기.

[동서양 퓨전 로판/ 차원이동/ 기억잃은 여주/ 용병왕남주/ 일편단심 남주/ 괴력여주/ 미남남주/전개느림주의]

 
요괴마을의 무명씨
작성일 : 17-11-29 20:18     조회 : 380     추천 : 0     분량 : 7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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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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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남자는 품에 안겨있는 연인의 얼굴을 하염없이 쓰다듬었다. 그러나 여인은 아무 미동도 없이 평화로운 표정으로 눈을 감고 있을 뿐이었다.

 

 "유하.. 제발 눈을 떠줘"

 

 애절한 남자의 애원에도 여인은 감은 눈을 뜨지 않았고, 결국 남자의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져 여인의 볼을 적셨다.

 

 "나는 네가 없으면 살 수가 없어…. 제발 날 떠나지 마 유하.."

 

 누가 보아도 애처로워 보일 연인의 곁에 말없이 서 있던 한 남자가 감정이 없는 목소리로 말을 했다.

 

 "유하의 육체를 이리 넘기거라. 그 육체에 담긴 영혼은 이미 명계로 넘어갔으니 빈껍데기나 다름없다. 빈껍데기나 끌어안고 있을 바엔 차라리 새로 태어날 그녀의 영혼을 기다리는 것이 더 현명하지 않겠느냐. 오랜 삶을 사는 그대에겐 그 기다림의 시간이 찰나와 다름없지 않은가."

 

 

 ***

 

 "하…."

 

 무명은 얼굴로 쏟아져 내리는 햇살에 잠에서 깼다. 그녀는 손등으로 얼굴에 가득한 눈물을 닦아냈다.

 매일 매일 꾸지만 일어나면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꿈에 울면서 눈을 뜨는 것도 어느새 99년이나 이어지고 있었다.

 

 얼마나 슬픈 꿈이기에 이렇게 자고 일어날 때마다 눈물바다인지….

 몇십 년 간은 그 꿈이 너무나 궁금했지만 99년 동안 단 한 번도 기억이 나질 않으니 이도 어느새 익숙해져 그저 눈물만 닦고 말 뿐이었다.

 

 "읏챠"

 

 무명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침대에서 일어나 욕실로 향했다.

 99년 동안 살아온 집에 벼락이 내리쳐 보수 공사를 하느라 호텔에 머문 지도 벌써 열흘째.

 어젯밤에 공사가 끝났다는 연락을 받았다.

 

 자신만 믿으라며 가슴을 탕탕 치던 도깨비 장이 집을 얼마나 잘 고쳐놨을지 내심 기대가 되는 무명이었다.

 열흘간 인간계에서 요괴들에게 내다 팔려고 사들여둔 물건들과 공사를 하느라 고생했을 도깨비들에게 줄 선물을 도깨비 주머니에 넣고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명계와 인간계의 경계에는 요괴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 있다.

 무명의 집은 도깨비들의 영역과 구미호들의 영역에 맞물려 있는 곳에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그녀의 집 앞문을 열면 인간계로 나갈 수 있고, 뒷문을 열면 요괴 마을로 나갈 수 있었다.

 

 열흘 전, 창희라는 이름을 가진 구미호의 555살 생일잔치에 초대되어 신나게 놀고 돌아오는 길에 갑작스레 내리친 벼락이 무명의 집 지붕 위로 꽂혔다.

 지붕이 박살 나고 벽에 금이 쩍쩍 가는 광경을 실시간으로 지켜봤을 때의 기분이란….

 무명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인간계 쪽의 문을 열었다.

 

 "어머!"

 

 집 안으로 들어온 무명은 눈에 들어오는 광경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크게 뻥 뚫린 지붕과 금이 간 벽의 보수만 해줬을 줄 알았건만, 내부까지 싹 리모델링 되어있었다.

 

 "에헴"

 

 넋을 놓고 집 안을 둘러보는 무명의 곁에서 도깨비들의 수장인 태후가 헛기침으로 무명의 시선을 끌었다.

