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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천정문
작가 : 일륜
작품등록일 : 2016.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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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문 1권 01
작성일 : 16-05-25 03:32     조회 : 697     추천 : 0     분량 : 37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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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序 章

 

 

 

 

 

 

 

 

 하얀 눈이 가득하다.

 마치 산 전체가 하얀 바다인양 착각이 들 정도였다.

 설원(雪原)의 중앙.

 망망대해(茫茫大海)에 일엽편주(一葉片舟)와 같은 모옥(茅屋) 한 채가 덩그러니 보인다.

 하지만 모옥의 주변에는 담을 두른 흔적이 전혀 없었다.

 산에서 사는 사람들의 특징을 무시한 집이다.

 겨울에 산짐승들은 먹이가 없어 굶주려 있다.

 이런 산짐승들의 공격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도구가 담이었다.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일까?

 최소한 무언가를 닦는 소리가 들리기 전까지는 그러했다.

 - 슥슥

 - 덜컹

 모옥의 방문을 열고 나온 인영.

 오랫동안 청소를 한 듯, 이마를 쓸어 올리면서 바닥에 걸레를 털었다.

 그리고는 다시 마루를 청소하기 시작했다.

 - 슥슥

 아무리 닦아도 더 이상 깨끗해지지 않을 정도로 윤기가 흘렀다.

 그러나 마치 힘겨운 수련을 하는 듯, 닦고 또 닦았다.

 인영의 나이는 대략 약관(弱冠)을 넘어선 것처럼 보였다.

 체격은 보통 사람의 키와 비슷했고, 꽉 다물어진 입 모양에서는 고집이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산 속에서 청소를 하고 있었지만, 이런 인적이 드문 데서 살 사람 같지는 않아 보였다.

 단아함이 자세에서 흐르고 있었고, 옷은 낡았지만 목 부근의 옷깃과 팔을 감고 있는 소매는 깨끗했다. 옷을 기운 흔적이 없었다면, 산에서 사는 사람이라고 말해도 누구도 믿지 않을 모습이었다.

 “후우…….”

 마지막 정리가 끝났는지 청년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어 모옥마루에 선 청년은 시선을 설원에 고정시켰다.

 “사부님, 혹여 다시금 들리신다면, 제자 정성을 다해 청소한 방에서 언제든 쉬었다가 가시길 바랍니다.…… 그럼, 다시 뵐 날을 바라오며 못난 제자 이제 하산(下山)하려 합니다.”

 일배(一拜)에 담긴 모습은 정성스러움이었다.

 절을 올리는 횟수가 늘어감에 따라 감정의 여운이 중첩됐다.

 마지막 구배(九拜)를 올리고 일어선 청년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 * *

 

 바람을 따라 움직일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부는 바람과 같이 갈 수 있다면, 몸도 마음도 한없이 편할 것만 같았다.

 청년의 움직임은 빠르지 않았다.

 단지, 산의 구불거림과 높낮이를 구분하지 않기에 편안해 보였을 뿐이었다.

 ‘…….’

 우뚝.

 멈춰선 청년은 뒤를 돌아보았다.

 무명산(無名山).

 그렇게 불렀던 산이었다.

 사부님이신 무명진인도 따로 명명(命名)하지 않았다.

 그러기에 무명산이었다.

 오랫동안 함께 한 곳이며, 청년이 나름대로 정(情)을 묻힌 곳도 많았다.

 청년이 수련하면서 힘들 때, 대화를 나눈 곳이었다.

 혼자서 외로움을 삼킨 곳도 저곳이었다.

 또한, 성취가 크게 늘었을 때도 언제나 함께 해준 친구였다.

 ‘무명산.’

 입으로 무명산을 부르면 기억에서라도 나올 것 같았다.

 사부님이신 무명진인이 눈앞에 선연하게 그려졌다.

 하산을 결심한 후, 산을 내려 온지 반나절밖에 안됐지만

 벌써 결심이 흔들리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달음질쳐서 올라가면 사부님이 웃어주실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하…….”

 그러나 떠나야했다.

