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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잔느와 로드릭
작가 : 신들의이야기꾼
작품등록일 : 2016.10.8

역사적으로 마녀로 몰려 가엾은 운명에 처했던 잔 다르크가 차원이동을 해서 로드릭이란 남자와 이런저런 일을 겪으며 살아가는 이야기

 
그녀와의 첫만남
작성일 : 16-10-08 18:27     조회 : 421     추천 : 0     분량 : 78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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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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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이름은 로드릭 젝슨. 난 프레멘 제국의 동부 끝자락에 위치한 조그마한 시골마을에 나무꾼이란 직업으로 살아가고 있으며, 지금까지 내 미래의 신부가 될 여인과 여행을 떠나기 위해 돈을 저축해왔었다. 돈을 어느 정도 모은 나는 23살이라는 나이로 이제 여인을 사귀기 위해서 마을을 뒤졌으나, 모두들 시집을 가버렸다.

 

 그래서 노총각이 될 처지에 놓이게 된 나는 신께 멧돼지를 제물로 제사를 드려 아름다운 부인을 내려달라고 하기 위해서 도끼 대신 활과 화살이 가득 담긴 화살통을 등에 메고 남쪽에 있는 숲으로 가는 중이다. 주변에는 푸른 들판이 펼쳐져있었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오늘 새로 사 입은 갈색 가죽옷과 부츠가 몸에 착 달라붙어서 뭔가 소원이 이루어질 듯한 느낌이 들었다.

 

 “후후~ 신께서 내 소원을 들어주셨으면 좋겠네.”

 

 어느덧 푸른 잎들이 무성한 나무들이 빽빽하게 우거진 숲이 보이기 시작했다.

 

 “후우~ 좋아.”

 

 신께 제사를 드릴 생각을 하니 뭔가가 긴장된다.

 ‘신께선 꼭 소원을 들어주실 거야. 암, 그러고 말고.’

 나는 살금살금 숲으로 들어가 활에 화살을 메기며 땅바닥을 훑어봤다. 푸른 풀과 나무뿌리들이 땅바닥을 가렸다.

 ‘아, 이러면 곤란한데.’

 나는 필사적으로 숲을 어슬렁거리며 멧돼지 발자국을 찾아다녔다. 다행이 풀들이 모든 땅바닥을 가린 건 아니었다. 그리고 거기엔 멧돼지 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혀있었다.

 ‘호오~ 좋아. 잡으러 가 볼까나?’

 나는 살금살금 걸어가며 그 발자국을 추적했다. 그 발자국은 나무들 사이를 지그재그로 펼쳐져있었다.

 '거참 활기차게 돌아다니는구나. 신께서도 좋아하시겠지.‘

 난 그 발자국을 계속 따라다녔다. 그 발자국은 점점 더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좋아, 거의 다 왔어!‘

 난 나무들을 하나하나 등지고 앞을 천천히 보기 시작했다. 거기엔 갈색 털로 뒤덥힌 어미로 보이는 멧돼지와 새끼 멧돼지 3마리가 사이좋게 떨어진 과일을 나눠먹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나는 오른손으로 활의 시위를 잡아당겨 어미 멧돼지를 겨냥했다.

 ‘미안해, 아기돼지 3형제들아.’

 난 오른손의 검지와 엄지로 잡고 있던 활의 시위를 놓았다.

 

 슈욱!

 

 꾸에엑! 뀌이이익!

 

 어미 멧돼지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내 화살은 정확하게 그녀의 목덜미를 꿰뚫었었다. 그녀의 목덜미에선 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기돼지 세 마리는 코를 킁킁거리면서 어미의 곁으로 다가가 그녀의 젖을 물기 시작했다. 나는 그 아기돼지들의 주변에 다가가서 그들이 어미의 곁을 떠날 때까지 지켜봐줬다. 하지만 그 아기돼지들은 어미의 곁에서 떠나기는커녕 곁에서 잠자기 시작했다. 나는 활을 등에 메고 왼팔로 아기돼지들을 들어 올려 안았다. 그리고 오른손으로 어미돼지사체를 잡고 숲 중앙으로 갔다. 아기돼지들은 여전히 잠자고 있었다.

 '쌔근쌔근 자고 있네.'

 어느덧 내 앞에 굵직한 줄기의 큰 나무가 서있었다.

 

 “벌써 도착했네.”

 

 바람이 숲속의 나뭇잎들을 살랑살랑 흔들었다.

