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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알테의 꽃
작가 : 키샤
작품등록일 : 2017.6.7

[동양판타지/러브코미디/황제남주/후궁/당당한여주]
저 싸가지 없는 황제의 후궁이 나라고? 내가 늙는다 늙어.
그래도 두고보라고, 꼭 나의 목표를 이루고 말테니까...!
+약간의 추리물 첨가

 
프롤로그
작성일 : 17-06-07 03:23     조회 : 382     추천 : 0     분량 : 4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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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지금 이딴걸."

 

 그가 죽 그릇을 치켜 올린다.

 

 "누.구. 먹.으.라.고."

 

 만창장의 모두가 숨을 죽였다. 한 음절, 한 음절 또박또박 발음하는 그의 얼굴은... 간단히 말해 매우 빡친 것 같아보였다.

 

 "만든건가?"

 

 드라마틱한 효과를 위해서인지 그는 말을 끝맺으며 동시에 죽을 모두 바닥에 쏟아버렸다. 철퍽하는 소리와 함께 죽은 더이상 못 먹을 음식이 되었다. 그가 아무렇지도 않게 그릇을 던져버렸다. 다행히 깨지지는 않았지만 바닥을 데구르르 굴러가다 멎는 소리만이 덩그라니 남았을 뿐이다.

 

 사람들은 고개를 깊이 숙이고 그의 심기를 살피느라 안절부절이었다. 특히나 그 음식을 준비했던 칸나는 어깨를 바르르 떨고 있었다.

 

 그, 대륙의 지배자- '라신' 은 차갑고 메마른 눈을 들어 그런 연회장 안을 훑어보았다.

 

 칸나는 여자치고 큰 키에 시원시원한 용모가 장점이었지만, 그런 겉모습과는 다르게 굉장히 소녀같은 면모가 있었다. 이 압박감과 죄책감을 견디지 못한 그녀는 숫제 엉엉 울어버릴 기세였다. 다행히 그녀도 궁녀의 일원이기 때문에 함부로 눈물을 보내진 않았지만 당장이라도 눈물이 터져나올 것 같은 저 새빨간 얼굴은 내가 보기에도 안쓰럽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이- 고자같은 황제라는 놈은 자신의 여인이 저렇게 가녀리게 울먹이는데도 일말의 동요는 커녕 콧방귀조차 뀌지 않았다. 심지어는 그걸로 모자라 심기가 불편해진 것인지 식탁 위의 다른 음식들도 검집으로 모두 쓸어 바닥에 떨어뜨려버리고 말았다.

 

 쨍강, 쨍강, 쨍강.

 

 휘익. 나는 마음 속으로 휘파람을 불었다. 차례대로 국보가 깨지는 소리였다. 숫제 경쾌하기까지하다.

 

 모든 소리가 멎고 연회가 엉망이 된 후에야 황제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단단한 발자국 소리만을 내며 연회장을 떠나갔다. 아아, 그제서야 칸나는 자리에 주저앉아 소리내어 울었다.

 

 "흑, 흐아아, 흐아앙."

 

 나는 한숨을 포옥 내쉬었다. 마치 어린애처럼 울고 있는 그녀를 차마 외면할 수가 없어 나는 그녀에게 다가서 등을 토닥거려 주었다.

 

 "울지마, 칸나."

 

 저 고자새끼. 지 부인이 우는데도 그따위야?

 

 "흐, 흐흑... 리페..."

 

 따지자면 나와 칸나는 연적 사이이다. 이 대 제국 '라윈'의 황후가 되기 위해서 서로 경쟁하는. 소설책에서 본대로라면 칸나가 엉엉 울어도 나는 깃털부채를 말아 쥐고 '호호호! 이래서 천박한 계집들이란!' 이라고 비웃음을 한껏 날리는게 맞겠지.

 

 하지만 '저 황제' 의 일이다. 저렇게 싸가지 없이 굴어대는 황제의 꼬라지를 보고 있자면....경쟁은 커녕 짐 싸들고 친정에나 얼른 건너가고 싶어지는 게 문제였다.

 

 "자, 방으로 돌아가자."

 "그, 그, 그래도 이번에 나 정말..."

 

 열심히 만들었는데...

 훌쩍이면서 이야기하는 칸나의 예쁜 얼굴이 안쓰러웠다. 나는 가만히 그 애의 머리카락을 넘겨주고 일어섰다. 안절부절 서있는 시녀들에게 그릇을 치우고 연회장을 정리하라고 명했다. 저런 황제놈이래도 명색이 황제라서 그가 쓰는 모든 그릇들은 모두 금그릇, 은그릇, 도자기 그릇이었는데 이 와중에 깨진 건 하필이면 금을 줘도 살 수가 없다는 장인들의 도자기 그릇이었다. 내가 미쳐버려.

