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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고독검-필부지행
작가 : 로구탄
작품등록일 : 2017.6.11

무겁고 차분한 살인 청부 업자 이야기입니다.
별 대단한 재능은 없지만, 검에 대해서는 그 누구보다 깊게 이해하고 있는.

 
서장. 일전객(一錢客)에 대한 풍문
작성일 : 17-06-11 00:45     조회 : 556     추천 : 1     분량 : 55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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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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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경은 욕망의 땅이다. 북경 뿐만 아니라, 한 나라의 사람이 모여들고 시끌벅적 해서 서로 주머니 속의 돈이 오고가며 무언가를 왕성하게 사고 파는 곳은 욕망이 머무르기 마련이다. 떠나지 못한 욕망의 잔재가 남아 쌓이고 억지로 방 뒤켠으로 밀어넣다 보면 화려한 곳이라고 해도 구릿한 곳이 생기기 마련이다. 성의 외곽이라던가, 혹은 변두리. 그런 누추한 곳이 그런 지저분한 오물을 대신 뒤집어 쓴 채, 부유한 자들의 코를 세워주곤 한다.

 

 지저분한 곳이고, 정확한 정보보다는 어중이 떠중이 거지새끼들이 모여서 떠들거나 늙은 퇴기에게 몸을 헐떡이는 삼류 무사들의 입에서 나오는 정보가 대부분이였기에 귀를 기울여 돈이 될 만한 것은 거의 없었지만, 요 근래 꽤나 흥미로운 이야기가 돌고 있었다. 그것은 일전객 이라는 한 사내의 이야기였다.

 

  일전객은 흔하디 흔한 돈을 주면 움직이는 검객이였다. 들고 있는 검은 길쭉한 것이 손질도 하지 않았는지 거무죽죽한 검신을 갖고 있었고, 허름한 차림의 그 사내는 꽤나 솜씨가 좋다 했다. 책방의 소설이나 잡담집 혹은 호사가들의 입방정에 오르내리는 산을 가르고 바다를 회를 떠버리는 절세고수는 아니였어도, 죽여달라 맡긴 사람은 죽인다는 담백한 검객이라고들 했다.

 

  다만 늘상 보이진 않고, 변두리 구석 뿐만 아니라, 북경 도심 한 가운데에도 나타나곤 해서 자세히 아는 사람은 적은 것 같았다. 어디에 사는지 자식은 있는지 혹은 정인이 있는지. 그런 정보들이 돌지를 않아 복수는 늘 요원한 일이였고, 그래서 죽지 않고 떠돌아 일을 맡곤 하는 것 같았다. 그 사내가 특이한 것은 착수비였다. 보통은 상대에 따라 착수금이 달라지거나, 기본 착수금이라는 것이 있기 마련인데, 그자는 동전 1전부터 은 1냥까지 오르내리락 한다는 것 같았다. 순전히 지 마음. 그래서 개방의 거지들도 입을 모아도 나오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 그에 대한 모든 이야기는 무엇무엇 이지 않을까? 하는 물음표로 마무리를 짓곤 했다.

 

  중심에서 조금 떨어진 주거지역. 화려한 객잔보다는 덤덤하게 생긴 객잔들이 늘어져 있고, 조금 더 가면 사람 사는 집들이 즐비해있는 곳 근처. 그 중에서 정가객잔은 고기국수를 잘 말아주기로 유명했다. 고기국수야 사실 말이 고기국수지, 들어 있는 고기 양은 부잣집 개새끼가 먹는 양도 안되는 적은 양이 편으로 썰어져 있었고, 육수 맛으로 먹는 거라고들 했지만, 그것 보다는 조금 후한 것이 정가객잔이였다. 그래도 두 어점 고기를 집어 먹고, 진한 육수를 들이키면 싼 맛에 먹기에는 훌륭한 만찬인 셈이였다. 그래서 정가객잔이 비어 있는 일은 드물었고, 오늘도 두 어명이 자리 잡고 고기국수를 먹고 있었다.