 

 쏴아아아아

 

 숲속에 있던 온갖 향기들이 내 콧속으로 들어왔다.

 ‘역시 숲속은 청량하다니까.’

 그 향기는 마치 내 몸을 맑게 해주는 것 같았다. 지금 내 앞에 있는 나무는 ‘세 번째 나무’라고 불리는 희귀한 나무다. 사시사철 잎이 노란색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전설에 의하면, 이 나무는 신이 직접 기도를 들어주는 나무라고 한다. 그리고 예로부터 사람들이 이 나무를 보고 신께 제사를 올렸다기에 나 역시 여기서 올리려고 하던 참이었다.

 

 난 오른손에 든 어미돼지의 사체를 세 번째 나무 앞에 가지런히 두고 아기돼지들을 땅에 내려놓아준 다음, 나무줄기에 기대어 앉고 활과 화살을 나무줄기에 기대놓았다. 그리고 날이 저물기를 기다렸다. 아기돼지들을 보니, 어느새 잠에서 깨어나서 작은 엉덩이를 실룩거리며 바닥에 코를 대고 킁킁거렸다. 세 마리는 모두 죽은 어미의 품에서 어슬렁거렸다. 따사로운 햇빛이 나뭇잎 천막을 뚫고 그늘 사이에 드문드문 구멍을 내었다. 아기돼지들은 신나게 놀고 있었다.

 

 꾸잉! 꾸잉! 뀌이익!

 

 난 그런 아기돼지들을 위해 오른손으로 바지 오른쪽 주머니에 담아온 동그란 갈색 빵 하나를 꺼내 조금씩 뜯어서 풀잎들 사이로 던졌다. 한 녀석이 빵부스러기 냄새를 알아챘는지, 조그맣고 동그란 연분홍색 코를 킁킁거리며 빵부스러기들을 찾아 먹기 시작했다. 그러자 다른 아기돼지들도 빵부스러기를 찾아서 먹기 시작했다. 나는 빵 하나를 더 꺼내서 조금씩 뜯어 내 쪽으로 오게끔 내 주위에 뿌렸다. 그리고 오른손 손바닥 안에도 빵부스러기들을 조금 남겨 놓은 다음, 오른손을 풀잎들 위로 내려놨다. 한 녀석이 코를 킁킁대더니 내 쪽으로 다가와 내 오른손 손바닥에 있는 혀로 날름날름 핥으며 빵부스러기를 먹었다. 난 그 즉시 그 아기돼지를 양손으로 들어 올려 얼굴을 마주봤다. 아기돼지의 까만 눈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날 보고 있었다. 그리고 작은 다리들을 바둥바둥 거리며 울기 시작했다.

 

 뀌이익! 뀌익!

 

 아기돼지의 어금니 쪽을 자세히 보니, 아직 덜 나있었다.

 

 “미안하구나.”

 

 ‘이 멧돼지들이 어느정도 자랄 때까진 키워줘야겠다.’

 난 내 손에 들린 아기돼지를 땅바닥에 내려놓아주며 가족이 될 세 마리의 돼지들의 등을 쓰다듬어줬다. 아기돼지들은 처음엔 내 손길을 두려워했으나, 내가 해를 가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자 피하지 않았다. 그 돼지들은 열심히 주변을 돌아다니며 기분이 좋다는 듯이 뀌이익 거렸다. 한 마리는 죽은 어미의 코를 핥기도 했다. 그 모습을 본 나는 씁쓸하게 웃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하늘을 올려다봤다. 하늘이 점점 짙은 파랑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자, 이제 준비해 볼까나.”

 

 난 자리에서 일어나서 주변에 있는 나무들의 나뭇가지를 꺾어 모은 다음, 허리벨트에 묶어서 챙겨온 나무 손잡이가 달린 모종삽으로 세 번째 나무 근처에 주변으로 불씨가 옮겨가지 않을 정도로 구멍을 팠다. 난 그 구덩이에다가 꺾었던 나뭇가지들과 구덩이 주변에 있는 마른 나뭇잎들을 전부 넣었다. 그리고 왼손으로 바지 왼쪽 주머니에 담긴 조약돌같이 작고 둥근 회색 부싯돌과 검은 가죽 칼집에 넣어진 작은 단도를 꺼내 마른 나뭇잎들 쪽에 대고 마찰을 시켰다.

 

 탁! 탁! 탁! 탁! 화르륵!

