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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진용의 확언
작가 : 가론초
작품등록일 : 2017.6.7

사라진 용. 수많은 모험담들. 그 전설이 되고 싶은 한 소녀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Prologue-
작성일 : 17-06-07 03:02     조회 : 437     추천 : 0     분량 : 45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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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는 용이 있었다.

 

 그들은 하늘에서 바람과 물을 다뤘고 날씨의 주인이었으며 세상 만물의 정원사였다. 구름으로 집을 짓고 별을 먹고 산다 알려진 그들은 거대한 몸체로 언제나 하늘 위를 날아다니고, 대지를 내려다봤다. 저 먼 검은 하늘 밖 하늘로 산책을 나간다는 전설도 있지만 이제 와서는 알 수 없는 일이다.

 

 하늘에서 대지를 바라보며 사는 그들은 아름다운 숲과 호수, 바다를 사랑했으며 자연에 해를 끼치는 자들에겐 벼락을 내렸다. 죄를 짓지 않은 이가 간절하게 요청하면 산불을 잡아주기도 하고, 폭풍을 온 몸으로 막아서 가라앉혀 주기도 했다. 세상엔 용에 대한 많은 목격담, 모험록과 전설이 남았다. 패전국의 아이가 살려 달라 외치자 전쟁터 가운데에 벼락이 떨어져 무기를 든 자들은 모두 기절하거나 죽었다는 이야기. 중상모략을 당한 자가 억울함을 호소하고 바다 위로 자살을 하자 해일이 일어 마을 하나가 사라졌다는 이야기. 이야기로만 남은 전설 외에 바다에서 생을 마감한 선원을 가족에게 돌려주기 위해 건져 올려 산꼭대기에 던져놨다는 배 같은 것들은 아직도 유명한 관광지로 소문나 있다.

 

 하늘에서만 살아가며 자연을 사랑하는 그들이 왜 툭하면 자연을 넘보는 지적 생명체들의 소원을 들어줬을까. 그건 그들이 땅 위에 설려면 대지 위 생명체가 되어야만 한다는 점 때문 아니었을까. 아무도 그에 대해 설명해 준 용이 없기에 우리는 그 원리도 이유도 알 수 없다. 그저 그들이 땅 위에 발을 딛는 순간 다른 종족이 되고, 다시 하늘로 날아오르면 거대한 몸체로 돌아가 하늘을 누비는 이야기와 목격담, 그걸 묘사한 예술 작품들만 남았다. 그 신비한 변신은 마법으로도 설명할 수 없었고, 그들에게 반한 이들은 수도 없이 많았고, 그들 또한 사랑을 했으며, 대지의 지성체들과 오랜 교류가 이어졌다.

 

 하늘의 용을 신으로 삼고 땅 위로 내려온 용들을 신의 대행자로 섬기는 종교도 있었다. 용들은 그들을 신기해하면서 간간히 애정을 베풀었다. 그 애정은 커다랬고, 찬양할 수밖에 없는 능력이었다. 오래도록 그들이 대지를 내려보고 가꾸었기에 세상은 아름다웠으나, 끝은 있었다.

 

 용이 사라진 세상.

 

 모든 지성체들이 욕심을 내도 벼락 맞지 않는 대지엔 전쟁이 일었다. 많은 숲이 깎여나가고, 많은 호수가 피로 물들었다. 흐르던 강 위엔 성벽이 솟았고 바다조차 항로와 경계라는 이름으로 선이 그어졌다.

 

 용이 다시 나타나면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오리라. 모든 예언자들이 두 손을 높이 들고 위대한 예언이라 일컬으며 외쳤다. 그 모든 예언자들이 곱고 낡고 어리고 늙은 두 손을 바쳐 자신이 모시는 이 분이 그 위대한 용의 핏줄이시라 외쳤다. 모든 예언자들은 제각기 다른 사람을 섬겼고, 위대한 그 분들은 너무도 많았다. 그 분들이 세상에 만드는 수많은 모험록들이 만들어지고, 새로운 나라가 세워졌다가, 다른 나라가 몰락하고, 몰락한 나라가 위대한 그 분이 나타났다고 만세를 외치는 많은 역사가 쏟아졌다. 쏟아졌지만, 혼란은 끝이 없었다. 전쟁은 커지기만 했고 여러 황제들이 나타났다가, 분열되었다가,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난다. 그 사이 고향이 타향이 되고 타국이 자국이 되길 반복하면서 그저 한 곳에 박혀 살 수 있길 바라는 서민들만 고혈을 빨렸다.