 

 

 이 대륙의 황제에게 시집온지 벌써 3개월.

 나는 뭐든 다 때려치우고 친정에나 돌아가고 싶다.

 

 

 

 

 1.

 

 칸나는 조금 진정이 되자 몸단장을 다시 해야겠다며 방으로 돌아갔다. 훌쩍훌쩍 울면서도 말이다. 그렇게 황제가 좋은가? 뒤에 남겨진 나는 뚱한 표정을 풀 수가 없었다.

 

 

 나는 이 대륙 남쪽 끝자락에 위치한 안트렐 평원- 연 부족 가장 우두머리의 첫째딸이다.

 

 매를 이용해 사냥을 하고, 말을 달려서 푸른 초원 끝까지 경주하는... 그런 나날들을 살았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내 나이 18살, 모종의 사건들이 이렇게 저렇게 있어서 결국 나는 이 알테 제국의 궁녀로 시집오게 된 것이다.

 

 족장인 아버지는 나를 팔아넘기는 것에 대해 한 치의 주저함도 없었다. 그 대신 알테 대륙에서 매년 내려주는 공물(곡물들과 기타 생필품) 을 얻을 수 있었으니 남는 장사기는 했다. 알테 제국에서도 남쪽 이민족들이 쓸데없이 자국민 괴롭히는 거 막을 수 있어서 좋고, 우리 부족 사람들은 죽지 않고도 겨울을 날 수 있어서 좋고 말이다.

 

 물론, 그럼 너는 좋으냐? 라고 묻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 사람에게 단호하게 대답하겠다.

 

 '하하, 당신 눈 달렸어?'

 

 라고 말이다.

 

 비단옷, 쌀밥에 고깃국. 이런 거 다 바라지도 않는다. 거의 육십명에 육박하는 이 하렘 궁전에서 공주 1에 불과한 나는 으음, 글쎄, 개밥의 도토리 그 아래의 무언가쯤 되는 취급이라고 하면 될까.

 

 부족에 있었을 때도 차가운 기후와 부족한 물자 때문에 그다지 풍족하게 생활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 때에는 자유로운 들판과 신선한 공기 그 모두가 나의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싸가지 없는 저 황제놈이 언제 속이 뒤집어 질까 몰라 얌전히 고개 숙이면서 네, 네, 하고 얌전한 요조숙녀 역할을 연기해 내야 하는 신세인 것이다.

 

 기구한 팔자. 역시 인생은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

 

 에휴, 말해야 무엇하랴. 나는 방으로 돌아와 얌전히 방 안의 의자에 앉았다. 푹신한 안감을 덧댄 그 의자에서 어제 못 끝마쳤던 자수나 좀 더 해보기로 한 요량이었다. 이 동네는 육십명이나 있는 궁녀들에게 시킬 일이 어찌나 많은지, 황제님의 명성에 먹칠을 하지 않기 위해, 황제님의 위엄을 드높이기 위해, 황제님의 내조를 위해...등등등 갖은 이유로 예절 교육이니 내조 교육이니 뭐니 바빴다.

 

 정작 황제는 내가 그의 궁녀가 된 이후로 한번도 나를 찾은 적이 없다. 그가 내 이름을 알리라는 기대는 하지도 않는다. 아니, 자기 아내 수가 몇 명인지나 알까? 이건 나뿐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궁녀들이 궁금해 하는 부분이다.

 

 나이도 찼고, 예쁜 궁녀들이랑 같이 하하호호 웃으면서 즐겁게 살다보면 저 고자같은 황제도 좀 마음이 따땃하게 누그러질텐데. 후계자 생산에는 관심이 없는건지 아니면 남자가 좋은 건지 지금까지 궁녀랑 황제 사이에서는 무언가가 이루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

 

 맨날 듣는 소식으로는 황제가 사냥을 나갔다. 황제가 반역도의 목을 땄다. 황제가 귀족들의 세금을 두배로 징수했다.

 

 참 다행이야. 저런 놈이랑 눈 안 마주치고 살 수 있어서.

 

 잡생각을 하다보니 자수가 꽤 예쁘게 나왔다. 스스로에 솜씨에 신이 난 나는 자축겸, 방을 뛰어다녔다.

 

 

 "어머, 마마. 왜 그러세요."

 

 방방 뛰는 소리가 들린 것일까. 방문이 열렸다.

 눈도 얼굴도 동글동글한 내 시녀, 아란이 내 꼴을 보더니 깜짝 놀라 말했다.

 

 흥, 내가 뭘 어쨌다고. 잔뜩 뛰어다녔다니 제 풀에 지치고 만 나는 침대에 누워버렸다.

