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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아르망의 룰
작가 : 세계적인뮤지션
작품등록일 : 2017.11.2

인도자.
이들은 길을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길을 알려주고 인도하는 길잡이이자 등불.
어느 때든, 어느 곳이든 가장 빠르고 안전한 길로 의뢰자를 목적지까지 인도하는 것이 이들의 사명.

매년 열리는 길잡이 길드의 선발전을 통해 인도자가 되려는 자들.
서로 속고 속이는 선발전을 무사히 통과하기 위해선 모순되게도 가장 거짓된 길로 상대방을 이끌어야만 한다.

 
1
작성일 : 17-11-02 00:45     조회 : 336     추천 : 0     분량 : 5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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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르망의 룰]

 

 1

 

 아르망은 작은 마을 유렌의 입구에 서서 한참을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움직이지 못했다. 이미 마을의 입구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뒤엉켜 서로 먼저 들어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작은 체구의 아르망으로서는 도저히 그 혼란 사이를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10분을 기다려도, 20분을 기다려도 사람들은 결코 줄어들지 않았고 설상가상 그 와중에 싸움까지 일어나 오히려 더 혼잡해지기만 했다. 결국 아르망은 한숨을 내쉬며 커다란 짐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고 그 위에 걸터앉았다. 아르망의 키만큼 커다란 가방은 작은 흙먼지를 일으키며 그 육중한 무게를 자랑했다. 이미 마을 입구에는 아르망처럼 그 주위를 방관하는 자들, 또는 어서 빨리 들어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자들, 마지막으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우왕좌왕하는 자들로 부류가 나뉘어 있었다.

 

 “이 녀석들 전부 길드의 테스트를 받기 위해 온 건가? 정말 어마어마하군.”

 

 아르망의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한 여행자가 혼잣말로 다 들으라는 듯 중얼거렸다. 아르망은 살짝 눈만 굴려 그 남자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동시에 고질적인 아르망의 관찰병이 도졌다. 붉은 머리칼에 붉은 눈. 그리고 어딘가 이질적인 발음과 목소리. 이 남자는 이 대륙 사람이 아니었다.

 

 “꼬마, 너도 ‘인도자’가 되기 위해 시험을 보러 온 거냐?”

 

 붉은 머리의 남자는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느꼈는지 고개를 돌려 아르망을 향해 물었다. 아르망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질문에 남자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그런데 너는 왜 저기 들어가려고 하지 않는 거지? 분명 시험은 오후 1시까지, 늑대들의 소굴에서 시작된다는 걸 너도 알고 있을 텐데? 이제 10분도 채 남지 않았다.”

 

 남자의 질문에 아르망은 대답 없이 물끄러미 마을 입구 쪽만 바라보았다. 아르망이 대답 없이 조용히 침묵하자 남자는 이내 어깨를 으쓱이며 다른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그 말 그대로였다. 언제나 미스터리한 길드의 선발 시험, 이번에도 역시 작년과 마찬가지로 ‘시험장까지 찾아오는 것’ 그 자체가 올해의 첫 번째 시험이었다. 허나 그것을 위해 길드가 공지한 것이라곤 ‘테헬라의 달 17일, 오후 1시, 그리고 늑대들의 소굴’ 이 세 가지 문구가 전부였다.

 

 늑대들의 소굴이란 에란칼 황실에서 운영하는 황실 무기점으로써 에란칼 왕국에만 총 13개의 지점을 가지고 있는 거대한 황실 기업이다. 그리고 이 유렌은 바로 그 늑대들의 소굴 지점 중 하나가 위치한 곳이었기에 이렇게나 많은 지원자들이 몰려든 것이었다.

 

 “당신이 시험관이지?”

 

 남자가 다른 곳으로 발길을 옮기려던 찰나, 짧은 침묵을 깨고 아르망이 물었다. 그 말에 붉은 머리의 남자는 멈칫하며 발길을 멈추었다.

 

 “그게 무슨 소리지?”

 

 남자가 고개를 돌리며 되물었다. 그 질문에 아르망은 손가락으로 혼잡한 마을 입구를 가리키며 대답했다.

 

 “저곳은 목적지로 향하는 길이 아니야.”

 

 아르망의 대답에 남자는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이내 고개만 돌렸던 몸을 완전히 돌려 아르망을 바라보았다.

