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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미선
작가 : MIN
작품등록일 : 2017.5.28

호기심이 낳은 불화일까, 하늘이 엮은 장난 일까. 인간도, 정령도 될 수 없는 소녀와 인간 남자의 사랑. 그리고 소녀의 사랑을 지켜보며 가슴 아파하는 또 다른 남자. 그들의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 과연 그들의 사랑은 지켜질 수 있을까..?

 
*00화//프롤로그* 질문과 답
작성일 : 17-05-30 01:20     조회 : 510     추천 : 1     분량 : 5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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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 질문

 

 

 

  맑은 냇물이 흐르고 기분 좋은 새소리가 들려오는 한가로운 숲 속에서 어린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밝고 활발한 그 목소리에 숲 속의 모든 것들이 따라 웃는 듯 저마다의 가지를 흔들고 바람을 따라 고운 모래를 흩날렸다.

 

  정령들이 모여 사는 숲속의 어딘 가였다.

 

  평화롭고 포근한 이곳은 인간의 무법지가 되어버린 그 가엾은 땅과는 다르게 아름다운 자연의 경관이 그대로 남아 그 무엇도 훼손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 평화로운 곳에도 절대로 가까이 해서는 안 되는 곳이 있었다. 숲의 가장 끝을 상징하는 큰 쌍둥이 바위 사이로 낡고 웅장한 나무문이 있는 곳이 바로 이곳의 유일한 금지(禁地)였다.

 

 “신령님, 신령님. 저 문 밖에는 무엇이 있나요?”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바람결을 타고 날아들었다. 그 목소리를 따라가 보니 살랑대는 상아빛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가 신령이라 불린 노인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신령은 짐짓 무서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저 문 밖에는 아주 무섭고 또 무서운 것이 산단다."

 

 “그게 무엇이에요?”

 

  처음 질문을 한 소녀와는 다른 아이가 불쑥 나타나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주위에서 힐끗 거리던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와 신령의 앞에 섰다.

 

 “그 아주 무서운 것이란 어떤 것인가요? 너무 궁금합니다.”

 

 “맞아요. 저희에게도 알려주세요.”

 

 “곰님이나 호랑님보다 더 무섭나요?”

 

  처음에는 장난삼아 조금만 이야기 할 생각이었던 신령은 아이들에게 제대로 문 밖의 세상에 관해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에 대한 것으로 잠시 고민을 하다가 결국엔 입을 열었다.

 

 “저 밖에는 또 다른 세계가 있단다.”

 

 “또 다른 세계라뇨?”

 

 “그런 것이 있습니까?”

 

  신령은 얼굴의 웃음기를 지우고 바위 사이에 있는 낡고 커다란 문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시선은 그 문 너머의 끝을 알 수 없는 아주 먼 곳을향해 있었다. 그 모습이 무척 심각해 보였다. 아이들은 그런 신령을 따라 긴장 된 표정으로 말이 이어지기를 기다렸다.

 

 “문 밖의 세계는 무척이나 무서운 곳이란다. 인간이라는 존재들이 자연을 파괴하고 그들이 필요하단 이유로 죄 없는 동식물들을 잡아먹고 또 베어내지. 그들은 아주 영리하고 또 영악해서 웃음 띈 얼굴로 친절함을 가장한 채 서로를 죽인단다.”

 

  신령은 크게 숨을 삼켰다. 그는 어린 정령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슬퍼하면서도 바깥 세상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 주어야할 의무를 저버릴 수 없었다.

 

 "만약 그들이 너희들의 존재를 알아낸다면 관심이라는 명목 하에 너희를 잡아가겠지. 그후의 일은 나도 모르겠구나."

 

 "인간은 정말 무서운 존재이군요..."

 

 "저희를 잡아가면 어떻게 하죠?!"

 

 "으앙, 너무 무서워요..."

 

 "그래. 무섭고 말고. 그러니 우리는 절대 인간의 눈에 띄어서는 안 된다."

 

  신령은 흔들리는 눈빛으로 아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와 한 가지 약속해야 한다. 절대로 저 문 밖으로 나가서도, 근처를 돌아다녀서도 안 된단다."

 

 “알겠습니다. 신령님.”

 

 “절대로 나가지 않을게요.”

 

 “약속해요. 근처에 발도 들이지 않을 거예요!"

 

  신령의 이야기를 듣고 겁을 먹은 아이들이 곧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약속했다. 얼마 뒤, 궁금증이 풀린 아이들이 하나 둘 자리를 떠났다.

 

  처음 인간에 대한 질문을 했던 소녀만이 자리에 남았다.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곰곰이 생각을 하던 소녀가 자리를 뜨려는 신령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의아한 표정을 하던 신령이 무릎을 굽히고 앉아 소녀와 시선을 맞추었다.

