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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사랑에도 스위치가 있나요?
작가 : 은새옴
작품등록일 : 2016.10.7

작품을 수정하며 출간준비 중입니다.

완결 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

 
01화. 연예인이세요?
작성일 : 16-10-07 01:28     조회 : 996     추천 : 3     분량 : 5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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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지금 시각 오전 8시 23분.

 

 출근 시간까지 아직 7분이나 남았다.

 

 강남대로에 우뚝 서 있는 건물을 향해 힘차게 걷던 새옴은 출입구 옆에 서 있는 커다란 입간판에 저절로 눈이 갔다.

 

 요즘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배우 박보결이 미소가 가득한 얼굴로 ‘노블레스 여행사’라고 말하고 있었으니까.

 

 “창립 이래 우리 회사가 가장 잘한 일은 박보결을 모델로 결정한 거야.”

 

 박보결의 상큼한 미소를 보며 경쾌한 걸음으로 로비를 가로지르는데, 문이 열린 엘리베이터 안으로 여직원들이 자석에 빨려가듯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뻔하네. 저 안에 강건하가 있는 거겠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새옴은 평소대로 계단 쪽으로 향하는데 막 닫히려던 엘리베이터 문이 다시 열렸다.

 

 “은새옴 씨!”

 

 엘리베이터 안에서 여직원들에 둘러싸인 강건하 이사가 군계일학 모양으로 서 있었다. 댄디 컷을 한 머리 모양 아래로 보이는 그의 동그란 눈이 새옴을 향해 웃고 있었다.

 

 “타요.”

 

 “아니요. 저는...”

 

 건하 주변 여직원들의 시선을 받자 새옴은 저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그녀들은 일제히 새옴을 쏘아보며 무언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어떻게 강건하 이사가 네 이름을 알지?]

 

 새옴은 혀끝으로 살짝 마른 입술을 축이며 겨우 말했다.

 

 “저는 계단으로 가겠습니다.”

 

 “10층까지요?”

 

 유난히 까만 건하의 동공에 물음표가 생겼다. 그의 표정은 항상 정직하다.

 

 “네.. 사람도 많구요.. 또...”

 

 새옴은 멍하니 서서 건하의 눈을 보고 있었다. 그다음 말이 생각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때 강건하가 새옴의 손목을 확 끌어당겼다.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이라 저항할 틈도 없었다. 작고 가벼운 새옴의 몸이 엘리베이터 안으로 쏙 들어왔다. 동시에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다.

 

 “여기 정원이 23명인데.”

 

 건하가 검지를 세워 엘리베이터 벽에 붙어있는 경고 문구에서 23이라는 숫자를 가리켰다.

 

 “네... 그렇네요.”

 

 새옴은 건하의 가슴팍에 서서 어색하게 대답했다. 그에게서 시트러스와 나무 향이 섞인 냄새가 났다.

 

 새옴이 건하에게 떨어져 자리를 잡으려는데 이리저리 둘러봐도 도저히 몸을 돌릴 공간이 없었다. 여직원들이 그의 주위에 완전히 밀착한 상태로 서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들은 새옴을 차갑게 째려보고 있었다.

 

 [너 같은 신입이 어떻게 이사랑 얘기를 트고 지내지?]

 

 ‘입사 전부터 어쩌다가 엮인 거뿐이라구요.’

 

 [너, 그동안 얼마나 꼬리 쳤니?]

 

 ‘이보세요. 언니들의 이사님한테 저는 관심이 없답니다.’

 

 새옴은 속으로 힘껏 항변했다.

 

 숨 막힐 것 같은 분위기 속에서 눈앞에 건하의 하얀 셔츠가 보였다. 면실크 소재인 셔츠는 멀리서 보면 그냥 하얗게 보이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작은 꽃잎 패턴들이 들어 있었다.

 

 ‘언니들, 이 남자가 멋져 보이는 건 저렇게 명품을 걸쳤기 때문이라구요.’

 

 건하의 비싼 셔츠를 보며 투덜거리는데 문득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왜 꽃잎들이 점점 더 선명하게 보이는 거지?’

 

 새옴이 검정색 플랫슈즈를 신은 자신의 발을 보았다. 섹시한 라인을 자랑하는 킬힐들이 조금씩 플랫슈즈를 향해 들어오고 있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강건하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이 언니들이 진짜!’

 

 조금만 더 가까이 닿으면 건하의 남색 슈트 재킷에 자신의 볼이 닿을 것만 같았다.

 

 “기분 탓인가? 자꾸 새옴 씨가 나한테 가까이 오는 거 같은데.”

 

 건하는 새옴을 보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게요... 제 본심이 아니라요...”

 

 새옴이 건하의 몸에 붙지 않으려고 등에 얼마나 힘을 주고 서 있었던지 등에서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미치겠네. 이사님을 손으로 밀어낼 수도 없고...’

 

 새옴의 속도 모르고 여자들이 점점 더 가까이 붙어온다. 조금만 더 가까워지면 새옴의 다리가 그의 다리에 닿을 것 같았다.

