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모자는 타인에 대한 예의이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듯이 적어도 이곳에서는 말이다.
이곳이라 함은 필로소피아를 말한다.
원래 일이 처음부터 이랬었던 것은 아니다.
처음에 이곳에는 모자가 없엇다.
모자를 한 번 이라도 보았던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어느 날 한 무리의 모자를 쓴 사람이 필로소피아로 넘어오기 시작했다.
그들은 언제 어디서나 항상 ‘모자’를 쓰고 있었고, 어떤 상황에서도 벗는 법이 없었다.
나중에 와서 밝혀진 사실이지만 그 중엔 ‘빨간모자’를 쓴 사내도 있었다.
그들이 어디에서 왔는지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
혹자는 외계에서 왔다고 하고, 수근대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들은 다른나라의 스파이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중요한 건 아무도 그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고 그들이 쓰고 있었던 '모자'를 신성시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 물건이 뭐요?"
"이것은 모자라고 하네."
"모자가 뭐에 쓰는 물건이죠?"
"아니 어떻게 그걸 모를 수 있단 말인가! 정말 사실인가? 자네, 모자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있는 거야?"
"아.. 꼭 그..런건 아니구요.."
"자네도 알겠지만 한 마디만 하지. 모자는 타인에 대한 예의라고!"
"네. 알고 있습죠.."
"그런데 왜 자네는 모자를 가지고 있지 않은건가?"
"....."
이런일들이 시내 곳곳에서 벌어지자 필로소피아 사람들은 모자를 찾으려 했지만 문제는 도저히 그것을 구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때론 마음이 맞는 이들과 함께 아무도 듣지 않는 곳에서 수근거렸다.
"도대체 이 빌어먹을 모자는 어디서 파는거야!"
그러던 어느날, 필로소피아에도 '모자가게'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