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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현대물
괴물
작가 : 사열
작품등록일 : 201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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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화상 자국, 가슴에 깊은 상처를 지닌 장현성.
험악한 외모 때문에 늘 세상으로부터 외면받아 온 그가 이종격투기의 신성으로 떠오른다.
링네임 "괴물"
늘 고개를 숙이고 사람들을 피하기만 했던 ""괴물""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프로 파이터 "괴물"로 비상한다.

 
제 1 화
작성일 : 16-07-08 13:18     조회 : 983     추천 : 0     분량 : 7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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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하아… 하아…….”

 그날은 무척이나 더웠다. 이제 막 여름이 시작되려는 것처럼 텁텁하고 더운 공기가 밀려와 무척 기분 나쁘던 날이었다.

 숨은 턱 밑까지 차올랐고, 머리는 멍했다.

 땀보다도 끈적하고, 역한 냄새가 코끝을 찌르는 무더운 날이었다.

 어릴 때 입은 화상 자국이 욱신거릴 정도로 말이다.

 주먹이 까진 건지, 아니면 다른 사람의 것이 묻었는지 알 수 없지만 양손이 피범벅이었다.

 멍한 얼굴로 눈 아래에 있는 그를 내려다보았을 땐…….

 그는 이미 형태를 알아볼 수 없는 얼굴을 하고서 간신히 숨만 내쉬고 있었다.

 잔뜩 뭉개져 버린 얼굴과 더러운 물건을 달고서 말이다.

 내가 왜 그 광경에서 눈을 떼지 못했는지, 그리고 도망치지 못했는지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제발 살려주시오…’ 하고 꿈틀거리는 그걸 완전히 끝을 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이고 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놈의 깡패 새끼! 닌 묵비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고!”

 언제 다가왔는지 모를 경찰이 내 머리채를 잡고 벽으로 밀치며 수갑을 채우는 순간에도 말이다.

 끼리릭.

 차갑고 단단한 수갑이 아플 정도로 빡빡하게 손목을 채웠을 때.

 그리고 끌려가는 나를 바라보는 인파 속에서 도망치듯 사라지는 ‘그 애’를 봤을 때, 나는 실감했다.

 ‘아… 올해 여름은 무척이나 길겠구나.’

 

 ***

 

 “장현성이, 이제 맘 단디 묵고 착실하게 잘 지내그레이. 알았제? 모범수라가 좀 일찍 나왔다 캐도 아직 보호 관찰 대상이라 카는 거 잊지 말고. 알긋나?”

 가을이 완전히 끝을 향해가고 겨울이 본격적으로 다가오기 시작하는 12월은 유난히 쌀쌀한 감이 있었다.

 한기를 잔뜩 머금고 불어오는 칼처럼 날카로운 바람과 우수수 떨어진 낙엽들이 을씨년스럽게 휘날리고 있기 때문에 더욱더 그런지도 몰랐다.

 마치 마지막 잎새처럼 이제는 나뭇가지의 몇 남지 않은 낙엽들이 불어오는 바람에 힘없이 날리는 광경을 바라보며 현성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중년의 간수가 ‘오야’ 하고 고개를 끄덕이자 현성이 그를 힐끔 보며 한마디 거들었다.

 “지 빙시 아입니더.”

 그 무뚝뚝한 목소리에 간수가 ‘고래, 고래야제’ 하고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동안 현성이 소년원 바깥의 세상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일 년 육 개월 만에 나온 세상은 다시 겨울이었다.

 그날 이후로 시간이 멈춰버렸던 것같이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 듯 잠깐 멈춰 선 그의 모습에 간수가 휴, 하고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190센티미터에 가까운 큰 키와 떡 벌어진 어깨를 가진 기골이 장대한 소년은 누가 봐도 위협적이었다.

 더구나 삭막한 인상에 짧은 머리, 그리고 어릴 때 입었다던 얼굴의 화상 때문에 더욱더 무서워 보였다.

 하지만 간수는 그가 보기와는 사뭇 다른 녀석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보기엔 영락없는 깡패와 다름없지만 생각보다 착실하고 예의도 바른 녀석이란 것을 일 년 반이 넘도록 함께 지내며 알아왔으니까.

 물론 지나치게 위협적인 외모 탓에 아직도 조금 조심스럽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됨됨이가 글러 먹은 다른 소년 죄수들과는 어딘가 다른 구석이 있었다.

 그리 생각하며 간수가 다시 말을 걸었다.

