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상담사와 사랑남} prologue
한 겨울에 다리 굴곡이 드러나 보이는 옷을 입은 어떤 한 여성.
다행히 보일러를 따스하게 켜서 춥지는 않았지만 보는 사람을 절로 춥게 만드는 옷차림이었다.
'사랑 상담소' 라고 간판이 걸린 이곳은, 꽤나 유명한 곳 이었다.
상담사는 상담사 인데 사랑에 관한 것만 모두 해결해 준다는 그녀.
조은희.
그녀는 올해도 수익을 두둑하게 얻었다.
조은희는 사실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사랑에 빠진 사람의 마음을 본다라…… 매력적이야.'
자신은 사랑에 빠진 사람의 마음의 일부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초능력자.
무조건 사랑에 빠져야만 한다는 전제하에서 어느정도 들여다 볼 수 있다.
그래서 자신이 사랑 상담소를 여는 것이고.
역시 사람은 사랑의 동물이지.
띠링-.
문이 열리면서 종이 울렸다.
은희는 옷을 가다듬고 표정을 친근하게 바꾼 후, 상담자를 기다렸다.
......
하지만 상담자는 고사하고 쥐새끼 한마리도 나타나지 않았다.
'바람 때문에 문이 흔들린 건가?'
하지만 자세히 귀를 귀울이니 인기척이 느껴졌다.
"네, 상담자 들어오세요."
"네…… 네."
마지못해서 커튼 안으로 들어오는 남자.
은희는 깜짝 놀랐다.
연예인 뺨치는 얼굴에다 탄력있는 근력까지.
'혹시 정말 연예인은 아닐까.'
하지만 물어보는 것은 실례일 것 같아서 묻지는 않았다.
소극적인 태도는 이해가 간다.
하긴,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기가 거북한 사람들 많지.
은희는 그 상담자를 안심시키려 웃으면서 물어보았다.
"상담자께선 무슨 고민이 있으시죠? 차분히 말씀해 주세요."
"저, 저는 상담을 하러 온 곳이 아니라……"
"이곳에는 광고나 사업문의는 불가합니다."
지극히 사무적인 태도로 변한 은희.
하지만 다행이도 그런 용무로 온 것은 아닌 것 같았다.
"그, 그게 아니라 고백할 것이 있어서 왔습니다."
다행이다.
은희는 속으로 안도하면서 다리를 꼬았다.
"네, 고백할 것이 무엇인가요?"
"저, 정말 고백해도 되죠?"
"네, 당연하죠."
남자는 큰 소리로 외쳤다.
"은희님, 처음 봤을 때부터 좋아했습니다. 저랑 사귀어 주십시오!"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이 사람은 정말……
"미친놈."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말로 꺼낸 조은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