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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정상인 병동
작가 : 쉐리
작품등록일 : 2017.10.30

대한민국 청소년이 가장 많이 자살하는 때가 언제인 줄 아는가?
바로 수학능력시험을 보는 시기이다.
한명, 두명씩 사라지는 아이들..
이 아이들의 공통점은 '유서'를 남긴다는 것이다.
경찰은 이 사건을 그저 '자/실사건'으로 취급한다. 자살인지 실종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자/실사건에 설화의 친구 다은이 휘말리게 되고,
친구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설화는 의외의 장소에서 다은과 마주하게 된다.
과연 그들이 마주친 곳은..?

인간의 심리를 다룬 이야기.

 
1화
작성일 : 17-10-30 14:14     조회 : 432     추천 : 0     분량 : 8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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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대들이 보내는 편지-

 (본 소설은 약 10년전 시대상황을 바탕으로 합니다)

 

 - 제 1장. [함께 있는 즐거움]

 

  열정적으로 타오르던 태양이 세상에 찬바람을 흘려보낼 즈음, 수험생들 사이에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이 시기에 고등학교 3학년 교실은 늘 그렇듯 어떤 아이는 환희에, 또 다른 아이는 절망감에 휩싸이게 되었다.

  “축하해. 설화야”

  “아, 응. 고마워.”

  설화는 겸연쩍게 대답했다.

  “누구나 가고파 하는 명문대 경영학과를 수시 1차로 붙다니, 너 진짜 대단하다.”

  “아니야. 그냥 운이 좋았던 거야.”

  아이들의 축하를 받는 설화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았다. 친구들 사이로 그녀가 힐끔거리며 보는 곳은 교실 문 쪽이었다. 수업종이 치고, 아이들이 자리에 앉는 와중에도 설화는 계속해서 근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반의 어수선한 분위기가 정리 될 때쯤 교실의 앞, 뒷문이 차례대로 열렸다. 국어를 가르치는 설화네 반 담임선생님은 교탁으로 뚜벅뚜벅 걸어 왔다. 그녀는 손으로는 교과서를 펼치고 있었지만, 눈은 뒷문으로 들어온 학생에게 향해 있었다. 심하게 운 것처럼 눈이 퉁퉁 부은 채 자리에 앉은 여학생은 옆자리의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는 설화를 향해 괜찮다는 듯 희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종례시간에 자리 바꿀 거니까 다들 그대로 앉아있어. 수시 1차 붙은 애들은 다른 애들을 위해 좀 뒤에 앉도록 하자. 그럼 모의고사 시험지 펴.”

  선생님의 말을 들은 설화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려 옆을 보았지만, 굳어버린 여학생의 표정에 이내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교실의 뒤숭숭한 분위기도 석식시간을 알리는 종소리로 활기를 되찾았다. 남녀공학 고등학교이지만, 3학년은 성별로 반을 나누기 때문에 설화가 있는 3학년 4반은 여자 반이었다. 급식당번은 급식이 들어있는 이동식 소형 급식차를 교실로 가져오고, 다른 아이들은 소란스럽게 떠들어대며 배식 받는 줄을 섰다. 남은 아이들 몇몇은 가방을 챙기며 집에 갈 준비를 했는데, 학원에 가는 이들을 제외하면 거의 대학교 수시모집 합격생들이었다. 줄을 선 아이들은 그들에게 질투와 부러움이 섞여 ‘가지마,’ ‘배신자들’이라며 장난스런 말을 던지고는 했다.

  “어? 설화야, 넌 집에 안 가?”

  자신의 자리에서 한참 떨어진 맨 앞자리로 조심스레 걸음을 옮기던 설화는 급식을 받고 지나가던 반 아이의 질문에 흠칫하고 놀랐다.

  “그게, 저, 가지 말까하고….”

  “안 가긴 왜 안 가? 나랑 같이 갈 거야. 김설화, 얼른 가방 챙겨.”

  갑작스런 다그침에 어리둥절해하던 설화는 목소리의 주인공이 교실을 나가자, 서둘러 가방을 메고 따라 나섰다. 복도에는 화장실에 가는 아이들만 보일 뿐, 시끌벅적한 교실에 비해 비교적 조용했다.

  “다은아.”

