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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문자의 아이들
작가 : 뉴레기
작품등록일 : 2017.7.8

첫 번째 암흑기를 주도했던 세 명의 사이먼 중 하나인 젤브로스는 두 번째 암흑기가 도래하려하는 전란의 시기인 300년대에 모든 인과관계를 끊고 가이아드 대륙을 방황한다. 그러던중 우연히 네지라는 자의 부탁을 들어주게된다. 부탁이란 최근 도시 펠리스를 둘러싼 영악한 괴물에 대한 퇴치 의뢰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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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7-08 23:12     조회 : 495     추천 : 0     분량 : 14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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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315년, 여름. 오늘도 장대비를 퍼붓는 먹구름이 하늘의 햇살을 가리고 있다.

 

 "이 여자한테 남자가 뭔지 가르쳐주지 않으면 안되겠군!"

 

 "으히히!"

 

 고인 빗물에서 피비린내가 진동하고 대기에선 동물성 단백질이 부패하는 냄새가 진하게 풍기는 무더운 여름, 오늘도 어김없이 디엘노움 지역은 살인과 강간과 약탈의 중심지가 되어 죄없는 사람들을 쉴새없이 괴롭히고 있었다.

 

 '리브-.....'

 

 이 마을의 이름을 알리는 이정표가 마을 입구에 꼿혀있기에 그 앞에 멈춰선 검은 옷을 입은 남자는 인상을 찡그렸다.

 

 불에 탄자국과 화살이 남긴 패인 상처들에 의해 제대로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된 이정표에서 마을의 이름을 찾는것은 바보같은 일이지.

 

 검은옷의 남자는 쏟아지는 장대비로 부터 입고있는 옷을 지키기 위한 그 어떠한 수단도 갖추지 않은채 그저 시를 읊는 진중한 모습의 선비와 같이 슥, 이정표를 지나 마을 어귀로 진입하기에 이른다.

 

 뭔가가 타는냄새, 뭔가가 썩는 냄새, 고인 빗물의 비릿한 내음.

 

 남자의 오감이 받아들이는 모든 정보가 부정적이다. 생지옥이란 비로소 이러한 곳들을 가리켜 말하는 것임에 틀림없으리라.

 

 남자는 문득 쭈그려 앉았다. 그리고는 시선을 땅에 쳐박았다.

 

 '불행하게도 이 마을은 제국군의 진군 방향에 끼어있었던 모양이군.'

 

 흙에 찍혀있는 무수한 편자 자국으로 부터 대량의 제국군이 바로 조금 전, 이 불행한 마을에 들이닥쳤다는 사실을 유추해낸다.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살폈다. 말이 밟고 지나간것으로 보이는 농장 울타리 안으로 죽어있는 가축들의 시체가 널부러져 있는 것이 보이자 인상을 찌푸렸다. 벌써 주변에 파리가 꼬이기 시작했다. 남자는 그쪽으로 다가갔다. 시체의 외관엔 구더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시간이 조금만 흐르면 썩은 살점을 파먹으며 밖으로 삐져나오겠지만.

 

 꺄악-!

 

 그 때 사람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길고 날카로운 목소리였다. 남자는 단번에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젊은 여성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남자는 품에서 얇은 끈으로 묶인 두루마리를 꺼냈다. 그리곤 그것을 능숙하게 펼쳤다.

 

 [머리는 노란색에 가까운 금빛, 붉은 눈, 마지막으로 본 목격자의 증언에 따르면 그 아이는 흰색을 베이스로한 드레스를 입고있었다 함. 나이는 12~15세 사이로 추정.]

 

 뒤에 뭔가 더 세세한 내용이 적혀있었지만 남자는 그쯤 읽고 다시 끈으로 묶어 품속으로 집어넣었다.

 

 어쨌든 저 목소리의 주인공이 의뢰서에 적혀있던 '어떤 여자'일 가능성은 없다고 판단할 뿐이었다. 여자 아이의 목소리와 젊은 아가씨의 목소리를 분간하지 못할 정도로 검은 옷을 걸친 남자는 바보가 아니었다.

 

 그러나.

 

 ".....쯧."

 

 어디서 굴러온 스케빈저가 거액이 걸린 이 소중한 의뢰를 낚아채가기 전에 신속히 일 처리를 끝내야 하는게 해결사라는 직업을 갖고있는 이 남자가 첫 순위로 두어야할 목표임은 틀림없지만.

 

 어쩐지 발걸음은 쉽게 돌아가지 않는다.

 

 저곳으로 가면 분명 싸우러 나가기 직전이거나, 피튀기는 전장에서 막 살아돌아왔거나, 탈영병이거나. 어쨌든 전쟁이라는 인재(人災)가 망쳐버린 흉악한 인간의 말로가 드글드글 거릴것이 뻔한데. 분명 발목을 잡혀 의뢰를 빨리 끝내버리고 보수를 받을것이라는 그의 작은 소망에 차질이 생길것이 뻔한데.

