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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당신에게 축복이 함께 하기를
작가 : 한량
작품등록일 : 2017.6.3

소년 이나드의 평범하지 않은 사제 수행기

 
프롤로그 - 1
작성일 : 17-06-04 01:40     조회 : 423     추천 : 0     분량 : 80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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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헉 ...헉”

 

 어느 산기슭. 등에 커다란 짐을 짊어진 한 소년은 거친 숨을 내쉬며 자신보다 어려보이는 소녀의 뒤를 따라 걷고 있었다.

 

 “빨리 안 따라와?”

 

 소녀는 앞서 걸어가며 소년을 책망했지만 소년은 못 들었는지 못 들은 척을 하는 건지 대꾸할 힘이 없는 건지 묵묵부답으로 그저 소녀의 뒤를 따라 갈 뿐이었다. 이 상황에 대해 이해를 하자면...

 

 -----------------------------------------------------------------------------

 

 그로부터 하루 전

 

 “하나”

 

 “하압”

 

 “둘”

 

 “타앗”

 

 어느 산속에 자리 잡은 수도원. 그 건물은 창문하나 없이 투박하게 돌들로 둘러싸여 있었다. 빛은 하나도 들어오지 않아 보이지만 돌들의 틈새로 햇빛들이 스며들어 예배장 전체를 은은하게 비추고 있었다. 애초에 이렇게 지은 건지 세월의 풍파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자연에 의해 만들어진 풍경은 아름다운 광경을 자아냈다. 하지만 그 곳과는 달리, 빛 한줌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는 회색의 검소한 복장을 입은 어린아이들이 오와 열을 이루며 진지한 얼굴로 신체단련을 하고 있었으며 그 아이들의 앞에는 체격이 다른 아이들에 비해 머리가 한 개 정도 차이나는 사람이 아이들을 관리하고 있었다.

 

 “셋”

 

 “핫”

 

 사람은 나이가 어릴수록 자신보다 나이가 많고 덩치가 큰 사람을 무서워하거나 따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아이들의 시선은 자꾸만 그를 벗어나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다.

 

 “다섯”

 

 “흡”

 

 아이들의 시선이 향하는 곳은 사내가 자리한 곳으로부터 가로로 양 끝. 그곳에는 아이들보다는 체격이 크지만, 사내보다는 작은 두 명이 서로를 향해 진지한 자세로 대치하고 있었다.

 

 “여섯”

 

 둘은 사내의 구호소리가 들리자 서로를 향해 동그란 물체를 있는 힘껏 던졌고 그리고 날아오는 물체를 두 손으로 온 힘을 다해서 받았다.

 

 이에 보다 못한 사내가 소리를 질렀다.

 

 “이나드형, 수형 여기서 이러지 마시라고요!”

 

 이나드라고 불린 소년은 짧은 더벅머리에 호기심어린 얼굴과 호기심어린 푸른색의 눈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수라고 불린 소년은 이나드와 마찬가지로 짧지만 정돈된 머리에, 이국적인 동양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애들을 가르치는 사내는, 자신보다 덩치가 작은 이 두 명에게 형이라는 호칭을 붙이며 부르고 있었다. 체격만 보면 역전관계가 되어야 함이 분명하지만 확실히 그의 얼굴은 큰 덩치에 비해, 아직 비교적 엣 된 얼굴이 남아있었다.

 

 “우리도 훈련하는 중이야”

 

 “이게 훈련이에요?”

 

 “그럼. 짱돌을 던져서 주고받는데 이게 훈련이지 뭐야”

 

 둘이 던지고 있던 물건은 고무나 동물피부로 만든 공이 아니라 무려 순도 100퍼센트의 돌이었다. 그것도 주먹만 한 자갈돌. 그것을 온 힘을 다해 주고받으니 훈련이 될 수밖에 그런데

 

 “아니 그걸 왜 제 머리 뒤에서 하냐고요!”

 

 “앞 쪽에서 하니까 눈앞으로 돌이 날아다닌다고 다른 곳에서 하라고 했잖아”

 

 “그럼 저~ 뒤에서 하시면 되잖아요”

 

 “니 목소리. 저~기까지 안 들려.”

 

 해리는 특이하게도 덩치에 비해서 약간 소심해서 목소리를 크게 내질 못한다.

 

 “그리고. 니 옆에선. 집중 잘 돼.”

 

 무뚝뚝한 수의 말에 해리는 포기하고는 하던 일을 계속하기로 했다.