 새빨간 머리를 어깨까지 기른 장신의 미남자, 아니 미남 도깨비 태후는 양손을 허리춤에 짚고는 가슴을 쫙 펴고 서 있었고, 그의 주변엔 아기 도깨비들이 태후의 행동을 똑같이 따라 하고 있었다.

 

 "어머 어머!"

 

 무명은 자기도 모르게 태후의 팔을 찰싹찰싹 때리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이 몸이 지난번에 잡지에서 본 대로 집을 고쳐 보았도다!"

 "고쳐 보았도다!"

 "고쳐 보았도다!"

 "도다! 도다!"

 

 나 잘났다는 체를 하는 태후와 그의 말을 따라 하는 아기 도깨비들을 보는 무명의 입가에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태후의 곁에 있는 아기 도깨비 중 가장 작은 녀석은 30년 전에 무명의 집에 있던 소쿠리에서 태어났다.

 원래는 성인이 되면 스스로 자신의 이름을 짓는 다른 도깨비들과 달리 무명에게 이름을 지어 달라고 조르는 탓에 도깨비장 태후의 허락하에 무명은 소쿠리에서 태어난 도깨비에게 '쿠리'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다른 아기 도깨비들보다 까마득하게 어린 쿠리는 작은 혓바닥으로 힘들게 태후의 말을 따라 했고, 무명은 그런 쿠리를 제 자식 보는 어미처럼 흐뭇하게 바라봤다.

 

 인간계로 넘어가 요괴들이 좋아할 만한 물건들을 구입해서 요괴들에게 금이나 보석 같은 것을 받고 파는 일을 하는 무명에게 태후는 초우량고객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삶에 호기심이 많은 태후는 특히나 잡지를 많이 사 갔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잡지는 여성지였는데 어느 날 셀프 인테리어에 대한 내용을 접한 태후가 인테리어에 관련된 책들을 요청한 적이 있어서 구해다 준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게 이렇게 좋은 일로 되돌아올 줄이야.

 

 '잘 키운 도깨비 하나가 열 봉황 안 부럽다더니!'

 

 무명은 이전에 도깨비들에게 선물로 받은 도깨비 주머니를 열어 열흘 동안 인간계에서 사 온 물건들을 잔뜩 꺼냈다.

 태후와 함께 공사를 도와준 도깨비들에게 줄 메밀묵과 온갖 종류의 잡지, 그리고 아기 도깨비들을 위한 장난감이 그들의 앞에 산처럼 쌓였다.

 

 "와~ 인간 물건!"

 "인간 물건! 인간 물건!"

 "장난감이다아~"

 "차요버쑤 차요버쑤"

 

 장난감을 보고 신이 난 아기 도깨비들 때문에 무명의 집은 순식간에 도깨비 시장을 방불케 했다.

 자기 마음에 든 장난감 하나와 마을에서 놀고 있을 다른 아기 도깨비들 줄 장난감까지 양손에 하나씩 쥔 아기 도깨비들은 넓은 거실에서 원을 돌며 방방 뛰었다.

 무명은 혼이 빠질 듯 정신없는 상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메밀묵과 잡지를 챙기는 태후의 눈이 반짝반짝 거리는 것을 보고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무명. 고맙구나!"

 "뭘요 제가 더 감사하죠"

 

 나무로 된 가구밖에 없던 칙칙한 집을 북유럽풍 인테리어로 탈바꿈시켜주다니, 한동안은 도깨비 한정으로 1+1 행사를 해야겠다고 무명은 생각했다.

 아침부터 눈이 빠지게 무명을 기다리던 아기 도깨비들이 원하는 것을 얻고 나자 밖으로 향했고 그 뒤로 태후도 나가려 할 때였다.

 

 "태후님, 이걸 깜박했네요."

 

 무명은 도깨비 주머니에 손을 넣어 뒤적뒤적하더니 곧 작은 상자 하나를 꺼냈다.

 가만히 무명을 보던 태후는 그 작은 상자를 보더니 손에 가득 안은 메밀묵 상자와 잡지들을 와르르 떨어뜨렸다.