 

 왠지모르게 발걸음은 비명소리가 들렸던 방향으로 향하고 있었다.

 

 "옛날 일은 쉽게 지울 수 없는 법이지."

 

 남자는 70m 전방에 있는 함몰된 초가집을 바라보았다. 장대비 탓에 잘 알아볼 수 없었지만 은은하게 횃불이 흘러나오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남자는 허리에 단단히 묶여있는 검을 뽑아들었다. 기이하게도 붉은 검신을 가지고 있었다. 남자가 살아온 인생의 절반 이상을 함께해온 검, '리블'이었다.

 

 

 

 

 

 

 #

 

 

 

 

 

 

 

 훌륭한 중갑옷, 강력하고 튼튼해보이는 창과 검으로 무장한 열 명 남짓의 제국 병사는 지금, 공포로 전신이 물든 가녀린 여자를 둘러싸고 있었다. 군마는 근처에 널려있는 폐가에 대충 묶어두고 왔을 터다.

 

 제국병들의 주변엔 젋고 예쁜 여자들이 전라인 상태로 가로등이나 이정표, 고정 쇠못대기 따위에 묶여있었다. 양팔이 뒷목에 모이도록, 그리고 튼튼한 밧줄이 지지대와 두 손목을 아주 단단히 고정하도록.

 

 하지만 이것 말고도 묶여있는 여자들의 공통점은 두 가지가 더 있었다. 첫째로, 그녀들의 두 다리가 양옆으로 활짝 벌어져있다는 것, 마지막으로 그녀들 모두 숨을 쉬고 있지 않다는 것.

 

 전쟁통에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한 마을이나 도시의 남자들이 자신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 젊고 예쁜 여자들을 민가에 가두고 도망치는 일이야 늘 흔하기 마련이다. 그렇게 하면 진군중이던 병사는 도망친 남자들이 바친 이 진귀한 별미를 한껏 음미하기 위해 말에서 내려올 것이고, 모든 병사가 오랫동안 묵은 씨앗을 뿜어내기 전엔 다시 말에 오르는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불쌍하게도 마지막으로 남은 이 처자는 이웃과 친구들을 강간하고 목졸라 살해한 병사들의 마지막 타겟이 됐고, 딱하게도 아직 씨앗을 뿌리지 못한 병사가 두 자릿 수 남짓 남았다는데엔 애도를 표하는 바이다.

 

 첫 번째 남자가 바지를 벗기 시작했다. 내기에서 승리를 거머쥔 병사로 처녀일게 뻔한 그녀에게 처음을 빼앗아갈 예정인 그는 뚱뚱한 남자였다.

 

 "서두르지마."

 

 여자의 두 손목을 가로등에 튼튼히 묶고있는 두 명의 제국병 중 한 명이 핀잔을 주었다. 바지를 벗기 시작한 병사의 인상이 일그러졌다.

 

 "씨발, 이거 존나 안벗겨져."

 

 "맞아 맞아, 그래서 어제 병신같은 르다니가 똥을 지려버렸다지."

 

 "우엑."

 

 마지막으로 밧줄을 두 번 강하게 고정한 후 손바닥을 털며 두 제국인이 고개를 끄덕일 때 쯤엔 내기에서 승리한 남자도 불편한 갑옷에서 벗어나 울긋불긋한 남근을 드러내고 있는 상태였다. 여성은 소리없이 울며, 더이상 비명을 질러봤자 소용없다는 것을 알아챘는지 다리를 오므리는 최소한의 저항도 마다한채 조용히 이 고통이 빨리 끝나길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헤헤, 처녀인 네년에게 남자가 뭔지 가르쳐주지."

 

 "그렇다면 내가 네놈에게 진짜 남자가 뭔지 가르쳐주지."

 

 촤악!

 

 음탕한 표정이 얼굴에 만연한 병사의 목이 상반신과 분리된다. 푸슈슉!!! 혈류를 타고 흘러야할 대량의 피가 통로를 잃고 분수처럼 하늘 높이 치솟기 시작했다.

 

 "제길 씨부랄 적이다!"

 

 여기저기서 검이 칼집을 빠져나오는 소리가 들려왔고, 그 뒤론 당황과 전율에 휩싸인 짐승들의 포효소리가 이어서 들려왔다.

 

 검은옷의 남자.

 

 그의 푸른 눈이 잠시 살아남은 여자와 마주친다. 생기가 없군, 남자는 생각했다. 감히 제국군에게 덤빈 이 멍청이가 어디서 뭐하던 녀석인진 모르겠으나 최소한 목숨을 부지하긴 힘들것이리라.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으아악!"

 

 "컥, 켁...케켁...."