 

 용의 자손은 실제로 있다는 게 문제였는지도 모른다. 사라진 과거에 용들은 지성체로 현신해 대지에 내려오는 일이 잦았고, 자신들이 흉내낸 지성체와 사랑에 빠져 혼혈을 낳은 용들도 많았다. 그 혼혈들은 용으로 변할 수 없었고, 용들이 흉내낸 지성체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지만 보통은 아니었다. 뛰어난 육체. 뛰어난 머리. 뛰어난 마법. 무엇 하나는 꼭 가지고 있었기에, 과거 용의 피를 받은 이들이 나라를 세우고 지탱했다.

 

 그 과거엔 용이 자신의 아이라 선언했기에 용의 핏줄이 증명되었으나, 용이 사라진지 천 년이 지난 지금에 이르러서는 낡고 귀한 족보만이 유일한 증거일 따름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용사로 선언하는 이들이 실제 용의 자손인지는 그들의 뛰어난 능력으로만 알 수 있다.

 

 *

 

 “하지만 난 진짜 용의 자손이지? 맞지, 케일러비? 응? 어마마마의 할마마마의 또 어마마마의 할마마마는 용님의 손녀였잖아.”

 

 두꺼운 책을 소리내 읽고 있던 아이가 고개를 들었다. 자기 말은 맞고 맞으며 틀림없잖아 하는 눈으로 동의를 해줄 사람을 찾는다. 신이 나는지 투명한 날개가 등 뒤에서 파닥였다. 저쪽 책장 너머에서 아이보다 약간 클 뿐인 남자가 힘겹게 책을 들고 나왔다.

 

 “케일러비가 아니라 케일럽입니다, 공주님. 그리고 독서는 편식하면 못 씁니다. 또 용이 나오는 부분만 골라 읽고 계십니까? 어떻게 그 두꺼운 책에서 몇 페이지도 안 되는 그걸 딱 건져다가 읽으실 수가,”

 

 “케일러비가 러비여도, 내가 책을 골라 읽어도, 편식을 해도, 여기서 굴러다니다가 먼지투성이가 돼도 난 용의 자손이잖아? 진짠지 아닌지 굴러볼까? 서가엔 먼지가 꽤나 많지?”

 

 진짜로 구르려고 의자에서 내려와 자세를 잡는 아이를 보고 케일럽이 들고 있던 책들을 다 떨궈버리고 손사래를 치며 달려왔다. 공주님이 서가를 굴렀단 말이 퍼지면 자기가 경을 친다고 자기보다 조금 작은 아이를 붙잡아 말린다.

 

 “응? 그래도 난 용의 자손이잖아.”

 

 “아이고. 네. 그렇죠. 누가 아니라고 합니까? 그런 놈 있으면 국왕님께 싹 일러버리세요. 왕실도서관에서 구르지 마시고. 우리 공주님 덕분에 제가 조만간 왕실 족보라도 훔쳐와야 하는가 싶습니다.”

 

 “왕실 족보 보고 싶다고 하면 훔쳐 올 거야?”

 

 “저런, 그런 무서운 소리를. 그냥 한탄삼아 해본 말을 주워담으면 못 씁니다. 족보 훔치다가 쫓겨나면 공주님 신발은 누가 신겨주고 싸돌아다녀도 멀쩡한 옷은 누가 골라줍니까.”

 

 안전하게 공주님을 의자에 앉히자 케일럽은 꽤 여유가 생긴 목소리로 아이를 달랬다. 그 사이 바닥에 닿았던 공주님 무릎을 깨끗하게 탈탈 털어주고 날아간 신발을 재빨리 신겨 딱 맞게 신발 끈을 다시 매 주고 무릎 꿇느라 구겨진 주름도 구김 없이 잘 펴 준 후에야 뿌듯하게 공주와 눈을 마주친다. 칭얼거리는 공주의 등 뒤로 투명한 날개가 햇빛에 빛나고 있었다. 보통 요정에 비해 크고, 햇살에 아른거리는 색이 풍부해 비범하지만 왕실에 비해 초라한 날개였다. 국왕의 핏줄은 대체로 두 쌍의 날개 중 한 쌍의 날개에 굵은 뼈대가 자랐다. 그 강한 뼈대 덕에 절벽 위에서도 활강해 내려올 수 있다. 얼마 전 첫째 왕자도 비록 중간에 추락하긴 했지만 절벽 위에서 조금이라도 바람을 타고 날아 성공적인 성인식을 치렀다. 그래서 그 반대로 뼈대가 없는 날개만 가진 공주님 이야기도 같이 떠올랐다.