 

 “...열”

 

 “하!”사내의 구호 소리에 맞춰서 둘은 또다시 돌을 던졌고 아이들의 기합소리에 맞춰서 돌을 받았다.

 

 “후우”

 

 “흠...”

 

 그리고 안도와 만족의 한숨이 터져나왔다.

 

 “그러다 둘 다 주먹 망가져요”

 

 “이미 그런 적. 있어.”

 

 “...대단하네요 정말”

 

 “이래야 강해지지 임마”

 

 “전 그렇게까지 강해지기 싫습니다.”

 

 “넌 강해. 우리보다.”

 

 원래대로라면 최연장자인 이나드나 수가 임시 훈련감독을 하는 것이 맞다. 청소년들이기에 나이가 많은 사람이 실력도 좋고 체격도 크기마련. 하지만 해리는 특이케이스로 이나드나 수보다 체격도 좋고 실력도 누구보다 뛰어나다. 라는 게 둘의 입장이지만 하기 귀찮다는 것이 둘의 진짜 속내였다.

 

 “오늘은 이만 종료.”

 

 “웬일이지 해리. 훈련이 일찍 끝나는데?”

 

 하루의 훈련과정은 해리가 앞에서 하나부터 열까지 세고 이 일을 세 번 반복한 다음에 자유대련을 하는 게 일정이기에 이나드와 수는 아직 힘이 팔팔한 상태였다.

 

 “무슨 일이지 해리”

 

 “세리오스 사제님이 오신답니다.”

 

 해리는 겁을 먹은 듯한 굳은 얼굴로 말을 했다. 세리오스 사제는 이 수도원의 실질적인 원장이지만 맡은 일이 많기에 다른 지역을 돌아다니며 2개월에 한 번 꼴로 이곳에 들르기에 허트슨 사제가 이곳을 대신 관리하고 있다. 얼굴만 보면 아름다운 미인이지만 다가가기 어려울 정도로 차갑고 무서운 기운을 풍기기에 다른 어린 아이들에게는 말 걸기도 어려운 사람이다. 하물며 소심한 해리는 오죽할까. 그래서 많은 애들이 할아버지 같이 인자한 허트슨 사제를 따른다.

 

 “어머니가?”

 

 “평소보다 일찍 오시는데?”

 

 하지만 다른 아이들에 비해 두 명은 달랐다.

 

 “두 달 정도에 한 번씩 오시는 분이 한 달 만에 다시 오신다라...”

 

 이나드는 그 의문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포기했다.

 

 “좋은 게 좋은 거겠지?”

 

 “응.”

 

 “형들은 그 무서운 세리오스 사제님과 어떻게 그렇게 지내는 거죠?”

 

 “좋은 분이야”

 

 “좋은 분이다”

 

 둘이 동시에 같은 표정으로 해리를 향해 답문을 했다.

 

 “으으 그건 알겠지만...”

 

 솔직히 좋은 분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해리지만, 그 말을 했다간 어떤 장난을 걸어올지 모르기에 가만히 있었다.

 

 -----------------------------------------------------------------------------

 

 검은색의 사제복을 입고 무릎까지 오는 감청색 외투를 어깨에 걸친 그녀는, 해리보다도 큰 키에 푸른색의 긴 머리가 거칠거칠하면서 날카로운 것이 육식동물의 갈기처럼 보였다. 피곤해 보이는 푸른 눈에, 늘 찡그린 얼굴이지만, 그것이 그녀의 미모를 덮진 못했다. 그녀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아이들은 겁먹은 듯이 멀찍이 물러났다. 이나드와 수는 애들이 그녀를 무서워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단 한 가지.

 

 “담배 피는 모습은 조금 무섭긴 하다.”

 

 “인정.”

 

 품에서 약초를 돌돌 뭉친 것처럼 보이는 담배라는 물체를 것을 꺼내, 마법용품을 이용해서 불을 붙였다.

 

 “...후우”

 

 그녀가 얼굴을 찌푸리며 연기를 내뱉는 모습을 보니, 둘은 다른 애들의 마음을 조금 알 것 같았다.

 

 “어머니!”

 

 그런 그녀를 향해 이나드는 해 맑게 말하며 손을 흔들었다. 세리오스는 귀찮다는 듯 손을 내저었지만 그 표정과 손짓에는 그들만이 아는 친밀감이 숨겨져 있었고, “이따가 보자” 라는 말을 남긴 채 원장실로 걸음을 향했다. 그러자 이나드는 흥미진진한 표정을 지으며 수와 해리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내가 최근에 마을을 갔다 왔는데 재밌는 걸 알아왔어”

 

 “뭔데요?”

