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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일반/역사
비상
작가 : 유호
작품등록일 : 2016.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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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비상하다!!

막강한 군사력과 정보력을 바탕으로 화려하게 비상하는,
다시 쓰는 대한민국의 근현대사!!

21세기 어느 날, 백령도에서 비밀리에 행해진 실험은 일순간 그 주변의 모든 것을 19세기 말 대한민국으로 타임워프시킨다.
그런데 타임워프된 것들은 대한민국에서 자랑하는 모든 첨단무기들이었다.
망연자실했던 것도 잠시, 그들은 꿈꾸던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하게 되고…….

조아라에 회당 2만의 조회수를 기록했던 유호의 처녀작 비상을 새롭게 구성하여 발간하였다.
꼭 바꾸고 싶은 우리 역사를 작가의 상상력과 실존하는 사건(역사, 문화, 전쟁, 군사무기 등)을 모두 망라해 새롭게 선보이면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꿈꿨던 대한민국의 발자취를 그려내고 있다.

 
제 1 화
작성일 : 16-08-19 13:10     조회 : 865     추천 : 0     분량 : 8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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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롤로그 백령도百靈島

 

 

 

 9월 4일 09:30

 백령도

 

 임헌수는 지질연구소 최상층의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사무실 창가에 서서 가벼운 마음으로 진한 커피향을 음미했다.

 가을로 접어드는 바다는 고요하게 가라앉아있었다.

 올해로 만 54세, 이제 반백이 되어버린 그는 3년 전 아내와 이혼한 뒤에는 아예 주거지를 이곳 백령도로 옮겨와 두문불출 연구에만 몰두하며 지냈다.

 그나마 쓸 만한 책상과 소파를 제외하면 개인용 PC 한 대가 전부인 작은 사무실, 그러나 이 작은 사무실은 대한민국 최대의 무기개발 본부의 중심이었다.

 공식적으로는 국립 해양지질연구소지만 임헌수가 9년 전 해군중장으로 예편하면서 평생의 숙원인 핵잠수함 개발을 마무리하기 위해 대통령에게 건의해 건설한 극비 군사연구소였다.

 지하 11층, 지상 5층의 연구소는 해군의 신형 핵잠수함 개발을 비롯한 대체신무기 개발 및 소규모 생산기술 센터로 이루어진, 명실 공히 대한민국 최대의 군사연구 단지였다.

 똑똑.

 “들어오게.”

 “소장님. 09시30분 현재 제2원양함대의 경항모 장수왕함과 예하 호위함들이 ‘유령’을 인수하기 위해 입항을 요청합니다.”

 훤칠한 키에 잘 다듬어진 체구의 호남형 사내가 거수경례를 했다.

 유상열 소령, 32세의 노총각으로 벌써 3년째 자신을 보좌하고 있는 유능한 장교였다.

 재질이나 성품으로 보아서는 한가한 연구소장의 부관으로 썩기에는 분명 아까운 인물이었다.

 “인수단이 벌써 도착한 건가?”

 “예. 함대가 같이 입항한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인수단이 원양함대 전체라는 것이 좀…….”

 “후후, 좀 이상하긴 하지? 어쨌거나 우선 승인하게. 입항이 되는대로 내려가 보세.”

 “예. 소장님.”

 유상열은 경비전화를 통해 인수단의 입항을 승인한다는 통보를 하고 말없이 임헌수가 제복을 걸치는 것을 기다렸다.

 임헌수는 가끔 겁 없이 들이대기도 하지만 항상 말없이 자신을 편하게 해주는 유상열을 다시 한 번 돌아보았다.

 대위 시절 209급 잠수함 장보고의 항해사였던 그의 조함調艦 능력은 대단했고, 그것을 높이 평가해 부관이라기보다는 잠수함 개발의 실무 보조를 위해 백령도로 데려왔었다.

 이제 그것이 마무리되었으니 그가 원하는 바다로 곧 돌려보내주어야 할 터였다.

 임헌수가 암암리에 손을 써 유상열은 유령 진수 직후에 중령으로 승진해 옥포에서 새로 건조되고 있는 신형 구축함의 함장으로 내정되어 있었다.

 그것이 임헌수가 그에게 배려해줄 수 있는 최선이었다.

 

 두 사람은 10여 분을 커피를 마시면서 잡담을 나누다가 복도로 나섰다.

 엘리베이터 앞에 서자 농담처럼 유상열에게 질문을 던졌다.

 “원양함대 전체가 유령을 인수하러 온 것이 이상하게 느껴지는가?”

 “그것이…….”