 

 덤벼드는 족족 폭풍에 스러지는 갈대마냥 썰리고 토막나는 제국군들의 모습이 눈에 어른거리자 여자의 두 눈동자가 점점 커지더니 나중엔 희망의 빛을 머금은 듯 아주 생생해지는 것이 아닌가.

 

 '인간이란.....'

 

 이제 막 일곱번 째 녀석의 복부를 꿰뚫어버린 남자가 실시간으로 변하는 여성의 표정을 보고는 콧방귀를 뀌었다.

 

 인간은 언제나 이런식이지. 뭐, 어쨌든 네가 운 하나는 타고났다는 것은 인정해주마.

 남자는 속으로 생각했다.

 

 "......히, 히익."

 

 조금전 까지 약하고 가녀린 여자를 강간하고 죽여왔던 제국군의 표정에 두려움이 깃든다. 겁탈하고, 끝끝내 죽여버렸을 때 필시 쾌락에 젖은 표정을 하고 있었을게 뻔한 저 병신같은 낮짝.

 

 위선.

 

 순식간에 바뀌는 싸구려 탈.

 

 자신보다 약한 자에게만 한없이 강해지는 비열함.

 

 그리고 그런 인간의 성향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전쟁이라는 거대한 진실게임.

 

 "괴, 괴물....."

 

 "이길 수 없어. 도망가.....도망가아아아아!"

 

 세놈 중 두 명은 묶어둔 말에게로, 한 놈은 그냥 두 다리로. 점점, 점점.....남자에게서 멀어져 간다.

 

 남자는 피가 묻은건지 안묻은건지 한결같이 붉은 색조를 띈 검, 리블을 근처의 바위에 퉁퉁 두드리며.

 

 "전원, 사형이다."

 

 게슴츠레 뜬 눈으로 아무런 감정도 없이.

 남자는 단지 그렇게 중얼거릴 뿐이었다.

 

 

 

 

 #

 

 

 

 

 리블을 집어넣었을 때 쯤, 주변에 있는 것은 남자와 묶여있는 여자 뿐이었다. 억수같은 장대비가 축축하게 적신 시멘트 길에 학살당한 제국병의 묽은 피가 물감 처럼 퍼지기 시작했다.

 

 남자는 여자에게 다가갔다. 아이러니한 표정이었다. 자신을 구해준 이에 대한 감사, 하지만 전쟁과 역병이 끊이질 않는 이 생지옥에 과연 선인이란게 남아있을까? 행여 시체가된 저들 처럼 자신에게 나쁜짓을 하려는 속셈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

 

 하지만.

 

 남자는 조심스럽게 그녀를 속박하고 있던 밧줄을 풀어주었다. 구속된 두 팔이 자유를 되찾자 여자는 두 눈을 깜박였다.

 

 "고삐는 잡을줄아나?"

 

 문득 질문하는 남자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는 그녀. 머뭇머뭇 거리더니 이내 고개를 살며시 끄덕인다.

 

 남자는 말없이 손가락으로 서쪽에있는 함몰된 농가 마구간을 가리켰다. 죽임당한 병사들이 타고왔던 군마가 부숴진 울타리며 가로등에 묶여있는 것이 보였다.

 

 "남쪽에 펠리스라는 도시가 있어, 말로 달리면 두 시간 안에 도착할거야."

 

 여자는 맹목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도시에 도착하면 '절름발이 네지'를 찾아가. 그리고 젤브로스가 보내서왔다고 말해. 분명 도움을 줄거야."

 

 온몸이 빗물에 젖어서인지, 아니면 단순히 남아있는 공포 때문인지 그녀의 몸이 작게 떨리고 있는것이 보였다.

 

 "갈시간이군."

 

 남자는 마지막으로 주변을 다시 한 번 둘러보았다. 아무래도 여기 널부러져있는 제국군의 다른 부대원들은 볼일을 마치고 벌써 떠난것 같았다.

 

 '아니면 단순히 탈영병일지도 모르지.'

 

 "저, 저기."

 

 등을 돌리고 떠나려는데 여자가 말을걸었다. 조금전에 들려왔던 날카로운 비명소리와는 다르게 제법 참한 목소리인것 같다고 남자는 생각했다.

 

 "고마...워요. 젤브로스."

 

 "길을 벗어나지마. 곧 피냄새를 맡은 콥서들이 몰려올테니까."

 

 검은 옷을 입은 남자, 젤브로스는 내던지듯 말하며 마을의 출구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뒤에서 여자가 젤브로스의 모습이 사라질 때 까지 고개를 숙이고 있었지만 젤브로스는 단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았다.

 

 

 

 

 #

 

 

 

 

 이정표가 사라진 마을을 나올 때 쯤, 비가 서서히 그치기 시작했다. 아직 하늘에 낀 먹구름은 비켜설 생각이 없는 모양이지만 여행자를 언제나 귀찮게 만드는 비가 더이상 행로를 방해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여행자들의 입에서 절로 '드디어'라는 말이 나오게 만드는 법이었다.