 

 “그건 말이지...”

 

 게임이 시작되자 수는 이나드가 해리를 농락하는 모습을 보기만 할 뿐, 참여하지 않고 있었다.

 

 “....?!”

 

 얼마 후 게임의 본질을 알아챈 수는 해리를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기 시작했다. 계속 농락당하던 해리가 폭발하기 직전, 타이밍 좋게 원장실에서 세리오스가 이나드와 수는 그녀에게로 다가갔고 해리는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았다.

 

 -----------------------------------------------------------------------------

 

 조금 전까지 단련을 하던 어린 애들로 꽉 찼던 곳이었지만, 지금은 둘만 존재하는 텅 빈 곳으로 변했다. 아직 노는 게 제일 좋은 아이들인데다, 과도한 수련을 강제하지도 않기에 사람이 없는 게 당연했다. 그래서 이나드와 세리오스를 반기는 것은 어둠을 밝히는 횃불들 뿐. 세리오스를 꺼리는 해리는 말 할 것도 없고 수의 경우는 그녀의 무지막지한 수련을 견디지 못해 포기한 상태다. 그러므로 이 시간은 오롯이 그녀와 자신만의 시간인 셈.

 

 “오늘도 한 수 부탁드리겠습니다.”

 

 세리오스는 나이가 30은 훌쩍 넘겼겠지만 절제된 자기 관리와 수련을 통해 20대라고 해도 속아 넘어갈 만한 외모와 탄탄하고 균형잡힌 몸매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상급 사제라는 직책이 한 몫하고 있었다.

 

 “니가 나를 한 대라도 맞추던가 다른 손이나 발을 공격이나 방어하는데 사용하게 하면 너의 승리란다.”

 

 “평소처럼 한 손이신가요”

 

 “그럼! 당연하지. 어머니는 상대를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란다.”

 

 “...오늘은 상황이 다를 거예요.”

 

 도발에 약이 오른 이나드. 이에 그녀는 평소처럼 한 쪽 발을 앞으로 오른손은 뒷짐을 지고 왼손만을 살짝 늘어뜨린 채 도발의 자세를 취했다. 물론 그녀는 오른손잡이이다.

 

 “크윽”

 

 연이은 도발과 얕보여진다는 사실에 약간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단단한 돌바닥을 박차며 달려오는 이나드의 모습에 그녀는 해맑은 손짓으로 반응했다. 빠르게 거리를 좁히며 날린 오른손 스트레이트. 그러나 그녀의 손짓에 의해 간단히 흘려졌다. 이렇게 될 걸 예상은 했지만 공격이 생각보다 간단히 처리되었다.

 

 “익!”

 

 “훗.”

 

 하지만 굴하지 않고 이어지는 보디 블로 이번에도 왼손에 의해 간단히 쳐내 졌지만 그럴 것이라 짐작하고 이어지는 오른발 로우킥에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그에 한 발자국 앞으로 들어가며 빠르게 이어지는 공격들로 인해 그녀는 웃음기가 조금 지워졌다.

 

 손과 발을 번갈아가며 쉴틈없이 이뤄지는 공격에 의해 조금씩 뒤로 물러났지만 그녀의 몸에 적중한 공격은 전혀 없었다. 하다못해 아깝다 싶은 공격하나 없었지만 그녀가 점점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이대로 가면 벽에 등지곤 물러날 곳이 없을 상황이었다.

 

 “이제 나도 공격에 나서 볼까아~”

 

 세리오스는 이나드의 오른손을 쳐내고 복부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읏”

 

 공격을 맞은 이나드는 몇 발자국을 뒤로 주욱 밀려났지만 그녀의 얼굴엔 의아함이 나타났다.

 

 ‘손 맛이 약해. 타격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 건가’

 

 “이나드~ 어떻게 한 거니?”

 

 “매번 기습적으로 처음 공격할 때는 복부만 노리시잖아요 그래서 대비 한다고 했는데.. 아 쓰~읍 아파라~”

 

 ‘그래도 방어를 도외시하는 도중에 그걸 흘린다고? 아무리 적당히 했다지만...’

 

 매번 말로는 한 팔로 온 힘을 다했다고 했지만 너무 삐질 것 같은 그를 위한 거짓말이었다. 다만 다음이 된다면 좀 더 쌔게 때려도 될 것 같다고 세리오스는 생각했다.

 

 “근데 이제 그걸로 끝이니?”

