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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제국의 광대
작가 : 연보라
작품등록일 : 2016.12.21

"황금의 나라 '엘도라 제국'의 황궁에는 판자마을에서 자란 공주가 있다고 합니다."
왕자는 호기심이 많았다.
[...]
그리하여 시작된 것이다. 엘도라 제국을 향한 그의 여행이.

 
1화 (1)
작성일 : 16-12-21 19:21     조회 : 547     추천 : 0     분량 : 6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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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부-광대놀음>

 

 1화

 

 새벽부터 힘없이 내리기 시작한 빗줄기는 저녁까지 계속되었다. 비에 젖어 눅눅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이제는 익숙해진 냄새건만 맡을 때마다 불쾌한건 어쩔 수 없다. 나는 한 손으로 코를 막고 다른 손으로 바닥을 쓸었다.

 쓰악- 짚으로 대충 엮어 만든 빗자루가 못마땅한 소리를 낸다. 워낙 낡은 집이라 하루라도 청소를 안 하면 먼지와 벌레들이 곳곳에 쌓였다. 나는 그새 또 키가 자라서 허리를 어정쩡하게 숙인 채로 청소를 해야 했다. 그래봤자 또래들에 비해 작은 키라 티도 안 났지만.

 

 “알록달록한 옷을 입은 신사가 나갑니다~ 새하얀 얼굴에 걸린 웃음을 보세요~”

 

 워낙 자주 들어서 익숙한 노래를 흥얼거리며 오전 내내 미루던 청소를 마친 나는 물을 찾았다. 조금씩이긴 하지만 비가 오랫동안 내려준 덕분에 제법 많은 물을 저장할 수 있었다. 양동이 가득 받아놓은 물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그런데 찰랑거리는 물을 보자니 한 모금 떠 마시는 것이 어쩐지 아까워져 버렸다.

 

 “음. 컵에다가 직접 받는 게 낫겠어.”

 

 토도독-

 나는 나무로 만든 컵을 가져와 창밖에 떨어지는 빗물을 받았다.

 

 “얼른 얼른. 왜 이리 느리담.”

 

 반 컵쯤 찬 물을 들이키자 시원한 기운이 온 몸에 퍼졌다. 아 기분 좋다.

 [시프.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엄마. 엄마가 제 생일날 말한 덕담, 아직도 잘 지키고 있어요. 아. 학교는 못 갔지만요..”

 [시프. 이제 열 살이구나. 학교에 갈 나이가 되었어. 잘 다닐 수 있지? 우리 시프는 똑똑해서 훌륭한 학생이 될 거야.]

 

 투둑투둑 떨어지는 빗소리에 엄마의 목소리가 섞였다. 몸이 약한 엄마는 가난 때문에 쉴 틈 없이 매일 일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엄마의 손은 항상 따뜻했다. 엄마가 쓰러진 날도 그랬다. 당시 나는 열 살밖에 안된 아이였고, 괜찮다며 웃는 엄마는 정말로 괜찮아 보였다. 하지만 결국 열한 번째 생일을 앞두고 엄마는 쓰러지고 말았다. 치료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마법사나 사제, 정령사 등 다양한 사람들을 찾아 사방팔방을 돌아다녔지만 허사였다. 어려운 처지를 알고 돈을 받지 않고 도와주겠다던 의사도 병의 원인을 모르겠다며 돌아갔다. 쓰러진지 일주일이 되던 날, 시름시름 앓던 엄마는 사랑한다는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네게 마지막 말을 해줄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면서.

 

 “엄마. 자정이 지나면 벌써 열네 살이 되요. 하늘에서 보고 계시죠? 학교는 못 갔지만 공부도 열심히 하고요. 일도 열심히 해요. 많은 돈을 모으지는 못했지만 조금씩 저축도 해요. 엄마 덕분에....”

 

 목이 메여 속으로 엄마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울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도 매번 우는 걸 보면 아직 어리기 때문일까. 내년이면 성인인 열다섯이 되는데도 생일이 다가오면 눈물이 난다. 나는 양동이에 담아둔 물을 다른 대야에 덜었다. 적당히 차가운 물의 온도가 마음에 들었다. 생일 전날 돌아가셨으니 딱 오늘이 엄마의 기일인 셈이었다. 천민 신분으로는 제사를 지낼 수 없었기 때문에, 기일이 되면 나만의 의식을 했다. 몸을 깨끗이 씻고 자정 즈음에 내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그럴 때면 엄마도 함께 내 생일을 축하했다. 사랑하는 사람은 항상 마음속에 남는다는 엄마의 말처럼 엄마의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오곤 했다.