 

 ‘쫌!’

 

 이번에는 발가락 끝과 종아리에 잔뜩 힘을 주었다.

 

 “이사님!”

 

 그때 사장실에서 근무하는 골드 미스 윤다정 비서가 용감하게 건하에게 말을 붙인다.

 

 “오늘도 점심을 구내식당에서 하시나요?”

 

 순간 여자들이 관심이 건하의 입술로 집중되며 그를 향해 밀착해오던 다리들이 주춤했다.

 

 “글쎄요.”

 

 “오늘 메뉴가 닭곰탕이거든요. 저희랑 같이 드시면 참 좋을 텐데요.”

 

 건하에게 잘 보이려고 과장되게 웃은 탓인지 그녀의 얼굴에 주름이 가득 잡혔다.

 

 띵-

 

 겨우 10층에 도착했다. 새옴은 탈출하듯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휴우~’

 

 땅에 발이 닿자마자 새옴은 참았던 숨을 토해냈다.

 

 그런데 같은 층에서 근무하는 조해영 대리가 내리지 않는다. 새옴이 열림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고 섰는데 그녀가 특유의 새침한 표정으로 말한다.

 

 “의무실에 들렀다 갈 거예요.”

 

 조해영 대리는 새옴이 강건하 이사한테 인사할 틈도 주지 않고 버튼을 눌러 문을 닫아버렸다.

 

 “하! 진짜 연예인이 따로 없네.”

 

 

 *

 

 

 10층 사무실에는 노블레스 여행사의 꽃이라고 불리는 기획마케팅팀이 있었고, 새옴은 기획마케팅 지원팀에 속해 있었다.

 

 “지원팀은 그냥 뒤치다꺼리나 하는 부서죠, 뭐.”

 

 간이 회의 테이블에 앉은 송승현이 불만스럽게 얘기했다.

 

 새옴은 송승현과 마주 앉아서 어제까지 진행했던 ‘타히티 프로젝트’ 관련 서류를 정리하던 중이었다.

 

 “뒤치다꺼리 삼년에 히트 상품 하나 만든다. 몰라요?”

 

 “에이, 새옴 씨는 말도 잘 지어 낸다 정말.”

 

 새옴의 위로에 송승현의 얼굴에서 불만스러운 표정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웃음이 번져간다. 그냥 있어도 터질 것 같이 볼록했던 볼이 더욱 볼록해졌다.

 

 송승현이 앉은 자리 뒤쪽은 팀의 리더인 구 과장의 자리인데, 그는 오전 내내 멍하니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는 듯 했다. 늘 그 모양이다.

 

 대신 바로 옆자리에 앉은 김태율 대리 혼자서 과장이 할 일까지 다 떠맡아 하느라 날마다 분주했다.

 

 얼마 전에 외국계 기업으로 전환된 노블레스 여행사는 오너만 외국인이고 사원들은 기존에 일하던 한국인 사원들이었다. 직급 역시 한국의 방식을 따랐다.

 

 “새옴 씨, 오늘도 시작된 거 같아요.”

 

 송승현이 목소리를 최대한 낮추며 그녀에게 속삭인다.

 

 새옴이 왼편에 놓인 노트북을 쳐다보았다. 오늘 아침에 강건하 이사실에서 빌려온 것이다. 노트북 화면 하단에 작업표시줄을 보니 유난히 자주 반짝거리는 채팅창이 눈에 띄었다. 시계를 보니 11시 35분. 벌써 점심시간이 가까워졌다.

 

 “그런 거 같네요.”

 

 새옴과 파티션을 마주 보고 앉은 기획마케팅 3팀 조해영 대리가 슬며시 손거울을 가져와서 볼에 파우더를 톡톡 두드리기 시작한다. 그녀는 늘씬한 다리가 그대로 드러나는 물빛 스커트를 입고 왔다.

 

 “오호, 조 대리님 오늘 의상에 상당히 힘을 줬는데요?”

 

 새옴은 슬쩍 쳐다보고는 별로 관심 없다는 듯 다시 서류에 눈을 고정했다.

 

 파티션으로 구분된 넓은 사무실에서 수많은 직원이 전화를 받거나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다. 얼핏 보면 다들 비슷한 동작들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유심히 살펴보면 그들 사이에서 여자들만의 미묘한 움직임을 알 수 있었다.

 

 눈치 빠른 송승현은 그걸 잡아낸다.

 

 탁. 탁탁. 타타타닥.

 

 여직원들이 일제히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다. 그 타이밍이 절묘하다.

 

 ‘준비, 탕’ 같은 신호도 없는데 어쩌면 다들 같은 순간에 키보드를 두드린단 말인가?

 

 동시에 여자들이 거울을 보며 입술에 틴트를 바른다.

 

 타다닥. 타다다닥.

 

 이번에도 여자들의 손가락이 거의 동시에 움직였다.

 

 맞은편 조해영 대리가 싱긋 웃었다. 그리곤 출근하자마자 답답하다고 벗어두었던 스카프를 목에 두르기 시작했다.

