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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거미
작가 : 선인장
작품등록일 : 2017.7.12

그는 인간이길 포기하고 거미가 되기로 했다. 사람들 사이에 파고든 수많은 해충들을 박멸하기 위해서.

 
1
작성일 : 17-07-12 22:50     조회 : 405     추천 : 0     분량 : 17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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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 아들뻘 되는 학생인데 말이야. 그렇게 등쳐먹고 앞길을 가로막고 싶었어?"

 

 "그... 그게 아니라... 나도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내가 그러고 싶어서 그런게 아니라 이 사회가 날 그렇게 만든거야!"

 그 녀석은 목에 들이밀린 칼을 애써 내려다보고 벌벌 떨며 말했다.

 

 "나도 너랑 비슷해. 널 죽이고 싶어서 죽이는 게 아니야. 네가 죽여달라는 몸짓을 했으니까 죽이는거야."

 "잘못했어! 용서... 용서해줘!!"

 "4천 3백만원. 당신이 그 학생 명의로 청구시키고 쳐먹은 돈."

 "도...돌려줄게! 이자도 쳐서 돌려줄게!"

 "그리고 그 학생. 죽었어."

 그는 입을 우물대며 말을 할 듯 말 듯 하다 침묵했다.

 "자살했어. 확실히 너 때문이겠지?"

 "그런... 그럴 줄은 몰랐어... 죽을 줄은..."

 "몰랐어? 몰랐다고?"

 나는 칼을 좀 더 세게 쥐었다.

 "잠시만... 잠시만!"

 나는 그의 목젖 옆에 칼을 쑤셔넣었다.

 그는 안간힘을 써서 빠져나가려 했지만 이미 늦은 후였다.

 그의 눈은 마지막까지 날 바라보고 있었다.

 난 쓰러진 그의 머리를 한번 더 발로 찼다.

 그의 의식은 점점 희미해져가고 있었다.

 난 일의 마무리를 요청하는 전화를 한다.

 그러면 감시 카메라나 현장의 뒤처리는 내가 속한 단체의 사람들이 맡는다.

 죄책감 같은건 안 드냐고?

 모르겠다. 죄책감? 오히려 그 반대 아닌가?

 난 오히려 자긍심이 생긴다.

 이렇게 하지 못하는 당신들이 죄책감을 가져야한다고, 그렇게 생각한다.

 

 

 

 

 형은 경찰관이었다.

 나보다 여섯살이 더 많던 형은 내가 고등학생일 때 경찰이 되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많은 경찰관들을 우러러보기도 했었다.

 어느 날, 형은 흉악범으로부터 인질을 지키기 위해 죽음을 택했다.

 나를 비롯해 우리 가족은 정말 온 세상의 정의를 한데 모아놓은 듯한 그를 잃고는 세상 모든 정의를 잃은 듯 변했다.

 우리는, 세상에 정의가 있으므로 나올 수 있었을 여유와 웃음을 전부 잃었다.

 그 흉악범의 소식은 3개월 후 뉴스에서 볼 수 있었다. 그가 검거 과정에서 사망했다는 소식이었다.

 꽤 세월이 흘러, 내가 대학에 입학할 때였다. 나는 피나는 노력끝에 전국 최상위권에 드는 학업 성적을 얻어냈다. 그리고 그 무렵, 나와 같은 처지와 조건을 모두 만족한 이들에게 접근하는 한 단체가 있었다.

 처음엔 단체의 존재도 믿질 않았었다.

 하지만 그들을 직접 만나고, 그들 소유의 인력과 땅, 장비들을 보며 마음을 바꿨다.

 그곳은 인재들을 비밀리에 등용하는 단체였다. 그리고 국가와는 별개의 힘을 가진 하나의 세력이었다. 그곳에선 원칙만 준수하면 무엇이든 할 힘을 제공했다.

 

 그곳의 원칙은 간단했다.

 비밀을 엄수하면, 비밀을 지켜준다. 서로의 비밀을 지켜준다.

 하지만 그것을 어기면 그만한 대가가 있다. 그것이 그곳의 원칙.

 그곳에서 일으키는 모든 일이 정의롭다고 할 순 없었지만, 암묵적으로 그곳의 구성원들은 서로를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 정의를 중요시하는 이들이 다수였고, 그들 눈에 나면 그것이 그곳의 일원이라도 가차없이 처벌해버릴 수도 있었으니까.

 

 그리고 문득 나는 형의 일을 떠올렸다.

 

 느리다.

 평생동안 하루에 한 명씩 잡아들인다 해도 모든 범죄자들을 처벌할 순 없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악인들을 잡는다는 건 그런 거다. 너무 느려 터져서 그 악인들에게 농락당할 뿐이다.

 그래서 나는 법을 피해서, 법을 어기며 그들을 없애나갈 것이다.

 법을 지킨다는 건 자신을 지킨다는 것과 같다.

 하지만 자신을 온전히 지키려고만 해서는 많은 것을 할 수 없다.

 나는 나를 버리기로 했다.

 사람이길 포기하고,

 해충을 잡는 거미가 되기로 했다.

 그리고 그것은 그 날 내가 속하게 된 단체의 이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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