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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퓨리어스 (FURIOUS)
작가 : HANNAH
작품등록일 : 2017.7.31

아무런 연고도 없이 모이게 된 우리들.
아무 것도 모른 채로 마지막까지 살아남기 위해 서바이벌 게임에 임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들 중 한 명은 이 게임에 대해 뭔갈 알고 있는 듯 하다.

서바이벌 로맨스.

 
퓨리어스(FURIOUS) 0
작성일 : 17-07-31 23:34     조회 : 457     추천 : 0     분량 : 7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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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 프롤로그 〕

 

  “잠시만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절대로 먼저 떠나선 안 돼.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줘.”

  크리스마스 날, 트리 아래에 놓인 선물을 기다리는 아이처럼. 그녀는 어쩔 줄 몰라 하며 기뻐하였다. 핏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는 뺨은 화색이 돌았고,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 언젠가 그녀가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그 어떤 가뭄에도 결국은 비가 내리기 마련이지만, 자신은.......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고갈되어 버렸다는 그녀의 눈물은 오랫동안 우리를 짓눌러왔던 고난이 마침내 마지막 장을 향해가고 있음을 의미하였다.

  내 눈에 비춰진 그녀는 진심으로 웃고 있었다. 너무나도 해맑게. 이제껏 단 한 번도 그녀가 이렇게 기뻐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늘 보일 듯 말 듯 한 가식이 아니라, 어느 누군가를 처절하게 짓밟아 버릴 때의 가증스러움이 아니라 작은 설렘에 들 떠 기뻐하는 그런 웃음이었다. 그녀가 두 팔을 들어 내 목에 휘감았고 짙은 커피색 눈동자가 나를 바라본다. 그녀가 내게 속삭인다. 다 끝났다고. 이젠 다 함께 돌아 갈 수 있다고. 그리고 사랑한다고. 그 목소리가 너무도 상냥해서 억장이 무너져 버릴 것만 같았다.

  일렁이는 물소리가 들려온다. 그녀가 딱딱한 모래벌판을 가로 질러 바닷물에 손을 적시고, 땀과 흙으로 얼룩진 나의 뺨을 닦아주었다. 핏기 없는 가느다란 손가락은 상처투성이에다 거칠기 짝이 없지만 그녀의 손길이 나에게 닿을 때마다 날카롭게 달아오른다.

  겨우....... 안아주고 싶은 충동을 잠재웠다.

  그녀가 지긋이 나를 바라본다. 아아. 마침내 때가 다가왔다는 신호였다. 나는 지금이라도 깊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가는 그들에게 소리쳐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지만 그녀는 나를 멈춰 세웠다. 나중에, 조금 나중에 깜짝 놀라게 해주자고.

  드디어, 그토록 바라던 승리가 코앞에 다가왔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만 같았던 게임의 마지막 장막이 드리웠고 가슴 속에 쌓아두었던 슬픔을 말끔히 씻어 내릴 수 있는 기회가 너무나도 가까이에 있다. 살아남은 여덟 명은 동굴에서 발견한 낡은 안내서의 지시대로 낙원을 탈출하려던 참이었다. 해변은 놀라울 정도로 조용했고 잔잔한 파도 소리와 야자수 잎사귀의 살랑거림, 그 외엔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햇볕에 반사된 투명한 바닷물은 더욱 선명한 색깔로 원을 그렸으며 시원한 바람이 얼굴을 스쳐지나갔다. 이런 아름다운 순간에도 모니터에는 백합꽃 같은 글자가 여덟 명을 가리키겠지.

  우리가 그들이었다.

  시작을 함께 한 사람들을 벼랑으로 밀어뜨리면서까지 그렇게, 우리는 여기에 있다. 생명이 넘쳐나는 이 열대 우림에서 제각기 서로를 겨누고, 배신하고, 상처 입히며 결국 이 자리에 서 있다.

  그렇다. 우리는 죄인이었다. 살아남아서 죄인이다. 단지 그 뿐. 한 때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금 곁에 있는 서로에게서 잃었지만 전혀 노여워하거나 원망해 하지 않는다. 적어도 내색은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서로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우리는 그들이 마련해 둔 역할에 충실했었을 뿐이었다. 그 누구도 보호해 주지 않는 자신들을 위해서.

  그래. 그래서 서로를 비난하지 않았다. 묵묵히 숨을 들이 마시고 내쉬며, 심장은 뛰고, 끈질기게 붙어있는 이 목숨을 그대로 이어갈 방도를 찾아 저마다의 방법으로 몸부림치고 있었던 것뿐이었다. 잃은 것은 서로가 같기에. 받은 상처도, 두 어깨에 짊어진 죄의 무게와 흘린 눈물은 너와 나, 구분 없이 같았기에. 그래서 쓰라린 가슴을 잡고 여기에 서 있는 것이다.