 

 “날개가 평범하다 해도, 공주님이 국왕님의 핏줄인 건 변하지 않습니다. 국왕님이 계곡 위를 활강하시는 걸 공주님은 아직 못 봤지요? 그 큰 키에도 불구하고 하얗고 강한 뼈대를 지닌 날개로 유유히 바람을 타고 내려오십니다. 공주님은 그 분이 낳으신 왕실의 자손입니다. 왕족의 날개가 없다 하여도 핏줄만은 분명하고, 늦게라도 뼈대가 자란 경우도 있다 합,”

 

 퍽, 묵직한 책이 케일럽 머리 위로 떨어졌다. 왕실의 집사와 유모를 잔뜩 배출한 집안에서 자라 예의 교육만은 착실히 받은 케일럽이라 한들, 욕이 나올 지경으로 목이 퍽 꺾였다.

 

 “아, 도대체 뭐가 문제십니까, 리샤피아 공주님! 용의 자손 맞으시다니 까요! 공주님의 어머님이신 하인리카 온 글레나벨리 국왕님의 어마마마의 할마마마의 어마마마의 할마마마의 어머님, 이셨나 조부님이셨나, 아닌가요 더 윗 분이 아니신가. 아무튼 오래전에 고인이 되신 미셸리나 온 글레나벨리께서 요정으로 현신하신 용님과 사랑에 빠져 아이를 가지셨고 그 자손님의 따님이신 자클리나 온 글레나벨리께서 많은 공적으로 지지를 잔뜩 받아 국왕으로 등극하셨고 이후로 우리 요정의 낙원은 쭉 글레나벨리의 성을 가진 분들이 지켜와 낙원의 이름도 글레나벨로 자리잡은지가 어언”

 

 “이천년 가까이 됐지. 그래. 내가 바라는 건 그 말이야. 케일럽. 날개 어쩌고 하는 말은 필요 없어.”

 

 묵직한 책이 소리 없이 올라가자, 케일럽이 재빨리 뒷걸음질을 쳤다. 케일럽은 절대 한 손으로 들 수 없을 커다랗고 두꺼운 책이 불투명한 액체 위에서 던져질랑 말랑 떠돌고 있었다. 물을 다루는 마법은 요정에겐 걸음마나 숨쉬기와도 다름없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기술이지만 근처에 연못 하나 없는 이 도서관에서 책을 잡아 휘두르는 용도로 쓰는 건 평범하다 하긴 어려웠다. 그런 짓을 태연하고 당당하게 저지르면서 리샤피아 공주는 물 한 방울도 적시지 않은 뽀송한 책을 케일럽에게 안겨주고 책상 위로 가볍게 뛰어 올라 창밖을 바라봤다.

 

 요정의 나라, 요정의 낙원 글레나벨은 많은 강과 호수, 늪 위에 도시를 지었고 단 한 번도 마른일 없는 상류, 어머니의 계곡에 오랜 역사를 지닌 수도와 찬란한 보금자리, 왕성이 있다. 그 중 왕실 도서관은 오래된 왕실의 기록물이 엄중히 관리됨과 동시에 왕족만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어 왕실의 휴게실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 곳 열람실에는 찬란한 보금자리와 어머니의 계곡이 어우러진 전경을 볼 수 있다.

 

 그 모든 걸 바라보면서 아직 어린 공주, 리샤피아는 웃었다. 자신만만하게 꿈을 말한다.

 

 “나는 용의 자손. 언젠가는 용만큼 높은 곳을 날아 위대한 요정이 될 거야.”

 

 지금은 유모이자 놀이 친구 공부 시동인 케일럽도 참 순수하시다고 웃어서 저 얄미운 케일러비를 뭐로 골려 줘야하나 벼르게 되지만, 언젠가는 진짜 그렇게 되겠다고 리샤피아는 똑똑히 소망을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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