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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사랑을 부탁해
작가 : 안작가
작품등록일 : 2017.11.24

배우 황건우와, 동화작가 임아영의 로맨스

 
수상한 마을의 이상한 여자(1)
작성일 : 17-11-25 21:26     조회 : 335     추천 : 0     분량 : 5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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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 돌려.”

 “안 됩니다.”

 “당장 차 돌리라고 했어.”

 “절대 못 합니다. 지금 집으로 돌아가겠단 말은, 벌떼같은 기자들 앞에서 꿀묻은 엉덩이 들이미는 거랑 뭐가 달라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럴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현석이 검지로 창밖을 가리켰다. 마치 눈이 있으면 제대로 보라는 듯이.

 

 “고속도로에서 무슨 재주로 차를 돌리란 말씀이십니까! 가드레인 들이 박을 까요?!”

 

 현석의 큰 소리에 선글라스에 가려진 건우의 따가운 시선이 날아들었다.

 

 “예! 들이박아야죠. 형님 말씀이라면 들이박아서라도 서울로 돌아가야지요. 하지만 이번 경우는 조금 다르지 않습니까. 매니저에게는 자신의 배우를 지켜야할 의무가 있고, 사명이 있는 법입니다! 그런데 불구덩이에 뛰어 들겠다는 형님을 불구덩이 앞에 데려다 놓으란 말이 가당키나 하냔 말입니다!”

 

 목에 핏대를 세운 열변에 조수석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짝. 짝. 짝. 영혼 없는 마찰소리에 현석이 꿀꺽 침을 삼켰다.

 

 “배우는 내가 아니라 네가 해야겠어. 연기실력 많이 늘었다?”

 “하하하. 과찬이십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기회에 배우로 전향해 볼 생각은 없어?”

 “아닙니다. 그래도 역시 매니저만큼 제 천직인 건 없는 것 같아요.”

 

 건우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서울에 올라가면 오디션이라도 준비해봐. 먹고는 살아야 할 것 아니야.”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왜냐면 내가 너를 자를 거거든. 해고. 파이어. 무슨 말인지 알지?”

 

 진지한 건우의 말에 현석이 울상을 지었다. 고래 사이에 낀 새우가 이런 기분이었을까. 바람 앞의 등불의 기분일 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아무 잘못 없이 얻어 맞는 것이 일상인 샌드백의 기분일 지도...

 

 “그런데... 지금 어딜 만지시는 겁니까?”

 

 건우의 하얗고 길쭉한 손이 현석의 허벅지와 엉덩이, 그리고 두 가슴을 조물딱 조물딱 주물렀다. 건우의 거침없는 손길에 현석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핸드폰 어디다 숨겼어.”

 

 건우가 취조하는 형사처럼 날카로운 눈빛을 보내왔다. 현석이 슬그머니 건우의 눈길을 피하며 대답했다.

 

 “무슨 말씀이세요. 핸드폰은 분명 사무실에 두고 왔다고...”

 “오디션 준비할래, 핸드폰 내놓을래.”

 “핸드폰 내놓겠습니다.”

 

 현석이 몸을 앞으로 삐딱하게 기울여 바지 밑단을 걷어 올렸다. 그리곤 발목 양말에 끼워놓았던 핸드폰을 꺼내 내밀었다. 건우가 질색을 하며 앞에 옆에 있던 티슈를 북북 뽑아 핸드폰을 잡았다.

 

 “한 대표 단축번호 뭐야.”

 “일 번이요. 그런데 사실 아까 차에 오르기 전에 잠깐 걸어봤는데 전화가 꺼져 있더라고요.”

 “세컨드 번호는.”

 

 건우의 집요함에 현석은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모르긴 몰라도 저런 집요함이 그를 단시간에 톱스타의 계열에 들 수 있는 동력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휴-하고 한숨을 내쉰 현석이 결국 순순히 번호를 알려주었다.

 

 “단축번호 십 일번이요.”

 

 건우가 핸드폰을 귀에 바짝 가져다댔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연결음 대신 들려오는 것은 전화가 꺼져있다는 안내음성이었다. 건우의 잘생긴 얼굴에 짜증이 잔뜩 묻어났다.

 

 “인터넷은 또 왜 들어가세요. 그런 거 지금 봐봤자 마음만 상한다니까요? 그냥 ‘남의 일이다’ 생각하고 일단 기다려 보자고요.”

 “‘남의 일이다’ 생각하니까 말이 그렇게 쉽게 나오지? 당사자는 속에서 천불이 나든 말든 네 속 편하자고 하는 말 아니야.”

 

 속마음을 들킨 현석이 입술이 보이지 않도록 입을 꾹 다물었다. 이제 보니 그는 형사가 아니라 귀신이었던 것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자신의 속마음을 이토록 속속들이 꿰뚫어 볼 수 있을 리 만무했다.