  복도 창문에 기대 밖을 보고 있던 다은이는 몸을 돌려 설화에게 다가갔다. 하얀 치아를 내보이며 환하게 웃는 다은의 앞에서 설화는 미안한 마음에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몇 초간의 정적이 흐른 뒤, 다은이는 설화의 어깨에 팔을 걸으면서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가자, 친구!”

  초가을 저녁, 말도 살찌는 계절임을 증명하듯 교정은 군것질하는 아이들로 북적였다. 두세 명씩 친구들과 함께 있는 그들의 얼굴에는 ‘즐거움’이란 단어가 저절로 피어나는 듯 보였다. 그들 사이를 걷고 있는 김설화와 정다은, 이 두 친구의 모습도 하루 전, 아니 몇 시간 전만 해도 그들과 다를 바가 없이 평온했었다.

  “다은아. 너 집에 가도 되는 거야?”

  다은의 눈치를 살피며 걷던 설화가 횡단보도에서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던 틈을 타 그녀에게 물었다.

  “독서실 간다고 하고 야간자율학습 뺐어, 오늘만.”

  “그, 그랬구나.”

  아무렇지 않은 듯 보이는 그녀의 대답에 설화는 괜히 무안해졌다.

  “나 괜찮아.”

  고개를 설화에게 돌려 눈을 마주치며 다은이가 말했다. 설화는 대답 없이 친구의 눈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밝게 웃는 다은의 얼굴은 평소의 모습과는 전혀 다르게 느껴졌다.

  “괜찮다니까. 수시 2학기도 있고, 정시도 있잖아. 어떻게 해서든 너랑 같은 학교 갈 거야. 네가 나보다 아주 조금 먼저 합격한 거라고 생각해. 기다리고 있어. 나도 곧 갈 테니까.”

  의지를 나타내듯 입술을 꽉 다문 그녀의 모습에 설화는 조금 마음이 편해졌다.

  “응. 그래. 난 널 믿어. 내가 너 오기 편하게 대학교 바닥 잘 닦아 놓을게. 얼른 와.”

  설화는 고개를 격하게 끄덕이며 다은의 손을 따뜻하게 감쌌다. 그때 신호가 파란불로 바뀌고, 다은이는 설화의 등을 살짝 밀며 말했다.

  “집에 가서 축하파티 잘해. 내 걱정은 하지 말고. 조심해서 잘 가!”

  멈칫멈칫 뒤를 돌아보던 설화는 다은이가 손을 크게 흔들며 웃자, 자신도 손을 흔들며 길을 건넜다.

 

  ‘다녀왔습니다.’ 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집안은 고요했다. 자동차 기업의 사장인 아버지와 대학교 영어과 교수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설화는 위로 언니 둘, 밑으로 남동생 한 명을 둔 집의 셋째 딸이었다. 스물 넷, 스물 두 살의 언니들은 자신의 꿈을 찾아 각각 패션디자인학, 치의학을 전공했고 현재는 둘 다 외국으로 유학을 가 있었다. 늦둥이로 태어난 남동생은 초등학교 6학년으로, 아버지의 기업을 물려받기에는 너무 어렸다. 그래서 설화는 부모님의 요구로 ‘경영학과’에 지원하였다. 어렸을 때부터 자신들의 생각을 확실히 주장하던 두 언니와는 다르게 설화는 무엇에든 우유부단했다. 특별히 하고 싶은 꿈같은 건 갖고 있지 않았다. 단지, 부모님과 마찬가지로 상위권 대학에 간 언니들처럼, 그 수순대로 설화 또한 명문대학교에 지원했고, 부모님의 뜻대로 살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설화는 2층의 자신의 방으로 올라갔다. 컴컴한 방의 불을 켜자, 흰색과 검은 색이 잘 조화되어 현대적인 느낌을 주는 침대와 책상 등의 가구가 보였다. 가방을 책상에 내려놓고 옷장을 열어 옷을 갈아입고 있을 때, 휴대전화가 울렸다.

  “예. 여보세요.”

  《어, 엄마야. 합격했다며.》

  수화기를 통해 들린 어머니의 목소리는 그다지 반기는 느낌이 아니었다. 마치, ‘밥 먹었니’와 같은 느낌으로 무미건조했다. 설화는 속으로 어머니와 반 아이들의 소란스러운 축하를 비교하며 어머니처럼 별 감정 없이 대답했다.

  “네.”

