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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새벽으로 이끄는 자
작가 : 바다그늘
작품등록일 : 2017.11.23

마족들의 세상에서 마수를 이끄는 인간 소녀의 이야기

-매일 연재-

 
00. 프롤로그
작성일 : 17-11-23 14:02     조회 : 343     추천 : 0     분량 : 37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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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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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족들에게 버려진 불모의 땅. 풀 한 포기 보이지 않는 사막의 모래가 구름 사이로 비친 달빛에 은색으로 빛났다. 탁 트인 시야와 달빛. 사막은 언제나 위험하지만, 여기만큼 잠시 머물러가기에 좋은 곳은 없었다.

 

  끝없이 펼쳐지는 모래 위에 한 무리의 마족들이 모닥불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그들의 옷은 사막에 어울리지 않게 두꺼운 가죽으로 엮여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평범하지 않은 차림새의 마족들은 저마다 자리에 앉아 자신의 무기를 헝겊으로 닦았다. 정성이 담긴 섬세한 손길이었지만, 한번 묻은 피는 진득하게 눌러앉아 잘 떨어지지 않았다. 천막을 마저 다 편 다른 사냥꾼들까지 합세하니 마치 고요한 의식을 치르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바람을 따라 흔들리는 불빛이 천막 너머의 더미를 비췄다. 어스름한 빛이 물건처럼 차곡차곡 쌓인 것들을 비출 때마다 붉게 물들었다. 마수의 시체에서 스며 나온 핏물에 젖은 모래는 서로 엉겨 붙어 굳어진 지 오래였다. 전부 목이 잘린 흉측한 모습이었지만, 사냥꾼들은 마음만큼은 든든했다.

 

  아무리 마수가 마족보다 마력이 약하다고는 하지만 몸집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사냥꾼들은 열 명 정도로 무리를 지어 일했다. 물론 마수들도 여러 마리가 함께 다니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게다가 떠난다고 해도 항상 소득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오늘은 질 좋은 털을 가진 마수들을 떼로 만났으니 운수 대통한 날이었다. 그들은 무기에 묻은 피를 닦아내며 저마다 머릿속으로 가죽의 값어치를 계산했다. 피를 다 빼고 가죽을 벗긴다면 적어도 밀린 월급은 충분히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의 고단한 얼굴에 희미하게 미소가 피어올랐다.

 

  각자 행복한 상상에 젖어있을 때 한 남자가 텐트에서 나왔다. 다른 사냥꾼들과도 비교되는 우람한 체격과 몸 곳곳에 보이는 상처들이 험악한 분위기를 풍기는 남자였다. 그는 화롯불 주변에 앉아있는 자신의 팀원들에게 소리쳤다.

 

  “자! 다들 오늘 엄청 수고했다! 덕분에 저렇게 많이 잡았으니까 이제 돌아가면 한 달은 편히 쉴 거다.”

  “네엡~”

 

  들뜬 목소리가 사막에 퍼졌다. 두목은 자신의 부하들을 죽 둘러보다 유난히 앳되어 보이는 소년에게서 시선을 멈추었다. 소년은 마냥 들뜬 다른 이들과는 달리 잔뜩 불안한 눈빛이었다. 그의 손에 들린 칼은 흠집 하나 없이 깨끗했다.

 

  “어이~ 신입!”

  “네, 네!”

 

  쇳소리처럼 갈라진 목소리에 다른 일원들은 웃음보를 터트렸다.

 

  “왜 그러냐? 다 끝내놓고 귀신이 돼서 나타날까 봐 무섭냐?”

  “아...아닙니다!”

  “그래. 뭐. 누구나 다 처음이 있는 법이지. 가축 잡는 일도 처음에는 쉽지 않은데, 아무리 마수라도 말하는 녀석들을 잡으면 좀 꺼림칙하겠지. 하지만 그냥 흘려버려라. 어차피 그렇게 태어난 놈들이니까. 죄책감 같은 거 느낄 필요 없어. 괜히 내일 돌아가는데 비실거려서 짐이나 되지 말고 들어가서 일찍 잠이나 자라”

  “으.아! 넵!”

  “어이구? 이 녀석 바들바들 떠는 게 꼭 강아지 같구만? 우하하하.”

  “그러게 말이야. 큭큭큭. 너 처음 봤을 때랑 똑같네.”

  “뭐? 난 안 그랬다고!”

 

  오랜 세월 함께한 나이든 사냥꾼들은 서로의 옛이야기를 꺼내며 신입을 놀리기 시작했다. 그들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고요한 사막에 메아리 없이 퍼졌다. 어둠이 짙게 깔린 하늘에서는 거대한 구름이 달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

  “페하.”

 

  나이든 신하의 간절한 부름에도 아무 대답이 없었다. 남자는 긴 소파에 편안하게 걸터앉은 채로 서류를 읽었다. 방 안이 검붉은 가구와 벽지로 꾸며진 덕분에 남자는 더욱 새하얗게 보였다. 벌써 새벽으로 넘어가는 시간이었지만 피곤한 기색은 없었다. 그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듣지 못 하였는지 계속해서 서류를 넘겼다. 맞은편에 서있던 노(老)신하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 다시 입을 열었다.