 

 “그럴리가요!”

 

 그렇게 말하며 다시금 달려들었다. 좀 전에 비해 기세와 함께 하나하나의 공격이 날카로워졌다. 여전히 옷깃하나 만지기 힘들다는 건 변함없지만. 이나드가 대여섯 번 공격하면 세리오스가 한번 공격하는 식 공방이 이어졌다. 공격 횟수만을 보면 이나드가 우세하다 하겠지만 상황을 보면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이나드가 다가가서 열심히 공격을 해도 세리오스가 한두 번 슬쩍 공격하면 막거나 피하기 위해 물러나기 일쑤였다.

 

 “오늘도 못 이기려나”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나아졌단다.”

 

 세리오스가 객관적으로 생각해봐도 확실히 처음에 비하면 많이 나아졌다. 처음에는 딴 곳을 보거나 휘파람을 불면서 상대했지만 적어도 지금은 그를 향해 제대로 보고 있었다. 그래도 여유만만인건 변함이 없지만.

 

 “.......”

 

 ‘어쩐지 화가 나는데...’

 

 “빈틈?”

 

 “엇!”

 

 공격을 피하던 그녀는 기습적으로 몸을 숙이며 손으로 발을 걸었다.

 

 “우왓”

 

 중심을 잃게 되자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며 넘어졌다.

 

 “확실히 실력이 늘었네, 딴 생각도 할 줄 알고”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손을 내밀었다.

 

 “으으~ 실수에요 실수”

 

 이나드는 그렇게 말하며 손을 잡았다. 일어난 그는 뒤로 한 발자국 물러나며 자세를 가다듬었다. 저번에 어머니에게 부축 받을 때를 기회로 삼아, 기습을 시도했다가 호되게 당한 후로 그런 치사한 기습은 생각조차 못하게 되었다. 물론 그 기습은 보기 좋게 막혀버렸다. 둘의 공수는 계속 이어졌다. 그러던 이나드는 기습적으로 오른손으로 그녀의 왼쪽 옷자락을 향해 뻗었다. 일단 옷자락을 잡고 한 대만이라도 때리겠다는 이나드의 생각이지만...

 

 “잡았!”

 

 이나드가 잡았다고 생각하기 직전. 세리오스가 빙그르 돌며 서로 등을 대고 있는 상황이 됬다.

 

 “여태 너 같은 애가 한 둘 인줄 알았니?”

 

 귓가에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자 등골이 오싹했다.

 

 ‘위험!’

 

 이나드는 몸을 돌리며 대응하려 했지만 어느 샌가 잡혀버렸다. 그녀는 등을 맞댄 상태에서 등을 긁으려는 듯이 손을 뒤로 넘겨, 이나드의 뒷덜미 옷깃을 잡아버린 것이다. 생각도 못한 상황에 이나드가 당황하며 허둥대고 있자

 

 “으랏챠!”

 

 세리오스는 그 상태에서 가차없이 던져 버렸다.

 

 “우왓 우와앗!”

 

 순식간에 10미터 가까이 날아가, 낙법을 할 새도 없이 바닥과 충돌했고 여러 번 구르고 나서야 그의 몸은 멈췄다.

 

 “어머 괜찮니?”

 

 “으으윽... 콜록 콜록”

 

 그녀는 진심으로 걱정하는 듯 안부를 물었지만 이나드는 충격과 놀라움으로 인해 그녀의 목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그도 그럴게 성장기의 청년을 한 손으로 그것도 던지기가 격하게 힘든 자세에서 던진 것이다. 게다가 발구름이나 회전력도 없이 10미터 가까이 던져졌다는 사실에, 뒤를 빼앗기고 물건처럼 던져졌다는 수치심보다 놀라움과 경외감이 먼저 생겨났다.

 

 “헉... 헉...”

 

 계속되는 움직임과 방금 전의 공격으로 인해 이나드는 지친 기색을 내보였지만, 그에 비해 그녀는 멀쩡한 모습이다.

 

 “이걸로 끝이니?”

 

 “방어만 하셨다지만... 헉... 너무 멀쩡하신거 아닙니까?”

 

 “얘야 내가 명색이 수호사제 교관인데 ‘겨우 수사 하나’를 상대로 땀까지 흘리면 되겠니”

 

 빠직

 

 머리의 혈관이 솟아오르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녀의 말은 지극히 현실이기에 어쩔 수가 없다.

 

 “그러네요... 하아~ 아직 멀었나 보네”

 

 “그런 반응을 기대한 건 아닌데...”