 

 "아악! 메밀무욱!"

 "터진다! 메밀묵!"

 "안돼 안돼!"

 

 밖으로 나가던 아기 도깨비들이 물건 떨어지는 소리에 놀라서 악악 소리를 내질렀지만, 태후는 그런 난리 통에도 오직 상자에만 시선을 두더니 양손으로 입을 막았다.

 

 "설마 그거…."

 

 어휴, 이게 그렇게 좋은가.

 무명은 태후의 모습에 작게 웃음을 흘렸다.

 

 "네. 이거 핸드폰이요"

 

 무명은 쉴 새 없이 진동하는 동공으로 상자만 바라볼 뿐 돌처럼 굳어있는 태후의 앞까지 다가가 그의 손을 입가에서 떼어 상자를 손에 쥐여줬다.

 천계에서 살고 있는 청룡 '청운'이 어쩐일로 요괴 마을에 내려왔던 적이 있었다. 무슨 일로 내려왔나 싶더니만 인간계에서 구입한 핸드폰을 태후의 앞에서 자랑자랑을 해댔더랬지.

 도대체 무슨 수를 썼는지 천계에 있는 청룡의 궁엔 와이파이까지 빵빵 터져 인간계에서 사귄 친구들과 깨톡까지 한다던 청룡을 본 태후는 부러워 죽어버릴 지경이 되어 몇 날을 이마를 싸매고 몸져누웠었다.

 그런 그에게 집 보수에 대한 대가로 공기계를 하나 사다 준 참이었다.

 

 "참고로 저는 주민등록번호가 없어서 개통은 못 했어요. 그래도 와이파이가 터지면 여러 가지 어플은 쓸 수 있을 거예요."

 

 살짝 미안해하듯 말하는 무명에게 태후는 허허하고 웃으면 손사래를 쳤다.

 

 "괜찮다. 와이파이 그깟 거쯤이야. 하하하하하"

 

 도대체 인간계도 아닌 요괴 마을에서 어떻게 와이파이가 터지게 할 수 있는지가 의문이었지만 무명은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이곳은 인간의 상식 따윈 파괴되는 요괴 마을이니까.

 

 어수선했던 집이 태후와 아기 도깨비들이 떠나자 조용해졌다. 쿠리는 다른 아기 도깨비들과 함께 놀러 나가지 않고 거실 소파에 앉아 무명이 사 온 장난감 자동차를 가지고 놀고 있었다.

 도깨비와 도깨비가 혼인을 하여 아기 도깨비를 낳은 경우에 아기 도깨비들은 부모들과 함께 살았지만 오래된 물건에서 자연적으로 태어난 도깨비들은 따로 부모가 없기에 오랜 관습처럼 역대 도깨비 장의 집에서 살았다.

 그러나 쿠리는 마치 무명을 어미처럼 따르며 그녀의 집에서 살았다.

 아침에 느지막이 일어나 무명이 씻겨주고 나면 그녀가 만들어 준 과일 주스를 마시고 도깨비 장의 집으로 가 다른 아기 도깨비들과 어울려 놀았다. 그러다 해가 지기 직전이면 다시 무명의 집으로 돌아왔다.

 

 무명이 인간계에서 지낸 열흘 동안 그녀가 그리웠는지 다른 아기 도깨비들과 나가서 놀 줄 알았던 쿠리는 조용히 거실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다. 무명은 그런 쿠리에게 토마토 주스를 만들어 주고는 천천히 집안을 둘러보았다.

 한 군데도 놓치지 않고 천천히 집안을 돌아본 그녀는 인간계에서 들여온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만들어 아일랜드 식탁 앞에 앉았다.

 언젠가 인간계에 들렀다 들어가 보았던 모델하우스 같은 집이었다.

 

 자신의 이름이 무엇인지, 왜 이곳에서 눈을 떴는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 채로 이 집에서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산 지가 벌써 99년. 이곳에서 만난 모든 요괴들이 무명은 요괴가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눈을 뜬 이후부터 조금도 늙지 않고 99년이란 세월을 살아온 것을 보면 평범한 인간도 아닌듯했다.