 

 “왜 그러느냐?”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신령님."

 

 “그래, 말해보아라. 내가 말해 줄 수 있는 것이면 모든 말해 주겠다.”

 

  그러자 궁금증을 가득 담은 소녀의 연분홍 눈동자가 반짝였다.

 

 “인간은 모두 나쁜 존재인가요?”

 

 "....네 생각은 어떠하느냐?"

 

 "저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그냥 그것만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순간 숲 속 가득 낮고 무거운 바람이 불었다. 신령의 표정에 그늘이 드리웠다.

 

 “인간은……. 모두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래, 분명 좋은 심성을 가진 인간도 더러 있겠지. 허나 인간의 마음은 시시때때로 바뀐단다. 한 인간의 고운 마음도 한 순간 악의에 가득 찬 고약한 마음으로 바뀔 수도 있단다.”

 

 “그렇지만 저는 그래서 더 인간이라는 존재가 궁금합니다.”

 

 “……사랑스런 하얀 꽃의 아이야. 인간은 욕심과 욕망에 눈이 멀어 한치 앞도 보지 못하는 어리석은 생물이다. 더 이상의 궁금함은 너에게 독이 될게다. 인간에 관한 질문을 버려라. 그들에 관한 그 무엇도 알려하지 말아라. 그것이 신령으로서 너에게 해줄 수 있는 답의 전부다.”

 

  신령은 느릿하고 똑바른 어조로 말을 끝마치고는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 신령의 간곡한 바람에도 소녀의 눈동자에 서린 인간에 대한 갈망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소녀의 주변에는 낮고 무거운 바람이 불었다.

 

  그를 따라 소녀의 상아색 머리카락이 흩어져 날렸다.

 

 

 

 

 ****

 

 

 

 02. 답

 

 

  상아색 머리카락과 연분홍빛 눈동자를 가진 어여쁜 소녀가 큰 바위사이에 놓인 낡고 웅장한 나무문을 바라보고 있다. 소녀의 눈은 그 어느 때보다 더 반짝이고 있었다.

 

  아침이슬을 맞으며 개운한 아침을 맞이할 때보다, 형형색색의 나비들의 춤을 구경하며 까르르 웃음을 터트릴 때 보다 더 기대되는 시간이었다.

 

  해질녘 이곳에 오면 가끔씩 사람들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자주는 아니었지만 오늘처럼 인간의 말소리가 들리는 날이면 소녀는 항상 가슴이 벅차올랐다. 사람들은 매번 소녀에게 말을 걸어 주었다. 자신이 당한 일을 하소연하기도 했고 말 못할 비밀을 털어 놓기도 했다.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을 때면 저들을 따라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또 화를 내기도 하였다.

 

 “저들의 이야기는 매번 나의 마음 한 구석을 채워주는 구나."

 

  소녀는 언제나 외로웠다. 다른 이들은 소녀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주지 않았다.

 아무도 소녀의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이름조차 없었다. 다른 정령들은 자신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고 꼭 불러야 할 일이 생기면 그들은 언제나 소녀를 하얀 꽃의 아이라 불렀다. 그래서 소녀는 항상 이름을 가진 이들을 부러워했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을 지칭하는 이름을 가진다고 들었다. 소녀에게 있어 인간은 자신이 가지지 못한 많은 것을 가진 동경의 대상이었다.

  어쩌면 소녀의 인간에 대한 궁금증은 자신이 가질 수 없는 것을 많은 것을 가진 이들에 대한 동경과 그들처럼 되고 싶다는 갈망에서 비롯된 것 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소녀는 자신의 그런 마음 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소녀는 이곳에서 인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다른 정령들 사이에서 겉돌기만 하는 자신도 이 문 앞에서 만큼은 그 어떤 고민도 들어줄 수 있는 그들의 친구가 된 것 같다고 생각했다.

 

  몇분이 지났을까, 소녀가 이야기에 빠져 감정이입을 하고 있을 때, 한 소년이 뒤에서부터 다가 오더니 소녀를 확인하고는 큰소리로 외쳤다.

 

 “신령님, 신령님! 어서 오셔요. 이 아이가 또 이곳에서 인간들 이야기를 엿듣고 있습니다!”

 

  소녀는 당황하며 숨을 곳을 찾아 분주히 주위를 살폈지만 곧이어 도착한 신령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하얀 꽃의 아이야. 내 몇 번을 말하지 않았느냐? 이곳은 가까이 하지 말라고!”

 

 "……."

 

  신령은 소녀를 다그쳤다.