  《그래. 수고했다. 태화 수학 학원 끝나면 데리고 들어갈 테니까 먼저 자거라.》

  “예. 알겠습니다.”

  부모와 자식 간의 대화가 너무 냉랭하다고 느끼면서 설화는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화장대에 앉아 머리를 정리하던 설화는 입술이 갈라져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입술 보호제는 거울 밑의 액자 앞에 있었다. 나무로 된 작은 액자 안에는 서로 다정히 웃으며 즐거워하는 설화와 다은의 모습이 있었다. 입술 보호제를 지나쳐 액자를 손에 든 설화는 사진 위에 얇게 쌓인 먼지를 옷소매로 닦아냈다. 환하게 웃고 있는 다은의 모습과 낮에 눈물을 보이던 그녀의 상반된 모습이 떠올라 가슴이 아팠다.

  다은과 설화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 만났다. 같은 반이었던 그들은 서로 인사만 하는 사이였다가 “독서부”라는 특별활동을 같이 하면서 친해졌다. 반에서 그 부서에 들어간 사람은 둘 뿐이어서 특별활동을 하는 격주 토요일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찾았다. 그러면서 생각을 공유하게 되었고 절친한 사이가 된 것이었다. 수시 1차를 같이 명문대에 넣을 정도로 둘은 공부도 잘해서 반의 1, 2등을 나란히 맡았었다. 꼭 같은 학교에 가자고 약속했기에 오늘의 엇갈린 결과는 둘 모두에게 상당한 충격이었다. 합격을 해도 기뻐할 수 없는 설화나, 슬픔을 숨긴 채 축하해야 했던 다은이나 속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다은과의 관계가 변할 것만 같아서 설화는 자꾸 불안해졌다.

  ‘하느님, 부처님, 천지신명님, 알라신님, 그 외 모든 신님, 제발 다은이를 합격시켜 주세요.’

  시간이 빨리 흘러서 다은도 합격하는 날이 오기를 설화는 간절히, 정말 간절히 빌었다.

  “설화 왔구나. 여기 유인물 총 5장인데, 우리 반 꺼 장수세서 가져다 놓을래?”

  “네. 선생님.”

  수시에 합격한 이후 설화는 선생님의 심부름 때문에 학교에 온 시간 중 절반은 교무실에서 보냈다. 설화 외에도 다른 반 아이들 여러 명이 얼핏 보기에도 각 각 400장은 더 되어 보이는 유인물을 뒤척이며 각자 반의 것을 세느라 분주했다. 설화는 장수를 세면서 ‘지금쯤 다른 애들은 자율학습을 하고 있겠지’하고 생각했다. 선생님들은 그들 나름대로 입시자료를 준비하느라 바빴다. 인터넷 신문으로 자료를 살펴보던 한 교사가 설화네 담임선생님에게 당황한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임 선생님, 자․실 사건 또 발생 했대요!”

  호들갑스러운 목소리에 설화는 자신도 모르게 그들의 대화를 엿들었다.

  “자․실 사건이요?”

  “왜, 그 자살한 것처럼 유서도 발견되고 신발도 발견되고 그러는데 시신은 찾지 못해서 자살도 아니고 실종도 아닌 사건이라고 그렇게 부르잖아요.”

  설화 옆 반의 담임인 여자 선생님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아, 몇 년 전부터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그 사건이요?”

  “맞아요. 보통 수학능력시험 끝나고 많이 발생하는데, 이번에 우리 학교에서 가까운 누리고등학교 3학년 여학생 한 명이 사라진 모양이에요.”

  “예?! 누리고등학교라면 최고 입시 성적을 내는 학교 아니에요? 어머, 세상에.”

  담임선생님은 손을 입에 가져가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맞아요. 그 머리 좋은 애들만 있는 고등학교요. 그 학교 지금 난리 났나 봐요. 그 학생 찾는다고. 인터넷에도 기사 떴더라고요. 글쎄, 일기에 유서 비슷하게 써놨다는데, 진짜 소름 돋는다니까요.”

  여자 선생님은 몸을 부르르 떨며 말했다.

  “무섭네요, 진짜. 수능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설마, 우리학교에 그런 일이 발생하는 건 아니겠죠?”

  “그럴 리가요. 우리 애들 다 의지력 강하잖아요. 그런 일 없을 거예요. 절대.”

  담임선생님은 강한 확신을 갖고 말했다.