 

 툭툭-

 

 먼지로 덮여있던 금발이 제 모습을 드러냈다. 엄마는 내 금발을 손질해주는 것을 무척 좋아했다. 하지만 엄마가 돌아가신 뒤로는 관리하기 성가신 애물단지였던지라 가슴께까지 머리를 기르면 집에 있는 칼로 머리를 잘랐다. 물론 솜씨는 엉망이어서 삐쭉빼쭉 엉망이었지만 근래 자른 머리는 제법 반듯했다. 나는 낡고 어두운 집과는 어울리지 않게 반짝이는 금발을 매만졌다.

 

 “좋아. 맘에 들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머리에 물기를 털어낸 나는 힘차게 기지개를 켰다.

 

 “후아- 그럼 생일 파티를 해볼까.”

 

 똑똑똑-

 

 늦은 시각, 천민 여자아이 혼자 사는 낡은 집에 찾아올 이는 없다. 나는 긴장한 표정으로 문을 주시했다. 엄마가 돌아가신지 4년. 험난한 세상에서 무사히 지내온 것은 동네 사람들과의 적절한 친분과 ‘또래에 비해 성숙하고, 똑똑하다’고 평가받는 머리였다. 어떤 사람은 나를 약았다고도 표현했지만.

 

 “...시, 시프야. 마데카다. 곧 생일이라고 해서 준비한 선물이 있는데 깜빡했지 뭐니. 주고 싶어서 왔는데.”

 

 “아..! 네~ 잠시만요!”

 

 익숙한 목소리였다. 엄마가 돌아가신 뒤 상황을 알고 일 자리를 찾아준 마을 파터였다. 파터가 나라에 소속된 마을 관리자인 만큼 그는 영주와도 친분이 두터웠다. 이전에 서류를 떨어뜨린 그를 도와준 일이 있어 알게 된 것이 인연이었다. 그는 영주에게 내가 처한 딱한 처지와 산수나 글을 잘 하는 인재임을 어필해주었다. 뜻밖에도 영주는 나를 직접 성으로 불렀다. 영주는 내 행색을 여기저기 살펴보고는 내가 일을 돕는 것을 허락했다. 아무래도 무턱대고 천민 어린 여자아이에게 마을의 행정직을 돕게 하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 깨끗이 씻고 단정한 옷을 입고 가 내내 방긋방긋 웃었던 것이 통한 모양이었다. 덕분에 정식 일자리는 아니지만 적지만 일정한 보수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마데카는 나에겐 고마운 은인인 셈이다. 그는 정이 많아 매번 내 생일을 기억해 주곤 했다. 재작년에는 맛있는 빵들을, 작년에는 예쁜 머리핀을 주었다. 이번엔 챙겨주지 않아 내심 섭섭했는데, 깜빡한 게 마음에 걸렸는지 직접 찾아온 모양이었다.

 

 [시프야.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단다. 이렇게 모여서 서로 도우며 사는 거야. 우리 시프는 똑똑하니까 엄마가 무슨 말 하는지 알지?]

 역시 엄마의 말씀을 틀린 게 없다. 엄마의 말마따나 이렇게 좋은 인연이 생겼으니.

 

 “선물로 받았던 핀 꼽고 나가야겠다.”

 

 선물로 주었던 핀을 잘 착용한 것을 보면 분명 좋아할 거다. 닳거나 잃어버릴까봐 상자에 그대로 넣어두고 있었다. 조그마한 큐빅이 하나 박힌 푸른색의 얇은 핀은 여전히 예뻤다. 마지막으로 나는 눈가리개가 잘 착용됐는지 확인하고 매무새를 가다듬었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해요. 들어오실..”

 

 끼익-

 낡은 문소리 너머 희미한 미소를 짓고 있는 마데카는 혼자가 아니었다.

 

 “어..?”

 

 큰 키에 고급스러운 코트를 입은 남자는 흔치 않은 초록색 머리를 갖고 있었다. 길게 땋아 내린 초록빛 머리는 윤이 났다. 잡티하나 없는 얼굴에 걸친 금색 외알 안경이 시선을 끌었다. 누가 봐도 그는 귀족임이 분명했다. 내가 귀족을 가까이서 본 건 영주를 제외하고는 처음이었다. 애초에 가난한 천민아이가 귀족을 볼 곳이 이 작은 동네에 있을 리가 없다. 그런데 지금 내 집 앞에 귀족이 서 있다니? 생각지도 못한 손님에 나도 모르게 예의도 잊은 채 굳어버렸다.

 -

 마데카는 초조한 마음에 심호흡을 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뒤를 돌아 집으로 가고 싶었다. 하지만 자신의 뒤를 따라오는 사람에게서 위협적인 기운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었다. 그를 향한 분명한 경고였다.