 

 젤브로스는 품에서 지도를 꺼내들었다. 드넓은 가이아드 대륙에서도 디엘노움 지역을 집중적으로 묘사한 지도였다.

 

 '이쪽이군.'

 

 남자는 북서쪽을 바라보았다. 크지는 않지만 꽤 험해 보이는 산맥이 동쪽으로 우거져 있는 것이 보였다. 젤브로스는 저도모르게 혀를 찼다.

 

 ".....?"

 

 그러다가 문득, 길가에 행상인의 것으로 보이는 마차가 부숴져 이리저리 흩어져 있는것을 보았다. 젤브로스는 먼저 그쪽으로 향했다.

 

 "죽었군, 한참됐어. 부화한 구더기가 부드러운 눈알과 혀를 파먹은 뒤로군. 못해도 일주일은 지났을거야. 흐음."

 

 마차의 주인으로 보이는 남자는 그야말로 끔찍한 몰골이었다. 도대체 어떤 생명체의 공격에 당한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온몸에 발톱자국이 나있고 피부와 근육이 벗겨져 안쪽의 뼈며 내장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었던 것이다.

 

 "토막내지는 못했군. 웨어 울프나 시체 남작이었다면 이 남자는 적어도 몇 토막으로 잘려나갔을거야."

 

 젤브로스는 품속에서 두루마리를 꺼냈다. 조금 전, 이름 없는 마을에서도 한 번 꺼냈던, 수주받은 의뢰가 적힌 상세 공문이었다.

 

 젤브로스는 범인으로 보이는 '어린 여자'의 생김새나 옷차림을 생략하고 쭉쭉 시선을 밑으로 내리기 시작했다. 그곳에는 안타깝게도 죽임당한 피해자의 사후 묘사가 자세하게 적혀있었다.

 

 "유사해, 강력하지만 인간의 몸을 토막내지는 못할 정도의 완력, 날카로운 발톱, 이빨 자국, 그러나 그것은 인간을 잡아먹기 위한 행동은 아닌것으로 보임. 단순한 여흥? 아니면......"

 

 젤브로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쩌면 고블린이나 페스트롭의 소행일수도 있어. 하지만 확인해볼 가치는 충분해보이는군."

 

 젤브로스는 눈앞에 보이는 작은 산 정상을 쳐다보았다. 최소한의 정보 밖에 제공받지 못한 이번같은 의뢰의 경우, 어느정도의 추측과 감을 첨가하지 않으면 안개를 걷어낼 수 없는 법이었다.

 

 '경사가 제법 높지만 못올라갈 정도는 아니군.'

 

 젤브로스는 심장을 움켜쥐 듯, 오른손을 오므렸다. 그러자 그의 손등에 새겨져있던 금빛의 '시엘의 문자'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헤이스트."

 

 파앗!

 

 젤브로스의 몸이 순식간에 높이 떠오른다. 단련된 숙련 전사라면 해낼 수 있는 1~2m 고공점프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3m, 4m, 5m....... 순식간에 6미터를 돌파한 젤브로스의 눈 앞에 경사가 끝나고 완만한 오르막길 곳곳에 우거져있는 오래된 느티나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스피딩."

 

 허공에 떠있던 젤브로스의 몸이 순식간에 푸른 잔상으로 바뀌어 말도 안되는 속도로 10m 가량 앞으로 돌진한다. 어찌나 빠른지 순간이동이라도 한것만 같았지만 허공에 떠있던 푸른 잔상으로 부터 젤브로스가 착지한 공간 사이에 잔상의 프레임들이 찍혀있어 그것이 순간이동이 아닌 고속이동이라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오른쪽 손목에 빛나고 있던 시엘의 문자는 그제서야 발광을 멈추고 원래대로 돌아왔다.

 

 '재미있군.'

 

 젤브로스는 여기저기에 자라있는 느티나무들을 둘러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나무들은 제법 오래된 건지 가지와 잎이 무성해 일종의 천장을 만들고 있었는데 모든 나무들이 그렇지는 않았던 것이다.

 

 젤브로스는 거의 큼직하게 발톱자국이 나있는 느티나무 쪽으로 향했다. 스피딩으로 착지한 위치에서 바로 왼쪽에 있는 나무로 밑둥 주변엔 느티버섯들이 자라있는 것이 보였다.

 

 '녀석의 소행이군, 틀림없어.'

 

 발톱자국을 어루만지며 젤브로스는 생각했다. 상처는 제법 컸지만 나무를 절단내버릴 정도는 아니었다. 숲속에 숨어사는 웨어 울프가 폭주할 경우 주변에 있던 암석과 나무들이 깨끗하게 절단돼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확실히 이번에 젤브로스의 추격을 받고있는 '그 여자'는 웨어울프는 아니라고 할 수 있었다.

 

 '상처를 따라가볼까.'