 

  “페하.”

 

  그제야 남자는 안경을 벗으며 서류를 내려놓았다. 그는 약간 짜증이 섞인 비취색 눈으로 자신의 앞에 서있는 신하를 쳐다봤다.

 

  “페하... 또 일어났습니다.”

 

  그 순간 왕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래서. 어떻게 됐지?”

 

  신하는 두꺼운 봉투를 건넸다. 갈색 봉투 안에는 현장 사진들이 들어있었다. 남자는 하나씩 천천히 살피다 붉은 웅덩이 모양으로 물든 모래 사진에서 멈췄다. 붉게 덩어리진 모래 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매번 보는 비슷비슷한 사진들에 남자의 눈이 가늘어졌다. 단지 그 뿐이었지만, 오랜 세월 그를 모신 신하는 뜻을 알아채고 숨을 조용히 들이켰다.

 

  “전혀 진전이 없군.”

 

  남자는 신경질적으로 사진들을 탁자위에 던지듯 내려놓았다.

 

  “죄송합니다.”

  “시신은?”

  “관행대로 부검 후 유가족들에게 넘길 예정입니다.”

  “알았다.”

 

  그는 짧게 대답하고 다시 서류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때 무언가가 생각났는지 책장을 넘기는 손이 멈추었다.

 

  “연구는 어떻게 되어가지?”

  “진행 중입니다. 외부 형체는 거의 모양을 복원한 것 같습니다.”

 

  남자는 무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3년 동안 연구한 결과가 겨우 형체뿐이라니. 예상보다 시간이 너무 걸렸다. 물론 몇 년 만에 해결될 거라 생각하진 않았지만, 상황이 바뀌어 버렸다. 더 이상 기다릴 시간이 없다.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입을 열었다.

 

  “그들에게 지시를 내려라.”

 

  그의 말에 신하의 얼굴에 당혹감이 스쳐지나갔다. 뭐라 말하려했지만 차가운 비취색 눈과 마주친 순간 그는 입을 다물었다.

 

  “알겠습니다.”

 

  노신하는 하젠에게 예를 갖추어 인사를 하고 방에서 나왔다. 하젠은 사진에게 다시 눈길을 주었다. 짐승에게 뜯긴 상처와 날카롭게 베인 상처가 시신의 몸에 난잡하게 흩어져있었다. 그럼에도 항상 발견되는 시신들은 하늘을 보며 한 줄로 누워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일부러 해놓은 듯 그 위에는 모두 긴 천이 덮여 있었다. 벌써 삼년동안 수십 명의 사냥꾼이 당했다. 흑요국 뿐만이 아니라 백야, 리운 할 것 없이 사막과 경계를 맞대고 있는 모든 나라의 마수사냥꾼들이 죽어나갔다. 백야와 리운이 달려들어 범인을 찾으려 했지만, 누구의 짓인지 단서조차 잡지 못했다.

 

  반면 흑요국은 공식적으로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흑요국에서는 마수사냥이 불법이기 때문이었다. 존재만하는 법이라고는 해도 사냥꾼들은 범법자였다. 그들의 범죄행위로 인한 죽음을 나라에서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큰 이유는 귀족들이 마수사냥을 통해 엄청난 자금을 모은다는 것이었다. 지난 삼년동안의 사건으로 사냥꾼의 수는 줄었고, 검은 숲 속으로 들어가는 걸 꺼렸기 때문에 고급 마수들도 잡히지 않았다. 자연히 귀족들의 수입은 흔들렸고 덕분에 왕권이 더욱 강화되었다. 하젠은 이 상황이 좀 더 지속되었으면 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가 흑요국 내에서도 점점 커졌다.

 

  아직 그 우두머리가 마족인지 마수인지 아니면 다른 종족인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마수에게 우호적인 것이 확실했다. 그 때문에 그들의 세력이 강해지면 나라가 위험해질 거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물론 하젠도 이 땅의 어느 누구도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저 자신들의 힘이 흔들리는 것을 막기 위한 하나의 핑계일 뿐이었다. 그런 핑계는 국경불문인지 백야는 군대까지 보내며 막아보려 안간힘을 썼다.

 

  ‘덕분에 좋은 기회가 생겼지만.’

 

  하지만 일과는 별개로 그는 마수의 수장을 만나보고 싶었다. 오래전 죽은 자들 이후로 이곳저곳에 흩어진 마수들을 다시 하나로 모은 자가 누구일까.

 

  하젠은 의자에서 일어나 책상위에 놓여있는 종이 한 장을 집어 들었다. 좀 더 확실한 증거가 생기면 쓸 마지막 수단이었지만, 어쩔 수 없게 되어버렸다. 이 공문이 환상계로 전해진다면, 그들은 시간 안에 찾아낼 수 있을까?

 

  “절박하다면 찾아내겠지.”

 

  그는 작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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