 “빨리 가보그라, 춥다. 보호자는 안 오시나?”

 “뭐 잘했다꼬 데리러 오겠습니까.”

 그 물음에 퉁명스러운 듯 무뚝뚝한 목소리로 현성이 대답했다.

 공허함이 맴도는 듯 텅 빈 목소리에 간수가 ‘그렇나?’ 하고 조금 안타까운 얼굴로 현성을 바라보았다.

 이 년의 형기를 육 개월 단축해 모범수로 풀려나긴 했지만 가족들은 생각이 달랐던 모양이다.

 하긴 가족도 진짜 가족이라고 할 수는 없을 테니, 이해 못 할 일은 아니었다.

 가슴이 짠해진 간수가 품에서 뒤적뒤적 종이 하나를 꺼냈다.

 “니 갈 데는 있나? 혹시 갈 데 없으면 일로 함 가보그라. 대구 소년원의 김형범 교위가 일로 보냈다 카면 알끼다.”

 형범이 내민 명함을 바라보며 현성이 무뚝뚝한 눈빛으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청소년 보호소네예. 제가 드갈 수 있습니까?”

 소년원을 출소하는 소년은 더 이상 소년이 아니었다.

 이제 며칠 뒤면 스무 살, 성인이 되는 나이였다.

 그게 걸렸던 모양인지 한숨 섞인 현성의 물음에 형범이 ‘하모!’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생일 안 지났다 아이가? 내년까지는 충분하지!”

 “예… 뭐, 거 아니라도 어디든 갈 데 있지 않겠심니까.”

 “보자, 그러고 보이 니 생일도 을마 안 남았네! 그날 담당자랑 같이 케이크 사 들고 찾아가까?”

 “치우소 마. 아도 아이고, 누가 그런 거 신경 씁니까.”

 아직까지 생일이란 것이나 각종 기념일에 민감할 만도 했지만 그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이곳에 처음 들어왔던 열여덟 살 무렵부터 지금 스무 살 초입이 되기까지 내내 한결같은, 마치 시간이 멈춰버린 듯 죽어버린 눈빛을 하고 있는 그 무던함에 안타까움마저 느낀 간수가 ‘니 아직 아라카이!’ 하고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 손길에 현성이 조금 고맙다는 듯 힐끔 형범을 바라보았다.

 “고맙심니더.”

 너무나도 무뚝뚝하여 좀처럼 듣기 힘들었던 그 말 속에, 마치 일 년 육 개월 간 함께 생활해 왔던, 그리고 그를 돌봐왔던 형범을 향한 감사가 우러나 있는 것 같아 괜스레 마음이 울컥했다.

 형범이 ‘그래, 자슥아! 그라모 몸조심하고, 사고 치지 말고!’ 하고 그의 어깨를 툭 두드렸다.

 그 손길에 얇은 외투 하나만 걸친 현성이 고개를 꾸벅 숙였다.

 “교위님도 잘 지내이소. 나중에… 자리 잡으면 연락드리겠심더.”

 곧 현성이 간수를 뒤로 한 채 가방 하나만 짊어지고 천천히, 바깥세상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바스락, 하고 낙엽이 바스라지는 소리가 났다.

 일 년 육 개월.

 무척이나 길게 느껴졌던 그 시간은 이제 모두 다 지나가 버린 과거가 되고 말았다.

 불어오는 칼바람이 시리도록 차가웠지만 원에서 입고 나온 얇은 외투 말고는 몸을 감쌀 재간이 없었다.

 양 주머니에 손을 푹 집어넣고 걸음을 옮기던 현성이 들어올 때와 달리 삭막한 겨울 풍경을 바라보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여름 참 길었네.”

 그 길고 길었던 여름이 끝난 듯했다.

 하지만 겨울을 준비할 겨를도 없이 그의 앞에는 겨울이 펼쳐지고 있었다.

 대구 지역 특성상 눈은 잘 내리지 않았지만, 제법 으슬한 바람이 불어와서 저도 모르게 몸이 파르르 떨릴 정도였다.

 “어데 가면 되노…….”

 불어오는 바람이 얇은 외투 안으로 스며들어 싸늘한 것보다, 갈 길 없어 막막한 기분에 현성이 살며시 몸을 움츠리고는 다시 한 번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소년원에서 막 출소한 거대한 덩치의 스무 살 소년은 이제 갈 곳을 찾아야만 했다.