 

 남자는 곳곳에 날카로운 발톱이 남기고간 흔적들을 바라보며 발걸음을 옮겼다. 비는 거의 그친 상태였다. 하지만 축축함이 남아있는 기분나쁜 진흙이 신발 속으로 스며들어가는 느낌은 이루 말할 수 없는 혐오감을 자아냈다.

 

 바람이 분다.

 

 나뭇잎들이 만든 천장이 사삭 거리는 소리를 내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고여있는 물방울이 물기를 털어내는 강아지 처럼 바르르 떨자 아래로 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젤브로스는 바로 어제, 남쪽에 있는 펠리스라는 도시에서 '어떤 의뢰'를 수주했다. 과거, 가이아드 대륙의 영웅이라고 불렸던 그가 자신을 찬양하는 수많은 권력자들에게서 모습을 감춘 뒤, 정처없는 여행을 떠나기 시작한건 벌써 십 년을 넘었지만 가끔 정체를 꿰뚫어보고 다가오는 눈치 빠른 인간들에게는 언제나 정나미가 떨어지기 마련이었다.

 

 '절름발이 네지'

 

 펠리스의 주민들은 자신들의 시장을 그런식으로 부르고 있었다. 물론 한 쪽 다리가 반대 쪽 다리보다 짧은 탓에 걸을 때 마다 절뚝거리는 네지라는 이름을 가진 그 시장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자면 절름발이 네지가 맞는 표현이긴 하지만 문제는 펠리스에선 절름발이 네지라는 표현이 거의 공식적으로 자리잡고 있었다는데에 있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젤브로스는 인간의 타락, 즉 전쟁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이아드 대륙을 여행하고 있었다. 디엘노움 지역에 진입한것은 반년 전이다.

 

 펠리스는 전쟁의 위협속에서도 제법 평화를 유지하고 있었다. 절름발이 네지가 엄청난 수완가인지, 혹은 몰락한 대귀족의 후예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그는 삼대국이 벌이고있는 전쟁 속에서 독자적인 사병체계를 구축하고 있었고 본인의 사병들만으로 도시 전체를 방호할 수 있을 정도의 대규모 병력을 저장해두고 있었던 것이다.

 

 약탈로부터 상인들을 지키고 강간으로 부터 여성들을 지키며 징병의 위협으로 부터 꿈자람 청년들을 지킨다.

 

 젤브로스는 오래간만에 마음에 드는 곳을 발견했고, 당연히 발걸음은 그쪽으로 향했다.

 

 물론 그게 이 모든 일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

 

 불행하게도 '실종' 처리된 가이아드 대륙의 전 영웅의 모습을 간파한 절름발이 네지가 사병들로 하여금 젤브로스를 시청까지 안내했던 것이다.

 

 "가이아드 대륙의 영웅이 낭인이 되어 떠돌이 생활을 하고있었다니, 역시 '배티'들에게 살해당했다는 소문은 거짓말이었군요."

 

 네지는 그렇게 말했다. 젤브로스는 자신의 정체를 꿰뚫은 네지라는 자가 자신을 이용해 뭔가 탐욕스러운 일을 벌이지는 않을까 눈살을 찌푸렸다. 만약 정말로 이 네지라는 남자가 그럴 속셈이라면 펠리스의 치안유지에 지장이 되지 않을 정도로 사병들을 두들겨 패준 후 네지를 벙어리로 만든 뒤 도시를 떠날 생각이었다. 하지만 젤브로스의 예상은 크게 빗나가고 말았다.

 

 "가이아드 대륙의 영웅이자 인간을 뛰어넘은 '사이먼'의 영역에 도달한 당신에게 간곡히 부탁드릴 일이 있습니다."

 

 부탁.

 

 젤브로스는 이따금 곤경에 빠진 사람들에게 아주 약간의 '호의'를 배풀기도 했다. 약탈자들에게 공격당한 마을, 침략전쟁에 고통을 받는 죄없는 도시민들, 납치당한 연인이나 자녀들의 추적.

 

 물론 의뢰자의 형편에 따라 어느정도의 '보수'는 받고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금품을 노리고 배풀었던 호의는 아니었다. 상대가 빈털털이라면 젤브로스는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건 가이아드 대륙의 영웅으로서가 아닌 떠돌이 여행자 '해결사 젤브로스'로서 도왔던 호의였다. 가이아드 대륙의 영웅이란 칭호로 세상을 살아갔을 땐 자신의 유일무이한 상관인 황제의 명령이 아니면 거들떠도 보지 않았던 것이다.

 

 분명 절름발이 네지도 이 사실을 알고있었을 터였다. '가이아드 대륙의 영웅은 황제의 명령만을 듣고 수행한다'.

 

 위장한 젤브로스의 모습을 꿰뚫어본 네지는 당연히 그정도의 정보 또한 알고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알면서도 젤브로스에게 부탁이라는 단어를 쓴다.