 

 “아직인가.”

 

 걸걸한 목소리가 들렸다. 마데카는 감히 그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채 답했다.

 

 “이제 다 왔습니다. 저기 보이는 작은 판자 집입니다.”

 

 “저런 곳에서 살고 있다고?”

 

 어이없다는 기분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말투였다. 마데카는 조심스럽게 긍정했다.

 

 “예. 시프님께서는 시스리야님이 돌아가신 후 혼자 저 곳에서 살고 계십니다.”

 

 “저렇게 낡은 집에서 혼자 산단 말이지...”

 

 “네. 다른 곳으로 갈 수 있도록 조취를 취해봤으나 시프님께서 시스리야님과 살던 곳에서 계속 머물고 싶으셨던 모양입니다.”

 

 “지나치게 감성적인 면이 꼭 닮은 따님이로군.”

 

 그는 가뜩이나 표정 없던 얼굴을 더욱 딱딱하게 굳혔다. 추억이 있는 곳이라는 건가. 이 얼마나 순수한 감정이란 말인가. 그 잔악하고 더러운 왕의 피가 섞였다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다. 마데카가 전해준 이야기에 따르면 시프는 또래에 비해 지나치게 똑똑하고 아름다운 아이였다. 때문에 몇몇은 그녀에게 반감을 갖고 있기도 했다. 모든 것이 낡고 초라한 이곳에서 그녀는 더욱 돋보였다. 그런 불편한 반감과는 별개로, 시프는 마을 사람들에게 평이 좋았다. 베풀 줄 아는 사람이라 했던가. 황족들 중 별종이었던 시스리야 황녀의 성격을 닮은 것이 분명했다.

 

 “아이다운 순수한 감성도 갖고 계신 분입니다.”

 

 “애석하게도 그건 불행이야.”

 

 그는 시프를 두둔하는 마데카의 말을 냉정하게 잘랐다. 음흉한 자비와 뒤틀린 쾌락으로 가득한 궁에서 버티지 못할게 뻔하다. 황녀가 모든 걸 포기해가며 지키려 했던 아이였지만 이렇게 결국.

 

 “내 손으로 궁으로 데려가게 되다니. 참 웃기지 않아?”

 

 “.....”

 

 마데카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느닷없이 작은 마을의 파터로 발령받을 때의 상황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했다.

 [눈에 뜨지 않게 모녀를 도와라. 네가 나와 연관된 사람이라는 것을 절대 들켜선 안 돼. 시스리야님은 눈치가 빠르시니 특히 조심하도록.]

 [언제까지 도우면 됩니까?]

 [글쎄. 내가 널 찾아갈 때까지라고 해두지.]

 그의 주인은 기타 부타 설명 없이 간단한 명령만 내렸다. 그렇게 마데카는 연고 없는 곳으로 기약 없는 일을 수행하기 위해 떠나왔다. 그러나 그의 불만은 시스리야와 시프를 알게 되고 눈 녹듯이 사라졌다. 모녀는 보는 것만으로 미소를 짓게 하는 사랑스러운 사람이었다. 시스리야가 죽은 뒤 홀로 남은 가여운 시프를 더 가까이서 돌보면서 이제는 꼭 제 딸 같았다. 현실은 감히 쳐다볼 수 없는 고귀한 신분이었을지라도.

 

 마데카는 제 주인이 눈짓할 때까지 기다렸다. 비틀린 웃음을 지은 그는 잠시 문 앞에서 말없이 서 있었다. 마데카는 그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감히 짐작할 수 없었다.

 

 “시스리야님과 닮았나?”

 

 “예?”

 

 갑작스러운 질문에 마데카의 눈이 커다래졌다. 검은 코트를 걸친 눈앞의 제 주인은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보다 나이가 들었지만 여전히 위풍당당한 귀족이었다. 자신의 무례에 흠칫한 마데카가 그를 보던 시선을 거두고 말했다.

 

 “시스리야님을 뵌 적은 몇 번 없지만 시프님도 아름다운 금발을 갖고 계십니다. 잘 웃는 모습이.. 많이 닮았습니다.”

 

 어쩐지 마데카는 목이 메였다.

 

 “그래.”

 

 똑똑똑-

 마음의 준비도 하지 않았는데 주인이 문을 두드렸다. 당황한 마데카가 살짝 말을 더듬었다.

 

 “...시, 시프야. 마데카다. 곧 생일이라고 해서 준비한 선물이 있는데 깜빡했지 뭐니. 주고 싶어서 왔는데.”

 

 “아..! 네~ 잠시만요!”