 간수에겐 어디든 가면 되지 않겠느냐 이야기했지만 사실상 막막하기 그지없었다.

 현성이 깊은 우수에 잠긴 눈으로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았다.

 구름 한 점 없이 청명한 하늘은 무척이나 높아, 아직도 가을날을 보는 것만 같았다.

 창살 너머로 바라보던 하늘에 스트라이프가 사라진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나오고 나니 당장 갈 곳조차 찾기가 힘들었다.

 현성이 힘없이 걸음을 옮겼다. 어디로 가야 할지 정말로 막막한 가운데 몸이 점점 더 차가워지는 기운이 들었다.

 하지만 그래도 은연중의 반가운 기분은 감출 수가 없었다.

 당장 먹고 잘 걱정은 있다 해도 미래와 희망이 없는 소년원 안보다는 차라리 바깥이 나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이제 가고 싶은 곳은 어디든 갈 수 있다고 생각한 현성이 굳은 얼굴에 그나마 엷은 미소를 더해 보았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바람이 점점 싸늘해진다 싶더니 귓불이 시뻘겋게 얼어붙을 정도로 차게 느껴진 것이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어디론가 들어가야만 했다.

 “칠곡이가……. 버스 타야겠네.”

 들어올 때 보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그가 버스 정류장을 찾아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나마 목적지가 생겨 마음이 한결 편안해진 현성이 길 건너에 있는 버스 정류장을 보고 그쪽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이미 정류장엔 몇몇 사람들이 서성이며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날씨가 추워서 그런 건지 다들 정류소의 투명한 막 안쪽으로 바람을 피해 서서 있었다.

 그러다 누군가 한 사람이 무뚝뚝한 얼굴로 그들을 향해 다가오는 현성을 보고 움찔하더니 슬금슬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현성이 버스 노선을 확인하기 위해 그 안으로 들어갔을 때는 이미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 모두가 그를 피해서 바람이 불어오는 쌀쌀한 바깥으로 걸음을 옮겨 버린 후였다.

 그 광경에 쓴웃음을 띤 현성이 한숨과 함께 노선만 확인하고는 천천히 뒤돌아섰다.

 그리고 사람들과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 우두커니 서고 말았다.

 버스 요금이 얼마나 되는지 몰라 물어보고 싶지만… 다가가는 것만으로도 저렇게 싫어하고 피하는데 물어보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가 범죄자이기 때문에?

 아니, 그들은 그가 어디에서 나온 사람인지 알지 못할 것이다.

 안 그래도 험한 인상인데 화상 자국까지 있어 더욱더 무섭고 험악한 얼굴을 하고 있었으니까.

 그러니 추위보다도 그 무서운 사람을 가까이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들의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억울하고 조금은 괴롭기까지 했다.

 그러나 현실을 체념한 듯 현성이 눈을 감았다.

 타고나기를 못나고 험상궂게 생긴데다 덩치까지 이러니 익숙한 일이었다.

 어린 시절 줄곧 ‘괴물’이란 별명을 달고 살아왔고, 소년원 내에서도 그러했는데 밖이라고 다르겠는가?

 평생을 그리 살아왔으니 한번 더 그런다 해서 다를 것은 없을 것이다.

 고개를 숙여 얼굴을 감춘 채 버스를 기다리던 현성이 주머니 속에서 이천 원을 움켜쥐고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

 버스가 도착하자 기다리던 사람들이 힐끔 그를 바라보고는 버스 안으로 도망치듯 걸음을 옮겼다.

 그를 보며 스마트폰을 꺼내고 타다닥 두드리는 모습에 현성은 마치 그들이 자신을 비웃거나 비아냥거리는 것 같단 생각이 들어 마음 한편이 씁쓸해짐을 느끼곤 쓴웃음을 지었다.

 날이 차가워 사람들이 많이 보이지 않았다. 특히나 그가 있기 때문인지 도망치듯 멀어진 사람들을 바라보며 현성이 천천히 정류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무리 덩치가 커도 차가운 바람에 많이 추웠다. 그나마 칸막이가 있는 정류장 벤치에 앉아 잠깐이라도 바람을 막으니 그나마 살 것 같았다.

 현성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다가 바람보다 차가운 사람들의 시선에 움츠러들며 쓴웃음을 짓고 말았다.

 “…겨울은 더 길겠네.”

 깊은 한숨을 내쉬며 앉아 있던 그는 기다리던 버스가 도착하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끼익, 문이 열리고 현성이 안으로 걸음을 내딛자마자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하던 버스 기사가 그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란 얼굴을 했다.