 

 어쩌면 세상으로 부터 등을 돌린 젤브로스는 이전과는 다르게 일반인들의 목소리를 들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어쨌든 젤브로스는 절름발이 네지의 말을 들어보기로 했다.

 

 자신의 예상을 박살냈다는게 흥미로운지 재미있다는 표정을 짓는 젤브로스를 보며, 절름발이 네지는 뜨거운 홍차를 한 모금 들이키곤 입을 열었다.

 

 "어느 순간 부터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 지옥같은 전란 속에서 어느정도의 안정을 유지하고 있는 펠리스의 주변에 어떤 마귀가 둥지를 트기 시작했습니다."

 

 가이아드 대륙에는 옛날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격언이 하나 있었다. 누가 말했는지, 언제부터 있었던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가이아드 대륙에서 태어나고 자란 모든 신민들은 이 구절을 알고있었다.

 

 [평화로운 산속에는 맹수가 살고, 전란이 깃든 산속에는 괴물이 산다.]

 

 콥서, 뱀파이어, 시체 남작, 웨어 울프.

 

 '아주 가끔' 인간을 해치는 산속의 맹수들과는 다르게 '인간을 해치기 위해' 존재하는 악의 무리들. 산속, 물속, 도심 속, 그 어느곳에서나 존재하는 이들의 존재는 315년의 역사속을 여행해온 여러 실록과 기원전 판화들을 살펴보면 쉽사리 찾아볼 수 있었다.

 

 그들은 맛좋은 산돼지와 민물고기가 주변을 어슬렁거리면 그것을 먹어치우기 위해 공격해 죽여버릴테지만 그것은 온전히 '인간들에게서 식량을 빼앗기 위한 행위들'일 뿐이며, 인간의 모습이 눈에 띌 때는 공복과는 관계없이 '살육'을 목적으로 발톱과 이빨을 세우는 저주받은 존재들.

 

 대륙의 황금기라 불리우는 100~130년 사이의 실록에는 이 악마들의 이름이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지만 대륙의 암흑기라 불리우는 150~250년 사이의 실록엔 몇 페이지 넘길 때 마다 이들에 대한 공포가 적나라하게 적혀있다.

 

 그렇기 때문에 제 2의 암흑기라 불리는 이 시대에 '평온을 유지하는 도시'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부유하고 현명한 절름발이 네지의 사병들이 약탈자와 군대로부터 도시를 지켜주고 있다면, 대신 이 악마들이 둥지를 틀고 쉴새없이 괴롭히기 시작할것이 분명할테니까.

 

 그리고 불행하게도 이 펠리스란 도시는 바로 그 '악귀'에게 고통받고 있는 상태였다.

 

 젤브로스는 네지가 하는 말을 경청했다. 어쩌면 이 양심적인 도시를 위해 아주 조금, 아주 조금이나마 자신의 힘을 보태도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처음엔 불운한 주정뱅이가 도시 밖 초원에서 오줌이라도 지르다가 암모니아 냄새를 맡고 달려온 박쥐 인간에게 납치된 줄 알았죠. 최소한의 위생과 높은 치안을 유지하고 있는 펠리스에도 박쥐는 많았거든요. 특히 지하수로에는 드글드글하죠. 언젠가는 병사들을 보내 한 번 싹 정리할 생각이었습니다만은."

 

 이야기가 약간 헛나간 것일까, 네지는 문득 거기서 말을 끊고 헛기침을 콜록였다.

 

 "하지만 뭐, 박쥐 인간의 짓이 아니라는 것은 금방 알 수 있었어요. 박쥐 인간이 인간을 습격하는 이유는 공복을 채우기 위함, 단지 그뿐이니까요. 그러나 발견된 시체들은 전원이 비교적 온전했어요. 발톱 자국에 복부나 안면이 심하게 훼손돼 있긴 했지만 잡아먹힌 흔적은 요만큼도 없었거든요. 그래서 전 이 사건의 범인이 단지 여흥을 위해 인간을 살육하는, 그러나 형체도 알아볼 수 없게 곤죽을 만들어버릴 정도의 완력까진 갖추고 있지 않은 정도 등급의 괴물이라고 생각했죠. 가령--"

 

 "고블린, 페스트롭 이외에도 여러가지 있지만 이 일대 환경에 적응해 살만한 녀석들은 그 둘뿐이지. 게다가 고블린은 주행성이야."

 

 "예, 정확합니다. 저희는 어느 영악한 페스트롭이 둥지를 틀었다고 생각해 병사들을 풀었어요. 아주 다행히 페스트롭이라면 질리도록 상대해봤거든요. 놈들의 습성이나 선호하는 환경, 이상적인 토벌 맴버 선정은 제 전문분야였습니다. 전 곧바로 제 사병 스무 명을 풀어 페스트롭이 둥지를 틀만한 근처 언덕을 샅샅히 뒤지게했어요. 그런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십니까?"

