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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나뭇잎 사이로 떨어진 햇살
작가 : 하랑
작품등록일 : 2017.10.31

먼 옛날 정령의 땅이라 불리웠던 왕국, 로단테.
이 왕국엔 신비한 힘을 가진 마녀가 전국을 떠돌며 살아간다.
반란의 씨앗이라는 불명예와 함께 왕궁에서 쫓겨나, 나라를 떠돌며 자신의 존재가 이 왕국에 악이 아님을 증명하려는 듯.
그렇게 선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로단테를 떠돈다.

 
프롤로그 - 지켜지지 못한 약속, 그 후
작성일 : 17-11-01 14:45     조회 : 672     추천 : 7     분량 : 2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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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지금은 아니어도 후에 반란을 일으킬 수 있는 위치입니다! 자라날 가능성이 없다고 해도 씨앗은 씨앗. 언제 자라날 지 모르는 일 아닙니까?!"

 

 "맞습니다. 왕위에 오를 자격이 이미 주어져 있습니다. 본인에게 그럴 뜻이 없다고 해도 주위에서 가만 둔다는 법도 없지 않습니까! 반란의 씨앗은 자라나기 전에 제거하는 것이 좋습니다!"

 

 시끄럽게 떠드는 그들을 보며 두 눈을 질끈 감은 어린 여자아이가 두려움에 떨며 양손으로 귀를 막았다.

 저들이 떠들어대는 말들이 무슨 말인지 채 이해하기도 버거울 10살.

 

 깊은 밤 어두운 복도를 서둘러 달리며 창문으로 들이치던 달빛.

 의문도 모른 채 오빠의 손에 붙들려 끌려 나온 아이는 어쩐지 날이 선 분위기에 작게 떨었다.

 

 "오빠가 미안해.. 둘 다 지키기엔 역부족이야.. 여기에 계속 있다가는 저들에게 무슨 짓을 당할 지 몰라. 그러니까.."

 

 "싫어.. 오빠.. 같이 있을래.. 혼자 싫어.."

 

 울먹이며 제 옷자락을 움켜쥔 그 작은 손을. 떼어놓아야 했던 가슴 먹먹함.

 어둠 속에 감춰버린 그 얼굴. 유난히 바람이 서늘한 것처럼 온몸이 시려 왔다.

 

 "혼자 아니야. 오빠가 더 강해져서 다 지킬 수 있게 되면 다시 함께 사는 거야."

 

 손 안에 가득 쥐었던 오빠의 옷자락이 쉽게도 빠져나가자 두 눈에 그렁그렁 맺혀 있던 눈물이 기어코 흐르고 만다.

 아주 잠깐 옷자락을 움켜쥐었던 손은 온기가 빠져나간 듯 차게 식었고, 온몸이 시리다고 느끼며 제 팔을 끌어안았다.

 

 추운 것인지, 혼자일 것이라는 두려움인지.

 

 눈에 띌 정도로 떨고 있는 아이에게 작은 담요를 둘러주며 이 떨림을 추위 탓으로 돌린 아이의 오빠는 자신의 옆에서 울고 있는 두 여동생들을 바라보며 애써 마음을 가라앉혔다.

 

 이 두 사람을 모두 지키려면 한 사람은 이곳을 떠나야했다. 더 어린 그녀를 내보내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다른 방법은 없었다.

 

 "걱정마. 오래 걸리지 않을 거야."

 

 금방일 것이라는 약속과 함께 오빠의 부탁을 받은 그의 손에 이끌려 빠져나온 왕궁.

 

 하지만 오래 걸리지 않을 거란 그 약속은 끝내 지켜지지 못했다.

 

 

 

 

 

 그로부터 10년.

 

 

 끼익.

 

 

 "어디가?"

 

 방문 앞을 지키고 있던 남자가 조심스레 문을 열고 나온 미로를 향해 물었다.