 유상열은 잠시 주저하더니 머리를 긁적거리면서 대답했다.

 “사실 외국의 신경을 건드리는 일인데다가 잠수함이라는 것이 애초에 기지 내에서 바다 속으로 들어가 버리면 보이지도 않는데 굳이 이렇게 소문을 내는 것은 이상할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저라면 국방부 관련자들끼리 조용히 치를 것 같습니다.”

 “후후. 맞아. 대한민국이 핵잠수함을 보유한다는 사실이 미국과 중국을 자극할 텐데도 이렇게 거창하게 인수단을 만든 것이 좀 이상하긴 하지. 후후후.”

 진짜 대답은 하지 않고 대충 얼버무리는 임헌수를 보면서 유상열은 보이지 않게 쓴웃음을 흘렸다.

 ‘대답을 안 하시려면 묻질 마시든가……. 참내.’

 위잉!

 엘리베이터는 지하 6층에서 서서히 정지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비릿한 서해 바다 특유의 비릿한 냄새와 함께 높이 150미터에 길이만 700백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잠수함 격납고가 위용을 드러냈다.

 도크 한가운데에는 조함 테스트를 모두 마치고 실전무장까지 끝낸 대한민국 최초의 핵잠수함 ‘유령’이 검은 선체에 만국기를 걸치고 위풍당당한 모습을 내보이고 있었다.

 승함 잔교 정면으로 검은 제복의 승무원 110명이 진수식을 위해 정렬했고 좌우로는 인수를 위해서 기지 내로 들어온 하얀 제복의 해군장교들의 모습도 보였다.

 임헌수가 나직이 중얼거렸다.

 “드디어 진짜 독립을 위한 초석이 다져진 셈이로군. 내 평생소원이 눈앞에 있으니…… 이제는 은퇴할 때가 된 게야. 허허허.”

 임헌수가 인수단 장교들에게 다가가자 40대 중반의 소장 계급장을 단 사내가 밝은 얼굴로 임헌수를 반겼다.

 “장군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5년 전 연구소 개소식 때 뵙고 처음인가요?”

 “그렇군. 강인호 대령. 아니지. 이제 소장이고 제독인가? 그동안 더 헌앙해진 것 같으이.”

 “장군님도 더 젊어지신 것 같습니다, 하하.”

 “예끼. 이 사람. 늙은이에게 그런 소리를 하면 욕이야, 욕! 허허허.”

 두 사람은 얼굴 가득 함박웃음을 지으며 상대방의 안부를 물었다.

 사실 강인호는 임헌수의 해군사관학교 후배인데다 그의 10년 연하 사촌 여동생의 남편이기도 했다.

 “그나저나 올 사람은 다 온 것 같은데 식은 시작하지 않을 겁니까?”

 강인호 제독이 군모를 벗어 땀을 닦으며 물었다.

 “10시에 시작하도록 지시했으니 아직 10분 정도가 남아 있네, 이 사람아.”

 임헌수의 장난스런 대답에 강인호는 피식 웃음을 흘리면서 유령을 다시 바라보았다. 뿌듯했다.

 “최초의 핵잠수함이라……. 참, 장군님 여기 대략 몇 명이나 근무하고 있지요?”

 “나도 정확히는 모르는데? 유 소령. 얼마나 되지?”

 “유동 인력이 워낙 많아서 정확한 숫자는 확인 안 됩니다. 연구소 직원과 경비 병력, 해상초계함 운용병력까지 합하면 대략 1만2천명을 넘습니다.”

 유상열의 대답에 강인호가 나직하게 감탄사를 터뜨렸다.

 “대단하구만. 작은 국가 하나는 간단하게 찜 쪄 먹을 병력과 장비인데 말이야. 아직도 이리저리 휘둘리고만 있으니, 휴…….”

 쿠쿵!

 말끝을 흐린 강인호가 입맛을 다시는 순간, 은은한 폭음과 함께 중심을 잡기 어려울 정도의 강력한 진동이 발밑을 때렸다.

 풀썩 무릎을 꿇은 임헌수가 급히 소리쳤다.

 “무슨 일이냐? 확인해!”

 유상열은 급히 엘리베이터 옆에 있는 경비전화 쪽으로 달려갔다. 등 뒤에서 임헌수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B-11 통제실에 연락해봐!”

 지하 11층은 기록에도 나와 있지 않은 차세대 핵융합 실험장이었다. 대통령 특별지시로 지하 300미터에 건설된 실험기지로 오늘 오후에 실험이 예정되어 있었다.

