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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화이트 블러드
작가 : 은발늑대
작품등록일 : 2017.6.4

기존의 AI로 한계를 느낀 인류는 나노 세포를 이용해 새로운 로봇을 만들어낸다. 인간과 똑같은 신체 기관을 가졌으며 생각하는 방식도 인간과 똑같은 로봇. 인간은 그들을 화이트 블러드라고 불렀다. 하지만 화이트 블러드들 사이에서 수상한 바이러스가 돌면서 인류에 반항하게 되고, 인류는 멸망의 길을 걷게 되는데...

 
탈출과 생존(1)
작성일 : 17-06-05 18:57     조회 : 442     추천 : 0     분량 : 4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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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그녀가 기억하는 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이름, 백빈.

  나이, 만 19세.

  성별, 여자.

  그리고, 따듯했던 가족과의 추억. 그 끝에 남은 비극. 죽음. 절망. 비명 등등.

  이건 회귀라도 해도 좋은 걸까. 아니면 간신히 살아남은 생존자라고 해야 할까. 기억 속 판타지 소설에서는 이런 경우는 회귀라고 보긴 하던데.

  시간을 되돌린 것도 모자라서 부활했다는 파렴치한 축복.

  혼자서 이기적으로 원래 삶을 되찾고자 하는 주인공의 욕심.

  그런 것들을 보던 백빈은 늘 욕지거리를 뱉었다. 어째서 한 사람만이 그런 특권을 얻어야 하는 건가. 그걸 떠나서 특권을 얻은 주제에 회귀하고 나면 다들 미친 능력을 갖고 있었다. 혹은 천재과에 가까워서 스스로의 삶을 똑바로 개척해나갔다.

  그딴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가능하다고?

  물론 현실론자인 백빈이 보기에 확률이 제로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다만 모든 것들이 짜맞춘 듯한 이야기가 싫었다.

  현실은 참담하다. 단순히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서 맘대로 할 수 있는 세상이 아니었다.

  “그걸 떠나서 회귀 자체가 불가능한 게 현실이지…….”

  아무리 과학이 발전한 시대라고 해도, 빛의 입자를 마음에대로 컨트롤 가능한 기술력을 갖췄음에도, 시간과 공간을 역행하는 기술 따윈 없었다.

  더구나 그녀에게는 회귀를 하고서 다시 원래의 삶을 되찾을 만한 능력이 없었다. 그녀는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했을 소녀였다. 특별한 능력이나 무지막지한 힘, 하물며 재력도 없는 평범한 여고생이었다.

  그랬을 터인데.

  “으윽!”

  마지막 죽음의 기억이 아찔하게 뇌리를 긁었다. 까칠한 두통이 밀려온다. 이마를 부여잡고 눈을 찡그렸다.

  ‘여기가 어디인지부터 알아야 돼. 그게 우선이야…….’

  본능적으로 그녀는 상황 파악부터 시작했다. 우선 상체만 일으켰다. 누워있던 곳은 푹신한 침대나 딱딱한 길바닥이 아니었다. 정체불명의 퍼런 액체가 반쯤 차 있는 실험관이었다.

  사방이 어두컴컴해서 정확히 알아볼 수는 없었으나.

  “연구실?”

  주변을 살피던 그녀가 단편적인 결론을 내렸다. 시선이 따라가는 곳곳에 연구실임을 확실시시켜주는 도구들이 보였다.

  백빈이 누운 실험관을 제외하고도 똑같은 관들이 열을 맞춰 늘어져 있고 그 옆으로 바이탈 체크를 하는 의료 장비가 있었다. 여기까지는 의학 시설 같지만, 실험관 정면에는 플라스크나 스포이드 같은 각종 실험 도구가 어지럽혀져 있었다.

  문제는 거대한 내부 어디에도 성한 곳이 하나도 없었다. 전부 엉망이었다. 모든 게 부서지고 깨지고 끊어졌다. 실험관들 중 몇몇만이 그나마 멀쩡했다.

  “왜 내가 여기에……?”

  ‘이곳이 어딘가.’라는 의문은 ‘왜 이곳에 있는가.’로 바뀌었다.

  백빈은 기억을 되감았다.