 

  짤랑.. 짤랑...

 

 짤랑 거리는 소리와 함께 들어온 사람은 몸을 잔뜩 쭈구리고 있는 한 노인이였다. 옷도 허름했고, 소매가 닳아 튿어져 있는데다가, 바짓단이 흙빛으로 적적하게 물들어 있는 것이 아마 성 외곽이나 밖에서 소작농을 하는 듯 싶었다. 품에는 소중한 것이라도 들고 있는 양 두 팔로 보물단지를 안고 있듯 꽉 껴 안고 있었고, 그것을 보던 주인은 혀를 가볍게 차며 말했다.

 

 " 할배. 그리 하면 누가 봐도 보물단지인거 알겠는데? 구린 새끼들이 뒤통수 치면 어찌할려고 그리 티내고 다니는 거요? "

 

 " 괜..괜찮네.. 어차피 다 쓸 거니까..."

 

  민감해져 있는 모습에서도 객잔 주인의 호의는 알아들었는지 걱정하지 말라는 듯 손을 삐죽 내밀어 휘휘 저었다.

 

 " 대체 뭘 시킬려고 저런데.. "

 

  객잔 주인으로써는 좋은 일이였지만, 저렇게 위험하게 골목을 돌아다니면 어쩌나 싶어 혀를 차면서 졸고 있던 점소이에게 턱짓을 하려는 찰나, 그 노인이 돈을 쩔렁하고 내려놓은 곳은 고기국수를 먹고 있는 한 검객의 탁자 위 였다.

 

 " ... 일전객... 맞으십니까? "

 

 노인의 공경어린 말투와 몸을 수그리고 조아리는 듯한 모습. 그 노인의 말에 객잔 주인 그리고 다른 탁자에서 고기국수를 먹고 있던 사람도 힐끗 눈동자를 틀어 바라봤다. 절세 고수를 보는 동경의 눈빛은 아니였지만, 아는 것이 나와 흘끗 본다는 그런 느낌이였다.

 

 " 노인장이 존대를 할 만큼 잘 살진 않았는데... 누구십니까? "

 

 허름한 두건을 쓰고 있어 알아보기 힘든 얼굴의 그림자 속에서 평범하고 조금은 낮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중후하고 멋진 목소리는 아니였고, 조금은 텁텁하게 낮은 흔히 들을 수 있는 목소리. 소문의 일전객의 목소리라고 하기엔 김이 빠졌는지, 객잔 주인과 다른 손님 하나는 도로 고개를 돌리고 하던 일로 돌아간듯 싶었다. 어차피 일전객에 대한 소문이 그리 대단하거나 위협적인 일은 아니였으니. 그 정도 소문이나 무사에 대한 이야기들은 널리고 널린 것이 북경이였다.

 

 " 장길이라고 합니다. 일전객이 맞으십니까? 그것부터 말씀해주십시요.. 검객 나으리.. "

 

 " 맞다면 어쩌실껍니까? "

 

 그 말에 전에 들은 바가 있는지 장길이라는 노인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탁자 위에 올려 놓은 보자기를 주욱 밀어 국수 그릇 앞에 놓은 노인은 사뭇 비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 일전객한테 부탁할 것이 뭐가 있겠습니까 ? "

 

 " 누군가를 죽여달라 ? "

 

 " 그렇습죠.. "

 

 그 얘기까지 들은 사내는 탁자에 있던 의자 하나를 주욱 빼며 손을 내밀어 툭툭 건드렸다. 일단은 앉아서 말을 해보라는 무언의 신호에 노인은 서둘러 탁자에 엉덩이를 붙였다.

 

 후루룩.

