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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그대를 적시는 강이 되어
작가 : 홍계피
작품등록일 : 2017.11.1

용맹한 여인 평강과 비루한 사내 온달이 있었다. 그들은 신분부터 하늘과 땅차이인 존재, 그러나 유연한 붉은 실은 그것에 괘념치 않았다. 사부와 제자의 관계로 둘의 연은 시작되었고, 전쟁이라는 소용돌이에 붉은 실은 꽃피우지 못하고 시들어버렸다.
그것이 안타까웠던 것일까, 짝을 잃은 울부짖음이 하늘에 닿았던 것일까. 그들의 운명의 실은 서로를 놓지 않은 것인지, 희미한 자국으로나마 다음 생으로 옮겨 붙었다.
실의 자국이 어떤 색을 띠고, 그들의 연을 이어 갈런지.

 
01. 유연하게 헤엄치는.
작성일 : 17-11-30 10:33     조회 : 376     추천 : 0     분량 : 6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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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

 

 

  ‘저- 달빛에- Reflection- 지평선 향해 사라질 때에- 잘 게 부서진 유리 같은-’

 

  “아, 이 시간에 누구야?”

 

  갑자기 들려오는 전화벨 소리에 회색 이불이 꿈틀 거리더니, 검정색 긴 머리카락을 늘어뜨리며 한 여자가 이불 속에서 기어 나온다. 마치 공포영화의 한 장면 연상시키지만, 볼 옆에 흐른 흰색 침자국과 아무렇게나 흐트러진 머리카락은 영화와는 다른 의미로 기괴했다.

 

  “여보세요”

 

  “야! 평아! 놀라지 마라!”

 

  이불에서 전화를 받는, 평이라고 불리는 여인이 얼굴을 비비며 전화를 받자, 스피커 모드로 인해서 상대방 목소리가 방안에 울렸다. 전화를 받은 평의 허스키한 목소리와는 다르게 높고 꾀꼬리 같은 목소리였다.

 

  “니 목소리에 더 놀랐다. 뭔데?”

 

  “응? 너 목소리가 왜 그래? 설마 지금까지 자고 있던 거야? 지금이 몇 시인데!”

 

  “그러게 지금이 몇 시인데, 내가 자고 있는 거냐?”

 

  평이 무덤덤하게 반문하자, 상대방이 오히려 당황하며 말이 끊기더니,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연다.

 

  “.......어휴, 주말이라고 또 정신 놓고 부어라, 마셔라 했구나!”

 

  “아니, 정신 있는 상태로 부어라, 마셔라 했다. 그나저나 놀랄 일이 뭔데? 나 오늘 쭉- 잘 생각이었는데, 니 전화로 깼다. 나 안 놀라면 깬 김에 너 잡으러 갈 거다.”

 

  평이 위협적으로 이야기했음에도 상대방은 음흉하게 ‘으흥흥흥~’ 하고 기분 좋은 콧노래를 불렀다. 무게를 잡던 평도 친구의 귀여운 흥얼거림에 피식- 웃으며 짜증 섞인 농담을 던졌다.

 

  “너 기분 좋은 소리 들으면 왜인지 더 짜증나니까, 빨리 말해줄래?”

 

  “나, 오늘부터 1일이다!”

 

  “하, 주말부터 똥 꿈이네. 복권을 사야하나.”

 

  평은 그대로 전화를 끊고는 침대에 누웠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태어나서 오늘날까지 솔로였던 친구 하나가 연애를 한다니, 이건 꿈이 분명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저- 달빛에- Reflection-’

 

  또 다시 울려오는 전화 소리에 평은 다시 한 번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너 왜 그냥 끊어!”

 

  “.......꿈 아니었냐?”

 

  “당근 아니지~ 헤헤. 내가 이 오빠 만나려고 지금까지 솔로였나봐.”

 

  평은 자꾸만 구겨지는 이마를 짚으며, 연애한 지 갓 1일된 친구의 행복한 연애담을 들으며 생각했다.

 

  ‘하, 이제 나만 남은 거냐.’

 

  “평아! 듣고 있어? 헤헤. 그러니까 너도 빨리 연애해!”

 

  친구의 마지막말에 평은 해탈의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하하. 나의 오랜 친구이자, 솔로들의 배신자여. 부정문에는 ‘안’ 부정문과 ‘못’ 부정문이 있단다. 안타깝게도 나는 연애를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 하는 것이란다. 그러니까.......”

 

  “또, 또! 그 말한다. 하여튼 말은 잘해요. 네가 집 안에만 있는 거면서.”

 

  “하하. 친구야, 네가 나에게 소개팅을 3번 시켜준 후 한 말을 기억 못하느냐?”

 

  “.......”

