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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나는 모기다
작가 : 측지장교
작품등록일 : 2017.6.8

이보다 더 게으를 수 없을 정도로 게으른 남자, 전신후. 그런 그가 '더 로마'에서 모기란 종족에 선택받았다.
"인간적으로 이건 아니지."
모기가 되어서도 게으른 삶을 꿈꾸고 그걸 위해 투쟁하는 전신후. 과연 그는 모든 장애물을 물리치고 게으르게 살 수 있을까?

 
얘는 솔직히 답이 없다.
작성일 : 17-06-08 22:36     조회 : 493     추천 : 0     분량 : 4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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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서수연은 아침마다 생각한다.

 어째서 우리 집안의 사람들은 그녀를 제외하고 일어나질 못할까.

 그리고 결론을 내린다.

 그건 그냥 우리 집안의 사람들이 어떤 놈때문에 게으른 게 닮은 거다.

 라고.

 그래서 그녀는 오늘도 한 손에는 후라이팬을, 다른 손에는 국자를 든다.

 언제나 그렇듯 그녀의 사명은,

 "일어나자!!!!!!!!"

 쨍쩅쨍쨍쨍쩅쨍!!!!!!!!!!

 그녀는 후라이팬과 국자를 자진모리 장단을 두드리는 판소리의 소리꾼처럼 두드리며 소리쳤다. 그녀는 인디언들이 화롯가를 돌며 의식을 치루는 것처럼 거실을 돌아다니며 계속 두드렸다.

 곧 반응이 왔다.

 "여, 여보!!! 일어났어요!!!!!!"

 가장 먼저 반응이 나온 곳은 거실의 TV 뒤에 있는 방이였다. 거기서 문이 벌컥 열리며 파자마 차림의 남자가 헐레벌떡 뛰어나왔다. 뛰어나온 남자를 본 그녀는 흘낏 보고는 부엌 쪽을 턱짓으로 가리켰다.

 "가서 밥이나 먹어요."

 "네!!!!"

 그리고 계속 두드리다보니 굳게 닫혀있던 두 개의 문이 열리며 소년과 소녀가 나왔다. 먼저 소년은 눈밑의 짙은 다크 써클이 인상적이었고 한 손에 게임기를 꽉 쥐고 있었다.

 "지금 한창 퀘스트 다 깨가는데……"

 "너 또 밤샜지!!!"

 소년의 이름은 전세후. 집안의 둘째였다. 다음은 나오면서도 머리를 고데기로 열심히 말고 있고 옷은 언제 입었는지 깔끔한 분홍색 원피스를 입은 소녀였다.

 "조금 있으면 끝나는데 꼭 두드려야겠어요? 진짜……여자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니깐."

 "소희야? 엄마도 여자란다?"

 그녀의 이름은 전소희. 집안의 장녀였다. 서수연은 한숨을 쉬고 부엌 쪽으로 가라고 손을 훠이훠이 저었다. 소년소녀는 불만을 투덜투덜거리며 가서 밥을 먹었다.

 그 사이 밥을 다 먹은 남자, 전대희는 무언가에 쫓기기라도 하듯 뛰어서 화장실로 들어가 세수와 양치질을 3분 만에 끝내고 방으로 들어가 순식간에 정장을 입었다. 이 모든 건 5분 내로 끝났고 전세후와 전소희가 밥을 먹는 사이에 일어났다.

 서수연은 당연하다는 듯 손목에 찬 시계를 봤다.

 "흠, 5분 46초. 빠르게 준비했네요. 그럼 출근하세요."

 "네!!!!!!"

 전대희는 그대로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전대희 씨가 출근했습니다. 회사로 정보를 전송합니다.]

 "자, 이제 너희들만 남았구나."

 "이거만 깨고 갈게요~~~"

 "다 끝나가요. 기다려봐요."

 소년과 소녀는 각자의 할 일에 집중한 채 말했다. 그러다가 흠칫하고 뒤를 돌아봤다. 뒤에서 서수연은 국자를 현란하게 손가락 사이로 돌리면서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걸 보고 둘은 말했다.

 ""준비할게요.""