  “선생님, 이거 가져갈게요.”

  “어, 다 셌니? 수고했다. 가서 애들 나눠줘. 선생님 금방 간다고 전해.”

  “예.”

  교실로 향하면서 설화는 선생님들의 대화를 되짚어 보았다.

  “자․실 사건이라….”

  매년 특히 수능이 끝난 후 몇몇 수험생들이 사라져서 신문과 뉴스에 자주 이슈화 됐었다. 설화가 뉴스에서 보고 들은 것만 생각해봐도 지금 누리고등학교 학생까지 총 8명의 실종자가 발생했다. 단순 실종사건이 아닌 이유는 실종자들 모두가 자살 동기를 갖고 있었고, 죽고 싶다는 이야기를 늘 해왔다는 점 때문이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만 해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이 사건이 수험생이 된 지금, 무척 두렵고 끔찍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같은 동네에 있던 학교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말을 듣자, 정말 남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살 따위를 왜 하는 건지 설화는 이해할 수 없었다. 남겨진 사람들의 마음은 생각하지도 않는 그들이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살하는 사람들 모두 한심하게까지 느껴졌다. 죽을 만큼 괴로운 일이 뭐가 그렇게 많겠는가, 그래봤자 공부하기 싫어 피하려는 것뿐일 것이다. 노력도 하지 않고 포기만 하려는 사람은 어쩌면 정말 살 가치도 없는지도 모르겠다. 목숨 아까운 지도 모르는 그들은 화제가 될 이유도,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을 용기가 있다면 그걸로 살 생각을 해야 하는 거 아닌지 설화는 그들에게 따지고 싶어졌다.

  “정다은. 너 지금 뭐라 그랬어?!”

  생각에 잠겨서 교실 문을 지나쳐 걷고 있던 설화는 귀를 찌르는 여학생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기겁하고 멈춰 섰다. 그것은 설화네 교실에서 나오는 소리였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자리에 앉아있는 다은과 그런 그녀 옆에 서서 소리치고 있는 여학생을 중심으로 반 아이들이 약간의 거리를 두고 서 있었다.

  “목소리 낮춰. 자율학습 시간이야.”

  다은은 참고서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차갑게 말했다. 설화가 교탁 앞에서 유인물을 잔뜩 들고 서있었지만 그녀의 존재를 눈치 챈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만큼 교실의 분위기는 넘어지고 울기 직전의 아이를 볼 때처럼 긴장감이 넘쳤다. 다은의 옆에 서있는 여학생은 상당히 불량스럽기로 유명했기에 누구도 섣불리 그들을 말리려 하지 않았다. 그 여학생은 미간을 찌푸리며 다은이 보고 있던 참고서를 덮어버렸다.

  “야! 씨, 장난 하냐? 다시 한 번 말해보라고!”

  덮어진 참고서의 겉표지를 내려다보고 있던 다은이는 한숨을 작게 내쉬고 책상을 신경질적으로 밀어제치고 일어섰다.

  “귓구멍 막혔냐? 아님 금붕어냐? 기억력 더럽게 나쁘네. 또 들려줘? 조용히 하라고. 네 귀에 꽂힌 그 MP3 소리도 거슬리고, 네가 떠드는 소리도 엄청 짜증나니까 입 좀 다물어. 수능시험 보기 싫으면 집에 가서 잠이나 자. 왜 학교에 나와서 다른 사람까지 피해주는 건데? 나 대학 떨어지면 네가 책임질 거야?!”

  다은의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반 아이들이 모두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뚜렷하고 분명했다. 불량 여학생이 몸을 살짝 움직이는 것이 신호라도 되듯이 설화는 유인물을 교탁에 내려놓고 둘 사이를 갈라놓았다.

  “야, 야. 왜들 그래. 그만해.”

  말리는 사람이 있으면 더 흥분하게 되는 싸움의 어떠한 법칙처럼, 설화가 막자 그 여학생은 다은을 때릴 기세로 달려들었다. 그런 그녀를 보고 반 아이들이 설화를 도와 싸움을 중재했다.

  “이거 놔. 저 계집애 저거, 착한 척 열라 하더니 원래 저런 애였어! 저 싸가지 진짜!”