 

  “너는 나에게 ‘연애 고X’이거나 ‘사회생활 X자’인 것 같으니, 병원이라도 가보라고 했단다. 너도 같은 동지였음에도 그렇게 말했지. 껄껄.”

 

  “.......이젠 아니지. 훗, 연애고X새끼. 잠이나 자라.”

 

  뚜뚜뚜-

 

  그렇게 전화는 끊겼고, 평은 갑작스러운 전개에 짜증이 났는지, 이마를 짚으며 한참동안 끊긴 통화 화면을 보더니 이네 다시 침대에 누워서 잠을 청하려고 했다.

 

  “아오, 분명히 좋은 꿈을 꾸고 있던 것 같은데....... 인생에 도움도 안되는 놈.”

 

  ‘띠링-’

 

  그때마침 메시지가 울렸고, 평은 폰을 확인하고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앉았다. 상사의 연락이었기 때문이었다.

 

  -평이씨, 주말에 정말 미안합니다. 지금 회사에서 자료 좀 보내주실 수 있으세요? 제가 중요한 파일을 놓고 와서요.

 

  연락을 보낸 상사는 회사에서 자가용으로 1시간 거리에 위치하고 있었다. 반면에 평은 자가용으로 5분 거리에 있었으니, 가장 어리고 회사에서 가까이 사는 평에게 자료를 부탁한 것이었다.

 

  -네, 그런데 제가 지금 좀 밖에 나와 있어서요. 1시간 쯤 걸릴 거 같은데 괜찮으세요?

 

  당연히 집밖을 나가기 싫었던 평은 치사하지만 멀리 있는 척을 했고, 상사가 거절의 의미로 받아들이길 기대하며 다시 침대에 누웠다. 그러나 이 눈치 없는 상사는 글자를 그대로 이해한 듯 했다.

 

  -네, 고마워요. 평이씨^^

 

  “아 망할. 그냥 해외라고 할 껄 그랬나. 아니, 애초에 그런 거면 자기가 출근을 하지.”

 

  그러나 밖으로 한 말과는 다르게 평은 친절하게 상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네, 그러면 회사에 도착하고 연락드리겠습니다.

 

  마지막 메시지를 보내고 짜증이 난 평은 침대에 폰을 던지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아, 이렇게 주말까지 회사에 가야하는 거냐. 때려 칠까.”

 

  위험한 생각에 잠시 빠졌던 평은 곧 고개를 저으며 유혹을 뿌리쳤다. 일을 그만두면 다시 그 쓸모없는 ‘백수들’과 한 집에서 살아야한다. 취업과 동시에 바득바득 우겨서 겨우 자취를 시작한 평이었다.

 

  “또 다시 그 놈들 라면이나 끓이면서 살 수는 없지. 우리 빠방이 할부도 이제 시작이고 말이야.”

 

  평은 빨래 바구니에서 대충 청바지와 티셔츠를 꺼내 입고는 위에 얇은 점퍼하나를 걸쳤다. 전날에 입은 옷을 주워 입었음에도 당당하게 콧노래를 부르며 주차장으로 향했다. 그렇게 도착한 곳에는 딱 보기에도 새 차일 것 같은 검은 색 자동차가 위치하고 있었다.

 

  “빠방아, 간밤에 춥지는 않았지? 후후. 이 누나가 뜨듯하게 데워 줄 테니까 기다리렴.”

 

  평은 음흉하게 웃으며 차에 올랐다. 얼마 전에 중고로 구입한, 새 것 같이 관리가 잘된 차였다.

 

  “역시, 내가 중고 운은 좀 많다니까!”

 

  그녀는 중고 쇼핑을 찬양하면서 운전석에 올랐고, 착석과 동시에 자신이 아끼는 음악을 틀었다. 어린 시절부터 위로가 필요한 순간이면 찾던 음악이었다. 시끄럽게 울려 퍼지면서도 서정적인 가사가 인상적인 곡이었다.

 

 

  ‘같은 곳 이시간은- 달빛을 갈라- 어둠 가르며 새벽 올 때 까지- 잘게 부서진 유리 같은- 날카로운 빛으로 눈이 부시게- 어둠을 비추며 Like Shining Stars- 꿈의 파편들을 깊이 새기며- 어둠에서 눈을 뜰 때- 영원을 꿈꾸며- 날아오른 순간- 밤하늘 저편 그곳에- 웃고- 있네-’

 

  평은 아름다운 목소리와 가사를 음미하며, 부드럽게 차를 몰아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회사에서도 베스트 드라이버로 유명한 평은, 평소와 같이 예술적인 코너링과 매너 있는 끼어들기로 유유히 도로를 누비고 있었다.

 

  “어휴, 저차는 뭐. 핑크에 고양이귀에....... 아니 무슨 차를 저런 식으로 튜닝을 했데. 왜, 그냥 고양이 꼬리도 뒤에 붙이지.”