 곧 둘도 "다녀올게요."하고 현관문 밖으로 나갔다.

 [전세후. 전소희님께서 학교로 등교했습니다. 정보를 보내겠습니다.]

 그들을 다 보내자 집안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보통의 엄마라면 이쯤에서 TV를 틀고 앞으로의 자유를 만끽하며 친구와 통화를 하며 보내겠지만 서수연에게는 아직 큰 장애물이 남아있었다.

 "월월!"

 그녀의 앞으로 그녀의 무릎 정도 크기를 가진 강아지가 왔다. 강아지가 다가오자 그녀는 무릎을 꿇고 앉아 강아지의 턱을 만졌다. 강아지는 기분 좋아하며 멍하고 외쳤다. 서수연은 강아지의 목에 감겨있는 원격 영상 전송기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강아지의 엉덩이를 두드렸다.

 "멍!"

 강아지는 밖으로 나갔다.

 [전신후님의 대리가 밖으로 나갔습니다. 학교로 정보를 전송합니다.]

 강아지까지 나가고 그녀는 여전히 굳게 문이 닫힌 방 안으로 들어갔다. 방 안으로 들어가자 몹시 퀘퀘한 냄새가 났다. 마치 백수가 며칠 째 밖으로 안 나가서 묵히고 묵힌 냄새같은.

 서수연은 "흡!"하고 경악하며 팔을 들어 코와 입을 막고 창문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창문을 열고 신선한 공기를 한껏 흡입했다.

 "후우우우~~~간신히 살았다. 하마터면 질식사로 죽을 뻔헀어."

 신선한 공기로 살아난 그녀는 그 속에서 죽은 거라고 생각될 정도로 잘 자는 소년을 내려다봤다.

 "내 아들이지만 내 아들이 아닌 거 같단 말이지."

 그리곤 근처에 있던 이 소년을 깨울 수 있는 유일한 무기인 스펀지로 만든 회초리를 들었다.

 "신후야!!!!!!!! 출석은 해야지!!!!!!!"

 촥촥촥촥촥!!!!!!!

 회초리가 소년, 전신후를 때릴 때마다 시원한 소리가 방 안을 채웠다. 하지만 그 동안의 때림으로 내성이 생겼는지 전신후는 쉽게 일어나지 않았다.

 "더 강적이 됐네."

 서수연은 살벌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다음 무기를 꺼내들었다. 그건 다름 아닌 꽹가리였다. 깊게 숨을 들이마신 서수연은 아까 국자로 후라이팬을 치던 자진모리 장단으로 꽹가리를 치기 시작했다.

 짱짜라짱짱짱짱짜라라라짱짱짱!!!

 "으음…………"

 그제서야 전신후는 뒤척이기 시작했다. 그 기세를 멈추지 않고 서수연은 더욱 세게 꽹가리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전신후가 잠에서 깨어났다.

 "엄…마?"

 "일어나라 망할 놈아."

 "우음……5분만……"

 "어딜 5분만이야!!! 당장 일어나!!!"

 서수연은 이불을 꽉 잡고 뒤집어쓰려는 그의 손을 떼어내고 이불을 침대 밖으로 던졌다. 이불이 사라지자 전신후는 "안 돼…………이불아………"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리곤 꿈틀꿈틀 거리며 "으으으……잠이 부족해…잠이……"라고 중얼거렸다.

 서수연은 꿈틀거리는 아들의 엉덩이를 찰싹찰싹 때리며 "일어나라~~~아들아~~~"라ㅗ 말했다. 그 시각, 학교는……

 "봐봐, 멍멍이야!!"

 "꺄아! 귀여워!!"

 "너무 귀여워!! 근데 저 원격 모니터는 뭐지?"

 "도대체 어떤 몰상식한 주인이 강아지한테 저런 걸 매달아놓은 거야!!"

 "정말 야만인이야!!"

 등교하던 학생들은 사뿐사뿐 걸어가는 강아지를 보고 감탄하고 목에 걸린 모니터를 보고 주인을 욕한다. 그 중 몇몇은 야자시간이나 쉬는 시간에 먹으려고 가져온 소세지를 꺼내 반으로 잘라 강아지 앞에 놨다.