 

 

 찰랑이는 흑색 단발에 빠질 것만 같은 녹금안. 하얀 피부와 언뜻 보면 가녀리지만 절대 약하지 않은 아이.

 

 

 방문 앞을 지키고 있을 거란 예상은 못했는지 놀라 움찍거린 검은 정수리가 어색한 미소를 띄운 채 고개를 들어 자신의 앞을 가로막고 선 따스한 상아색을 머금은 옅은 금발의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젠장.'

 

 어색한 미소 뒤로 곤란함을 삼킨 미로는 애써 태연한 척 손에 든 너울을 머리에 쓰며 말했다.

 

 "산책."

 

 그러자 가만히 연한 갈색의 눈동자로 미로를 내려다보던 그가 한걸음 내디디며 말했다.

 

 "같이 가."

 

 "싫어."

 

 단박에 거절의 말을 뱉아내는 그녀를 보며 그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했다.

 

 

 "같이 있으면 너무 눈에 띄어. 혼자 갈 거야. 따라오면 도망갈 테니까 그렇게 알아."

 

 아닌 것이 아니라, 정말로 그와 함께 길을 거닐기라도 하면 온 주위 시선이 그에게 쏠려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었다. 반듯한 외모에 부드러운 눈빛.

 그 다정다감함이 뚝뚝 떨어지는 시선이 스쳐간 여자들은 죄다 홀린 듯 그를 바라보다 그 시선이 결국엔 그의 옆에 선, 너울을 써 얼굴을 가린 자신에게 향했기에.

 

 

 서둘러 걸음을 옮기는 그녀를 뒤쫓으려다 따라오면 도망갈 것이라는 그녀의 말을 기억해내고 곤란한 얼굴을 한 그는 결국 방문 앞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멈춰서 불안한 눈빛으로 멀어져 가는 미로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힐끔 뒤를 돌아본 그녀는 또다시 저렇게 버림받은 강아지 같은 얼굴을 하고 자신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그의 모습에 양심의 가책을 느꼈지만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 역시 자신이 이렇게 그를 두고 도망가는 것이라는 것 빤히 알면서도 또 모른 척 속아주는 것이니.

 

 

 

 숙박집을 나선 미로는 망설임 없이 근처 숲 속에 그 몰래 숨겨두었던 수레로 향했다. 마차처럼 생긴 그것은 끄는 부분에 말이 없는 수레였다.

 

 이것은 그녀가 만든 그녀의 보금자리. 하지만 그에게서 도망치려면 이곳에 머물 수 없기에 하는 수 없이 숙박집에 머물렀던 것이다.

 

 수레 손잡이를 붙잡은 미로는 있는 힘껏 수레를 끌고 최대한 빨리 그곳을 벗어났다.

 

 그녀의 움직임을 따라 넘실거리며 춤추는 너울 사이로 문득문득 그녀의 검은 단발이 비쳤다.

 

 

 마을을 벗어나 한참 숲길을 달리고 나서야 숨을 고르며 걸음을 늦추는 미로.

 

 슬쩍 뒤를 돌아보자 아주 멀리 사람은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을 정도의 거리에 마을이 보이자, 미로는 조금 쓸쓸한 미소를 머금고는 다시 걸음을 내디뎠다.

 

 

 이렇게 매번 두고 도망치는 것도 마음이 아픈 일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자신은 쫓기는 몸이고 그런 자신과 함께 있다면 그 출중한 실력을 가지고도 출세하지 못할 것을.

 

 

 하지만 매번 그렇게 불안에 떠는 눈빛으로 자신을 하염없이 바라볼 때면 정말 버리고 가는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어서 곤란하다.

 

 함께 있어서 곤란한 입장일 것은 분명 그일텐데도 말이다.

 

 

 걸음을 내디뎌 숲길을 걷던 미로는 지도를 펼쳐 들었다.

 

 

 "그래서 다음 목적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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