 

 ‘황건우’ 이름 세 글자가 실시간 검색어 일 위를 차지하지 않은 곳이 없었다. ‘천만 배우’는 아무나 쓸 수 있는 타이틀이 아니었다. 게다가 스물아홉이라는 아주 젊고 창창한 나이가 아니던가. 주요 포털 사이트에서는 그가 어디까지 더 성장할지, 혹은 그의 차기작에 대한 관심과 기대로 흥분상태였다.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그랬다. 그의 앞에 ‘갑질 배우’라는 오명이 붙기 전까지만 해도.

 

 [황건우, 영화에서는 정의를 쫓는 형사. 실상에서는 갑질 배우?]

 [천만관객 돌파와 맞물려 점점 더 커지는 갑질 논란의 불씨, 일부에선 영화 보이콧 선언도.]

 [‘내일 당장 촬영 시작인데...’, 제작사의 깊은 한숨. 황건우 측 ‘기사 내용과는 많이 다르다.’]

 

 핸드폰을 손에 쥔 건우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현석아. 한 대표랑 연락 닿으면 변호사 선임해서 준비하고 있으라고 전해.”

 “그 정도입니까? 하여간에 기자 놈들, 건수 하나 물었다하면 어떻게든 조회수 늘려보려고 자극적인 제목만 지어내는 통에...”

 “아니.”

 

 독이 오를 대로 오른 건우가 앙다문 잇새로 한 대표의 이름을 또렷이 뱉어냈다.

 

 “한수원... 산산히 부셔버리겠어.”

 

 

 *

 

 

 이 모든 일의 시발점은 그들이 죄를 짓듯 도망쳐 나온 그곳, 연예계 최고의 소속사 중 하나로 손꼽히는 VOB에서 시작되었다. 건우가 주연배우로 활약한 영화 ‘탈환’이 이제 막 천만을 돌파했다는 기사가 보도되기 시작하면서 걸려오는 문의전화에 소속사 업무는 거의 마비상태에 까지 이르렀다.

 

 그가 가는 곳마다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고, 카메라의 플래시가 전쟁터의 화살처럼 정신없이 쏟아졌다. 하지만 정작 영화의 가장 큰 공을 세운 주역은 눈코뜰새 없이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그 행복을 피부로 느낄 겨를도 없었다.

 

 건우는 카페에서 진행된 어느 일간지와의 짧은 인터뷰를 마친 뒤 소속사로 향했다. 한 대표의 갑작스러운 부름 때문이었다.

 

 "무슨 일로 부르셨어요.”

 

  건우가 무미건조하게 물었다. 그는 푹신한 소파에 몸을 기대어 앉으며 이대로 딱 한 시간만 눈을 붙인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한 대표는 능글능글한 미소를 지으며 건우의 앞에 갓 내린 따끈한 커피 한 잔을 내려놓았다.

 

 “무슨 일이 있어야만 볼 수 있는 사이니.”

 “무슨 일이 있을 때만 부르시잖아요.”

 

 정곡을 찔린 한 대표가 할 말을 상실하곤 쩝 입맛을 다셨다. 하지만 조금도 화가 나지는 않았다. 쏟아지는 광고제의와 함께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건우의 몸값을 생각하면, 건우가 이유 없이 자신의 얼굴에 주먹을 날린 데도 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

 

 “저기 쌓여있는 시나리오들 보여? 다 너한테 들어온 것들이야.”

 

 아직 영화와 관련된 스케줄도 마무리 짓지 못했는데 벌써 차기작을 운운하는 한 대표의 열성에 건우는 절로 미간이 구겨졌다.

 

 “지금 제 턱 끝까지 내려온 다크써클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와요? 욕심 좀 버리세요. 돈은 평생 먹고 써도 남을 만큼 충분히 벌어다 들였잖아요.”

 “내가 지금 돈 때문에 이래?”

 

 ‘그럼 아니라고요?’ 건우가 그를 못미덥게 쏘아봤다. 한 대표와 함께 해온 세월이 벌써 오년이었다. 그의 까만 속내가 건우의 눈에는 아주 훤히 들여다보였다.

 

 “이게 다 네 커리어고 경험이 되니까 나도 이러는 거다?”

 

 어련하시겠어요. 건우는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커피를 홀짝였다.

 

 “크흠. 그래서 말인데 건우야. 이번에 아주 괜찮은 작품... 아니, 괜찮은 걸 넘어서 아주 엄청난 작품이 너를 원한다고 캐스팅 제의가 들어왔는데. 이거 한 번 읽어봐라.”

 

 한 대표는 자신의 앞에 있던 두꺼운 시나리오 뭉치를 건우 쪽으로 밀어주었다. 그러나 건우의 반응은 뜨끈 미지근함은커녕 차갑기 그지없었다. 힐끔- 곁눈질로 잠깐 하얀 종이에 시선을 둔 게 전부였다.

 

 “안 해요.”

 

 건우의 단호한 대답에 한 대표는 입이 바짝 말라왔다. 물 한 잔을 단숨에 비워낸 그가 심기일전하고 거듭 건우를 설득하려했다.

 

 “잘 봐봐. 내용은 볼 것도 없어. 여기, 작가 이름. 보여?”

 “제대로 봤어요.”