 언제까지 젊음을 유지하고 살아갈지는 모르겠지만 태후가 고쳐 준 이 집을 보니 앞으로 100년은 더 거뜬히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명은 커피를 음미하며 손에 턱을 괴고는 살짝 눈을 감았다.

 

 "아 너무 좋다."

 

 앞으로도 이렇게 평온한 삶이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가 원하는 평온한 삶은 생각과 동시에 뒷문에서 들려오는 쾅 소리와 함께 떠나갔다.

 

 "무명!!"

 

 무명은 우렁차게 들리는 목소리에 한숨을 푹 쉬었다.

 내 인생에 평화로운 삶이라니…. 요괴 마을에 살면서 요괴들과 어울리는 주제에 너무도 가당치 않은 소망이었나 싶었다.

 

 기차 화통을 삶아 먹었는지 씩씩거리며 무명의 집 문을 부술 듯이 열고 들어온 사람, 아니 구미호 '란영'은 무명이 아무 대답을 하지 않자 다시 한번 큰 소리로 무명의 이름을 불러제꼈다.

 

 "무명!!"

 "네에 네에. 저 여기 있어요."

 

 아름다운 외모로 남녀를 불문하고 인간을 홀려서 간을 빼먹는다는 괴담 속의 구미호는 간을 빼먹는다는 얘기는 진실이 아니지만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있다는 것만은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런 아름다운 구미호족 중에 가장 아름답다고 손꼽히는 이가 바로 란영이었다. 그러나 청초하고 기품있는 외모를 지닌 란영은 이 요괴마을의 요괴들을 통틀어서 가장 불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백발에 붉은 눈동자를 가진 란영은-물론 모든 구미호족이 백발에 붉은 눈동자를 가졌다- 얼마 전 무명에게서 사간 흰색 카라티에 남청색 테니스 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역시 잘 어울릴 줄 알았어.'

 

 요괴 마을의 인간형 요괴들이 하나같이 귀신 산발을 하며 허리까지 내려오는 머리를 풀어헤치고 다니는 것을 늘 탐탁지 않아 했던 무명은 언젠가 술에 거나하게 취해 머리 좀 어떻게 하고 다니라며 요괴 마을을 돌아다니며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주정(이라 부르고 흑역사라 읽는)을 부렸고, 그 후 몇몇 요괴들은 란영처럼 머리를 하나로 높게 묶거나 가지런하게 땋고 다녔다.

 오늘도 백발을 모양 좋게 땋고 온 란영을 보던 무명은 그녀의 발을 보고는 란영 모르게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저 맨발은 좀 어떻게 안 되나?'

 

 옷을 구입하는 요괴들에게 신발 좀 신고 다니라며 90년 가까이 잔소리를 해댔지만, 요괴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말했다.

 

 -발에 뭘 걸치면 정기가 빠져나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단 말이야.

 

 덕분에 무명의 집 창고에는 쓸모가 없어진 신발 수십 켤레가 쌓여있었다.

 

 "무명!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는 것이냐! 내가 친히 네게 이름까지 지어줬건만 정녕 네가 은혜도 모르는구나!"

 

 무명의 앞에 서서 발을 쾅쾅 구르며 란영이 불만을 토하는 것을 주방으로 들어온 쿠리가 란영을 따라 똑같이 발을 콩콩 굴렀다. 무명은 이번에는 숨기지 않고 란영 앞에 대고 크게 한숨을 쉬었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

 -저.. 잘 모르겠어요. 제가 누구인지, 이름은 무엇인지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요

 -그래? 그럼 내가 이름을 지어주지! 이름이 없는 너를 앞으로 '무명'이라고 불러주마

 

 처음 이곳에서 눈을 떴을 때야 뭐가 뭔지 정신이 없는 상태라 란영의 말에 그저 고개를 끄덕였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니 그 이름이 얼마나 성의 없는 이름인지를 깨닫고 얼른 다른 이름을 지었지만 모두들 하나같이 무명이라는 이름으로 그녀를 불렀다.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자 잠시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무명은 마음을 다스리고 앞에 선 란영에게 자리를 권했다.