 

 소녀의 여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생각보다 낭랑하고 고운 목소리에 중년의 귀족 남자는 얼굴을 찌푸렸다. 목소리에서도 그녀의 순수한 기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해요. 들어오실..”

 

 어둠 속에서도 반짝이는 금발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늘 화려하게 꾸민 긴 머리의 귀족여인을 봐왔던 그에게는 낯선 단발 머리였다. 흰 얼굴에 오밀조밀한 이목구비. 영특해 보이는 금색 눈동자가 저를 꿰뚫어본다. 왼쪽 눈은 다친 건지 눈가리개를 하고 다니는 모양이었다. 자신의 키에 맞지 않는 원피스는 끝이 많이 헤져 있는데도 얼룩 하나 없이 깨끗했다. 소녀는 전체적으로 아이답지 않게 차분하고 단정한 분위기를 풍겼다. 심지어 우아해 보이기까지 했다. 낡은 판자 집과 지저분한 거리에서 홀로 빛나고 있었다. 어깨 위로 지저분하게 떨어지는 기장은 소녀의 분위기를 한결 발랄하게 만들뿐이었다. 한 눈에도 소녀는 범상치 않았다.

 

 “어..?”

 

 어리둥절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소녀를 보자마자 그는 탄식이 나오려는 혀를 깨물었다. 눈부신 금발은 소녀가 왕의 핏줄임을 선명히 나타냈다. 시스리야를 닮았다고. 아니, 소녀는 시스리야를 닮지 않았다. 훨씬 생동감이 넘쳤으며 타고난 맑은 아우라가 넘실거린다. 시스리야 황녀와 그놈의 딸인 것이 분명했다.

 

 “시프야. 갑자기 와서 놀랐지? 우선 인사드리렴.”

 

 “아, 네! 안녕하세요. 전 시프라고 합니다. 누추하지만 들어오세요. 바람이 찹니다.”

 

 서둘러 예의를 갖춘 시프가 두 사람을 안으로 들였다. 짚으로 엮은 의자에 안내했지만 두 사람은 앉지 않았다. 마데카는 앉고 싶었으나 주인이 서 있자 어쩔 수 없이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마찬가지로 시프 역시 어정쩡하게 선채 말을 이었다.

 

 “어서 오세요. 어쩐 일로 오셨는지 여쭤 봐도 될까요?”

 

 “이 분은-”

 

 “아니다. 내가 직접 소개하지. 난 리베로 백작이다.”

 

 “네...?!”

 

 시프는 높은 비명을 질렀다. 리베로는 나라에서도 대귀족으로 꼽히는 유명한 백작 가문이었다. 귀족 중의 귀족이랄까. 자신과는 전혀 접점이 없는 귀족이 이곳에 온 이유를 소녀는 짐작할 수 없었다. 괜히 쿵쿵 가슴이 뛰었다. 자신이 잘못한 게 있는지 시프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긴장한 탓인지 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했다. 시프는 다리에 바짝 힘을 준 뒤 크게 허리를 굽혔다.

 

 “리베로 백작님을 뵙습니다.”

 

 달달 떨리는 몸으로 인사를 하는 시프를 마데카가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봤다. 작은 소녀가 떨고 있는 광경에 자연스럽게 든 감정이었다. 많이 떨리는지 하얀 얼굴이 더 창백해지고 입술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럼에도 아무렇지 않아 보이려 애쓰는 모습에 리베로 백작은 자신이 온 이유를 빨리 밝히기로 마음먹었다.

 

 “당신을 데리러 왔습니다. 시프 공주님. 저와 함께 궁으로 가시지요.”

 

 백작의 성격다운 빠른 본론이었다.

 털썩-

 시프는 결국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오래된 나무 바닥이 삐걱거리는 소리를 냈다. 마데카는 배려 없는 제 주인을 흘겨보다가 저를 향한 그의 시선에 놀라 고개를 돌렸다. 몇분이 지났을까. 아무 말 없이 앉아있던 소녀는 별안간 고개를 번쩍 들었다. 많이 놀랐을 텐데도 생각보다 소녀의 상태는 양호해보였다. 역시 미리 귀띔을 해준 것이 있는 모양이지. 리베로 백작은 심호흡하는 소녀를 바라보았다. 흔들리던 눈동자는 금세 또렷한 빛을 뿜었다. 천재. 마데카는 시프를 한 단어로 그렇게 표현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을지 몰랐다. 시스리야. 소녀의 엄마는 궁에서 고이 자란 황녀였으니까.

 

 “죄송해요. 너무 놀라서..멍하네요.”

 

 “많이 놀랐지? 이것 좀 마시렴.”

 

 마데카는 오면서 사온 따뜻한 코코아를 꺼냈다. 소녀를 위한 생일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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