 “그런데도 싫다고? 그게 말이 돼? 무려 ‘안 작가’의 작품이라고! 1초짜리 단역 배우도 ‘안 작가’ 눈에 들면 단숨에 톱스타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는 스타 중의 스타 작가 작품이라니까?!”

 

 한 대표는 건우의 반응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디 작가뿐이던가. 연출에는 시청률 20퍼센트 아래로 내려가는 작품은 단 한 번도 없었던 전설의 설공호 감독이 맡았고, 여배우 역에는 아역 때부터 꾸준히 사랑받아 지금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자리까지 오른 백수진이 맡게 되었다.

 

 특히나 ‘안 작가’ 작품의 캐스팅에 있어서 거의 불문율에 가까운 특징이 하나 있다면, 배역을 따내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더 유명하고 몸값이 높으냐가 아닌 그 배역에 가장 어울리는 지의 여부를 따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안작가가! 오디션도 없이! 황건우를 남자주인공으로 캐스팅하고 싶다는 연락을 해왔다. 영화 ‘탈환’속에 나오는 건우의 뛰어난 연기력과 섬세한 감정표현에 영감을 받아, 한 달 만에 집필한 새 작품이란다. 이 얼마나 대작 냄새가 풀풀 나는 달콤한 제안이 아닐 수 있겠냐는 말이다.

 

 “영화는 너무 한정적이야. 아시아에서 인기를 끌려면 드라마를 해야 한다고. 그것도 로맨스 드라마를! 건우 네가 드라마에 나온다는 사실만으로도 분명 큰 이슈가 될 거야. 그런데 거기다가 안작가의 작품이다? 이건 완전히 입 만 벌리고 있으면 시청률을 떠다 넣어주겠다는 거랑 같은 거라고!”

 

 아밀라아제를 튀기는 한 대표의 열변에도 건우는 귀를 후비는 시늉만 내보일 뿐이었다.

 

 “이건 완전 어벤져스도 울다갈 완벽한 팀이야. 그 콧대 높은 백수진도 오디션보고 따낸 역할인데 건우 너한테는 거저 주겠다잖아. 그런데 대체 왜 안 한다는 거냐고.”

 “저는 ‘안’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거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제가 계약서에 서명할 때 요구했던 조향이 딱 세 가지 있었죠.”

 

 건우가 검지를 들어올렸다.

 

 “첫째, 드라마는 안 한다.”

 

 한 대표는 답답하다는 듯 가장 위에서부터 셔츠 단추를 두 어개 풀어냈다. 그러거나 말거나 건우는 가운데 손가락을 폈다.

 

 “둘째, 로맨스 장르도 안 한다.”

 “이봐. 내가 지금 그걸 몰라서...!”

 “셋째.”

 

 건우가 한 대표의 말을 가로막으며 약지를 들어올렸다.

 

 “로맨스 장르의 드라마는 절대 안 한다.”

 

 건우의 차가운 시선이 한 대표에게 닿았다.

 

 “더 하실 말씀 있으신가요?”

 

 한 대표는 쓰고 있던 안경을 벗으며 엄지와 검지로 미간을 꾹꾹 눌렀다. 도저히 건우의 고집을 꺾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드라마로 흥한 ‘하진석’이 아시아에서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어. 중국에서는 드라마가 3억 뷰를 돌파했고, 일본에서 열리는 팬미팅은 5초도 안 되서 매진이 됐다더군.”

 “그거 대단하네요.”

 

 질투심 유발 작전이 먹혀들어 갈 리가 없었다.

 

 “좋아. 건우 네 말대로 평생 영화만 한다고 쳐. 너는 만족스럽겠지. 네가 원하는 작품에서 네가 원하는 역할로 최고의 연기를 선보일 거란 거 알아. 하지만 대중들은? 과연 지금과 똑같이 열광하고 응원해줄까? 아니. 계속되는 비슷한 장르, 비슷한 역할에 진부함을 느낄 거야. 대중들은 새로움을 원한다고!”

 

 건우의 평온한 얼굴 표정을 보니 자존심을 건드리는 쪽도 전혀 먹혀들어간 것 같지 않다. 결국 한 대표가 항복을 선언하듯 두 손을 들어올렸다.

 

 “좋아. 그러면 이렇게 하자. 설공호 감독이랑 안 작가, 딱 한 번만 만나봐.”

 “글쎄. 소용없다니까요.”

 “일단 만나보고! 그러고 나서도 정말 아니다 싶으면, 그래. 그땐 내가 정말 깔끔하게 포기할게. 다시는 너한테 드라마니 로맨스니 하는 소리 입에 올리지도 않을게. 그러니까!”

 

 한 대표가 건우의 앞에서 털썩 무릎을 꿇었다. 한 대표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건우는 어정쩡하게 자리에서 일어서야 했다. 이제는 도리어 한 대표가 왜 저렇게까지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건우의 쪽이었다.

 

 “부탁이다. 건우야. 이번 한 번만 내 부탁 들어주라.”

 

 건우가 미간에 주름을 잡았다. ‘안’하는 것과 ‘못’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한 대표는 그런 심오한 뜻이 담긴 건우의 말을 전혀 귀담아 듣지 않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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