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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나의 유령 작사가 이옥봉
작가 : 이류수
작품등록일 : 2017.6.16

조선에서 온 시인 이옥봉과 싱어송라이터의 비밀스러운 작사와 사랑이 시작된다!!

 
제 1화. 둑섬에서 만난 여인
작성일 : 17-06-16 14:46     조회 : 567     추천 : 2     분량 : 4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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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우...... 힘들어. 더 이상은 못 가겠다.”

 

 신후는 깊숙이 눌러쓴 모자를 살짝 들어 올리고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새벽녘 한강변의 공기가 꽤나 상쾌했다. 강변에 조성된 공원이며 산책로를 보니 지난 학기 캠강 인근을 하루가 멀다 하고 거닐던 때가 생각났다.

 

 “어? 에단리씨 아니세요? 새벽에 여기서 운동하시는구나.”

 “네, 안녕하세요.”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던 중년 여자가 알은 체를 하자 신후가 가볍게 눈인사를 했다.

 

 “에단씨 노래 참 좋아요. 요즘 젊은 가수답지 않게 깊이가 느껴져요. 제 나이에도 공감이 되더라구요.”

 “감사합니다. 강아지가 참 예쁘네요.”

 

 공감. 남의 감정, 의견, 주장 따위에 대해 자기도 그렇다고 느끼는 것 또는 그렇게 느끼는 기분. 신후가 가장 좋아하면서도 두려워하는 단어다.

 

 누군가의 마음을 같은 울림으로 어루만진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이던가. 음악을 시작하면서 뼈저리게 고민하고 있는 것 역시 바로 ‘공감’이었다.

 

 “음악 활동에다 학업까지 열심히 한다니 여러 모로 귀감이 되는 청년이에요.”

 “아닙니다. 많이 부족해요.”

 “에단씨 부모님이 참 궁금하더라구요. 에단씨처럼 뭐든지 척척 해내는 아들로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고 싶을 정도에요.”

 “너무 과찬이세요.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신후는 중년 여자와 강아지를 뒤로 한 채 발걸음을 재촉했다. 데뷔한 이래 다른 이들로부터 듣는 칭찬이나 평판이 여전히 낯설었다.

 

 “너무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구해보면 어떠니?”

 

 한국에 있을 때만큼은 집에서 같이 지내자던 부모님의 만류를 뿌리치고 독립한 지 한 달여. 한국에서의 생활도 그럭저럭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다.

 

 부모님은 어떻게든 독립을 늦춰보려 하셨지만 두 가지 조건만 충족시킨다면 하루라도 빨리 결정하고 싶었다. 강남에 있는 부모님 집과 가까운 듯 하면서도 떨어진 곳, 운동과 산책을 즐길 수 있는 한강공원에 인접한 곳.

 

 “이제 다 왔네. 휴우......”

 

 오피스텔 초입으로 들어서려면 작은 터널식 통로를 지나가야 했다. 신후는 연신 가쁜 숨을 내쉬며 통로 입구로 들어섰다.

 

 반대편 입구쪽에 누군가의 실루엣이 보였다. 실루엣과 가까워질수록 신후의 눈은 더욱 커져만 갔다. 쪽진 머리에 한복 차림의 여자. 쉴 새 없이 무언가를 찾는 듯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저, 도련님. 말씀 좀 여쭙겠습니다.”

 “네?”

 

 차림새는 그렇다 치고 이 여자의 말투는 왜 이런담. 신후는 일단 경계의 눈초리를 보냈다.

 

 “지나시는 길을 방해하게 되어 송구하오나 제가 길을 잃은 듯하여......”

 

 좁고 어둑한 통로 한가운데서 두 사람은 꽤 가까이 마주할 수 있었다. 여자는 앳된 얼굴에 이목구비가 뚜렷해 쪽진 머리임에도 서구적인 이미지를 풍겼다.

 

 “어디로 가시는 길인데요?”

 “둑제를 지내는 둑섬 근처에 집이 있었는데 눈을 떠 보니 갑자기 낯선 곳이었습니다. 혹시 여기가 어딘지요?”

 “여기는 뚝......”

 

 신후는 인근 오피스텔을 물색하던 중 매니저인 지범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신후야. 뚝섬을 옛날에는 둑섬이라 불렀대. 조선시대 때 군대를 사열하거나 출병할 때 이 섬에 둑기를 세우고 둑제를 지냈다지.”

 

 사학을 전공했다는 지범은 영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신후에게 종종 역사 얘기를 들려주곤 했다.

 

 “둑기? 둑제는 또 뭐야?”

 “아, 여기서 ‘둑’은 깃발 같은 거야. 왕이 타고 가던 가마나 군대 대장 앞에 세우던 큰 의장기 말이야. 둑제는 전쟁에 출정할 때 승리를 기원하며 지내는 제사를 말하구.”

 

 신후는 새벽녘 뚝섬 한강변에서 마주한 여자의 입에서 흘러나온 단어들에 어안이 벙벙했다. 둑제며 둑섬이라니......

 

 ***

 

 『약속을 해 놓고 임은 어찌 이리 늦나/뜰에 매화는 다 지려고 하는데』

 

 옥봉은 손에 쥐고 있던 붓을 내려놓았다. 그에 대한 그리움에 목이 메었다.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이대로는 안 될 터.”

 

 옥봉은 열어놓은 문 틈새로 살랑살랑 달려드는 봄바람마저 야속했다. 떠난 이를 마냥 그리워하며 살아가는 삶은 한시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언제까지고 그와 행복할 줄 알았다.

 

 어린날에는 서녀이기에 아버지의 사랑에 늘 목말라 있었다. 혼례를 올린 지 얼마 안 돼 자신을 청상과부로 만들어버린 신랑을 원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약 없이 지속되는 그리움의 나날들은 그 어느 때보다 견디기 힘들었다.