 

 젤브로스는 팔장을 끼곤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모두 죽었어요. 그 소대를 지휘하던 미리니아 소위는 제가 아끼는 유능한 부하였는데......"

 

 후, 한숨을 쉬며 고개를 가로젓는 네지는 30초 가량 입도 벙긋 하지 않았다.

 

 ".......제가 무능한 탓인건 압니다만, 겨우 이 사건의 심각성을 깨달을 수 있었죠. 이건 페스트롭의 소행이 아니에요. 그렇죠?"

 

 "꼭 그렇지만은 않아. 늙은 페스트롭은 가끔 시체 남작도 이기니까."

 

 "하지만 그때는 낮이었어요. 야행성인 페스트롭은 태양이 떠있을 땐 약하죠."

 

 "그래, 내 생각에도 그건 페스트롭의 소행은 아닌것 같군. 본론으로 들어가서."

 

 젤브로스는 네지 앞에 놓여있는 찻잔을 빼앗아 내용물을 자신의 목구멍에 모두 털어놓았다.

 

 "네가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 일을 나에게 맡기고 싶다. 그건가."

 

 "예, 보수는 충분히 드리겠습니다. 혹시 목적이 있으시다면 제 허용 범위 내에서 최대한 지원해드리죠. 어떻게 안되겠습니까? 마스터 티어 급 용병이자 사이먼인 당신이 아니라면 그 누구라도 해결할 수 없을겁니다."

 

 "흥, 옛날 얘기군."

 

 오버하고 있군, 젤브로스는 생각했다. 병사 스무 명을 곤죽으로 만들 수 있는 레벨의 괴물 퇴치의뢰는 플래티넘 급 용병들도 성공률 90%이상을 자랑했다. 조금전에 나왔던 늙은 페스트롭의 경우에도 두 명의 플래티넘 급 용병이 짝을 이룬다면 상대가 되지 않을정도며 다이아몬드 티어 급 용병이 상대라면 가벼운 용돈벌이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젤브로스는 이 의뢰를 거절할 생각은 없었다. 그는 펠리스라는 도시가 제법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젤브로스는 어깨를 으쓱였다.

 

 "정보가 부족해. 겨우 그정도의 단서로는 놈을 찾기 힘들어. 목격자는 없나? 조금의 실마리라도 좋아. 확실하지 않아도 좋아. 뭔가 짐작갈만한 단서가 필요해."

 

 그러자 네지는 멍하니 눈을 깜박였다. 그리곤 생각나는게 없나 필사적으로 궁리하고 또 궁리했다.

 

 바로 그 때.

 

 "시장님, 지난주에 있었던 그....."

 

 보좌관으로 보이는 더블릿 차림의 남성이 네지에게 속삭였다. 그러자 네지는 버럭 화를 내는것이 아닌가.

 

 "그건 이 일과는 관련 없네! 바보같으니!"

 

 "무슨 일이지?"

 

 젤브로스는 문득 호기심이 생겨났다.

 

 "아닙니다. 지난주에 왠 정신병자가 시청 앞에서......흠, 이 이야기는 그만하죠. 어차피 술 주정뱅이의 헛소리일 뿐이니까요. 전 이 사건에 혼선을 빚는 일말의 가능성도 제시하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남자는 그 의문의 살인귀에 대해 떠들었잖습니까."

 

 "그러니까 그게 바로 헛소리라는거야! 범인이 드레스를 입은 여자아이라니! 여자아이라고?! 겨우 여자 아이가 내 사병 스물을 박살냈다는 말인가!"

 

 "그, 그건...."

 

 "여자 아이라고?"

 

 젤브로스의 표정이 변했다.

 

 "바보 같은 이야기입니다. 깊이 관여할 필요 없습니다."

 

 "아니."

 

 젤브로스는 네지의 눈동자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의 날카로운 눈빛에 주눅이 들었는지 네지는 은근슬쩍 시선을 피했다.

 

 "그 일에 대해 자세히 말해보게. 당장."

 

 ".........지난 주 금요일이었습니다. 토요일에 휴무하는 직원들과 함께 한 주를 마무리할 준비를 하고 있었죠."

 

 "좋은 관리자군, 일이 바쁜데도 주말을 뺏지 않는 녀석은 드물지."

 

 네지는 후~ 한숨을 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후 4시 쯤이었습니다. 올 여름은 무척이나 덥더군요. 그래서 창문을 모두 열어놨죠. 그런데 창 밖에서 왠 이상한 남자의 고함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전 또 무슨 억울한 일을 당한 시민이 제게 탄원하기 위해 농성을 부리나 싶어서 창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죠. 그런데 이게 왠걸, 저 아래에서 비틀거리고 있던 중년의 남성이 이렇게 소리치는 겁니다. '내 아들 제니가 죽었다. 내가 똑똑히 봤다. 내가 캐치볼 공을 너무 강하게 던진 탓에 제니가 공을 주우러 달려갔는데 드레스 차림의 어떤 여자 아이가 나타났다. 그리고 내 아들 제니는 내 눈앞에서 갈갈히 찢겼다. 13살인 제니와 동갑내기로 보이는 소녀에게 갈갈히 찢겼다!' 하고 말입니다."

