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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롱기누스
작가 : 얌얌챠
작품등록일 : 2017.6.13

사람이 아니라 꽃으로 분류된 존재, 움꽃 종족의 마지막 생존자 로엘. 타고난 특성상 누군가를 증오할 수 없는 그녀가 증오와 사랑을 배우며 인간이 되어가는 이야기.

 
프롤로그
작성일 : 17-06-13 13:28     조회 : 469     추천 : 1     분량 : 45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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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가장 먼저 느껴진 것은 손목의 통증이었다. 로엘의 입에서 가느다란 신음이 흘러나왔다. 쓰라리고 욱신욱신한 것이 온통 물집이 잡혔다가 죄 터진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그녀는 인상을 찌푸리며 어떻게든 눈을 뜨려고 애썼다. 자신이 어디 있는 건지, 왜 이렇게 온몸이 아프고 시큰거리는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모래가 찬 것처럼 눈이 뻑뻑하고 무거웠다.

  “……로엘. 눈 좀 떠봐……. 정신 차려.”

  “…….”

  점점 무서워지려던 찰나, 옆에서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걱정이 담뿍 담긴 말투였다. 로엘은 목소리의 주인을 바로 알아챘다. 모를 수가 없었다. 그녀가 가장 신뢰하는 사내의 목소리였으니까. 그가 옆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안도감에 그녀의 심장이 울렁거렸다.

  “보스쿤.”

  로엘은 간신히 눈을 뜨고 옆을 바라보았다. 보스쿤이 다정한 눈으로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와 눈이 마주치자 로엘의 입가에 절로 미소가 퍼졌다. 몸의 아픔마저 잊혀졌다. 그러나 그녀를 바라보는 보스쿤의 표정은 지독히도 딱딱했다. 로엘의 입꼬리가 그의 눈치를 보며 뚜욱 아래로 떨어졌다.

  왜? 내가 무얼 잘못했나?

  혼란스러웠다. 그녀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닫고 급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전혀 눈치 채지 못했는데 어느새 그들은 걷고 있었다. 애초에 걷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잘그락 잘그락, 쇠 부딪히는 소리가 섬뜩하게 뒤를 따라왔다. 어디서 나는 소리지? 로엘은 당황스러움에 뒤를 돌아보다 휘청거리고 말았다. 그러자 채찍이 날아와 그녀의 등을 후렸다.

  “악!”

  살이 터지는 소리가 났다. 아픈 것보다 놀라는 마음이 더 컸다.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이 왜 맞아야 한단 말인가? 로엘은 허억, 짧은 숨을 토해내며 보스쿤을 바라보았다. 그는 격노하며 채찍을 든 사내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아니, 달려들려고 했다. 하지만 몸을 칭칭 감은 쇠사슬과 쇠고랑이 그를 저지했다.

  채찍을 든 사내가 그들을 비웃듯 깔깔거렸다. 사내는 채찍을 짧게 쥐더니 보스쿤을 향해 때리듯 휘둘렀다. 보스쿤의 뺨이 깊게 찢어져 피가 주륵주륵 흘렀다. 로엘이 말리거나 끼어들 틈도 없었다. 그녀는 비명을 참으며 경악스런 표정을 지었다.

  “대체……대체, 왜. 이게 무슨…….”

  “미안하다……로엘. 내가, 막아주지 못했구나.”

  보스쿤은 피를 흘리면서도 로엘부터 걱정했다. 로엘의 눈에서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보스쿤은 도저히 채찍을 막을 수 없는 상태였다. 몸 전체가 결박된 채 종종걸음만 겨우 걷는 수준인데 어떻게 막을 수 있었겠는가? 로엘은 눈물을 삼키고 그를 살펴보았다. 이제 보니 그의 꼴이 말이 아니었다. 옷은 중요 부분만 가린 수준이며 발은 맨발이었다. 머리는 여기저기 쥐어뜯기고 몸에 상처와 피딱지가 가득했다.