 강인호 제독이 대양함대까지 이끌고 방문한 것은 외국의 이목을 잠수함으로 돌리기 위한 작전이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그래서 하나밖에 없는 경항모까지 왔다? 그래도 이상해. 중국이나 일본이 걸고넘어지는 상황을 피하고 싶을 거라는 건 이해가 되는데…… 젠장. 모르겠다. 어쨌거나 빨리 좀 받아라.’

 유상열은 급한 마음을 다독거리며 중얼거렸다. 그러나 전화는 완전히 먹통이었다.

 통화를 포기하고 전화기를 내려놓는 순간, 다시 한 번 커다란 충격이 전신을 엄습했다.

 콰앙!

 유상열은 그대로 책상 앞으로 넘어지면서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치며 정신을 잃었다.

 

 9월 4일 18:30

 두무진 기지 의무실

 

 “윽!”

 유상열은 코를 찌르는 지독한 소독약 냄새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흐릿한 시력이 돌아오자 시간부터 확인했다.

 오후 6시30분, 무려 8시간 이상 정신을 잃은 꼴이었다. 얼른 주위를 돌아보았다.

 하얀 침대들, 건너편 병상에서 유령의 승무원 서너 명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자신의 옆에는 유령 개발팀 요원 한일수 대위가 그를 부축하고 있었다.

 정신을 잃은 사이 의무실로 옮겨온 것 같았다.

 “한 대위.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소장님은 괜찮으신가? 제독님은?”

 한일수 대위는 피식 웃으면서 유상열의 어깨를 툭 쳤다.

 “한 가지씩 물으십시오. 가뜩이나 정신없는데…….”

 “어떻게 된 거야?”

 “아무래도 지하 실험장에서 뭔가 큰 사고가 난 모양입니다. 기지 전체가 정전이 되었다가 16시경에 다시 가동되었고 기지 주변까지 모든 전자 장비가 마비되어있습니다. 소규모 해일까지 해안을 덮쳐서 정박 중이던 함대에도 약간의 피해가 있었고 유선 전화도 완전히 먹통입니다. 기지 내 통화는 가능하지만 본토로의 전화통화는 불가능하다더군요. 거기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것처럼 폭우까지 내려서 그야말로 섬 전체와 함대가 고립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유상열은 이마에 붙어 있는 반창고를 만지며 있는 대로 인상을 찌푸렸다.

 “휴… 엉망이로군. 소장님은 어디 계신지 아나?”

 “안 그래도 정신을 차리는 대로 상황실로 오라는 명령이 있었습니다. ‘중요한 시기에 잘하는 짓이다’라고 하시면서요. 후후.”

 유상열은 일어나 문 쪽으로 걸어가려 했으나 가벼운 현기증을 느끼며 한일수의 어깨를 짚어야만 했다.

 “젠장! 아직도 정신이 없네.”

 “몸을 너무 빨리 움직이지 마십쇼. 머리를 세 바늘이나 꿰맸습니다.”

 “휴…… 알았어. 조심하지.”

 유상열은 한숨을 폭 내쉬면서 의무실을 나섰다.

 

 상황실은 모두를 잡아먹을 듯한 무거운 침묵이 감돌았다.

 임헌수와 강인호를 비롯해 기지 내의 부서 책임자 전원이 모여 있는 상태여서 평소 넓게만 보이던 상황실이 비좁게 느껴졌다.

 유상열은 조용히 뒷문을 열고 임헌수 장군의 옆으로 걸어가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임헌수는 고개를 끄떡여 인사에 답하고 상황실장에게 물었다.

 “아직도 본토와는 연락이 되지 않는 건가?”

 상황실장은 어두운 표정으로 무전 담당자의 모니터를 돌아보며 대답했다.

 “사령부와의 전화 연결은 아직도 불통입니다. 그렇지만 잠시 전부터 기지 내 전자 장비와 레이더 등은 작동이 재개되었습니다. 정박 중인 장수왕과도 이젠 무전 연락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그런데?”

 “전자 장비들이 전부 가동되었는데도 백령도 인근의 아군함대와 함대가 접안 중인 채유기지 이외에는 레이더에 아무것도 잡히지를 않습니다. 곧 항공통제기가 뜰 예정이니 주변 상황부터 확인한 뒤에 보고드리겠습니다.”

 “알겠네. 나는 사무실로 올라갈 테니 상황이 정리되는 대로 보고해주길 바라네. 강 제독. 내 사무실로 가서 차나 한 잔 하지.”

 임헌수의 제안에 강인호는 평소의 호탕한 성격답게 듣던 중 반가운 소리라는 표정으로 선뜻 몸을 일으켰다.