 

 이렇게 둘렀다가 풀고 저렇게 둘렀다가 풀고를 반복했다.

 

 “새옴 씨, 그거 알아요?”

 

 “뭐요?”

 

 “노블레스 여행사에는 노조보다 더 회원이 많은 단체가 있는데, 이름하여 ‘강건하샤.’ 강건하 이사를 좋아하는 여사원들의 모임이죠. 남자직원들은 그냥 ‘건빠’라고 불러요.”

 

 새옴은 ‘건빠’라는 말에 피식 웃었다.

 

 “각자 수집한 정보를 나누며 강건하 이사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잡는데. 지금 단톡을 하는 모양이네요. 오늘 점심시간에 이사님이 구내식당에 나타날지 아닐지.”

 

 송승현이 축구경기에서 하듯 중계를 하고 있었다.

 

 “어어. 촉이 온다. 와.”

 

 노블레스 여행사 여직원들의 자존심을 건 강건하 쟁탈전을 구경하는 것이 축구만큼 재미있는 듯 보였다.

 

 “아무래도 오늘 강 이사님은 구내식당 이용할 것 같네요. 새옴 씬 어떻게 할래요?”

 

 “전 나가서 비빔밥 먹을래요.”

 

 “왜요?”

 

 새옴이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새옴을 보던 송승현은 알겠다는 듯이 새옴을 따뜻하게 바라보았다.

 

 노블레스 여행사는 연봉과 성과급이 높아서 직원들이 그야말로 노블레스 생활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곳이다.

 

 단 새옴 같은 말단 사원에는 해당이 되지 않았지만.

 

 이곳에서 근무하는 콧대 높은 여자들은 킬힐 위에 서서 새옴을 무시했다.

 

 우리는 너와 같은 레벨이 아니라고. 당연히 새옴을 끼워줄 리가 없었다.

 

 “그래요. 나도 오늘 비빔밥이 되게 당기네.”

 

 송승현이 씨익 웃어 보였다. 새옴도 따라 웃었다.

 

 그때 김태율 대리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새옴이 얼른 표정을 정리하고 일어서자 송승현도 따라 일어섰다.

 

 “송승현 씨, 은새옴 씨. 어제 회의에서 언급된 국내여행사 봄, 가을 여행지 리스트업을 오늘 해줘야겠습니다.”

 

 “네, 인기별로 가격대별로 정리하면 되겠죠?”

 

 나서기 좋아하는 송승현이 아는 척하며 말했다.

 

 “퇴근 전까지 부탁합니다.”

 

 ‘그 많은 걸 퇴근 전까지 하라구요!’

 

 순간 새옴과 송승현은 동시에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오늘 점심은 배달 샌드위치로 결정된 순간이었으니까.

 

 두 사람에게 폭탄을 안겨놓고 김태율 대리는 무심하게 자리로 돌아가 버렸고, 일과 중 점심시간을 가장 좋아하는 송승현의 얼굴에 갑자기 그늘이 생겼다.

 

 “새옴 씨. 나, 딱 10분만 바람 쐬고 올게요.”

 

 새옴은 그에게 동정 어린 눈빛을 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송승현이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그때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웬일인지 10층에 근무하는 사원들이 하나둘씩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무슨 일이지?”

 

 새옴이 중얼거리는데 점점 사람들 사이에 술렁거림이 커졌다.

 

 곧이어 파티션 사이에 난 통로를 런웨이로 만들어버린 건하의 모습이 보였다.

 

 순간적으로 그가 남색 슈트를 광고하려고 걸어오는 줄 알았으니까.

 

 조건반사적으로 구 과장이 자리에서 튀어나왔다.

 

 “아이고, 이사님이 친히 여기까지 걸음하시다니요. 그냥 절 부르시지..”

 

 구 과장은 건하에게 꾸벅 인사하며 ‘전하, 성은이 망극하옵니다.’라고 말할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됐습니다.”

 

 건하는 별일도 아닌데 호들갑을 떤다는 듯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평소에 그렇게 딱딱하던 김태율 대리도 자리에서 일어나 건하에게 정중하게 인사했다.

 

 “오고 싶은 사람이 와야죠.”

 

 건하가 의미심장하게 새옴을 쳐다보며 말했다.

 

 “직접 와서 할 말이 있거든요.”

 

 “그게 뭔지...”

 

 구 과장이 긴장하는 얼굴로 눈을 깜빡였다. 자신의 실수가 드러나기 직전에 부하의 잘못을 탓할 때 곧잘 짓는 표정이었다.

 

 “오늘 우리 팀 회식합시다.”

 

 “와아-”

 

 말이 떨어지자마자 구 과장과 송승현이 박수까지 치며 좋아했다. 평소에 잘 안 웃는 김태율 대리도 입가에 슬쩍 웃음을 보이며 주변 분위기에 맞춰주었다.

 

 단 한사람 새옴 혼자 고개를 돌리며 남몰래 인상을 구겼다.

 

 ‘젠장,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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