 

 “아씨, 방에만 계시지 말고 저와 꽃구경이라도 가시겠어요?”

 

 친정에서부터 시중을 들던 몸종 정순과는 둑섬에 자리를 잡으면서 다시 만났다. 어제와 같은 오늘이 반복되는 요즘, 유일하게 옥봉의 말벗이 되어주는 고마운 아이였다.

 

 “괜찮다. 나는 별 생각이 없구나.”

 “아씨. 울적하시다고 집안에만 계시면 마음의 병세가 더 깊어지십니다.”

 “아니다. 난 시를 마무리 지어야겠다.”

 

 옥봉은 놓아둔 붓을 다시 집어 들었다. 다음 행의 첫 구절이 머릿속에서만 맴돌았다.

 

 『갑자기 가지 위에서...... 까치......』

 

 옥봉은 머리와 몸이 아득해짐을 느꼈다. 몸이 쇠한 탓일까.

 

 『까치소리......』

 

 귓속이 웅웅거리기 시작했다. 옥봉은 시를 마무리 짓는 게 무리라고 여겼다. 붓을 내려놓고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았다. 천천히...... 두 눈을 감았다......

 

 “어, 여긴 어디지? 우리 집은......”

 

 ***

 

 “누나.”

 

 문을 빼꼼히 연 신영은 일어난 지 얼마 안 된 듯 부스스한 차림새였다. 신후가 다급하게 성큼성큼 들어섰다.

 

 “아침부터 무슨 일이야?”

 

 하품을 하며 신후를 보던 그녀가 화들짝 놀라며 비틀거렸다.

 

 “저 여자 누구야?”

 “있잖아, 누나.”

 “야, 너 혹시 사고 쳤어?”

 “내가 그럴 사람이야?”

 “응. 그건 그렇지. 영원한 모범생 아티스트지. 그럼 저 여자는?”

 

 그의 등 뒤에 가려졌던 옥봉이 모습을 드러내자 신영의 동공은 더욱 확대되었다.

 

 “옷이 왜? 혹시 이거 몰카야? 예능프로 찍는 거야?”

 “누나, 잠깐만. 내가 설명할게.”

 

 신영이 살고 있는 작은 복층형 원룸으로 들어서니 너저분한 옷가지며 책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소파 위 수북하던 원고며 빨래들을 대충 걷어내고 나서야 세 사람은 마주앉을 수 있었다.

 

 “이름이 뭐라고요? 이옥봉이라고 한 거 맞아요?”

 “네. 이름은 이원, 호는 이옥봉이라 하옵니다.”

 

 신영은 옥봉의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신영의 시선이 부담스러운지 옥봉은 짐짓 당황하는 표정이었다.

 

 “왜? 들어본 이름이야?”

 “응. 아주 많이.”

 “정말? 역시 국문학도라 다르네. 이옥봉이 누군데? 어느 시대 사람인데?”

 “조선 중기쯤. 허난설헌이랑 동시대에 살았던 여류 시인이었어.”

 

 옥봉은 ‘허난설헌’이라는 말에 깜짝 놀랐다.

 

 “초희를 아십니까?”

 “허난설헌 본명이 초희지요? 너무 잘 알죠. 제가 허난설헌의 시를 논문으로 쓰는 중이거든요.”

 

 신영의 눈이 호기심으로 반짝였다. 아니지, 근데 이 상황이 뭐지? 그녀는 신후의 팔을 잡아끌었다.

 

 “신후야. 저 여자 어디서 만났어? 이상한 차림새는 또 뭐고?”

 

 복층으로 오르는 계단참에서 그녀가 속삭이듯 질문을 쏟아부었다.

 

 “집 앞 한강공원에서 만났어. 새벽에 운동하고 가는 길이었는데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어딘지 묻더라구. 자기가 살던 집이 없어졌다면서.”

 “집 앞이라면 뚝섬? 정말?”

 “둑섬이 어디냐고 묻더라고.”

 

 신영은 계단 너머로 다소곳이 앉아있는 옥봉을 내려다 보았다.

 

 “매니저 형한테 들었는데 둑섬이 뚝섬 옛날 이름이라던데. 옷차림도 그렇고 말투도 좀 이상하지 않아?”

 “조금이 아니라 많이 이상하지.”

 “누나. 어떻게 할지 몰라서 일단 이리로 왔는데, 진짜 어떡하지?”

 “나라고 답이 있겠냐?”

 

 신후가 옥봉을 처음 마주하던 순간처럼 신영 역시 난감하고도 당황스러웠다.

 

 “설마 이옥봉을 사칭한 스토커 같은 건 아니겠지?”

 “스토커? 말투나 행동이 나쁜 사람 같진 않아.”

 “그렇긴 한데 왜 하필 네 앞에 나타났을까?”

 “글쎄, 알 수 없지.”

 

 어둑한 통로에서 공포에 떨 듯 두리번거리던 그녀의 눈동자를 떠올렸다. 어눌하면서도 공손하기 짝이 없는 그녀의 말투도 떠올렸다. 그녀는 분명 순수한 사람이었다.

 

 “경찰에 데려가는 게 맞을까?”

 

 신영이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정말 이옥봉이라면......? 신영은 여러 가지 생각이 몰려왔다.

 

 “경찰에 간다고 무슨 수가 있을까? 기껏해야 노숙자 취급하지 않을까?”

 “나도 같은 생각이야.”

 “그럼 일단 여기서 지내면서 방법을 생각해 보자.”

 “그래도 될까? 누나한테 미안하기도 하구.”

 

 두 사람이 잠시 침묵한 사이 아래층에서 짧은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으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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