 

 당연히 흥분해서 달려들 것이라 생각했지만 차분해지자 세리오스는 약간 실망했고 그 내색을 감추지 않았다.

 

 “그럼 이번엔 이쪽에서 간다!”

 

 “자... 잠깐만요”

 

 그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게 걸음을 움직였다.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엄청난 위압감과 이름 모를 공포가 그를 덮쳐오고 있었다. 하지만 처음 겪어보는 것이 아닌지라 간단히 이겨 낼 수 있었다. 차분히 걸어오던 그녀는 이번 일격으로 끝내려는 듯 왼손을 살살 쥐었다 폈다.

 

 “가슴이야~ 알아서 막던지 피하던지 하렴”

 

 ‘아마 피하지 못할 거다. 두 팔로 막더라도 가드를 뚫고 충격이 몸까지 전해지겠지.’

 

 공격할 곳을 친절하게도 알려 줬지만 결코 막거나 피할 수 없다. 오히려 알고도 못 막는다는 그 공포로 인해 이나드는 몸서리쳤다.

 

 ‘그렇다면 이쪽도 이번이 마지막이다.’

 

 이나드는 숨을 차분히 들이 쉬고 내 뱉었다.

 

 ‘고양된 마음을 가다듬는다. 최대한 빨리 하지만 서두르지 않게.’

 

 저벅 저벅

 

 ‘기회는 단 한번뿐, 그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어느 때보다 평정심을 가져야 한다. 파문하나 일지 않는 호수 위의 잔잔한 수면처럼’

 

 그렇게 생각하며 이나드는 몸과 마음을 차분히 가다듬었다.

 

 ‘뭔가 하려는 거 같은데... 상관없나’

 

 그런 생각을 하며 주먹의 사거리 앞에서 걸음을 멈춘 그녀는 약속한데로 가슴을 향해 주먹을 내뻗어갔다.

 

 ‘힘을 좀 빼야하나’

 

 “주. 나에게 힘을 주리니”

 

 은은한 흰색의 기운이 이나드를 감쌌고, 그의 몸에 힘이 넘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저건!’

 

 이변을 눈치 챈 그녀가 대처 할 틈도 없이, 빨라진 움직임으로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함과 동시에, 왼손으론 그녀의 팔목을 잡고 오른손으론 내질러진 팔꿈치의 정중앙을 가격하였다.

 

 “으읏”

 

 저릿한 팔의 느낌에 여태까지 평온하던 그녀의 얼굴이 처음으로 일그러지며 신음이 나왔다.

 

 스스로 봉인한 오른팔과 양 다리에 비해 유일하게 자유로운 왼팔은 불의의 기습으로 강제봉인한 지금 세리오스는 모든 공격수단이 무효화. 다시 말하자면 빈틈투성이인 상태다. 이나드는 난생 처음 보는 이 기회를 놓치면 앞으로 긴 시간 동안 후회 할 것 같았다. 그리고 후회하지 않으려면 지금 오른팔을 내질러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자신이 저지르려는 패륜의 길에 꿈과 희망을 가지며 기대를 부풀었다. 그렇게 온 힘을 담아 일격을 내지른 순간

 

 “하앗!”

 

 텅

 

 직전에 다다른 공격이 그녀의 기합과 함께 무언가에 가로 막힌 듯 튕겨져 나갔다.

 

 “혼신의 일격이었는데?”

 

 이나드가 혼란스러운 사이 그녀의 왼손이 다가왔다. 핫 하고 정신을 차리며 가드하려 했지만 어느새 공중에 뜬 듯 부유감이 느껴졌다. 그는 그녀의 손에 멱살을 잡혀 머리위로 번쩍 들어 올려졌고 어느 새 흰 색의 기운은 전부 사라졌다.

 

 “...항복이요”

 

 공포로 가득 찬 그 말을 듣자 그녀가 씨익하고 웃었다. 다른 사람이 봤다면 상쾌할 정도로 시원해 보이는 웃음이었지만 이나드에게는 악마를 멸하기 직전의 천사 같은 웃음이었다. 물론 악마는 이나드 자신이다. 이나드는 조금이라도 살아남을 확률을 높이기 위해 억지웃음으로 화답했지만

 

 “하... 하하 이걸로 ~!”

 

 정의로운 천사는 천상에 소리가 울려 퍼지도록 악마를 땅바닥에 정의구현 시켜버렸다.

 

 “...아 너무 쌔게 내려쳤나?”

 

 그게 이나드가 마지막으로 들었던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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