 

 마른 나뭇잎들이 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불타기 시작했다. 나는 그 불씨를 잃지 않기 위해 지면에 납작 엎드려서 입으로 불었다. 불의 뜨거운 열기가 내 얼굴에 느껴졌다. 어느 정도 나뭇가지에 불이 붙자, 난 상체를 일으킨 후에 왼손 손등으로 맺힌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훔쳤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5번째 밤, 푸른 달(blue moon)이 새파랗게 떠있었다. 아기돼지들은 죽은 어미의 시체 뒤에서 호기심에 가득 찬 눈빛으로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을 바라봤다.

 ‘이제 제사를 올리면서 기도해야겠다.’

 난 죽은 어미멧돼지의 시체 앞으로 가서 세 번째 나무를 바라보며 무릎을 꿇고 두 손바닥을 이마 높이로 올려 나무쪽으로 향하게 하며 넙죽 엎드려서 말했다.

 

 “태고의 신, 레인(rain)이시여. 제게 부디 아름다운 여인을 내려주시길 바랍니다. 저는 노총각으로 살아가긴 싫습니다.”

 

 그리고 상체를 들어 올렸다가 다시 엎드렸다.

 

 “간절히 비나이다.”

 

 그 순간 내 등 뒤에서 여자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꺄악!

 

 나는 신이 정말로 내 기도를 들어주신 거라고 생각하며 기뻐했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니, 긴 갈색머리에 푸른 눈동자를 가지고, 피부가 희고 눈이 크며, 속눈썹이 짙고 코가 오똑하고 입술은 작은 입술을 가진 여자가 더러워진 흰색 원피스를 입고 양손목이 쇠사슬로 묶인 체 모닥불 너머에 앉아있었다. 아기돼지들은 그녀에게 다가가 코를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그녀의 얼굴은 매우 초췌해보였다. 난 신이 도대체 어떤 여인을 내게 내리신 건지 생각했다. 이런 상황은 정말 당황스러워서 그 여인에게 딱히 할 말이 기억나지 않았다. 그 여인은 날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했다.

 

 “저기, 저 좀 도와주실 수 있나요?”

 

 나는 그녀가 죄수차림으로 있었기에 잠시 망설였다.

 

 “어디서 오신 분이십니까?”

 

 “감옥에서 투옥되었을 때 신께 절 살려달라고 간절히 빌었더니 이곳에 오게 되었습니다.”

 

 난 그녀의 말을 듣고 전쟁포로였는데, 신이 불쌍히 여겨서 내 기도를 들어줌과 동시에 그녀의 기도를 들어줬다고 생각했다.

 ‘그래, 신은 내가 이 불쌍한 여인을 도와주라고 하신 걸 거야. 그리고 사랑을 꽃피울 기회를 가질지도 모르지.’

 그녀는 풀린 눈으로 날 보다가 왼쪽으로 쓰러져버렸다. 난 그녀의 모습에 당황해서 그녀에게 다가가 오른쪽 뺨을 왼손으로 살살 건드렸다. 다행히 그녀의 숨소리가 들렸다.

 ‘너무 고생해서 그런가보다.’

 난 맨손으로 그녀의 양손을 포박한 쇠사슬을 찢어서 숲속으로 내던져버렸다. 그녀의 하얀 손목에는 빨간 쇠사슬 자국이 나있었다. ‘얼마나 아팠을까...’ 난 그녀를 등에 업었다. 그리고 오른손으로 두꺼운 나뭇가지를 꺾어 불을 붙여서 간이 횃불을 만들었다. 그리고 오른팔 팔뚝으로 어미 멧돼지의 사체를 들고 발로 모닥불이 있는 구덩이 주변 흙을 밀어서 구덩이를 메웠다. 활과 화살통도 챙겨야하긴 하지만, 남는 손이 없었다.

 ‘내일 가지러 오지 뭐.’

 집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숲을 빠져나가자, 푸른 들판이 푸른 달빛에 비춰져 무언가 신비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아기돼지들은 뀌이익 거리며 날 따라왔다. 곧이어 들판 가운데에 통나무로 지은 집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 집이다. 난 집 문 안으로 들어가 문 오른쪽에 있는 벽에 박힌 반구형 철재 물체를 만졌다. 그러자, 그 물체의 가장자리에서 노란색 룬 문자가 빛을 내더니, 방안을 노란색으로 환하게 비추었다. 보이는 방안은 조금 넓었다. 오른쪽 구석에는 밀짚으로 만든 침대 2개가 하얀 천에 감싸져 있었으며, 그 밑에는 장롱이 있었다. 내가 평소에 나무도끼와 활과 화살, 지게, 옷들을 보관해두는 장롱이었다. 왼쪽 벽에는 넓고 길쭉한 창문 하나와 기다랗고 높은 탁자, 등받이가 달린 원형 나무 의자 2개와 책상 위에 즐비하게 널린 잡동사니들이 있었다. 책상 위에는 씻어서 한 쪽에 가지런히 나둔 식기들도 있었다. 그리고 현관문 반대편에는 문이 좌, 우로 2개가 달려있었다. 좌측은 욕실로 사용하고, 우측은 식재료 창고로 사용한다.

