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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끝에서 두 번째 사랑
작가 : 김하연
작품등록일 : 2017.7.12

『만약, 젊어질 수 있다면 당신은 지금의 남편(부인)과 또 다시 결혼하겠습니까?』

이 세상에서 제일 미친 짓이 뭐냐고 묻는다면 당신과 한 결혼, 이라고 대답할 여자와 그런 여자를 붙잡고 싶은 남자의 회귀 판타지 로맨스.

 
01
작성일 : 17-07-12 20:19     조회 : 449     추천 : 0     분량 : 5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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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암 이십니다. 꽤나 고통스러우셨을 텐데, 모르셨습니까?”

  중절모를 쓰고 편안한 복장으로 앉아 있는 신의 귀에, 의사의 말은 들어오지 않았다.

  암이란다. 내가 암이래. 20년 전에 다 나았는데 또 암이래. 그럼 이 놈은 의사를 가장한 사기꾼?

  “이 돌팔이 의사가 지금 누구더러 암이래?! 돈 뜯어가려고 작정한 거지?!”

  올해로 여든 두 살인 유 신은, 의사의 멱살을 잡고 이리저리 흔들어댔다. 이럴 수는 없다. 그동안 쌔빠지게 벌어 놓은 돈으로 할망구랑 같이 세계 여행을 가 보려고 했는데 암이라니!! 이건 말도 안 된다.

  “어르신, 일단 고정하시고.. 원래 암이라는 게 다 나아도 재발 확률이 높거든요.”

  그 말에 손에서 힘이 탁, 풀렸다.

  제대로 자지 못 하고, 소화가 되지 않거나 배가 아픈 것은 모두 얼마 안 남은 신제품 발표회로 인한 스트레스라고 생각했었는데 암이 재발했다니. 이건 말도 안 된다.

  “자세한 것은 정밀 검사를 해봐야 아는데, 다른 곳으로 전이 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

  “연세가 있으셔서 함부로 개복하기도 힘듭니다.”

  “....”

  “가족 분들과 상의해서 하루 빨리 입원하셔야 합니다.”

  잠시 후, 지팡이에 몸을 의지한 신이 걸어 나오자 차에서 대기하고 있던 운전기사가 달려 나와 그를 부축했다.

  “회장님 병원에서는 뭐라고 합니까? 많이 안 좋으신 건가요?”

  “그냥, 뭐.. 신경성이라고 그러네. 스트레스 많이 받아서 그렇다고 당분간 좀 쉬면 괜찮아 질 거라고 그래.”

  “회사로 모실까요?”

  “아니, 그냥 집으로 가지.”

  최근 들어서 무기력하고 귀찮았던 것이 그냥 나이 들어서 그런 것 인줄 알았는데, 병 때문에 몸이 힘들어서 그랬던 것일까. 운전대를 잡은 김 기사의 탄탄한 팔뚝이 눈에 들어왔다.

  “자네가 올해 몇 살이지?”

  “올해로 서른셋입니다.”

  “서른셋이라.. 한창 좋을 때 구만.”

  “....”

  “돌도 씹어 먹을 때야.”

  “....”

  “건강한 게 최고지.”

  “....”

  “자네도 나이만 믿고 있지 말고 틈틈이 체력 관리 하고, 정기 검진도 받고, 그 뭐냐 술이랑 담배도 좀 끊고.”

  집에 가서 암이라고 하면, 과연 가족들은 뭐라고 그럴까.

  오랜만에 둘째 놈의 얼굴 좀 볼 수 있을까.

  ‘아버지랑 어머니 문제점이 뭔지 아세요?! 아무 능력도 없는 형을 싸고돈다는 거예요!!’

  제 형을 이사 자리에 앉히고, 본인은 일개 팀장 자리에 앉혔다고 화를 내다가 집을 뛰쳐나간 지 벌써 5년째다. 회사에서 봐도 모르는 사람인 냥 스쳐지나가는 일이 많았는데, 들어오라고 하면 들어올까.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니 다시 확인하시고 걸어주세요.

  가족들 모르게 핸드폰 번호까지 바꿔버린 둘째 놈을 생각하면 골이 딱딱 아파왔다.

  빌어먹을 할망구는 과연 뭐라고 그럴까.

  쌤통이라고 그럴까, 아니면 못들은 척 할까, 애초에 나랑 이야기는 해 줄까.

  나랑 할망구가 이야기하지 않은지 얼마나 되었더라. 이런 저런 생각에 빠져있는 신의 눈에 과일 트럭이 들어왔다.

  “김 기사 잠깐만 세워봐.”

  그중에서도 신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거, 복숭아 얼맙니까?”

  “10개에 만 원입니다. 어르신.”