 사람 얼굴을 보자마자 놀라는 게 상당히 기분 나쁜 일이었지만 그럴 수도 있다 생각한 현성이 요금함에 이천 원을 집어넣고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버스 기사는 ‘잔돈 가지고 가셔야제……!’ 하고 조심스럽게 그를 불렀다.

 달칵! 달칵! 달칵!

 동전 나오는 소리에 현성이 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하곤 동전을 들고 걸음을 옮겼다.

 모두들 그 용모 때문인지 버스 안에 올라선 그를 힐끔힐끔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이내 고개를 돌려 모르는 척, 안 보는 척, 가방을 끌어안고 딴청 피우는 사람들.

 그들의 모습에 다시 한 번 마음 한구석이 움찔하는 것을 느끼며 현성은 체념의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노선을 보는 척 어느 자리에도 앉지 않고 우두커니 섰다.

 버스에서 내릴 때까지 홀로 서서 외로이 목적지로 흘러가던 그는 지하철역에 다다르자 도망치듯이 버스에서 뛰어내려 달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그의 외모를 보고 그를 두려워하고, 그 역시 마찬가지로 사람들을 두려워했으니까.

 그들이 보내는 그 시선 하나하나와 그를 향한 편견과 오해들이 얼마나 괴로운 건지 사람들은 헤아릴 재간이 없을 것이다.

 소년원 밖으로 나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지쳐 버린 듯 무거워진 마음에 현성이 ‘차라리 소년원 안이 더 좋았던 것 같다…’는 쓴웃음을 띤 채 지하철역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후끈한 버스만큼은 아니지만 지하라서 그런지 바람이 불어오지 않아 그런대로 있을 만했다.

 노숙자들이 왜 지하철에서 자리를 잡는지 알겠다 싶어 현성이 옅은 웃음을 띠었다.

 잠시 무언가를 찾는 듯하던 그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공중전화 앞에 섰다.

 그리고 아까 버스 요금을 내고 남은 잔돈을 밀어 넣고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번호를 꾹꾹꾹 눌러보았다.

 뚜르르르…….

 신호가 두어 번 울리고 이내 ‘여보시오’ 하는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모부, 저… 현성입니더.”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혹시 이야기를 듣지 못한 건가 생각이 들 정도로 의구심이 드는 사이에 낯익은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신 연락하지 말그라.]

 그러곤 뚝, 하고 끊어져 버린 전화.

 “하아…….”

 한숨과 함께 체념해 버린 듯 수화기를 걸어놓은 현성이 철컹철컹, 하고 반환되어 나온 동전을 챙겨 힘없이 걸음을 옮겼다.

 지하철 승강장의 차가운 의자에는 버스 정류장보다 많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역시 그가 오자마자 저마다 화장실에 가는 척 바쁘게 자리를 옮기기 시작했다.

 지친 몸 쉬기엔 감사한 일일 수도 있다만 마음은 그 어떤 매질을 받는 것보다 괴로웠다.

 “후…….”

 누군가 앉아 있었는지 아직 뜨끈한 온기가 남아 있는 자리. 그나마 따스하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자리에 걸터앉아 현성이 망연자실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지끈거리는 이마를 손으로 꾹 누르며 ‘이제 우야면 좋노’ 하고 한번 더 한숨을 내쉬었다.

 만약 고모가 받았다면… 최소한 반겨주지는 않았을까?

 물론 달라진 것은 별반 없겠지만 말이다.

 현성은 쓴웃음을 얼굴 가득 머금었다.

 그리고 이내 그 웃음을 거두고는 멍하니 주머니 안에 넣어둔 명함을 끄집어내 보았다.

 찬 바람에 벌겋게 굳은 손이 딱딱한 명함 끝에 찔려 따끔하니 짜증이 차올랐다.

 하지만 인내는 고독과 함께 그의 가장 좋은 벗이었다. 꾹 참아내며 청소년 보호소의 주소를 바라보던 현성이 다시 한 번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와 함께 느껴지는 시선에 현성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역사 안에서 모니터 근무를 하다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온 모양인지, 아니면 무엇 때문인지 몰라도 지하철 직원이 승강장으로 나와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직원과 눈이 마주친 그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 외면하듯이 고개를 돌려 다시 지하철역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밖으로 나오자마자 시린 바람이 불어왔다. 갈 곳 없는 현성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말이다.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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