 

 난 그녀가 너무 힘들어서 지금은 못 일어날 거라고 생각하며 오른쪽 구석에 있는 안쪽 침대 위에 눕힌 다음, 죽은 어미 멧돼지의 사체를 방 왼쪽 구석에 놓았다. 그리고 밖으로 나가서 저녁식사를 준비하기로 했다. 아기돼지들은 나를 졸졸 따라다녔다. 난 유리창 덕분에 비교적 밝은 집의 왼쪽으로 갔다. 외벽에는 밑이 볼록한 걸이형 무쇠 솥 2개와 장작나무더미들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다.

 

 난 무쇠 솥 2개를 들고 집 뒤편에 있는 우물로 가서 물을 채워 넣었다. 하나는 그녀가 깨어나면 샤워할 때 쓰라고 할 물을 대피려고 할 거라서 가득 채웠고, 다른 하나는 스튜를 만들 거기 때문에 물을 3분의 1만 채워 넣었다. 그리고 다시 왼쪽으로 돌아와서 맨 흙 위에 자갈들이 둥글게 모여 있고 가운데가 재로 덮인 곳에다가 장작을 몇 개 넣은 다음 불을 나무막대기와 마른 풀로 모닥불을 피웠다. 그리고 그 모닥불 양옆에 Y자 솥 걸이용 철대를 두고 무쇠 솥 2개를 철봉에 매달아서 걸어놓은 다음, 식재료 창고를 들렸다. 식재료 창고 안은 돌로 감싸져 있으며, 파란색의 룬 문자가 빛을 내고 있었다. 그 룬 문자들이 냉기를 뿜어내면서 식재료창고를 항상 10도로 유지시켰다. 그래서 야채들과 고기를 단기간 보관하기에는 적당했다. 나는 거기서 당근1개와 감자 2개, 양파 1개, 타임 한 줄기를 꺼냈다. 그리고 탁자 위에 올려놓은 나무도마와 식칼을 써서 타임을 제외한 재료들을 깍둑썰기를 한 다음, 물을 3분의 1만 채운 솥에다가 집어넣었다.

 ‘뭐가 빠졌지? 아!’

 난 다시 식재료 창고에 가서 버터를 꺼내 바지 왼쪽 허벅지에 단 단도로 내 왼손 엄지손가락만큼 잘라서 넣었다. 그리고 밀가루도 조금 넣었다.

 ‘이제 고기를 넣어야겠네.’

 난 죽은 어미 멧돼지의 사체를 집밖으로 꺼내서 가죽을 벗긴 다음에 배 부분만 적당하게 자르고 나머진 석빙고에 넣은 다음, 그 부분을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깍둑썰기를 해서 솥에 넣었다.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난 썼던 식칼과 도마를 우물로 가져가서 씻고, 벽에다가 기대두었다. 그리고 솥 앞에 다가와서 끓기를 기다렸다.

 ‘쇼팽은 언제 올까? 아마 지금 마을에서 제페토랑 데이트 중이겠지.’

 곧 있으면 알아서 돌아올 시간이다. 난 배고픔을 못 참겠어서 집안에 들어가서 탁자 위에 있는 식기더미에서 검고 둥글며 아래가 납작한 도자기 그릇 3개와 국자를 들고 나왔다. 마침 스튜를 끓이던 솥에선 하얀 김이 나고 있었다. 나는 솥뚜껑을 열어서 국자로 스튜를 그릇에다가 담았다. 하얗고 걸쭉한 국물 위에 잘 익은 감자와, 당근, 양파가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고소한 냄새에 타임과 고기의 향이 더해져서 내 식욕을 자극했다. 난 스튜를 담긴 그릇 3개를 집안에 있는 탁자 위에 놓고 오른손에 탁자 위에 있던 검은색 가죽장갑을 끼고 스튜를 끓였던 솥을 빼서 우물 근처에 두었다. 그리고 안에 국자를 넣고 안에 물을 넣어 불렸다. 이러면 내일 설거지하기 쉬워진다.