  아득한 기억 저편에서 분명 그녀는 적으로부터 도망치고 있었다. 옆에는 피난민과 군인 무리가 같이 있었다. 군인들이 쫓아오는 적을 향해 총을 갈겼다. 총포 소리만 들어도 비명을 지르던 그녀는 더 이상 찍 소리도 내지 않았다.

  그럴 정도로 총소리가 당연했었다. 그에 따르는 죽음도 익숙해졌고.

  하지만 자신이 맞을 죽음은 경험해보지 않았던 것이라. 그 기억만큼은 선명하게 남았다.

  “욱!”

  구역질이 올라오자 백빈이 입을 틀어막았다. 생각과 사고는 멈추지 않고 과거를 쫓았다.

  도망치던 사람들은 결국 어느 건물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곳은 막다른 곳이었다. 이대로라면 모두가 꼼짝없이 죽을 판이었다.

  기어코 적들이 쫓아왔다. 군인들이 차례차례 죽어 나갔다. 총과 칼에 제각각 다른 방식으로 피가 튀었으나 목숨을 잃는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리고 부모님에게도 총알이 날아들었다. 피가 얼굴에 튀었다. 시야를 가리는 홍색의 향연에 백빈은 참았던 비명을 있는 대로 질렀다. 그것이 듣기 싫었는지 적들은 신경질적으로 그녀에게 칼을 꽂아 넣었다.

  “끄윽!”

  순간 가슴팍에 대인 듯한 열이 감돌았다. 칼에 찔렸던 자리였다. 던 피의 끈적임과 뜨거움이 아직도 생생했다. 혹시나 싶어 백빈은 고개를 떨궈 살폈다.

  아무것도 입지 않은 알몸에는 상처는커녕, 그렇게 많던 여드름 자국조차 없었다. 당연히 칼에 의한 구멍도 원래 없었다는 듯이 말끔했다.

  아니, 이건 말끔하다고 표현하기에는 부족하다. 시골 소녀였던 그녀는 원래 피부가 까무잡잡한 편이었다. 팔다리에 탄 자국도 선명해서 친구들 사이에서는 ‘깜녀’라고 놀림까지 받았었다.

  그런데 어둠 속에서도 선명한 흰색 피부가 백빈에게 보였다.

  “이건 마치…… ‘그거’잖아. 어째서, 왜?”

  자꾸만 같은 질문을 반복하던 그녀는 문득 오한을 느꼈다. 나열된 시험관을 따라서 늘어진 복도 끝에서 찬바람이 불어왔다.

  “읏, 추워! 겨울인가?”

  얼마나 이곳에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녀가 죽었을 때만 하더라도 땀내 나는 여름이었는데.

  백빈은 얼른 이곳이 무엇이든 나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당장 이곳만 봐서는 다른 사람이 보이질 않았으니.

  참방, 소리를 내며 그녀가 밖으로 나왔다.

  파삭.

  “꺄악!!!”

  한 발 바닥에 딛기 무섭게 백빈은 비명을 질렀다. 소스라치며 발을 거두고 혹시나 싶은 마음에 두 눈을 깜빡였다.

  밟았던 자리에는 앙상하게 남은 뼈만 남은 시체가 굴러다녔다. 위에는 이곳 직원으로 추측할 수 있는 실험복을 입고 있었다.

  얼마나 오래 됐으면 작은 충격에 뼈가 으스러져서 가루가 되었다. 발바닥에 하얀 뼛가루가 묻어났다.

  “우욱! 젠장!”

  치밀어 오르는 구역질을 참던 백빈은 신경질적인 욕설을 뱉었다. 전쟁 통에 죽은 시체를 여럿 봤지만 여전히 익숙하지 않았다.

  익숙해지는 게 이상하지. 그녀는 겨우 10대 소녀다. 하물며 군인도 아니고.

  하지만 허투루 전쟁을 겪은 백빈이 아니었다. 한 달 넘는 시간 동안 피난하면서 온갖 역겨운 상황을 버티며 생존 방법을 익혔다.

  그 중 하나가 죽은 자가 남긴 물건들을 활용하는 것이었다.

  “일단 실험복이라도 입어야지.”

  이제 보니 곳곳에 시체들과 남은 옷가지가 굴러다녔다. 백빈은 최대한 깔끔한 옷가지만 골라서 겹쳐 입었다. 상하의 각각 2벌, 실험가운 3벌을 껴입고 나서야 추위가 가셨다.

