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쌍이 말하기를, ‘지난해 동짓날 세자빈께서 저를 불러 내전으로 들어오게 하시고 저에게 같이 자기를 요구하므로 사양했으나, 빈께서 윽박지르므로 마지못해 옷을 반쯤 벗고 병풍 속에 들어갔더니, 빈께서 나머지 옷을 다 벗기고 강제로 들어와 눕게 하여 남녀가 교합하는 것처럼 서로 희롱했습니다’라고 하였다.”
- 세종실록 18년 10월 26일 무자 두 번째 기사 중에서
칠흑 같은 밤, 말 달리는 소리가 다급하다.
쉬이익.
자객의 표창이 말의 뒤쪽 허벅다리에 꽂혔다. 히이힝, 말이 몸을 뒤채며 풀쩍 뛰어올랐다. 월과 소쌍은 그대로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소쌍이 재빨리 월을 감싸 안았다.
말에서 내린 자객이 표창을 꺼내 들었다. 월과 소쌍이 앉은 채로 뒤로 물러났다. 자객이 입술을 비틀며 웃었다.
“객기 부리지 말고 네놈이라도 도망쳐라. 둘 다 개죽음 당하는 것보다는 하나라도 사는 게 낫지 않겠느냐?”
대답이라도 하듯 소쌍이 검을 땅에 꽂고 몸을 일으켰다. 칼등이 부러질 듯 휘었다. 소쌍은 제 옷자락을 뜯어 칼자루를 손에 동여맸다. 한 치의 물러섬도 없는 꼿꼿한 눈빛이 자객에게 꽂혔다.
“어린놈이 객기가 대단하다 했더니 이제 보니 객기가 아니라 광기로구나. 죽는 게 그리 원이라면 죽여주마.”
말이 끝남과 동시에, 자객이 표창을 날렸다. 표창이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비명처럼 울렸다.
“안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