 

  소녀는 그저 묵묵히 그의 질책을 들으며 어깨를 움찔거릴 뿐이다.

 

 "따라 오거라."

 

 "예……."

 

  신령은 아이를 데리고 숲 속 가장자리에 위치한 작은 공터로 자리를 옮겼다. 공터의 중심부에 도착하자 신령이 아이에게 물었다.

 

 “하얀 꽃의 아이야. 왜 자꾸 이러는 것이냐?”

 

 “저는 그저 그들이 궁금할 뿐입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즐겁고 그들의 감정을 알아가는 것이 즐겁습니다.”

 

 “하얀 꽃의 아이야…….”

 

  신령은 흔들리는 감정을 애써 억누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너의 그 궁금함이 너에게 독임을 정녕 모른다 할 셈이냐?”

 

 "어째서 그들을 아는 것이 제게 독이 됩니까? 저는 그들에게 있어 그저 방관자일 뿐입니다. 저는 그들을 만날 수도 이야기를 나룰 수도 없습니다."

 

  소녀는 오랫동안 가슴에 묵혀 두었던 말을 꺼냈다. 의문과 슬픔이 가득 실려 따라 나왔다.

 

  신령이 애써 차갑게 말했다.

 

 "그들은 악이다. 그러니 가까이 하지 말라 했었다. 너는 내 말을 몇 번이고 어겼다. 이만 거처로 돌라가 반성하고 있거라. 너는 앞으로 닷새간 거처 밖으로 나오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자신의 감정을 하나도 고려하지 않은 그 한마디에 소녀가 닭똥 같은 눈물을 떨궜다. 오랜 시간 감춰왔던 설움이 터져버린 것이다.

 

 “저는 궁금합니다. 어째서 신령님께서는 제게 항상 안 된다고만 하십니까?"

 

 "그것은……!"

 

 신령이 입을 채 열기도 전에 소녀가 빠르게 말을 이었다.

 

 "어째서... 저는 이름이 없는 것입니까?"

 

  오랜 시간시간동안 곪아 온 상처는 터져버린 설움과 함께 벌어져 걷잡을 수없이 점점 더 커져만 갔다.

 

 "하얀 꽃의 아이야 그것은……."

 

  "왜 저를 하얀 꽃의 아이라 부르십니까? 왜요? 다들 가지고 있는 이름을 어째서 저만 갖지 못한 것 입니까?"

 

  신령은 차마 대합할 수 없다는 듯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소녀는 자신이 가진 질문을 말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저를 보는 눈빛에 연민을 담으시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

 

 "저는 제가 궁금합니다. 저 문 너머가 궁금합니다. 또한 인간에 대한 것이 궁금합니다. 저도 이런 저를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제대로 된 답을 해주시지는 않고 자꾸 나무라기만 하십니까?”

 

  소녀의 자잘한 눈물방울이 모여 결국은 붉게 달아오른 뺨 위로 흘러 내렸다.

 

  신령은 그런 소녀를 보며 숨을 삼켰다.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지도 못한 채 고개를 떨어뜨린 소녀의 그 작은 어깨가 더욱 여려 보이는 것은 비단 지금 이 상황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신령의 얼굴에 근심이 드리웠다. 그리고 마침내 떨어지지 않는 입술을 억지로 벌리며 소녀에게 말했다.

 

 "내가 너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이런 말 밖에 없어 미안할 따름이다."

 

 "……."

 

 "너에게 변변찮은 이름 하나 지어주지 않은 나의 잘못이다. 너에게 너 자신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을 해주지 않은 나의 잘못이다.

 

 "전 지금 신령님께...!"

 

 "그...! 오랜... 시간동안, 너에게 연민이 감정만을 느낀 나의 잘못이다."

 

 "저는 신령님께 사과를 듣고자 말씀 드린 것이 아닙니다!"

 

 "나도 알고있다."

 

 "신령님께서는 다른 정령들이 저를 외면하는 이유를 아십니까? 제 이름이 없는 까닭과 제가 인간에게 자연스레 관심이 가는 그 이유를 아십니까?"

 

  신령은 잠시 머뭇거리다 대답했다.

 

 "…….혈연은 저버릴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느새 그의 얼굴은 안타까움과 슬픔, 그밖에도 수많은 감정들이 뒤섞여 처참히 일그러져 있었다.

 

 "……사랑스런 하얀 꽃의 아이야. 너는 본디 인간의 아이니라."

 

  순간, 소녀의 가냘픈 어깨의 떨림이 멈췄다.

 

  뿐만이 아니라 주위의 공기마저 멈춰버린 듯 느리게, 아주 느리게 흘렀다. 숲의 모든 것이 숨을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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