 "월월!"

 강아지는 기쁜 듯이 짖으며 소세지를 한 입에 삼켰다. 그걸 보며 소녀들은 열광했다. 다 먹은 강아지는 한 번 더 월!하고 짖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간 강아지는 옆에 '강아지 전용'이라고 적힌 수건에 발을 꾹꾹 닦고 복도를 걸어서 3층으로 올라갔다. 3층으로 올라가 앞으로 쭉 걸어가다 5반이라는 팻말이 있는 반으로 들어갔다.

 "오오!!! 오늘은 5분 빨리 왔다!! 앗싸!!! 다 내놔!!"

 "으어어!!!! 멍멍아!!! 어째서 이렇게 빨리!!!"

 "이럴 수가 저럴 수가 어머니 아버지!!!"

 "바보같은!!!!!!!이 내가 실수를!!!!!"

 강아지가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한 쪽에서 비명과 환희와 절망이 뒤섞인 남자들의 비명이 질러졌다. 강아지는 "월?"하고 고개를 돌려서 보자 거기엔 절망하는 남학생들과 유일하게 의자를 밟고 천장을 뚫어버릴 것처럼 자세를 잡고 있는 남학생이 있었다. 그 남학생은 강아지와 눈을 마주치고 날듯 달려와 강아지의 머리를 마구잡이로 쓰다듬었다.

 "아주 잘했어!!! 멍멍아, 역시 너 밖에 없다!!!"

 "어휴, 비켜. 어떻게 이렇게 귀여운 애를 가지고 내기를 할 수 있냐? 너가 그러고도 사람이냐?"

 탁하고 남학생을 밀치며 붉은 머리를 양갈래로 묶은 여자가 얼굴을 살짝 들고 도도하게 독설을 날렸다. 남학생은 "내가 얘를 걸고 했냐. 얘가 오는 시간으로 했지."라고 반론을 펼치지만 여학생은 "그거나 이거나 똑같다는 건 이해할 수 있는 머리는 가지고 있지?"라고 독설을 날리며 남학생은 완벽하게 퇴치했다.

 그리곤 강아지의 턱 아래를 살살살 긁었다. 강아지의 표정이 헤퍼지며 "헥헥헥"하고 혀를 내밀고 좋아하자 여학생의 표정도 풀어지며 "귀여워…………"란 표정이 됐다.

 그 때, 찰칵하고 누군가가 사진 찍는 소리가 나자 여학생의 표정이 싹 변하며 아까의 도도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고개를 들자 앞에는 반쯤 감긴 눈을 가지고 핸드폰을 들어 사진을 찍는 여학생이 있었다.

 "혀, 현정아!!"

 "귀여워. 반장 웃는 모습."

 "그런 거 찍지 말라니깐!!!!"

 "저장."

 "아아아아!!!!!!!"

 여학생은 현정이라 불린 여학생을 쫓아갔다. 그제서야 자유로워진 강아지는 지정된 자리로 걸어갔다. 그리고 강아지를 위해 준비된 내림막 책상을 올라갔다.

 곧 드르륵하고 문이 열리고 담임이 들어왔다. 담임이 들어오자 수금하던 남학생도, 현정을 쫓던 여학생도 후다닥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안으로 들어온 담임은 강아지를 보곤 한숨을 푹 쉬고 출석부를 열었다.

 그리곤 학생들의 이름을 불렀다.

 "차현정."

 "네에에~~~"

 "운나연."

 "네."

 "배한성."

 "넵~~!!"

 "조유경."

 "네~"

 "노종현."

 "이옙!"

 한 명씩 불러가다가 마침내 전신후의 차례가 됐다.

 "전신후."

 그리고 마치 지금을 기다렸다는 듯이, 검은 화면이 가득하던 원격 모니터가 지직거리면서 침대에 엎드려있는 전신후의 모습이 나타났다. 전신후는 모니터 안에서 잔뜩 귀찮고, 지루하고, 지금 당장이라도 자고 싶은데 옆에 엄마가 있어서 못 자는, 그래서 너무 힘든, 그런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왔어요……]

 "자, 그럼 수업을 시작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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