 

 "심심해. 방은 좁고."

 "아이참. 그러니 어서 총애받는 후궁이 되셔야지요. 예쁘게 단장도 하시고. 그러면 이까짓 방이 뭐에요. 마마님의 이름이 다닌 정원이라도 세워질걸요?"

 "아란 너도 참 순진하다. 내 얼굴을 봐. 백년에 한 번 나올랑 말랑한 미녀들이 죄다 여기 있는데 황제가 눈이 삔게 아니면 나에게 관심을 가지겠어? 차라리 내가 남장을 해서 이 나라의 관리가 되는 건 어떨까? 그게 내 재능을 더 효과적으로 쓰는 방법이라고."

 

 아란은 못말리겠다는 듯 한숨을 포옥 쉬었다. 침대에서 뭉그적거리는 내 모습을 안쓰러이 보던 아란은...

 

 "리페님..."

 

 ...매서운 솜씨로 내 이불을 걷어냈다.

 

 

 "꺄아아!"

 

 이불에 말려 있던 내가 두르르르 펴지고 바닥에 우당탕탕 넘어졌다. 마치 그물에서 벗어난 물고기가 퍼덕이는 모양새다. 하필이면 폭신한 천 (카펫이라고 하더라) 이 깔려있지 않은 맨바닥에 떨어지는 바람에 허리가 무척 아팠다.

 

 "야! 이게 아주 제 상전을 우습게 알아?!"

 

 벌떡 일어나서 화를 내니 아란이 그 동그란 눈을 뜨고 어마, 하며 입을 가렸다.

 

 "죄, 죄송해요. 저도 모르게 그만...자벌레처럼 리페님이 뭉그적거리고 있으니까..."

 

 우물쭈물하면서 하는 말이 더 상처다. 이 상전 알기를 우습게 아는 못된 시녀에게 한 방쯤 꿀밤이라도 내려주고 싶었지만 조금이라도 더 어른스러운 내가 겸허하게 참기로 했다. 흥, 나는 콧방귀를 뀌었다. 일어난 김에 이따 예절 교육때 들고갈 붉은 작약이 수놓아진 천을 챙겨넣고 있노라니 아란이 눈을 반짝거리며 물어왔다.

 

 "와, 그 자수 정말 예뻐요. 어떻게 하신거에요?"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는 있다잖니."

 

 내가 뼈있는 대답을 하니 아란이 멋쩍게 웃었다. 그러더니 내게 달라붇는다.

 

 "리페님. 리페님이 얼마나 예쁜데요. 리페님의 흑발, 흑안. 요거 정말 이 대륙에서 흔한 거 아니거든요. 황제님도 눈 좀 씻고 나면 리페님이 얼마나 예쁘신지 알게 될 거에요. 그러니 리페님이 안 예쁘단 소리는 하지 마세요, 네?"

 

 아란이 슬그머니 눈치를 보며 열심히 내 아부를 늘어놓았다. 아까 이불로 날린 거에 대한 미안함의 표시인 것 같았다. 그러면 뭘하나. 나는 이미 상처입은 것을.

 

 나는 아란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으나 한 가지 걸리는 것이 있었기에 방 안에 놓인 거울을 바라보았다.

 

 아란의 말대로 거의 육십명이나 되는 이 후궁전에도 검은 머리, 검은 눈을 한 여자는 나밖에 없었다. 아마 그게 연족의 특성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은데, 이국적인 여자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면 큰 쓸모 없지 않아?

 

 사실 총애를 받고 싶은 마음도 없고 이대로 황제가 날 모르고 지나가준다면 차라리 그게 더 좋을 것 같다.

 

 거울 속의 여자가 심드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지금의 생활이 따분해서 견딜 수 없다는 얼굴이다.

 

 그 거울을 차분히 바라보고 있자니, 겹쳐오는 얼굴이 있었다. 나와 비슷하지만 조금은 어린 모양새의 예쁜 얼굴이다.

 

 그 얼굴은 나에게 이렇게 속삭였다.

 

 '나를 잊으면 안돼, 리페 언니.'

 

 

 응, 물론이지. 난 잊지 않아. 리니아.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내가 이 곳에 들어온 것은 단순히 아버지와 황제의 협약 때문이 아니었다. 조금 더 복잡했다.

 

 내가 이 곳에 들어온 것은...

 나보다 먼저 혼약해서 팔려왔던, 하지만 짧은 후궁 생활 뒤 싸늘한 시신으로 우리 부족에 돌아와야했던 나의 동생-

 

 리니아의 죽음을 밝히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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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롤로그 2017 / 6 / 7 383 0 4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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