 

 “다섯 명 정도가 의도적으로 아무도 마을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길을 막고 있어. 아니, 마을 안에서 대기하고 있는 녀석들까지 하면 총 여덟 명인가. 밖에서 볼 때는 굉장히 혼잡하고 복잡해서 들어갈 수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아주 강력한 몇 명이 저곳을 막고 있는 거야. 방금 싸움을 일으킨 사람도 그들 중 한 명이고. 여기 있는 모든 지원자들이 다 덤벼도 저들 중 한 명도 이길 수 없을 만큼 강한 사람들이 입구를 막고 있어. 실제로 거의 30분간 관찰한 결과 지원자들 중 저 안으로 들어간 사람은 아무도 없어. 저곳을 막고 있는 사람들만 안쪽으로 들어갔다가 안에서 대기하고 있는 또 다른 강한 사람과 교대를 하고 있어 몇 명씩 들어가는 것처럼 보일 뿐이지.”

 

 “호오, 그리고?”

 

 아르망의 말에 남자는 입가에 씨익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르망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저기서 치열하게 몸싸움을 벌이는 지원자들보다 바깥에서 관찰하고 있던 지원자들이 오히려 더 많이 딴 곳으로 이동해 사라졌어. 포기하고 돌아갔다는 것치고는 이상한 게, 모두 같은 방향으로 이동했지. 각자 자신들이 왔던 방향으로 되돌아간 게 아니라. 우리가 전부 도전해도 이길 수 없는 문지기들을 저렇게 여러 명이나 세워둔 걸 보면 저곳은 길이 아니라고 광고하는 거나 마찬가지야. 그것조차 파악 못하는 녀석들은 다른 길을 보지 못하고 계속 저기에 도전하는 거고…, 그걸 파악한 녀석들은 나처럼 이렇게 다른 길을 찾고 있는 거지.”

 

 “훌륭하군.”

 

 아르망의 대답에 남자는 흡족하다는 듯 그렇게 말했다. 아르망도 그제야 마을 입구에서 눈을 떼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남자는 그 자리에 쭈그리고 앉아 아르망과 눈높이를 맞췄다.

 

 “네 말대로다. 이번 시험은 저 입구에 있는 녀석들 중에 시험관이 섞여있다는 것을 알아채거나 또는 저기가 아닌 다른 길이 있다는 것을 알아챈 녀석들을 추려내는 것이 목적이다. 지금껏 이렇게까지 완벽하게 답을 내놓는 녀석은 처음이군. 이러면 내가 추가 설명할게 없잖아. 설마하니 내가 시험관인 것까지 알아내다니.”

 

 남자는 맥이 풀린다는 목소리를 하면서도 얼굴에는 재미있다는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칭찬이 어색한 아르망은 머리를 긁적였다.

 

 “그야…, 당신이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서 제일 강하니까.”

 

 아르망이 멋쩍은 듯 대답했다. 남자는 결국 참지 못하고 소리 내어 웃었다. 비밀 시험관으로써 남들의 눈에 튀는 행동은 절대 자제해야 했지만 터져 나오는 웃음은 참을 수가 없었다.

 

 “마지막까지도 정답이다, 꼬마. 그래, 내가 바로 이 시험장의 감독관이지. 아무래도 너는 오랫동안 볼 녀석인 것 같구나. 지금은 남들 눈에 띄질 않으려고 변장중이다만 나중에 또 만나면 정식으로 내 소개를 하마.”

 

 남자는 그렇게 말하고는 겨우 웃음을 참으며 아르망에게 손을 내밀었다. 악수를 하려고 뻗은 손을 아르망은 악수 대신 그저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아까부터 긴가민가했는데, 당신 혹시 바흐 로케노프야?”

 

 아르망의 말에 남자는 지금까지 중 가장 놀란 표정을 지어보였다. 아르망은 남자의 머리칼과 눈을 가리켰다.

 

 “눈동자와 머리칼이 얼핏 보면 같은 색인 것 같지만 서로 이질적으로 다른 붉은 빛이야. 그리고 몸에 뿌린 향수 사이로 아주 옅지만 헤나 가루 냄새가 나. 아무래도 오늘 아침이나 어젯밤에 미리 염색을 한 거겠지. 무엇보다 발음. 군데군데 어색한 억양이 섞여 있어. 이건 사투리가 아니라 외지인이 우리 대륙의 어려운 단어를 발음할 때 생기는 거야. 대륙에서 온 붉은 눈의 인도자, 그리고 그 중에서도 선별된 시험관들의 감독까지 맡을 수 있을 정도의 실력자는 내가 아는 중엔 바흐 로케노프 밖에 없어.”