 “난쟁이 똥자루만한 의자에 앉아 있으려니 좀이 쑤셔서 혼났습니다. 소장 강인호 명령에 따릅니다, 하하.”

 

 9월 4일 23:00

 두무진 연구소장실

 

 “그러니까 인천과 서울이 암흑이란 말은 전국이 정전이란 말이지?”

 임헌수의 물음에 상황실장 임석현 대위는 죄지은 사람처럼 몸을 움츠리며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통제기 승무원의 보고로는 무전은 물론이고 모든 전자 장비가 죄다 먹통이랍니다. 긴급 상황임을 강조하면서 김포공항에 착륙하려 하였으나 관제탑 측에서 전혀 응답이 없었고 폭우로 인해 시계도 워낙 좋지 않아서 수동착륙도 포기했답니다. 돌아오는 길에 인천과 수원 전투비행단 쪽을 확인해보았으나 상황이 마찬가지여서 곧바로 사곶으로 복귀했답니다.”

 “큰일이로군. 북쪽도 마찬가지긴 하겠지만 이러다가 정말 국가가 큰 타격을 입겠어. 그나저나 지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확인이 됐나?”

 “좀 전에 폐쇄된 21층으로 공정대가 내려가 확인한 바로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고 합니다. 실험장 전체가 공동화되어버렸습니다. 하다못해 옷가지조차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데이터베이스에 기록된 09시의 상황을 보면 핵융합 실험설비의 초고온 플라즈마 전자석이 문제를 일으켜 모든 시스템을 다운시키고 긴급 수리에 들어간다고 했었습니다. 따라서 핵융합로의 붕괴로 인한 폭발 사고이기가 쉽습니다. 방사능 누출은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다행이로군. 알겠네. 이만 가서 쉬고 내일 날이 밝는 대로 다시 초계기를 띄우고 조사를 재개하도록 하세. 돌아가게.”

 “예. 쉬십시오. 충성.”

 가볍게 거수경례를 한 임석영이 돌아가고 나자 임헌수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유상열을 건네다 보았다.

 오늘의 사고가 자신들을 어디로 이끌어 왔으며 자신들이 세계의 역사를 어떻게 바꾸게 될지는 아직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그들의 21세기 마지막 백령도의 밤은 폭우로 인한 거친 파도 소리와 함께 깊어가고 있었다.

 

 

 과거過去

 

 

 

 4월 12일 09:30

 두무진 연구소 상황실

 

 상황실은 수많은 장교들로 북적거렸다. 하나같이 어두운 표정의 얼굴들이 벽면을 가득 채운 초계기가 전송하는 화면을 주시했다.

 화면에는 생소한 서울 거리의 모습과 인천항의 한산한 모습이 비춰지고 있었다. 지독하게 당황스런 상황, 임헌수의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상황실에 울려 퍼졌다.

 “미치겠군. 저게 지금 조선시대 영화 상영을 하는 게 아니고 현재 초계기가 전송하는 서울과 인천의 영상이란 거야? 그게 지금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귀관들?”

 아무도 선뜻 대답하는 사람은 없었다. 모두들 곤혹스런 표정으로 전송 화면만을 주시할 뿐이었다.

 “이런 젠장!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오래 사니까 별일을 다 당하네. 빌어먹을……. 초계기 귀환하라고 해!”

 평소 임헌수는 자타가 공인하는 차분하고 냉철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도저히 이런 상황 자체를 인정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의 두통과 짜증은 커져만 갔다.

 “갈매기 1호, 갈매기 2호, 상황 종료. 귀환하라, 오버!”

 -알았다 어미새, 갈매기 1호 귀환한다.

 -로저, 갈매기 2호 귀환한다.

 초계기 기장들의 힘없는 목소리가 가뜩이나 가라앉은 상황실의 분위기를 아예 땅속으로 끌고 들어갔다.

 

 4월 12일 12:30

 두무진, 연구소 구내식당

 

 개인화기 개발팀장 김철 대위는 동료인 이인희 대위와 같이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구내식당의 배식창구 앞에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서울하고 연락도 안 되고 핸드폰은 전부 먹통이야. 이거야 원. 뭐가 어떻게 돼 가는 건지 알 수가 있나. 근데 전국이 다 정전이라며?”

 “듣기로는 그렇다고 하는데 간부들이 상당히 긴장했어.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이것저것 확인하고 인력에 장비까지 새로 점검하고 있더라구. 그런 걸 봐서는 뭔가 큰 사고가 나지 않았나 싶어.”

