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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불망귀 (不忘歸)
작가 : 기정유
작품등록일 : 2017.7.22

불망귀(不忘歸) - 잊지 않고 돌아오겠다.
때론 사랑으로, 때론 충성과 의리로, 때론 원수의 사이로
끊길 듯 끊어지지 않는 운명같은 인연은 계속된다.
시대를 넘어 이어지는 그와 그녀의 이야기.

 
1화 프롤로그 - 진시황의 병마용 1
작성일 : 17-07-22 21:16     조회 : 435     추천 : 0     분량 : 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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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년 만에 발굴이 재개된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것은 지난 일요일 늦은 밤이었다. 영국 런던과 중국 시안의 시차는 8시간. 런던은 월요일을 향해가는 밤 1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중국의 양선생은 월요일 출근하자마자 기쁜 소식을 들었다며 한시라도 기다릴 수가 없어 바로 휴대폰의 버튼을 눌렀다고 했다. 8시간의 시차를 뚫고 전해지는 수화기 너머 양선생의 목소리는 한껏 들떠 있었고 특유의 발성 좋은 목소리는 더욱 높아져 쩌렁쩌렁 울릴 지경이었다. 잔뜩 흥분해 중국어 반 영어 반인 목소리는 또 얼마나 빠르던지.

 

 이미 잠은 달아나 버렸고 조금 더 잘 요량으로 침대에 누웠으나 더는 잠이 오지 않았다. 무엇보다 6년을 기다려온 재발굴 소식이 아닌가. 2300년 전 황제의 무덤을 발굴하는 작업이 재개된다. 날이 밝는 대로 일찌감치 출근을 할 생각이다. 우선 진하게 커피를 내려 책상 앞에 앉아 컴퓨터 전원 버튼을 눌렀다. 6년 전에 썼던 기획안을 불러내 처음부터 찬찬히 읽어 내려갔다.

 

 기원전 246년, 진시황제 시대 만들어져 ‘세계 8대 기적’으로 불리는 진시황릉 병마용갱은 1974년 우물을 파던 농부에 의해 그 존재가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시골 농부에 의해 열린 거대한 지하 통로와 4개의 방. 그 거대한 방안에서 갑옷을 입은 수 천 명의 병사들과 오백여 마리의 말이 발견되었다. 전 세계 모든 언론의 눈과 귀가 중국 시안으로 향하는 순간이었다.

 

 수천의 병사들은 진시황의 능을 수호하는 금위군들이었다. 4개 중 3개의 병마용에서 출토된 무사용의 평균 신장은

 180센티미터, 장군과 무관, 무사, 보병, 기병, 노예 등 신분에 따라 다른 복식을 하고 있었고 특히 연령과 성격, 체형, 머리 양식 등 세세한 부분까지 모두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병마용갱에서는 무사용과 전차용, 우마차용, 검과 창 등의 수많은 유물이 발견되었다. 그 후 25년 동안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며 발굴은 이어졌으나 장군용의 머리 부분이 부서지고 병마용의 채색된 부분이 햇빛에 바래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발굴은 또다시 중단되었다.

 

 <진시황릉 병마용의 미스테리>라는 다큐멘터리를 기획하게 된 것은 진시황릉 병사용을 찍은 한 장의 사진 때문이었다. 그 사진 속 병사용의 얼굴표정 말이다. 조명을 받은 병사용의 얼굴은 어떤 말 못할 사연이라도 품은 듯이

 복잡해 보였다. 그때 깨달았다. 수천의 병사들 얼굴이 모두 다르다는 것을. 어떻게 모두 하나같이 다를 수가 있을까.

 

 나는 마치 방금까지 살아있던 사람들이 한 순간 흙으로 돌아갔을지 모른다는 기묘한 상상에 빠져들었다. 물론 말도 안되는 상상이었다. 하지만 그 복잡한 표정을 가진 병사용의 얼굴은 쉽게 잊을 수 없었고 나는 기어이

 내가 몸담고 있는 방송국에 취재 허락을 받아내고야 말았다.