 

 아무 말도 없이 다시 고기 국수를 젓가락으로 집어 먹는 사내를 보면서 장길은 우물쭈물하며 말을 꺼내지 못했다. 사내는 힐끗 눈을 치켜 뜨며 눈짓을 두어번 해보였다.

 

 " 아! 그 죽일 놈의 이름은 유석인... 유석인이라고 합니다. "

 

 다시 사내의 눈짓이 이어졌다.

 

 " 그러니까 말입죠... "

 

 울먹이면서 말을 꺼내기 시작한 노인 장길의 사연은 딸 이름을 천천히 되뇌이는 것으로 시작했다. 딸의 이름은 장수희. 꽤나 토속적인 이름이라고 생각하던 사내는 그 이름의 주인이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이라는 것에 흠칫 젓가락질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다시 별 것 아닌 것처럼 국수를 먹긴 했지만, 그 속도는 자연스럽게 느려지면서 노인이 풀어놓은 신파극에 귀를 기울였다.

 

  수희는 그렇게 빼어난 미인은 아니였다. 애초에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관리를 하나도 못하고 밭일을 하다보면 살이 트고, 거칠어져 원형이 예뻤다고 해도 미모를 유지하긴 힘들었다. 괜히 유곽의 기녀들이 몸 치장에 그리 많은 돈을 쓰는 것이 아닌 것처럼, 관리 하나 받지 못한 수희는 그저 평범하게 농부의 딸로 살다, 평범한 남자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할 것이라 꿈을 꾸던 처녀였다. 빼어나게 예쁘지 않다 해도, 수더분하고 조곤조곤하면서도 쉽게 굽히지 않는 성격도 있었고, 빼빼 마르지도 않아 몸에 굴곡도 있는 것이 마을 청년들 사이에는 꽤나 인기가 있는 편이였다. 그렇다고 해도 아무 남자랑 놀아나기 보다는 미래를 생각했던 건지 착실한 사내를 하나 만날 생각이였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봐둔 사람이 있는듯 싶었다. 여자가 목소리 크면 안된다고 꾸짖는 것도 당당하게 받아칠 줄 아는 아이였기에 큰 걱정이 없었던 그 였다.

 

  문제는 안에 있지 않았고 밖에 있었다. 손버릇이 좋지 않다던 작은 패거리의 눈에 띄었던 것은 수희의 잘못이 아니였다. 관아는 있고 판관 나으리도 당연히 있는 북경이였지만, 누구나 다가갈 수 있다고 해서, 그 누구나의 편이 될 리는 없었고, 그 탓에 치안이 열악해진 작은 농촌 마을에서 패거리들은 몸집을 키워갔다. 그 패거리의 우두머리라는 자가 유석인 이라는 자였고, 어디 사파에서 배워 왔다면서 비싼 돈을 주고 산 도를 허리춤에 덜렁 거리면서 엄하게 해코지를 하던 그들의 눈에 감자 바구니를 들고 걸어가던 수희가 걸린 것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수희의 잘못이 아니였다. 수희의 성격으로는 당연히 굽힐 줄 몰랐고, 사실 굽혔다고 해도 그 뒤에 당할 심한 행동과 연이어 일어난 성적인 모욕이 없었을 거라는 것은 흔한 탁상공론을 즐겨하는 뒷방 노인네의 입방정이였다.

 

 " 어찌 사람이 그럴 수 가 있습니까! "

 

  아버지의 입에서 나오기 힘든 말을 차마 꺼내며 딸이 당했던 일들을 이야기 하는 노인의 눈주름을 타고 눈물이 걸려 있었고, 사내가 살펴보니 눈이 어지간히 충혈되고 부은 것이 아니였다. 단순한 추행을 넘어서서 술에 취한 그들이 새로 산 칼을 시험한다며 두 어번 몸에 지워지지 않을 자상을 남겼고, 집에 돌아온 노인의 딸은 전의 그녀가 아니였다.

 

 " 그리고 그렇게 아이는 떠나갔습니다... 그러니 죽여주십시요...죽여줘..."