 

 아르망의 설명에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정답이었다. 설마하니 자신의 정체를 이렇게 완벽히 파악할 수 있는 인재가 선발 지원자 중 있다니. 그것도 이런 꼬맹이가. 바흐는 웃음 섞인 한숨이 나오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정말 완벽한 관찰력이군, 꼬마. 넌 인도자가 될 좋은 자질을 갖추고 있구나. 부디 이번 선발전에 통과하여 훌륭한 인도자가 될 수 있길 바라마. 자, 받아라. 여기가 진짜 시험장이다.”

 

 바흐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품 안에서 곱게 접힌 종잇조각을 건네주었다. 아르망은 그것을 펼쳐본 뒤 이상하다는 듯 한 번 고개를 갸웃하고는 이내 자신의 주머니에 꾸겨 넣었다. 바흐는 다시 한 번 아르망에게 손을 내밀었다.

 

 “네 이름이 궁금하군.”

 

 “아르망. 아르망 델 앙투아쥬.”

 

 “호오, 그 앙투아쥬 가문의…?”

 

 아르망은 바흐와 악수한 후 곧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가방을 다시 어깨에 짊어졌다. 바흐는 일어서고도 자신의 가슴팍까지 밖에 오지 않는 쪼그마한 아르망을 보고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음, 원래는 안 되는 건데 말이야. 개인적으로 네가 맘에 들어서 힌트를 하나 주지. 다음 시험도 지금 본 이 시험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돼. 그럼 무사히 통과할 거다. 행운을 빌지.”

 

 바흐의 말에 아르망은 눈을 몇 번 깜빡거리더니 이내 감사의 뜻으로 바흐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는 몸을 돌려 미련 없이 새로운 목적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바흐는 자신의 몸만큼 큰 가방을 들고 가는 아르망의 그 인상 깊은 뒷모습을 자신의 머리에 각인시켰다.

 

 “아르망이라…. 그래, 그 앙투아쥬 가문의 막내아들이로군.”

 

 바흐는 자신의 기억을 되짚어 아르망이란 이름을 기억해냈다. 분명 엥켈 델 앙투아쥬의 스물 두 명의 자녀 중 막내의 이름이었다. 바흐는 자신의 품에서 나팔 전령기를 꺼내들었다. 그리고는 지체 없이 누군가를 향해 연락을 걸었다. 오래지않아 전령기 반대편의 누군가가 그 전령을 수신했다.

 

 -뭐냐, 바흐. 급한 용무가 아니면 이 전령기로 나한테 연결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아아, 우리 사이에 인정 없이 뭐 그런 걸 또 따지고 그러십니까, 보스. 그런 건 말단들이나 지켜야 할 룰이지.”

 

 -급한 일이냐?

 

 “아니, 그냥 갑자기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어서.”

 

 -부탁? 네가? 나한테?

 

 바흐의 부탁이라는 말에 전령 너머의 상대는 의아하다는 목소리로 반문했다. 그 말에 바흐는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뭐, 전에 내기 걸었던 거 있잖아요. 우리가 매년 하던…, 우승자가 누가 될지 맞추는 거요. 그거 좀 바꾸고 싶어서.”

 

 -뭘 바꾼다는 거지?

 

 “아니, 별 거는 아니고 제가 지목했던 녀석을 다른 놈으로 바꿀 수 없나, 해서요.”

 

 -안 돼, 룰 위반이다.

 

 “하, 정말 고지식한 노인네.”

 

 -지금 어디냐?

 

 “아이쿠, 농담입니다. 귀도 밝으셔.”

 

 상대방의 심기 불편한 목소리에 바흐는 농담이라는 가벼운 어조로 어물쩍 넘어갔다.

 

 -그런데, 누구로 바꾸고 싶다는 거지? 시험관을 하다 눈에 띄는 녀석이라도 발견했나?

 

 “흠, 글쎄요? 안 가르쳐 줄 겁니다.”

 

 -또 네 나쁜 버릇이 발동했군.

 

 “하하. 이만 끊겠습니다, 보스. 슬슬 여기 테스트 마무리할 시간이 다 되어서.”

 

 바흐는 그렇게 자신의 말만 늘어놓고는 상대방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전령기를 꺼버렸다. 보스라 불린 남자는 뭐라 더 말을 하려고 했던 것 같지만 바흐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다. 다시 바흐의 전령기로 보스에게서 연락이 왔지만 바흐는 전령기를 품 안에 넣은 뒤 받아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좋은 건 혼자 알고 있어야 하는 법이지.”

 

 보스가 말한 그 나쁜 버릇을 자신의 입으로 중얼거리며 바흐는 지원자들이 몰려 있는 마을 입구를 향해 시험 종료를 알리며 다가갔다. 물론 그곳에 모인 사람들 중 대부분은 갑자기 그게 대체 무슨 소리인지 전혀 이해하질 못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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