 

  빨간 불에서 서서히 속도를 줄이던 평은 앞차의 귀여운 꼴을 보면서 구시렁거렸다. 그러면서도 반대편 차선에 지나가는 차들 구경에 여념이 없었다. 어느덧 신호가 초록불로 변했음에도, 그녀의 자동차 구경은 이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쿵!

 

  그 큰 소리와 함께, 평의 정신은 조금 전까지 꾸던 꿈나라로 향했다.

 

 .

 .

 .

 

  쾅!

 

  “아바마마! 도대체 그게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고급스러운 옷을 걸친 건강한 체구의 여인이 긴 머리카락이 휘날릴 정도로 강하게 탁자를 내려치며 눈앞의 나이든 남자에게 소리친다.

 

  이런 그녀의 반응이 한 두 번이 아닌지, ‘아바마마'라고 불린 사내는 그녀가 탁자를 내려칠 것을 예상하고 미리부터 찻잔을 들고 있었다. 덕분에 그가 아끼는, 오랜 역사를 담고 있는 찻잔을 지킬 수 있었다.

 

  ‘이게 얼마짜리인데, 저번처럼 허무하게 잃을 수는 없지.’

 

  남자는 손도 쓸 세 없이 깨져버린, 가장 아끼던 1호 찻잔을 추억하며 눈을 감았다. 아직도 그 쓰린 기억이 가시지 않는지, 씁쓸한 차를 후르륵- 한 모금 들이키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러나 그의 안식은 낮고 위험하게 울리는 목소리에 오래가지 못했다.

 

  “아.바.마.마!”

 

  남자는 한 숨을 푹- 쉬며 입을 열었다.

 

  “상부의 고씨 가문과 혼인이야기가 오갔고,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하였다.”

 

  “제가 귀를 먹었습니까? 그걸 여쭙고 있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면 무엇을 묻는 것이냐. 이 아비는 아둔하여 너의 의도를 짐작하지 못하겠구나.”

 

  “아바마마!”

 

  “내가 나이를 먹었다고는 하지만 귀를 먹지는 않았다! 너는 누굴 닮아서 목소리가 그리도 큰 것이냐!”

 

  “아바마마를 닮았지, 누구를 닮았겠습니까! 그리고 말 돌리지 마시옵소서! 다시 한 번 말씀을 드리지만, 저는 얼굴도 모르는 싸가지 없는 귀족과 혼인할 생각이 전.혀. 없사옵니다. 제안을 당장 거절해 주시옵소서!”

 

  “아니, 아직 만나보지도 못했으면서 어찌 그의 싸가지를 평가할 수 있단 말이냐.”

 

  남자는 눈썹을 치켜뜨며 물었다. 그러자 여자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대답한다.

 

  “아버지의 아들들의 행실을 보고 가슴 깊이 깨달았나이다! 그 쓸모없는 백수 두 명 말입니다! 또한 현재 고구려 내부가 조금 어수선하다고는 하나, 제 짧은 식견으로도 우리 가문에는 좋은 인재들이 많사옵니다. 그들로 인해 이러한 정국을 분명 바로 잡을 수 있다고 판단됩니다. 인정하기 싫지만, 조금 전 거론한 백수 두 놈, 아니지 두 분도 뛰어난 장수들이지요! 그들을 잘 이용하시면, 혼란한 내부 정리는 물론이고, 북으로는 만주를, 남으로는 한강을 다시 차지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옵니다.”

 

  남자는 옳은 말만 하는 딸의 말에 발끈했는지, 차분하던 여태까지의 태도와는 다르게 큰 소리를 치며 속에 있던 말을 뱉어냈다.

 

  “내가 그걸 몰라서 그러는 것이냐! 이런 정국을 이용해서라도 네가 혼인 하는 꼴을 보고 싶어서 그런 것을 정녕 모르는 것이냐?!”

 

  “하- 그 이야기가 왜 안 나오나 했습니다!”

 

  서로를 잡아먹을 듯이 쏘아보는 부녀의 모습은 썩 닮아있었다. 그녀의 풍채도 아버지를 닮아서 그런지 웬만한 사내보다 좋았으며 무술에 재능까지 있었다. 아니, 무술에 뛰어난 재능을 지녔다는 게 맞는 표현일 것이다. 덕분에 혼기가 꽉 차서 넘치는 나이에도 여전히 친정 신세를 지고 있는 것이겠지.

 

  “평강아, 이 아비의 마음을 정녕 모르는 것이냐.”

 

  남자가 기운이 빠지는 목소리로 한탄을 하자, 평강 또한 한 숨을 푹- 쉬며 어느새 늘어난 아버지의 주름을 세어보며 입을 열었다.