  복숭아였다. 한 봉지 사서 다시 차에 올라탄 신을 바라보던 김 기사는 고개를 갸웃했다.

  “회장님은 복숭아 안 드시잖아요.”

  “내가 먹을 거 아냐.”

  ‘이게 복숭아야? 처음 먹어 봐.’

  빌어먹을 우리 할망구 줄 거야. 결혼하고 나서 처음 먹어봤다고, 복숭아가 이런 맛이었구나, 하고 웃던 표정을 다시 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러면 최소한의 대화는 할 수 있겠지.

  신은 복숭아가 담긴 검은색 비닐봉지를 꼭 끌어안았다.

 .

 .

 .

  한남동 고급 저택

  김 기사가 주차하는 동안 지팡이를 짚은 신은 대문으로 들어섰다. 한 눈에 보이는 것은 꽤나 공 들여 가꾼 정원. 시든 풀 하나 안 보이는 정원을 둘러보던 신은 정원사의 월급을 올려줘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는 순간 커다란 풍선에서 바람이 빠지는 것처럼 들떴던 마음이 가라앉았다.

  “어머, 아버님 왜 이리 일찍 오셨어요? 오늘 회사 가지 않으셨어요?”

  뭔가 이상했다. 첫째 며느리인 미화가 똥마려운 강아지 마냥 안절부절 못 하는 것도,

  “오늘은 좀 쉬려고, 회장이 회사에 자주 나가는 것도 그리 보기 좋은 건 아니지 않냐.”

  “그것도 그렇죠.”

  굳게 닫힌 할망구의 방문에 연신 곁눈질 하는 것도 이상했다.

  “할망구는 안에 있나?”

  “아버님, 그게..”

  “넌 이것 좀 깎아 와라. 난 할망구하고 할 얘기가 있어서.”

  들고 있던 검은 봉지를 넘겨준 후, 손잡이에 손을 얹으려던 그때였다. 문이 열리고,

  “그 건에 대한 건 다음에 얘기하는 걸로 하죠.”

  “아유, 고마워서 어쩌나.”

  그대가 나왔다. 누군지 모를 놈팽이와 함께.

  “뭐야? 당신이 왜 여기 있어? 회사에 있을 시간 아니야?!”

  노란 봉투를 꼬옥 끌어안은 수현이, 경계심 어린 눈초리로 신을 바라보며 물었다.

 

 *

 

  그날 저녁,

  “아버지 무슨 일 있으세요?”

  “네 엄마한테 물어봐라.”

  “어머니, 또 아버지랑 싸우셨어요?”

  퇴근한 덕수가 눈치를 보며 물었지만 묵묵부답. 종일 두 사람 사이에 껴 있었던 미화는 진즉에 녹초가 되어 있었다. 평소에도 서로를 못 잡아먹어 안달하는 신과 수현 이었지만, 오늘은 유독 심했다.

  마침내 수현이 입을 열었다.

  “싸우기는 뭘 싸우냐. 네 아빠가 오해한 거다. 하필이면 꼭 자기 같은 질 떨어지고 더러운 오해를 한 거지.”

  젓가락을 쥔 신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래, 그 남자는 오해였다 치자.

  ‘이수현 어르신의 오빠 건으로 인해 방문했습니다. 노진우 변호사입니다.’

  자기 입으로 변호사라고 그랬으니까.

  “흥, 그 인간이 변호사라는 걸 어떻게 믿어? 애초에 몰래 만나다가 들키니까 변호사라고 거짓말 한 거 아냐?!”

  “내가 당신인 줄 알아? 결혼하고도 한동안 정신 못 차리고 이 여자, 저 여자 찝쩍거리고 돌아다닌 당신인 줄 아냐고.”

  “신혼 초에 한두 번 실수 한 것 같지고 몇 년을 꼬투리 잡고 늘어지는 거야. 이 망할 여편네가.”

  “그래서 지금 당신이 잘했다고?”

  “결혼 생활 하면서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으면 그만이지. 여기서 더 뭘 어쩌라는 건데? 막말로 이혼이라도 해 달라고?”

  “그래, 말 잘했네.”

  수현은 옆에 놓아 둔 서류 봉투를 내밀었다.

  “그거 잘 읽어보고 도장 찍어.”

  봉투에서 서류를 꺼내는 순간, 신의 눈이 커졌다. 그것은,

  “이.. 이혼 서류? 그리고 재산분할합의서?!”

  이 할망구가 미쳤나!!

  지금 누구랑 이혼을 하겠다는 거야!!!

  그래, 이 인간이 한 번 해보자는 거지. 누구 좋으라고 이혼을 해 줘?! 순간, 상상해버렸다. 자기 돈으로 잘 먹고 잘 사는 수현과 그 빌어먹을 변호사의 모습이. 절대로 안 된다.