  날뛰는 여학생에 반해 다은이는 침착하게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여학생을 노려보고 있었다. 아이들은 각자 웅성대기 시작했고, 설화는 다은에게 다가가 말을 걸려고 했다. 그때, 교실 문을 두드리는 크고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고, 놀란 아이들은 서둘러 자리에 앉았다.

  “지금 뭐하는 거야!”

  화난 모습의 담임선생님은 교실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이것들이 수능시험 얼마나 남았다고 싸움질이야. 너희가 지금 제정신이야, 어?! 반장, 애들한테 유인물 나눠 줘. 그리고 정다은, 최지호 당장 교무실로 따라와.”

  선생님이 문을 나서자마자, 호명된 둘도 곧장 교실 밖으로 나갔다. 잠시 동안 교실에 싸늘한 냉기가 돌았다. 정적인 분위기를 깨고 반장이 교탁으로 향했다. 그 모습을 보고 설화도 유인물을 같이 나눠주려 일어섰다. 바스락거리는 소리로 교실이 요란해지면서, 유인물이 모자라다는 몇 몇 아이들의 외침이 들려왔다.

  “다시 가서 가져와야겠네.”

  스트레스 때문에 얼굴에 여드름이 잔뜩 난 반장은 조금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설화는 얼른 그녀에게 자신이 갔다 오겠다고 말했다. 장수별로 인쇄물이 부족하다다는 사람의 수를 세고 난 후, 설화는 유인물을 더 가지러 교무실로 향했다.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설화의 코앞에서 문이 열리면서 지호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호는 앞에 서있는 설화를 한 번 째려보고는 씩씩거리며 교실로 돌아갔다. 열려진 교무실 문으로 들어서니, 화가 잔뜩 나있는 표정의 선생님과 고개를 숙이고 그 옆에 앉아있는 다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설화는 담임선생님의 자리와 거리가 먼 곳에 놓여 있는 유인물 쪽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기면서 선생님과 다은의 대화를 듣기 위해서 귀에 모든 감각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교무실에는 여러 선생님들과 그들을 돕고 있는 여러 명의 아이들이 있었기 때문에 선생님과 다은이의 대화가 잘 들리지 않았다.

  “너 도대체 왜 그래?! 어떻게 너만 생각하니!”

  다섯 번째 장의 유인물을 챙기려던 설화는 갑자기 들려온 소리에 움찔해 손에 있는 종이를 떨어뜨릴 뻔했다. 다른 교사들도 듣고 무슨 일인지 쳐다볼 정도로 큰 소리였지만 담임선생님은 이미 흥분한 상태라서 자제력을 잃은 듯 보였다.

  “너만 대학가면 다야? 다른 아이들은 상관없어? 그래? 네가 힘들다고 해서 다른 아이한테 분풀이하면 어떡해! 왜 그렇게 이기적이니 정말! 교실에서 그렇게 분란을 일으키면 어쩌라는 거야. 착하던 애가 갑자기 왜 변한 거야! 뭐가 문제니, 도대체 뭐가! 대답을 좀 해봐!”

  계속되는 선생님의 추궁에도 다은이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바닥만 보고 있었다. 선생님은 한숨을 내쉬며 지끈거리는지 한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책상에 기댔다. 한참동안 그 모습을 안타깝게 보고 있던 설화는 유인물을 챙겨 교무실을 나왔다. 그 후로 한 20분쯤 흘렀을까, 석식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다은이 교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에게 다가가려던 설화는 너무도 어두운 그녀의 표정을 보고 멈칫했다. 다른 아이들은 자기들 반에서 싸움이 일어났단 사실을 까맣게 잊은 듯, 그저 저녁 먹을 생각에 들떠 떠들어대고 있었다. 지호는 종이 치자마자 야간자율학습을 빠지고 집으로 간 뒤였다. 조마조마해서 자신의 자리에 앉아있던 설화는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그녀에게 다가갔다. 인기척을 느낀 다은이는 가방을 정리하다 말고 일어서서 설화를 마주보았다.

  “있잖아. 나 수능 전까지 야간자율학습 빼고 집에 가서 공부하기로 했어.”

  설화가 어리둥절해하고 있자, 다은이는 설화의 팔을 잡아끌었다.

  “가자, 내가 떡볶이 살게.”

  교무실에서의 일이 아예 없었던 것처럼 활기차게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 설화는 자신도 아무렇지 않은 듯 보이도록 애쓰면서 교실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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