 

 방송국 데스크에선 6년 전에 이미 통과된 기획안을 문제 삼지 않았다. 이미 상당부분 촬영이 진행되었던 프로젝트이기도 했고 언젠가 다시 발굴이 재개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솔직히 6년이나 기다리게 될 줄은 몰랐다.

 

 처음 데스크에서는 고대 그리스 예술가들이 중국으로 건너가 중국인들을 훈련시키고 감독하여 진시황릉의 병마용이 제작됐다는 가설에 주목했다. 하나의 가설에 불과했지만 데스크는 1291년부터 17년에 걸쳐 이루어진 마르코폴로의 중국여행보다 1500년이나 앞선 시기에 유럽과 중국이 이미 교류를 하고 있었다는 가설에 매료되어 있었다. 그 가설을 입증할 수만 있다면 이것은 고대역사를 뒤바꿀 만한 세기적 발견인 셈이다.

 

 이를 입증할 또 하나의 실마리는 실제로 중국 고비사막 근처에 있는 간쑤성의 한 마을에 고대 로마군의 후예들이 살고 있다는 보도였다. 상당수 지역주민들이 겉보기에도 여느 중국인들과 모습이 다른데다가 DNA 검사를 해보니삼분의 이 정도가 백인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본 촬영에 앞서 사전답사팀이 꾸려졌고 새로이 촬영할 부분과 재촬영이 필요한 부분에 대한 검토가 이루어졌다. 촬영에 필요한 절차는 중국에 있는 양선생이 알아서 조율해 주겠지만 혹시나 필요할지 모를 행정적인 부분을 계속 체크하라고 조연출에게 지시했다. 상황에 따라 나는 시안에 오래 머물게 될 것이다. 필요한 부분은 후발대로 올 본팀에 맡기면 된다. 곧바로 시안행 비행기편을 알아보았다. 마음은 벌써 중국 시안에 가 있다.

 

 

 양선생은 시안공항까지 마중을 나왔다. 내 얼굴을 보자마자 발굴이 재개된 2호갱에 대한 이야기들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런던에서 고고학을 전공한 양선생은 영어를 아주 잘하지만 몹시 흥분한 상태이거나 화가 많이 났을 때는 중국어와 영어를 마구 섞어 쓰는 습관이 있다. 공항에서 주차장까지 이동하는 동안에도 영어 중간중간 그가 나고 자란 지역 사투리가 섞인 중국어가 튀어나오는 걸 보면 지금 그는 몹시 흥분 상태인 것이다.

 

 그도 그럴 만 했다. 이번에 발굴이 재개된 2호갱에서 채색이 되어 있는 병마용이 또다시 출토될지, 진시황 시대의 전차와 병기들은 어떤 모양을 하고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내 호기심을 끈 것은 이번 발굴에서 외국병사를 형상화한 토용도 함께 발견될지 였다. 그 말을 들은 나 역시 몹시 흥분되어 온몸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양선생은 아마도 시안의 더운 바람 때문일 거라고 런던처럼 습한 동네에서 왔으니 무리도 아니라며 썰렁한 농담을 건넸다. 아무려나. 시안의 더운 바람을 느껴지고 나서야 나는 이 모든 일이 실감나기 시작했다.