  나쁜 것이 우리가 아니다.

  그 때였다. 말없이 이것저것을 챙기던 어느 금발의 여자가 나의 그녀를 노려본다. 그 여자가 얼마나 화가 났는지 쥐고 있던 밧줄이 가루가 되어 흩어져 버릴 것 같았다. 나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는 그녀가 너무 역겨워 미칠 것 같다며. 나는 나의 그녀를 위해서, 그녀가 여자로부터 등지며 설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자세를 틀어주었다. 어쩌면 여자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반응이었을지도 모른다. 여자는 전부를 잃었다. 친구들도, 연인도. 나의 사랑하는 그녀 때문에. 아무도 나의 그녀를 나무랄 수는 없지만 그 여자는 여전히 용납할 수 없어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도 그럴 것이 그 여자의 손에서 우리의 사람들이 사라져버렸다. 나의 연인에게서 죽어간 사람들은 곧 돌아올 테지만, 우리의 사람들은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테니까. 이들은 모르겠지만 진정한 피해자는 나와, 그녀. 그리고 우리와 같은 색깔의 남자뿐이었다. 사실 우릴 노려보는 것은 그 여자뿐만이 아니었지만 가슴 아플 정도로 지켜주고 싶은 그녀가 웃기에, 그것만으로도 기꺼이 따가운 눈초리로부터 견뎌 낼 수 있었다. 비릿한 바닷바람에 사랑스러운 그녀의 까만 머리카락이 살랑거린다.

  언제나, 휘몰아치는 피의 회오리 속 중심은 나의 사랑하는 그녀가 있었다. 자그맣고 호리호리한 체구에 선명한 갈색 눈동자는 언제나 메말라버린 사막과도 같은 이곳에서 나의 심장을 고동치게 하였다.

  나의 살아가는 이유, 내가 지금까지도 숨을 쉬게 하는 모든 것.

  하지만 여기서의 그녀는 폭군이었다. 그녀 스스로가 자처한 역할은 아니었지만 그녀는 오만할 정도로 충실하게 해내었다. 절망에 몸부림치는 사람들의 비명이 즐거워, 로마의 아그리피나와도 같은 폭군, 마녀. 거만하고도 차가운 그녀로 인해 어쩌면 영원히 시작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잔혹한 연극이 시작되었다. 붉게 흐드러진 가시밭은 아름다운 그녀를 더욱 아름답게 하였지만 또한 날카롭기 짝이 없어서 눈에 거슬리는 잡초 따윈 일찌감치 찔러 썩혀버렸다. 자신의 앞에 걸림돌이 되는 사람 그 누가 되었든 무대 아래로 끌어내리게 하는 것쯤이야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이 그녀이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을 속이고, 앞길을 가로막은 이들을 모두 없애버리고, 때로는 배신하며 그래도 믿을 수밖에 없게 만드는 교묘한 연기는 그녀가 이 무대의 주인공이라는 증거였다. 하지만 그래도 그런 그녀가 내 곁에 있어 너무 감격스러워서, 북받쳐 오는 감동에 목이 메어 말이 나오지 않는다. 그녀가 어떤 짓거리를 했던 무엇을 하고자 하던 내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뭐라고 이 기분을 표현해야 좋을지. 의미 모를 단어만이 내 입술에 맴돌았다.

 “에반, 에반!” 그녀가 내 이름을 부른다.

 “준비가 되면 서쪽 해안을 따라가. 거기서 잠시 나를 기다려줘. 선물을 가지고 올게.”

 “혼자 가도 괜찮겠어?”

  흘러내리는, 그녀의 살짝 젖은 머리카락이 기분 좋게 손에 감겼다. 나는 걱정스럽게 물어보았지만 괜한 염려는 그녀에게 닿지 않았다.

 “만약 그들이 돌아온다면 어떻게 생각할까? 그럼 나는 조금은 용서 받는 걸까?”

  그녀가 나에게만 들릴 수 있도록 작은 목소리로 소곤거렸다. 아무도 우릴 거들떠도 보지 않았고 황금빛 머리카락의 그 여자도 더 이상 우리에게 신경 쓰지 않았다. 다들 조용히 자기에게 할당 받은 일을 했다. 누가 따로 지시를 내린 건 아니었지만 오랜 세월의 경험이 이끄는 대로 움직일 뿐이었다.

  나의 그녀는 조금 숨을 고르다가 다시 나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양심이라곤 그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그녀가 마치 마음에 걸린다는 듯이. 너무 착한 나의 사람. 하지만 동시에 미칠 듯 한 개인주의로 너무도 악한 사람.

 “게임이 끝나고, 그들이 말했던 것처럼 우리는 각자의 고국으로 돌아가게 되겠지. 그들은 자신들이 한 약속은 꼭 지키는 사람들이니까. 그래서 에반. 만약 돌아가게 되어도, 고국에서 헤어지게 되어도 너는 끝까지 나를 기억해 줄까?”