 김철의 한숨 섞인 푸념에 이인희도 맞장구를 치며 스테인리스 식판으로 배식 창구를 툭툭 쳤다.

 순간, 삑삑 하는 소음과 함께 기지 내 전 사무실과 실험장, 유전기지 스피커와 전 함대 무전기에 임헌수의 무거운 음성이 흘러나왔다.

 -제군들, 연구소 소장 임헌수다. 지금 나는 제2원양함대 사령관 강인호 제독과 함께 있으며 이런 이야기를 제군들에게 할 수밖에 없음에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좋지 않은 소식부터 전하겠다. 어제 오전 09시 50분경 지하 21층 핵융합 무기 시험장에서 큰 사고가 일어났다. 그 사고로 42명의 귀중한 인명이 세상을 떠났다. 이들의 명복을 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우리에게 있다. 어제의 핵융합로 붕괴 폭발사고로 인하여 백령도 인근 반경 50킬로미터 정도의 구간만이 시간을 역행해 거슬러 올라온 것으로 판단된다.

 “에? 무슨 헛소리야?”

 이인희의 한쪽눈썹이 삐쭉 올라갔다.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러나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분명히 임헌수의 것이었다.

 식당 전체가 순간적으로 어수선해졌다. 임헌수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현재로서 현대의 대한민국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은 없으며, 우리는 백령도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제외한 친구와 친지들을 다시는 볼 수 없을 것이다.

 솔직히 나 자신도 어떻게 해서 우리가 여기에 있는지 알 수가 없다. 탐색 초계정의 탐문 결과 지금은 1896년 4월이다. 즉, 조선 말기 고종 34년인 셈이다. 만주에서는 청일전쟁이 얼마 전에 일본의 승리로 돌아갔고, 조선은 일본군이 거의 장악하다시피 하고 있다.

 -제군들도 같은 생각이겠지만 우리의 역사는 외세의 침략으로 점철된 치욕의 역사다. 1896년부터는 더욱 그렇다. 14년 후에는 한일합방으로 일본의 영토로 전락하게 될 것이며, 그들의 수탈을 견뎌야 할 것이다.

 우리는 고구려 이후 단 한 번도 날개를 펼치지 못하고 손상된 자존심으로 괴로워해야만 했다. 그러나 우리가 백령도 기지에 가지고 있는 병력과 장비는 이 시대에서는 세계 최강의 장비와 개발력이라 할 수 있다.

 지금 우리는 친지와 아내와 자식을 다시는 만나지 못할지 모르는 상황에 처해 있지만 이것이 민족의 밝은 미래를, 세계를 상대로 한 민족의 포효를 들려줄 수 있는 기회임을 제군들에게 강조하고 싶다.

 나는 제군들에게 흔한 애국심 따위를 강요하는 게 아니다. 제군들 모두 한번쯤은 생각해본 우리 자손들의 내일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제군들에게 이 목표에 대한 찬반 의사를 묻고 싶지는 않다. 어차피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현재 세계 최강의 힘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우리 한민족의 제국을 만들 수 있다.

 다시는 우리의 후손이 비참한 역사를 가지지 않도록 하자. 지난해인 1895년은 을미사변乙未事變이 일어난 해이기도 하다. 일본 깡패들이 명성황후를 시해한 해이다.

 그리고 우리는 내일 밤 러시아 공관이 있는 정동으로 우리 군을 파견할 것이다. 아관파천으로 황제께서 러시아 공관에 계시기 때문이다.

 우린 제국의 황제를 이곳 백령도로, 민족의 품으로 모시고 돌아올 것이다. 그리고 역사를 바꿀 것이다.

 이로 인해 지옥의 유황불 속에서 영원히 용서받지 못하더라도 강한 조국을 위해 나는 기꺼이 이 길을 갈 것이다. 나는 제군들을 믿는다.

 별도의 의견이 있는 사람은 직속상관을 경유해서 의견을 제출하기 바란다. 제군들의 무운을 빈다. 이상!

 방송이 끝남과 동시에 여기저기서 비명과 함께 한숨이 터져 나왔다.

 “이게 무슨 헛소리야!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말이……. 시간이 뭐 어떻게 됐다고? 이거야 원…….”

 이인희는 식판을 떨어뜨린 채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이런 젠장할! 내 적금 2천만 원. 미숙아.”

 바로 어제 결혼 자금으로 5년 동안 부은 적금 2천만 원을 탔고 약혼녀 부모님께 정식으로 인사드리러 갈 날짜를 잡았는데 모든 것이 한순간에 날아간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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