 

 울지 않는 노인의 울음소리에 사내는 국수를 먹던 젓가락을 소리내어 탁 하고 내려 놓았다. 그리고 아무 말도 없이 천천히 일어나는 사내. 수락한다거나 착수금에 대한 말이 하나 없자, 장길은 다급하게 옷 가랑이를 잡으며 말했다.

 

 "이것.. 작은 돈이 아닙니다... 은 반냥정도는 될겁니다.. 물론 은 1냥이라면 1냥대로.. 금 1냥이라고 하면 목숨을 주고 바꿔서라도 부탁드리겠습니다.. "

 

  사실 노인은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이렇게 이름만 떠도는 의문의 낭인 보다는 더 이름 있고 확실한 해결사들이 많았으니까. 다만 유석인이라는 자가 정말 위험한 사람인지 아니면 패거리가 엮여 있어 문제인지 다들 꺼려 했다. 그리고 마지막 부탁했던 해결사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노인의 어깨를 살포시 잡으면서 말했다.

 

 " 그 자식 나쁜 새끼인 건 그 동네 사람이 아니라, 외곽 지역 사람들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요. 그 마을로 가기 전에 다른 곳에서도 사고를 치고 다닌 녀석이니까. 게다가 그 새끼는 진짜로 무공을 배운 가닥도 있고, 패거리도 있어서 .. 돈이고 자시고 대 문파 제자 아니면 손해보는 장사란 말이요.. 그런데 어떤 대문파의 제자가 그런 일을 한다고 나서겠소?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소.. 어쩔 수 없어.. 그 돈으로 밥 사먹고 힘이나 차리쇼. 그게 딸을 위한 거니까. "

 

  그 말에 뭐든지 들어준다는 일전객을 찾았던 것이다. 다만 떠도는 소문이였고, 일전객이 허풍에 불과한다는 이야기가 되려 더 많았지만, 노인이 살 구멍은 그 뿐이였다.

 

 " 제발...제발..."

 

 노인의 고개 숙인 머리를 조용히 내려다 보던 사내는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살짝 고개를 들은 돈자루는 그대로 있었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 사내는 객잔 주인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 여기 5전이요. "

 

 고기 국수 값을 내고 몸을 돌려 나가려는 사내는 몸을 구부리고 모든 것을 잃은 채 쌕쌕 거리는 노인의 어깨를 살포시 잡았다.

 

 " 죽여주겠소. 유석인. "

 

 그 말에 노인은 벼락처럼 고개를 치켜들고 눈을 크게 떴다. 회광반조처럼 확 바뀌는 그 모습을 하며 노인이 큰 소리로 말했다.

 

 " 정..정말이요? 유석인 그 자식을 죽여준다는게?"

 

 " 그렇소. 어쨌든 돈은 받았으니. "

 

 그 말에 노인의 눈동자는 탁자 위 돈 주머니를 향했지만 여전히 돈 주머니는 그대로 있었다. 심지어 전으로 그득 들어 있는 것이 그대로인 듯 했다.

 

 " 하지만. .착수금이... "

 

 노인의 말에 사내는 국물만 조금 남은 고기국수 그릇을 툭 쳤다. 고기 국수를 먹은 돈 5전이 착수금이라고 하는 그 행동에 노인은 미간을 찡그리며 물었다.

 

 " 아니.. 패거리고 다들 꺼리는 일이요..5전은 아무리 생각해도 적지 않습니까? "

 

 " 이 세상에 그런 짤랑거리는 돈 주머니를 들고 죽이러 가는 자객이 어딨습니까 ? "

 

 " 하.. 하지만 ! 그 녀석은 무공도 익혔다고 했소! "

 

 노인의 말을 계속해서 듣지 않은 채 밖으로 걸어나가려던 사내가 잠깐 멈춰서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 나 또한 무공을 익혔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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