 “이제 스튜를 먹으러 가볼까나?”

 

 내 뱃속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사실 이렇게 늦게 저녁을 먹진 않지만 오늘은 제사 때문에 늦게 먹게 된 것이다. 스튜를 먹을 생각을 하니,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집문 앞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하얀색과 검은색 줄무늬의 고양이를 봤다. 쇼팽이었다.

 

 “쇼팽!”

 

 내 말에 쇼팽은 노란 눈으로 날 쳐다봤다.

 

 “미안하다냥. 오늘은 제페토랑 더 놀고 말았다냥.”

 

 ‘그래, 깨가 쏟아지는구나.’

 부러웠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대륙을 여행한답시고 돈을 열심히 저축했을 때가 후회됐다.

 

 “허허허. 그냥 결혼해서 살지 그래?”

 

 “아직도 총각인 네가 할 말은 아닌 것 같다냥. 근데 집안에서 암컷인간의 냄새가 나는 것 같은데냥?”

 

 “아, 집안에 손님이 와서.”

 

 “호오~.”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건 절대 아니고 숲속에서 길을 잃어서.”

 

 “호오~?”

 

 난 장갑을 낀 오른손으로 내 얼굴을 부여잡았다.

 

 “하아~.”

 

 쇼팽은 귀여운 혀를 날름거렸다.

 

 “그래, 네 신붓감은 내가 친히 봐주겠다냥.”

 

 난 쇼팽과 같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침대 위에 앉아서 날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쇼팽은 그녀의 지저분한 몰골을 보고 성질을 냈다.

 

 “거지같은 더러운 몰골이다냥!”

 

 그 말에 그 여인의 얼굴이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하더니 화난 얼굴을 짓다가 울고 말았다.

 

 엉어엉! 흐어엉!

 

 난 그녀에게 다가가 사과했다.

 

 “미안합니다.”

 

 쇼팽은 조그마한 다리로 단숨에 그녀가 앉아있는 침대로 도약해서 그녀의 주위를 맴돌며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이 여인은 온몸에 멍이 들었다냥. 거기에 수컷인간들이 뱉은 침들이 옷에 덕지덕지 묻어있다냥!”

 

 난 쇼팽의 목덜미를 잡고 들어 올려서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봤다. 쇼팽은 날 보고 조용해졌다.

 

 “이 여인은 내가 발견했을 때 손목이 쇠사슬로 묶여있었어. 그니까 알지 못하면 좀 닥쳐줄래?”

 

 그에 쇼팽은 기죽은 얼굴을 하며 고개를 천천히 위아래로 끄덕였다.

 

 “그래, 알면 됐어.”

 

 그 여인은 계속 울고 있었다. 난 그녀의 오른손을 양손으로 잡아주면서 말했다.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아, 아닙니다... 훌쩍...”

 

 “일단 허기지실 텐데 스튜 좀 들고 얘기하는 게 어떠십니까?”

 

 그녀는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양손으로 눈물을 닦았다.

 ‘계속 지저분한 몰골로 둘 순 없으니깐 내 옷이라도 줘서 샤워를 시켜야겠다.’

 다행히 그녀의 몸은 나보다 작았다. 그녀는 내 안내로 탁자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난 그녀에게 나무수저를 하나 건네고 밑에 있는 쇼팽을 위해 스튜 1그릇을 마룻바닥에 내려놨다. 쇼팽은 좋다고 스프를 할짝할짝 거리기 시작했다. 나도 오른손으로 나무수저를 들고 스튜를 한 수저 떠서 후후 불어서 먹었다.

 ‘역시 맛있어.’

 소금도 넣으면 더 좋았겠지만, 너무 비싸서 못 넣었다. 그녀가 먹는 모습을 힐끗 훔쳐보니,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면서 오른손을 부들부들 떨며 스튜가 든 수저를 입에 넣고 있었다. 그녀의 모습은 정말 불쌍해보였다. 그녀는 조용히 말했다.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숲속에 아가씨를 혼자 둘 순 없었으니까요. 하하하...”

 

 그녀는 계속 수저를 뜨다가 멈추고 울기 시작했다.

 ‘음...’

 그녀가 얼마나 힘들지는 몰랐지만 분명 상상 이상으로 힘들었던 것 같아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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