  로엘의 상태도 보스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손목이 아팠던 이유도 수갑이 채워져 있기 때문이었다. 쫓아오듯 뒤에서 들린 쇳소리는 그녀를 감싼 쇠사슬에서 나는 소리였다. 허름한 행색에 결박된 상태. 그들의 모습은 마치 죄인에 가까웠다. 로엘은 그제야 조금씩 상황 파악이 됐다.

  이곳은 코르존 황국의 수도이며, 그들은 ‘반역자’로서 수송되는 중이었다.

  “빨리 좀 걸어!!”

  뒤에 서있던 기사 중 한 명이 소리쳤다. 로엘은 화들짝 놀라 급하게 발을 놀렸다. 뾰족한 돌에 찔려 피가 났지만 작은 상처라 금방 아물었다. 움꽃 종족으로서 뛰어난 자가 치유력을 지닌 그녀에게 이 정도 상처는 별것 아니었다.

  “우린……이제 어떻게 되는 거예요?”

  로엘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보스쿤은 복잡한 눈빛을 하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몇 번이고 그의 입이 열렸다 닫혔다. 로엘은 그를 이해했다. 그녀도 뭔가 명확한 답을 바라고 물은 것은 아니었다. 그저, 조금이라도 더 그와 눈을 마주하고 싶었고 그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이제 마지막일지도 모르니까.

  “……너는 괜찮을 거다.”

  “…….”

  보스쿤이 중얼거리듯 답했다. 로엘은 순간 울컥했다. 당신은요, 하고 되묻고 싶었으나 참았다. 그것이 얼마나 의미 없는 물음인지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만에 하나의 경우, 아마 로엘은 목숨을 건질 수 있을 것이다. 벵가티보 황제가 로엘에게 묘한 집착을 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보스쿤은 어떤 예외 사항도 없이 무조건 사형 확정이었다. 왜냐면…….

  “죄인을 꿇려라!”

  오랜 걸음 끝에 광장에 도착했다. 기사 한 명이 로엘과 보스쿤의 오금을 발로 찼다. 둘은 광장 한가운데에 쓰러지듯 무릎이 꿇렸다. 맨바닥에 들이박은 충격으로 뒷목까지 저릿저릿했다. 방금 전까지 다소 해이한 구석이 있던 기사들이 어느새 각 잡힌 자세로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광장에 모인 수도 사람들마저 숨을 죽이고 어느 한곳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경외와 숭배가 가득한 소름 돋는 정적이 흘렀다.

  곧 황제가 나올 거란 생각에 로엘은 긴장했다. 황제가 그녀에게 갖는 관심을 이용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어차피 죽을 거 해볼 수 있는 방법은 다 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황제는 기이한 성정을 지녔으니 거래에 응할 가능성도 있었다. 그것이 설령 반역자들을 대상으로 한 거래라 할지라도 말이다. 허나 기대와 달리 몇 분이 지나도 황제는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시간은 계속 흐르고, 차렷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기사들 목에서 땀이 줄줄 흐르기 시작했다. 로엘과 보스쿤은 두말할 것도 없이 상태가 안 좋았다. 부상은 둘째 치고 햇빛이 너무도 강했다. 번쩍번쩍 빛나는 갑옷 사이에 있자니 햇빛이 반사돼서 눈도 따갑고 몸도 뜨거웠다. 정말이지 고역이었다.

  로엘은 눈에 들어갈 뻔한 땀을 털어냈다. 까딱하면 정신을 잃을 것 같았다. 보스쿤도 시야가 흐릿한지 계속 눈을 깜박이며 머리를 흔들었다. 덩달아 그의 몸이 위험할 정도로 휘청거렸다.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태라 로엘은 덜컥 두려워졌다. 보스쿤 정도 되니까 이때껏 버텼지 보통 사람이라면 진즉 죽었을 것이다.

  어쩌면 이대로 뙤약볕 아래 말라가는 것이 형벌 아닐까.

  그런 무서운 생각이 들자 한기가 쫙 끼쳤다. 로엘의 몸이 가늘게 떨리기 시작했다. 방금 전까지 무척 더웠는데 이젠 추웠다. 정말 이렇게 보스쿤을 잃는 건가? 황제를 만나보지도 못하고 거래를 시도해보지도 못한 채? 이토록 허무하게?