 

 기원전 2세기의 역사가 사마천은 진시황릉이 세상의 축소판이었다고 전한다. 8천여 명의 테라코타 군대는 인간의 모습을 본떠 만든 것이고 황제의 묘를 지키기 위해 칼과 창을 든 금위군은 그야말로 천자의 궁성을 지키는 친위군의 위용이었다. 나는 취재를 위해 처음 진시황릉 병마용갱에 들어서는 순간을 잊을 수 없다. 어느 저널리스트의 “진시황릉은 이제껏 창조되었던 가장 완전하고 아름다운 예술 작품 중에 하나”라는 수사어가 과장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양선생은 진시황릉 병마용갱 이야말로 대륙의 기상을 의미한다며 아낌없는 찬사를 쏟아내곤 한다. 중국과 영국에서 학위를 받고 고고학 연구를 지속해온 양선생을 만나지 못했다면 병마용갱에 관한 모든 취재가 불가능했을지도 모르겠다. 양선생은 영국의 내 직장에서 주목하고 있는 고대 그리스인들의 지휘, 감독 아래 병마용이 만들어졌다는 가설에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었다. 지휘,감독이라는 단어를 콕 집어 강조하듯 말할 때마다 양선생의 미간이 표나게 일그러지는 걸 나는 여러 번 보았다.

 

 이해가 안되는 건 아니다. 세계문명의 발상지 중에 하나인 자신의 나라에 대한 자긍심을 이해 못하는 것도 아니다. 아무리 십여년 넘게 영국에서 공부하면서 자유주의 국가의 공기를 느끼며 살았다고 해도 양선생은 공산주의 국가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이다. 나 역시 대영제국의 시민으로서의 자부심을 쓸데없이 내세우고 싶어 하는 사람이 아니다. 나는 저널리스트로서 S​omething New한 Fact를 원할 뿐이다.

 

 다행히 나와 양선생은 공통의 관심사가 있다. 양선생은 고대 그리스와 고대 중국의 교류시기와 내용 그 자체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고 이를 밝혀내고 알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우리 촬영팀에 협조하고 있는 셈이다. 그 역시 고고학자로서 썸띵뉴한 팩트를 원한다. 그런 점에서 우린 서로 통한다. 서로에게 필요충분조건이 만족된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것이다.

 

 병마용갱 안은 서늘했다. 우리는 복원이 끝난 병사용들의 대열 옆을 천천히 걸었다. 병사용들은 내 키보다 조금 큰 편이다. 고대 중국 사람들의 키가 평균 180 센티미터였을 리는 만무하고 중국사람들의 과장법은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가 보다. 아무리 흙으로 만든 토병이라 할지라도 수천의 병사들 옆을 걷다보면 나도 모르게 긴장이 되곤 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병사들의 표정이 너무나 생생하기 때문이다. 언제가 영화에서 봤던 장면도 떠오른다. 수천의 테라코타 병사들의 흙으로 된 몸이 갈라지면서 실제 인간 병사들이 하나둘 튀어나오는 바로 그 장면. 아마 그 영화를 만든 감독도 이 병마용갱에 와서 그 장면을 상상해 냈을 거라고 나는 확신한다.

 

 양선생은 목소리를 절반으로 낮춰가면서도 쉼없이 자신이 알고 있는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아무리 목소리를 낮춰도 병마용갱 안에는 양선생의 목소리만 웅웅 울리고 있다. 한 문장씩 말할 때 마다 ‘헤이 휴, 헤이 휴’ 라고 내 이름만 부르지 말아줬으면 정말 좋겠다. 꼭 두 번씩 부른다. 왜 두 번씩 반복해서 부르냐고 물었더니 내 이름이 짧아서 그렇단다.

 

 아! 내 이름은 휴 댄시다. 영화 한니발에 출연했고 클레어 데인스의 남편인 그 휴 댄시와 이름이 같다. 사람들이 외모는 그 남자보다 조금 더 낫다고들 말한다. 양선생도 그건 인정했다. 물론 믿거나 말거나, 자유다.

 

 양선생의 첫인상은 뭐랄까, 중국의 천연기념물 판다가 생각나는 외모랄까. 처음 인사를 나누었을 때 쿵푸팬더의 포와 영화배우 홍금보를 동시에 떠올렸으니까. 그런 외모를 가진 사람이 평상시 행동은 딱, 잭 블랙이다. 고고학자와는 거리가 멀 것 같지만 일할 때는 사뭇 진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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