 

 "일단 앉아서 얘기해요. 커피 내려드릴게요."

 "오 좋아 좋아"

 

 란영은 커피라는 말에 자신이 왜 이렇게 급하게 무명의 집으로 달려왔는지를 잊고는 자리에 냉큼 앉았다.

 그러고는 무명이 에스프레소 머신 앞에 서 있는 것을 보다가 열흘 전과는 싹 달라진 집안을 둘러봤다.

 

 "집이 많이 달라졌죠?"

 "그렇구나. 전엔 뭐 목수의 집 같더니만 지금은 진짜 인간의 집 같아."

 

 무명은 란영의 대답에 쿡쿡 웃었다. 진짜 인간의 집이라니. 태어나서 한 번도 가본 적도 없으면.

 이전에야 많은 요괴들이 인간계에 머무르며 그들과 함께 어울려 살았다지만, 인간들의 삶이 변하고, 자연의 정기로 살아가던 요괴들은 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모두들 요괴을에 정착하게 된지가 벌써 500년도 더 전의 일이었다.

 물론 인간계에 머물러 있는 요괴들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눈앞에 있는 란영은 태어나서 한 번도 인간계에 나간 적이 없다고 알고 있다.

 

 "태후님이 많이 힘써주셨어요."

 "맞다! 무명! 도깨비 놈한텐 핸드폰.. 핸드폰 사줬다며!"

 

 란영은 무명의 대답에 그제서야 자신이 무명의 집에 방문한 목적을 깨달았다.

 

 '하.. 입 싼 도깨비 같으니….'

 

 집에서 나간 지 얼마나 됐다고 그새 그걸 자랑하고 돌아다녔나….

 무명은 란영에게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만들어 주었다. 처음 커피를 접했을 때는 무명의 얼굴에 커피를 뿜었던 란영이 이제는 그 커피에 중독되어 종종 무명의 집에 와서 원두를 축내곤 했다.

 시원한 커피를 벌컥벌컥 원샷한 란영은 쾅 소리가 나도록 식탁에 컵을 내려놓고는 막걸리 들이켠 아저씨처럼 손등으로 입가를 닦았다.

 

 "키야"

 "란영님.. 그거 막걸리 아니고 커피…."

 

 황당해하는 무명의 말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란영은 투덜대기 시작했다.

 

 "도깨비 놈한테는 핸드폰 사주고.. 나는 안 사주고.. 서운하다 서운해…."

 

 빼어난 미모를 가지고 저렇게 입을 쭉 빼고는 어깨를 흔드는 란영을 보니 무명은 왠지 구미호 괴담 속의 인간들처럼 간이라도 내줘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의도한 것인지는 몰라도 저렇게 애교를 피우는 란영에게 자기도 모르게 서비스를 얹어준 게 한가득이었다. 정신을 차려야만 할 때였다.

 

 "태후님께는 집 보수 공사에 대한 대가로 드린 것인데, 제가 핸드폰을 사다 드리면 란영님은 제게 뭘 해주실 건가요?"

 

 란영은 무명의 말에 눈을 가늘게 뜨며 무명을 흘겨봤다.

 

 "앙큼한지고"

 "아이고~ 귀엽게 봐주셔서 감사"

 

 말투와는 전혀 다르게 덤덤한 표정의 무명을 보던 란영은 흘기던 눈을 풀고 픽 웃었다.

 금이나 보석을 밝히고 인간도 요괴도 아닌 주제에 신기하리만치 오랜 세월을 사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였지만 왠지 미워할 수 없는 무명이 너무 좋았다.

 

 "그럼 내가 금 한 상자를 내놓으면 콜 외치겠느냐?"

 

 인간계에 발 한번 들이지 않은 저 구미호가 인간들이 쓰는 용어는 또 어떻게 알고 쓰는 건가.

 무명은 궁금함을 뒤로하고 한 마디를 외쳤다.

 

 "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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