 

  “아바마마, 저는 장수가 되고 싶다고 말씀드렸습니다. 13세 이전에는 장수가 되는 조건으로 울지 않았고, 몸을 단련하는 일 또한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13세가 되어서도 장수가 되겠다고 하였을 때, 앞으로 3년 동안 혼인을 하지 않으면 허락하신다 하셨습니다.”

 

  그 말을 들은 평강의 아버지는 눈동자를 굴리며 이마에 맺히기 시작한 땀을 닦았다. 늦둥이 육아 좀 쉽게 해보자고, 울지 않는 조건으로 장난처럼 한 약속이었다. 또한 완강한 평강의 꿈을 포기시키려고 과격한 훈련을 매일 하는 조건도 덧붙였다.

 

  그러나 평강은 그 모든 약속을 지켰고, 시간이 지나서는 그래도 여자 아니까,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장수 따위 포기하고 혼인하겠다며 먼저 달려들 줄 알고 혼인을 걸고넘어졌다.

 

  하지만 결과는 이 꼴. 왕은 자신을 닮아서 한다면 하는 딸아이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해서 저는 이제 16세가 되었사옵니다. 저 또한 사람 대 사람으로 누군가를 사랑하고, 아이를 낳고, 행복하게 살고 싶었지만, 제 꿈을 위하여 잠시 미뤄두었습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제 꿈을 응원 해주시기는커녕, 원하지도 않는 혼인을 하라 말씀하시옵니까?”

 

  “평강아, 저번에 말했지 않느냐! 너의 신분에 장수는-”

 

  “됐사옵니다! 저는 모든 인생을 쏟아 부어서 꿈을 이루려 노력하였는데, 아바마마께서는 공주라는 신분 때문에 장수가 될 수 없다하셨지요. 누굴 위한지도 모를 그런 허무맹랑한 논리를 제가 진정 따를 것이라고 생각하시옵니까?”

 

  그 말을 끝으로 평강은 치마 속, 허벅지에 달려있는 단검을 뽑아들었다. 검을 든 그녀의 주변에는 검기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덕분에 주변에 숨어있던 ‘왕의 그림자들’이 긴장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긴장감을 눈치 챈 평강은 씨익- 웃으며 입을 열었다.

 

  “제가 이 작은 검 하나 뽑았을 뿐인데, 아버지의 유능한 그림자들이 긴장을 했는지, 침 넘어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옵니다.”

 

  평강의 조롱을 들으면서도 그 유능하다는 그림자들은 눈 하나 깜짝 못하고 있었다. 그것은 그녀가 공주여서가 아니었다. 그녀가 진심으로 달려든다면, 겨우 3명 남은 그림자단이 몇 명으로 줄어들지 예상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아니, 허무하게 그림자단 자체가 역사 속으로 사라질지도 모르지.

 

  어둠에 숨은 그림자들을 쭉 둘러보던 평강은 피식- 웃으며 단검을 들어 올렸고, 방안의 모두가 긴장하는 그 순간, 평강의 칼이 향한 것은 자신의 길고 윤기가 나는 검은 머리카락이었다.

 

  단숨에 짧게 잘린 평강의 머리카락에 주변에 모든 이가 숨 쉬는 것도 잊은 듯, 조용해졌다.

 

  “제가 꿈을 이루는 것에 방해가 된다면, 공주고 지랄이고 그만 두겠사옵니다.”

 

  평강은 손에 잡고 있던 머리카락을 땅에 떨어뜨리며 말을 이었다. 왕 또한 그녀의 강경한 태도에 놀랐는지, 아끼고 아끼던 찻잔을 바닥에 떨어뜨려서 방안엔 쨍그랑-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 걸로 평강공주는 죽었다고 생각하시옵소서. 저는 공주 평강이 아닌, 인간 평강입니다.”

 

  그 말을 끝으로 평강은 뚜벅뚜벅 걸어서 방을 나섰다. 그 발걸음은 앞으로의 삶에 대한 설렘과 기대로 인하여 그 어느 때 보다 가벼웠다.

 

  그녀가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선택하여 한 걸음 내딛는 순간, 그녀의 왼쪽 새끼손가락에는 희미한 붉은 실이 휘감겼다.

 

  붉은 실은 그녀의 선택에 기쁜 것인지 넘실넘실 춤을 추며 강하게 부는 바람을 거슬러 먼 길을 떠났다. 붉은 실의 반대쪽 끝이 어디일 지는 짐작할 수 없으나, 그녀의 선택으로 결정된 운명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운명은 한 곳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선택과 선택사이를 유연하게 헤엄치는, 마치 살아있는 생물과 같은 것이니까.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홍계피라고 합니다.

 1화를 올리려니까, 많이 떨리네요.

 부족한 글이지만, 많은 분들이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ㅠ

 *참고로 중간에 벨소리로 나온 가사는 "the TRAX의 Scorpio"라는 곡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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