 “아니야. 우리는 영원히 함께 할 거야.”

  내가 숨 가쁜 호흡을 진정시키며 말했다.

 “사랑해, 에반.”

  그녀가 기뻐하기도 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어딘가 모르게 불안해보였다. 그녀의 탁한 분홍빛 입술에는 희미한 미소가 어려 있었지만 눈동자의 초점은 내가 아닌 다른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차마 나를 똑바로 볼 자신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일까? 하지만 이제는,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조금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너와 그에게는 아무것도 해 줄 게 없어. 다시 한 번 나 때문에 상처 받을 거야. 헛된 희망에 부풀어 있다가 한 순간에 그 바람이 산산조각 나버린다면 그는 그 때처럼 망가질지도 몰라. 그런대도 나를 용서할까?”

 “그의 일은 네 탓이 아니었어. 그리고 나는 너만 내 곁에 있으면 돼.”

  그러자 그녀가 빙그레 웃으며 내 뺨에 키스하였다.

 “만약 네가 없었더라면 난 견딜 수 없었을 거야.” 그녀가 쑥스러운 듯 얼굴을 조금 붉혔다.

 “그에게....... 인사라도 하고 올게.”

  그녀는 나의 품에서 벗어나 어린 새처럼 날아갔다. 그리고 부산스럽게 보트를 점검하고 있던 그에게 다가갔다. 안타깝게도, 파란 멍 자국이 펄럭이는 소매 자락 사이로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그 때의 상처가 아직도 남아 있다는 것을.

  그녀는 알까. 항상 멀리서 지켜보는 나는 얼마나 가슴 아픈지. 그녀는 자신의 몸이 어떻게 망가지던 상관하지 않는다. 다쳐서 피가 흘러도. 너무나도 그 상처가 당연한 듯 싫은 내색 한 번 하지 않고 묵묵히 가릴 뿐이었다. 그래서 그녀가 나쁘다는 것이다. 단순히 ‘사랑 한다’라는 말 한마디로 부족할 만큼 내가 얼마나 그녀를 사랑하는지. 그녀를 바라 볼 때마다, 그녀의 향기를 맡을 때마다, 그녀가 느껴질 때마다 치솟아 오르는 이 감정을 억누르고 어떻게 쓰러져가는 그녀를 지켜만 볼 수 있냔 말이다.

  그녀는 한참을 그의 주변을 맴돌다가 간신히 말을 걸었다. 나와 꽤 멀리 떨어진 곳에 있어서 그들이 나누는 대화를 들을 수는 없었지만 대략 예상은 할 수 있었다. 잠깐 어디에 다녀오겠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들은 몇 마디 주고받는가 싶더니, 분위기가 조금 험악해졌다는 걸 눈치 챌 수 있었다. 그녀는 당황한 듯 손을 내저었으며 그는 화를 내며 그녀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그가 손을 치켜들어 그녀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

  그 순간. 시간이 멈춰버리는 듯하였다. 아무것도 알지 못하면서 어떻게 감히 그녀에게! 나는 뜨겁게 타오르는 증오심을 억누르려 노력했다. 그녀가 웃었기에. 그는 혐오스럽다는 듯 그녀를 계속 노려보았지만 그녀가 빨갛게 부어오르는 뺨을 움켜잡고 끝까지 웃었기에.

  사랑하는 에리얼....... 그렇기에 나는 그 자리에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마침내 하고 싶은 말을 다 전했는지 다시 내게로 발걸음을 옮겼다.

 “안녕, 에반?”

  그녀는 내 눈을 마주치지 못한 채 어색하게 웃었다. 나는 그녀를 감싸 안아주고 위로라도 해주고 싶었지만 자존심이 강한 그녀가 허락해줄 리가 만무했다. 난 빨갛게 부어 오른 그녀의 뺨을 못 본 척했다. 그것이, 그녀에 대한 최대한의 배려이기에.

 “역시....... 하긴야, 미움 받을 짓을 했으니까. 이러는 것도 당연해.”

  나는 아무런 말없이 겸연쩍게 미소를 지었다.

 “뭐야, 에반. 왜 그런 표정을 짓는 거야. 나는 괜찮아. 자업자득이라니깐.”

  손톱으로 긁혔는지 그녀의 하얀 뺨에서 붉은 핏방울이 맺혔다. 상처투성이인 작은 얼굴에 성한 구석이라곤 하나도 없었지만 그녀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슥 닦아내며 내가 안심할 수 있도록 환한 미소를 지어주었다. 그러나 내 가슴은 부서질 듯하였다. 그녀는 괜찮다며 웃고 있었지만 내가 어떻게 괜찮을 수 있겠는가? 그녀와 함께 있는 매 순간마다 단 한 번도 맘 편히 있어 본 적이 없었다. 행여 그녀가 눈앞에서 사라질 까봐. 지금까지의 행복이 환상처럼 부서져 결국 내게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을까봐. 그녀의 짧은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그녀가 연약하지만 이 모든 것을 이루어낸 강한 두 팔로 짧게 나를 안아주었다.