  그때, 아름답지만 기이한 울림이 정적을 깼다. 깨지는 듯, 퍼지는 듯, 깨지지 않는 신이한 방울소리. 황제의 등장을 알리는 크리스탈 방울소리였다. 기사들 중 직급이 가장 높아 보이는 사내가 기다렸다는 듯 외쳤다.

  “코르존 황국의 빛나는 제 1 황실기사단 ‘아르모니’ 일동, 위대하신 벵가티보 데 제니오 폐하께 경례!”

  “에테르나!!”

  시원할 정도로 깔끔하게 맞춰진 경례 소리가 광장에 울려 퍼졌다. 동시에 황제의 등장을 기다린 사람들의 함성 소리가 터져 나왔다. 땅에서 미약한 진동이 느껴질 정도였다. 로엘과 보스쿤은 번쩍 고개를 들고 정면을 바라보았다. 휘황찬란한 황제의 마차가 우아하게 방울을 울리며 그들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로엘.”

  “……네.”

  “네가 정말 나를 믿고 따랐다면, 지금 하나 약속해.”

  “약속할게요.”

  로엘은 무슨 약속인지 듣지도 않고 답했다. 그녀의 즉각적인 대답에 보스쿤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 사이 황제의 마차가 기사단 앞에 도착했다. 기사들은 모두 한쪽 무릎을 꿇고 시선을 깔았다. 열어주는 사람도 없는데 마차 문이 저절로 부드럽게 열렸다.

  “눈동자 출입문의 맹세나 다름없는 약속을 해.”

  “왜 그렇게까지…….”

  눈동자 출입문의 맹세는 깨서는 안 되는 영혼의 서약이다. ‘엘자의 영역’, 즉 마법의 힘을 조금이라도 지닌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맹세이며, 깨는 즉시 그 영혼은 어둠의 신 ‘크레푸시크로’의 손아귀에 떨어진다. 눈동자를 영혼의 창이라 생각하는 것에 기인하여 ‘눈동자 출입문의 맹세’라 이름 붙여졌다. 한마디로 목숨을 걸고 하는 위험한 약속이다.

 그런데 그것과 동급의 약속을 해달라니. 로엘의 동공이 심하게 요동쳤다. 불안했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고개를 저었다.

  “…싫어요.”

  “……명령이야.”

  “…….”

  “나를 위해서 들어줘. 뭐든 하겠다고 했잖아.”

  보스쿤이 애원하듯 말했지만 로엘은 고집스럽게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그와 눈이 정면으로 마주치는 순간, 로엘은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그의 눈엔 깊이를 할 수 없는 슬픔이 담겨 있었다. 곧 다가올 죽음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로엘과 헤어지는 것이 서글프다는 듯이.

  미안함과 애정을 가득 담은 그 눈빛에 로엘은 지고 말았다. 그녀는 다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 약속이 그가 남기는 유언임을 깨달았기에, 진중함을 담아서 한 번 더.

  “로엘. 내가 죽더라도, 너는 살아남아. 벵가티보에게 빌어서라도 살아남아. 그놈에게 붙어서라도 살아남아. 나를 잊고 너는 어떻게든 행복하게 살아. 나를 따라 죽는다는 멍청한 생각도 하지 말고 미친 듯이 살아남아.”

  “……저는 당신이 없으면 살아갈 의미도 없어요. 알잖아요?”

  “아니, 의미니 뭐니 내 알 바 아니야. 약속이나 똑바로 새겨. 살아남는 것, 그게 네가 해야 될 약속이야.”

  “…….”

  지키기 어려운 얘기들뿐이었다. 그럼에도 로엘은 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킬 수 있고 없고를 떠나 그의 마음만이라도 편하게 해주고 싶었다. 그가 자신을 걱정하다 죽길 바라진 않았다.

  “아니? 우리 바퀴벌레 한 쌍이 또 무슨 음모를 꾸미는 걸까?”

  지나치게 밝고 쾌활한 목소리가 마차에서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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