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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제로
작가 : 율룰루루
작품등록일 : 2017.7.1

초능력자들간의 싸움, 그 끝에 주어지는 해택. 시합 자체를 무산 시키려는 자들과 해택을 얻으려는 자들의 치열한 싸움. 그리고....

 
그날의 기억
작성일 : 17-07-01 01:17     조회 : 371     추천 : 0     분량 : 1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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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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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리 파편이 흩어져 있었다. 바닥은 검붉은 피로 선연히 물들었다.

 

 검은 옷을 둘러싼 A의 손에 단검이 쥐어져 있었고, 그는 잔인하게 미소를 지었다. 백발의 여인과 남성을 향해 반대쪽 손 끝을 폈다.

 

 남성이 낮게 자세를 취하고 두 손으로 검을 쥐는 시늉을 했다. 빛이 발하더니 어느 새 푸른 색 장검이 등장했다. 그러나 공격한 번 해 보지 못한 채 심장이 뚫렸다.

 

 8살이었던 유주는 그 광경을 지켜봐야만했다. 환한 빛이 새어 나오는 문틈 사이로 공포를 느꼈다. 두려움이 앞섰고, 밖으로 나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아빠......'

 

 피가 쏟구쳐 올라왔다. 다량의 피를 쏟아내며 남성은 쓰러졌다. 두 눈의 초점이 점점 흐려졌다.

 

 A의 옷과 얼굴에 핏자국이 생겼다. 그는 하얀 이빨을 드러내며 크게 웃었다.

 

 "이거 진짜 짜릿한데? 한 가족을 몰살시키는 기분 말이야!"

 

 여인을 보다가 안방으로 고개를 돌렸다. 문 뒤에 숨은 작은 형체에 흥분되었다.

 

 "지금 즈음이면 유치원이 끝날 시간이지?"

 

 A가 방으로 향하려 하자 여인이 바닥에 커다란 인을 작동시켰다. 인은 원의 형태를 띄고 있었으며 그 안은 복잡한 그림과 고대 언어가 새겨져 있었다. 여인의 초능력은 바인드, 즉 속박이다.

 

 스걱하는 소리와 함께 왼팔과 오른팔이 나가 떨어졌다. 핏방울이 사방으로 뻗쳤고, 여인은 악 소리를 내며 고통에 몸부림쳤다. 인이 지워졌다, 생겼다를 반복하더니 사라졌다. 시야를 가로막는 붉은 액체 속에서도 시선 만큼은 딸을 향했다.

 

 천천히 다가오는 그림자에 유주는 털썩 주저 앉았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식은 땀이 이마를 적셨고, 팔과 다리는 줄에 묶인 피노키오처럼 제 뜻 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문을 열고 A가 들어왔다.

 

 "너구나? 저들의 보물이."

 

 그는 몸을 숙였다. 그리고는 눈 웃음을 쳤다.

 

 "꼬마야, 네 가족은 오늘 죽는 거야. 물론 너도."

 

 단검을 다시 치켜 들었다.

 

 여인은 이제 온 몸에 힘이 없었다. 긴 머리카락이 바닥을 적신 피와 뒤엉켜 있는 데도 일어나지 못했다. 그저 사랑하는 딸이 있는 곳을 바라볼 뿐이었다. 제발 살아달라고, 제발 살려달라고 보이지 않는 신에게 빌었다.

 

 단검을 내 꽂으려 했을 때 하얀 빛이 발했다. 찰나의 순간에 발해진 빛 때문에 A의 시야가 가로 막혔다. 빛이 사라졌다. A가 소리쳤다.

 

 "너 같은 게 날 막으려고 해?!"

 

 공기의 농도가 달라졌다. 불이 꺼지면서 전등이 조각났다. 이제 방에는 어두운 적막만 남았다. 유주는 슬금슬금 뒷걸음질쳤다. 밀리고 밀리다가 침대 머리 맡에 머리가 닿았다. 손끝에 차갑고도 날카로은 감촉이 느껴졌다.

 

 A가 단검을 세차게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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