  “이혼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

  “이래서 사람은 가려 받아야 한다는 어머니의 말씀이 틀린 게 하나 없다니까.”

  “....”

  “굶어 죽을 뻔한 가족 살려주고, 문맹인 거 겨우 깨우쳐 놨더니 늘그막에 와서 이런 걸 들이밀어?! 당신이 사람이야?!”

  “....”

  “앞으로 이혼의 ‘이’ 자만 꺼내 봐. 지금까지 모아온 돈은 그대로 사회에 환원 해 버릴 테니까!! 그리고 니들한테도 한 푼도 없을 줄 알아.”

  불똥이 엉뚱한 곳으로 튀었다. 그걸 왜 환원해? 우리 유산은?! 경악한 덕수와 미화를 뒤로 하고, 신을 노려보던 수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서류를 낚아 챈 그녀는 문을 쾅!! 닫고는 방으로 들어갔다.

  “저, 저 못난 할망구. 성질머리 하고는.”

  혀를 끌끌 차던 신은, 자신을 바라보는 아들 내외의 시선을 느꼈다.

  “뭘 보냐? 밥 안 먹구.”

 .

 .

 .

  내가 포기할 줄 알아?! 내 편 하나 없는 그곳에서 어떻게 버텼는데. 내가 울고 힘들어 할 때 는 항상 외면하더니, 이번에도 외면을 해?

  변호사와 상담할 때까지만 해도 자신 있었다. 시끄러운 것을 좋아하지 않는 그의 성격 상 합의 이혼이 될 것이고, 필요한 절차는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반대’ 라는 브레이크에 걸릴 것이라곤 생각도 못 했다.

  이기적인 새끼.

  수현은 이를 악물었다. 끝이 안 보이는 지옥 같은 결혼 생활을 지탱해 준 것은 언젠가는 끝날 것이라는 희망이었다. 이제야 내 삶에 희망이 보이는 데 그걸 놓칠 수는 없다.

  그녀는 서랍에서 낡은 편지 하나를 꺼냈다.

  <잘 지내고 있지? 엄마랑 난 잘 도착했어. 이건 미국 집 주소고, 그 밑에 있는 건 전화번호야.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고.>

  날 팔아 치우듯이, 결혼 시키고 미국으로 이민 간 엄마와 오빠를 그리워했던 적은 없지만 가끔은 궁금했다. 잘 지내는지, 그곳의 음식은 입에 맞는지, 날씨는 어떤지, 말은 잘 통하는지, 내가 보고 싶지는 않은지 물어보고 싶었다.

  그러나 연락하지 않았다.

  고된 일과를 끝내고 난 후, 편지가 제대로 들어 있나 몇 번이나 확인하면서 끝내 전화를 하지 않은 것은, 받지 않을까봐 혹은 ‘없는 번호’라는 안내음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18살 소녀였던 수현은 결심했다. 언제고 저 망할 화상과 이혼하고 이 집을 탈출할 때, 이 편지도 함께 태워버리겠다고. 그것이 내 인생에서 가장 최악이었던 부분을 말끔히 지워내는 거라고 믿으며 버텨왔다.

  근데 이제 와서 이혼을 못 해준다?

  악마 같은 할아범.

  네가 못 해주겠다면, 내가 이혼 하고 싶게 만들어 주지 뭐.

  “근데 되게 의외다. 당신 아버님.”

  거울을 보면서 꼼꼼히 팩을 바르던 미화가 입을 열었다.

  “아버지? 아버지가 왜?”

  침대에 기댄 채 책을 읽고 있던 덕수가, 거울에 비친 미화를 바라보며 물었다.

  “솔직히 말해서 두 분이서 각방 쓰신지 꽤 되었고, 서로 말 안한지는 더 오래 되었잖아. 이혼 얘기 나왔을 때 정말 두 분이서 갈라서실 줄 알았거든.”

  “....”

  “가끔 보고 있으면 그냥 이혼하고 서로한테 맞는 짝 찾아서 남은 생을 편안히 보내는 게 맞지 않나 싶기도 하고.”

  “여보.”

  “아유, 당신이 이런 얘기 싫어하는 거 아는데. 사실이 그렇잖아. 언제 돌아가실지 모르는 분들인데 맘 맞는 사람 찾아서 재미 좀 보고 가면 좋잖아.”

  “....”

  덕수는 아무 말 없이 미화를 빤히 바라봤다. 결국 백기를 든 것은,

  “알았어. 내가 잘못했어요. 미안해.”

  미화였다. 그때, 핸드폰이 웅- 하고 울렸다. 조심스럽게 확인한 미화는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어머나, 애가 내일 온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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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01 2017 / 7 / 12 450 0 5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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