 

 "자식의 죽음을 목격한 부모는 때때로 이성을 잃는 법이지."

 

 "과연 그게 진실일까요?"

 

 "제니라는 남자아이가 펠리스에 사는지 확인해봤나?"

 

 네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있더군요. 제니 드롤프. 13세. 농부의 아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아버지는 조현병을 앓고 있었죠. 병원의 진단 내역서를 확인해봤습니다. 분명 자기 아들을 잃어버리곤 헛소리를 지껄이는거겠죠. 아니면 아들을 아들이 아닌 무언가로 착각해 돌이킬 수 없는 짓을 저질렀던가."

 

 "흠."

 

 젤브로스는 입맛을 다셨다. 여자 아이, 스무 명의 무장 군대를 박살 낼 수 있는 실력을 가진 괴물. 그리고 이 넓은 펠리스라는 도시에서 그 누구에게도 목격되지 않을 정도의 영악함.

 

 '설마, 아니......'

 

 젤브로스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만약 이 사건의 범인이 젤브로스가 생각하고 있는 그 놈이 맞다면 의뢰의 난이도는 다이아몬드 티어 급 까지 치솟게 된다. 게다가 혼자서 처리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 다이아몬드 티어 급 용병이 분대를 이루고 도전해야 반절 정도의 성공율을 기록할 정도로 하이리스크를 감안해야할 난이도.

 

 '위험하군. 이건.....'

 

 "그 남자의 말이 거짓말이 아닐지도 몰라."

 

 "예....예?"

 

 네지는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제니의 아버지에게 가서 사과하도록 해. 그리고 재난을 당한 아이의 가정에게 넉넉한 위로금을 전달해주고 행여 제니의 부모가 나쁜 마음을 품지 못하게 당분간 관심을 가지도록 해."

 

 "저, 저기......마스터 젤브로스? 그건 대체......"

 

 네지의 표정이 점점 창백하게 굳어가기 시작했다.

 

 젤브로스는 잠시 침묵을 지킨 뒤 무거운 입을 열었다.

 

 "커스 오브 오버로드. 아주 오래전 내가 몸담았던 용병 세계에선 그것을 커버라고 불렀지. 저주를 내리는 자들......오버로드."

 

 "저주를 내린다구요? 아뇨, 발견된 피해자들은 모두 시체였어요."

 

 "오버로드가 범인이라면 나조차 상대하기 버거울걸세. 이번 사건의 범인은 그들이 아니야. 그들에게 저주를 받은 불행한 무언가지. 농부의 말로 미루어보건데 저주받은 불행한 친구는 그 여자 아이인 모양이군."

 

 "그렇다면 그 농부의 횡설수설이 진짜란 말입니까?"

 

 "더이상 횡설수설이 아니지."

 

 네지는 어안이 벙벙한 듯 입을 벌린채 아무말도 잇지 못했다. 그 사이에 젤브로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의뢰를 수주하지. 네 이름으로 기록할 공문을 준비해서 내게 갖고 오도록해. 피해자가 한 명이라도 더 나타나기 전에 최대한 빨리 끝내버려야겠군. 출발은 내일 아침이야. 자네는 그 농부를 찾아가 그 여자 아이의 인상착의와 눈에 띄는 행동거지, 말투를 물어 공문에 상세히 적어놓아야해."

 

 "마스터 젤브로스!"

 

 밖으로 나가려는데 절름발이 네지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이름을 불렀다.

 

 "제....제가 만약 잘못듣거나, 너무 오버하는게 아니라면.......이 의뢰의 범인은 생각보다 난폭한 녀석인것 같은데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젤브로스는 그 말을 듣곤 콧방귀를 뀌었다.

 

 "내 걱정을 하는건가? 웃기는군, 그냥 대놓고 직설적으로 말해. '성공할 수 있냐고'."

 

 "아, 그건.....그게....."

 

 안절부절 못하는 절름발이 네지를 곁눈질로 뒤돌아보며 젤브로스는 피식 웃었다.

 

 "훗, 안심해. 난 10년 전, 오버로드와 싸워 그 목을 잘라버린 적도 있어."

 

 끼기긱, 덜컥.

 

 젤브로스는 방을 나섰다. 벌서 퇴근시간이 끝난건지 복도는 무척이나 한적했다.

 

 후우.....

 

 젤브로스는 목에 걸린 배지를 만지작 거렸다.

 

 '나도 거의 죽을뻔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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