  “신발은 남자 구두 밖에 없네. 어쩔 수 없지.”

  일단 있는 대로 사람 구색을 갖춘 그녀는 옷을 뒤지는 사이사이 이곳의 정체를 알기 위해 몸 수색도 잊지 않았다. 실험복 안쪽에서 그들의 신분증으로 보이는 카드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대부분 상태가 엉망이라 알아보기 힘들었으나 딱 하나 알아낸 게 있으니.

  “다마……스……커스 랩(lab)?”

  영어라 발음이 정확한지 알 수 없었으나 읽고 나니 확실해졌다.

  다마스커스 연구소(Damascus Lab).

  “……뭐야, 이게.”

  이름만 확실해졌지 알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젠장. 도움이 안 되네.

  “일단 살아 있는 건가. 그건 확실하겠지?”

  아직까지도 전부 불분명했다. 살아있다는 감각조차 지금으로선 아득하니 멀었다. 적어도 그녀의 머릿속은 이곳을 지옥이라고 느꼈다.

  사방이 죽어있고 홀로 남아서 죄를 받는 그런 곳.

  “……난 죄지은 것도 없다고.”

  죄를 지었다면 그 놈들이지.

  괜한 푸념을 토로하며 백빈은 찬바람이 불어오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영화에서 봤던 기억에 의하면 바람이 오는 곳이 보통 출구였으니까.

  ‘이곳을 나가면 지옥인지 천국인지 알 수 있겠지. 살아있으면 더 좋고.’

  빠른 판단과 달리 몸은 느릿하게 움직였다. 만약 살아있고 아직도 전쟁 중인 상황이라면 다시 죽는 경험을 겪기 싫어서였다. 최대한 주변을 경계해서 천천히 나아갔다.

  혹시 몰라서 무기가 될 만한 파이프를 주웠다. 이런 걸로 저항할 수는 없겠지만.

  “없는 것보단 낫겠지.”

  가녀린 백빈의 손이 파이프를 강하게 쥐었다.

  가는 내내 보였던 시설들은 실험관에서 봤던 풍경과 마찬가지로 전부 엉망이었다. 그나마 비상등이 길을 밝혀줘서 망정이지.

  복도를 지나는 중에 알아낼 수 있었던 사실은, 이곳 연구소도 침략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그 증거로 곳곳에 널린 시체가 입고 있는 옷에 총 맞은 자국을 비롯해서 칼에 베인 흔적도 있었다.

  “칼은 그 놈들의 전유물이었지…….”

  인간을 초월한 그들에게 칼은 총보다도 훨씬 매력적인 무기였다. 총알을 막으면서 동시에 공격이 가능한 무기였으니까.

  어떻게 그런 게 가능하냐고, 처음 백빈은 의아해했지만, 실제로 그들은 인류를 상대로 총보다 칼을 능숙하게 다뤘다. 심지어 도검으로 무장한 3명이서 몇 백 여명의 군인들을 죽이는 광경을 직접 보기도 했다.

  “…….”

  끔찍한 기억에 백빈은 눈살을 찌푸렸다. 기억을 떨치려 얼른 걸음을 옮겼다.

  한참을 걷던 끝에 원형 자동문이 그녀 앞을 가로 막았다.

  “자동화는 아니고. 열려면 조작을 해야 되나.”

  하지만 조작 장치로 보이는 계기판은 누군가가 일부러 부순 듯 검게 그을려서 형체가 없었다. 힘으로 열지 않는 이상 방법이 없었다.

  “이럴 땐 공부를 조금이라도 한 내가 다행이네.”

  쓴웃음을 흘기던 백빈은 마침 들고 있던 파이프를 문틈 사이에 끼워 넣었다. 지렛대의 원리를 이용할 참이었다. 힘껏 잡아당기자 조금씩 틈이 벌어졌다.

  “으으읏! 좀, 좀만 더!!!”

  문틀에 발까지 얹어가며 힘을 줬으나 생각만큼 쉽게 열리지 않았다. 간신히 사람이 끼어서 들어갈 틈이 생겼지만 더 열려야만 했다.

  왜냐하면….

  “내 가슴 사이즈를 생각해서라도 더 열리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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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탈출과 생존(1) 2017 / 6 / 5 443 0 4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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