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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위대한 선택
작가 : 연연
작품등록일 : 2017.11.2

트리거 워닝 ─ 비윤리적 사회실험
"당신의 선택에 따라 누군가의 삶과 죽음이 결정됩니다."

 
Intro
작성일 : 17-11-02 00:53     조회 : 350     추천 : 0     분량 : 2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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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대한 선택.”

  하연수는 소리내 읽었다.

  Dr. A가 넘긴 두툼한 종이더미 겉면에 그렇게 써있었다. 하연수는 다소 골치 아픈 표정으로 팔랑팔랑 표지를 넘겨가며 내용을 훑기 시작했다. Dr. A 본인이 썼다고 주장하는 그 이야기는 비행기 안에서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하필 왜 제게 이것을 맡기셨는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저보다 나은 사람은 얼마든지 있었을텐데요.”

  “최민해 씨가 하연수 씨를 추천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 글로 유명해지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최민해는 3년 전 전세계 뉴스 앵커들이 한 번쯤 소식을 전해봤다는 비운의 폭탄테러로 세상을 하직한 하연수의 지인이었다. 최민해와 하연수는 잠깐 같은 직장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었고, 그 때의 친분으로 최민해의 장례식에 하연수가 참석한 적이 있었다. 최민해가 죽은 지 3년이 지난 어느 날, 뜬금없이 도착한 이메일의 보낸 이가 ‘최민해’였을 때 하연수는 당연히 그 이메일을 쓴 사람이 최민해의 가족이나 지인 쯤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친했던 지인의 가족, 혹은 지인의 간절한 부탁이라 여기며 하연수는 이메일에 적힌 약속장소로 나가겠다고 답장을 했다. 그렇게 약속장소인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은색에 가까운 옅은 금발의 노인은 본인을 최민해와 같은 테러로 사망한 Dr. A라고 소개했다. 그리고 최민해를 비롯해 그 테러로 사망한 인물들 중 일부가 생존해있다고 하연수에게 알려주었다. 그 날의 기록이라며 그가 넘긴 종이더미의 글은 대충 보아도 허무맹랑했다.

 

  “그러니까, 망해도 좋으니 책으로만 내 달라...”

  “그렇습니다. 책을 내는 데 필요한 액수는 얼마든지 이쪽에서 준비할 수 있습니다."

  Dr. A는 권위적인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연수는 곤란한 표정을 유지한 채 카페 테이블 위로 종이더미를 내려두고 제 이마를 문질렀다.

 

  “그런데 이거 정말 있었던 일인가요?”

  Dr. A의 글은 문학적인 글을 처음 쓴 사람의 것처럼 비유에 서툴고 딱딱한 필체였다. 허무맹랑했지만 그것은 소설보다는 무척 보고서답게 읽혔다.

  “예.”

  내심 하연수는 이 모든 일이 거짓말이길 바랐다. Dr. A는 대답을 번복하지 않았다. 하연수는 스스로가 괜한 일에 휘말린 것은 아닐까 심각하게 고민했다.

 

 “만약에, 아주 만약에 이 글이 정말 실화에 바탕을 둔 글이라면.”

  하연수는 몇 번이고 도무지 실화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장면들을 훑었다.

  “이대로는 책으로 못 냅니다. 실명과 직접적인 사건, 장소를 이렇게 노골적으로 써버리면 이 책과 함께 우리 출판사도 망할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법정에 나가던가, 소송에 휘말리겠죠.”

  “이해합니다, 하연수 씨. 애초부터 큰 욕심은 가지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 기록도 완전히 사실이라기보다는 오로지 제 기억에 의존해 재구성한 기록이기 때문에. 네, 몇 가지를 숨기는 것에 찬성합니다. 저는 이것이 수필이 아닌 소설로 보이기를 바랍니다.”

  “여기 나오는 사람들의 국적이...”

  “다양합니다. 여기저기서 선발했기 때문에.”

  Dr. A가 대답했다. 하연수는 깊은 숨을 한 번 내쉬었다.

  “전부 가명으로 쓸게요. 공간적 배경도 전부 한국으로 통일하죠. 한국에서 나오는 책인데, 등장인물들과 배경을 한국으로 설정한다면 복잡하게 문제 삼지는 않을테니까요.”

  “알겠습니다. ...아, 그런데 하연수 씨, 한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Dr. A는 단조로운 어조로 말을 덧붙였다.

 

 “가능하다면 저는 가명으로 쓰지 말아주십시오. 이름을 쓰지 못한다면, 'Dr. A'로나마 부탁드립니다.”

  “Dr. A? 흐음. 알...겠습니다.”

  하연수는 곰곰히 따져보다가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 종이더미의 여백에 하연수는 지금까지 결정한 사항을 대충 써넣었다.

 

  하연수는 ‘위대한 선택’을 처음부터 소설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이 허무맹랑한 보고서가 실화로 밝혀질 경우 본인이 감당해야할 여파를 상상하기란 끔찍했다. 그럼에도 하연수는 Dr. A가 이 책을 세상에 내보이고 싶은 마음은 이해할 수 밖에 없었다. 이 글은 여러가지 의미로 상당히 무겁고 흥미로웠다. 어떤 분쟁이든 그곳에 불을 지필 것이 뻔했다.

  “Dr. A. 지금까지의 우리 둘의 대화를 책 서문에 써도 되겠습니까?”

  하연수의 질문에 Dr. A는 표정으로 이유를 물었다.

 

  “이 글을 아주 가짜로 취급해버리기엔 아까울 것 같아서요.”

 

  “그건 하연수 씨의 재량에 맡기겠습니다. 내가 이 기록을 마쳤을 때 그것은 이미 나를 떠나갔습니다. 나머지는 제가 믿는 당신의 손에 달렸겠죠. 부디 만족스러운 결과를 보여주시길 기대하겠습니다.”

 

  “뭔가 거창하네요.”

  하연수는 오랜만에 흥미로운, 혹은 아주 곤란한 일을 맡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는 Dr. A를 향해 가볍게 웃음소리를 냈다. Dr. A도 희미하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웃는 게 서투른 사람이라고 하연수는 생각했다.

  Dr. A와의 간단한 협의를 마치고 Dr. A는 하연수에게 이메일을 남겨주었다. 그는 '위대한 선택'에 대한 질문과 조정은 이메일을 통해 해주기를 부탁했다.

  Dr. A보다 먼저 하연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Dr. A는 카페의 창밖으로 시선을 던진 채 미동도 없이 앉아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을 관찰해온 회색에 가까운 푸른 눈이었다. 하연수는 그 모습을 시선 끝으로 흘기고는 곧 소형 마티즈를 끌고 자택으로 향했다.

 

  하연수는 잠깐 진짜로 최민해가 살아있을까 의문을 가져보았다. 그러나 Dr. A는 확실히 죽음에서 살아돌아온 존재였고, 그가 넘긴 ‘위대한 선택’은 마티즈의 보조석에 분명하게 놓여있었다.

  운전석을 잡은 두 손이 유령이라도 만난 사람의 것마냥 가볍게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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