 “그러면, 나 다녀올게.”

  그녀가 내게 등을 돌리며 나무가 우거진 곳으로 향했다. 그녀의 왼손에는 오래된 단도가 들려 있었다. 낡고 색이 바랜, 하지만 그래서 더욱 아름다운 작은 단도. 그녀가 나를 등지고 숲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몸을 돌렸다.

 “잠깐만, 에리얼.”

  그런데, 내가 왜 그럴까? 눈물이....... 떨어진다. 그리고 숨이 멎어버릴 것 같은 무언가가 가슴을 압박해온다. 손을 뻗으면 금방이라도 닿을 그녀가 왜 이리도 멀게만 느껴지는 걸까. 나는 어째서 그녀를 쉽게 안을 수 없을까. 어째서, 어째서 그녀는 내가 그녀를 지킬 수 있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 것일까. 그녀는 겁쟁이였다. 누군가를 사랑하기에 앞서 잃을 것부터 두려워하는. 나는 그녀를 사랑하고 그녀도 나를 비할 것도 없이 사랑하지만 그녀는 온전히 나의 일부분이 되려 하지 않았다. 무엇하나도 보장할 수 없는 이 황량한 정글 안에서 누군가를 의지하기에는 그리고 그것이 사라져버릴 때의 그 절망감을 감당해내기에는 이미 지쳐있었기에. 다른 누구보다도 많은 것을 알고, 또 많은 것을 보아온 그녀라서.

 “금방 돌아 올 거야, 에반. 왜 이렇게 바보 같이 구는 거야.”

  그녀가 상냥하게 웃으며 나를 다시 한 번 안아주었다. 마치 나는 처음부터 그녀를 만나기 위해 살아왔던 것처럼, 마치 그녀가 나를 위해 사는 것처럼 그녀가 내게 대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당연하듯이 느껴졌다. 따뜻한 그녀의 온기가 내 혈관을 타고 흘러 온 몸에 퍼져나갔다. 그러다 내 심장이 맥없이 터져버리는 것이 아닐까. 이렇게 작고 따뜻한데. 나는 그녀와 좀 더 함께 하고 싶었다. 그녀가 돌아올 것은 안다. 하지만.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이 느낌. 그녀를 보내는 것. 금방이라도 나의 모든 것이 사라져버릴 것만 같았다.

 “그럼, 나 진짜 다녀올게.”

  그녀가 멍하게 있는 내 안에서 벗어났다. 사라지는 순간 홀연 듯 스치는 불안감이 가슴 속으로 잔인하게 파고들었다. 갑자기 나를 집어 삼키는 냉기. 그 냉기에 온기가 식어갈 수록, 그녀가 견딜 수 없이 간절해졌다. 어쩐지 휑한 바람이 불어와 그녀의 흔적을 영영 지워버리려는 것 같았다. 그녀는 여전히 내 두 눈앞에서 살아 움직였으며 이젠 모든 것이 끝이나 더 이상의 비극은 있을 수 없었지만.

  현재, 그녀가 원하는 대로 일이 진행되어 가고 있고 퀸의 마지막 콜만이 남아 있었다. 흑의 퀸은 게임에서 완벽하게 승리했다. 마지막으로 움직이는 한 칸이 막을 내리는 최후의 수였고 우리를 위협하는 것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그녀가 다 부숴버렸기 때문에. 하지만 뭔가가, 뭔가가....... 숨이 턱 막혀 갑자기 엄습 해 오는 이 두려움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이 지상 위의 태양이 사라지기라도 하듯 억장이 무너지는 것을 느꼈는데 나는 결코 그 의미를 알 수 없었다. 다시는 그녀를 만날 수 없을 것 같은 느낌. 그녀 홀로 보내는 것을 너무 지나치게 걱정해서일까 아니면 잠시 동안이라도 떠나 있을 그녀에게 대한 집착인가. 그녀는 약해보이지만 강했고 현명했다. 잠깐 갔다가 돌아오는 것쯤이야 아무 일도 아닐 텐데 무슨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건지. 만약 내가 괜스레 그녀를 붙잡고 늘어진다면 그녀는 나를 비웃을게 분명했다. 그러나 나는, 사실상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확신에도 불구하고 나도 모르게 그녀를 불러 세웠다.

 “에리얼!”

  나의 부름에 그녀가 뒤를 돌아보려던 찰나.

 고요한 정적을 가로질러 날카로운 총성이 허공을 가로 질러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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