 지금도 뒤를 돌아보면, 정말 가느냐고 붙잡을 것만 같은 무명산을 떠나야 했다. 사부님과의 약속이었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떠나온 무명산이 아직은 시야를 채우고 있지만, 일부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곧, 한눈에 담을 크기로 멀어진다면…….

 ‘눈에 새겨 잊지 않으리라.’

 

 해수로 십칠 년.

 청년이 사부인 무명진인(無名眞人)과 무명산에서 지낸 세월이었다. 무명진인의 인자한 웃음과 엄격한 가르침에 따라 수련을 행한 세월이기도 했다.

 ‘탄(坦)(모든 것과 다르지 않은 경지. 상통(上通)이라 불림.)’

 청년이 이르고자 하는 경지(境地)였다.

 무명진인의 보살핌이 있었기에 가능하다고 여긴 경지였다.

 다섯 살의 나이로 무명진인과 생활을 시작했다.

 당연히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

 하나에서 열까지 손자처럼 대해주며, 가르치지 않았다면 지금의 청년은 없었을 것이다. 제자라는 생각을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 하셨다. 손자라 여겼기에 무명진인의 손길이 그리도 따스했을 것이다.

 기억이 떠오르자, 청년은 자리에 멈춰 섰다.

 움직이지 않는 청년의 눈에 기억의 전부가 그리움이라 해도 모자랄 것만 같았다

 - 허허허. 연오야.

 청년의 이름이었다.

 ‘문연오(文嚥悟)’

 두 눈에 맑은 빛이 가득한 청년이었다.

 기억 속의 음성이 고개를 돌리게 할 때마다, 십칠 년의 세월이 문연오의 눈앞에 굽이치듯 흐르고 있었다.

 가슴속 아릿한 경외의 마음이 발길을 잡고 있었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것이 세상사는 진리라 했던가?

 문연오는 천정심결(天井心訣)을 완성한 다음날에야 그 사실을 깨달았다. 사부의 모옥을 찾은 문연오에게 돌아온 무명진인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단지, 책상의 한켠에 놓인 서찰이 있을 뿐이었다.

 - 촥

 문연오는 급하게 서찰을 열었다.

 ‘내 너를 제자로 받아들여 그 동안의 기쁨으로 천하를 채운다 한들 부족하지 않으리라 생각되는구나.……’

 무언가 이상했다.

 문연오는 큰 소리로 사부를 부르며 모옥 밖으로 뛰쳐나갔다.

 - 덜컹

 - 휘이이잉

 바람만이 흩어질 뿐 어디에도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사부님……!”

 사부의 대답을 기대했던 문연오의 귀에 들린 것은 자신의 목소리가 전부였다. 문연오는 급히 모옥 안으로 들어선 후, 서찰을 끝까지 읽어 내려갔다.

 ‘허허, 녀석 너무 섭섭해 하지 말거라, 사부가 이리 떠남은 인연이 여기까지인 게야. 이 사부는 네가 천정권(天井拳)을 완성했으면 하는 구나. 모옥의 안쪽에 있는 조사의 신위를 열면 그곳에 몇 가지 당부를 적어놓았느니라.

 너도 이미 알듯이…… (중략)……

 이러한 말을 꺼내는 이유는 신중하게 제자를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니라. 이제 전할 말은 다 전한 것 같구나. 그럼에도 아직 전해줄 것이 남아 있는 듯, 미혹(迷惑)을 갖게 하는구나. 사부도 아직 멀었음인가. 껄껄껄‘

 “사부님…… 흑.”

 ‘연오야, 나중에 시간이 흘러 사부의 도움이 필요하거든, 천제문(天帝門)의 후인을 찾아가 보거라. 천제문은 천년 전의 사조이신 천제(天帝) 담우광(啖優光)사조께서 잠시나마 보살폈던 곳이니, 찾아가면 네게 큰 도움이 되어 줄 것이야. 또한, 천제문에 무슨 문제가 생기거든 네 일과 같이 도와주는 것도 잊지 말거라. 우리와 인연이 있는 곳은 소중하게 생각해야 하느니라. 그리고 네가 담우광사조의 후손이라는 사실을 밝혀도 상관은 없다만, 가능하다면 사문의 일을 알릴 필요는 없느니라. 알겠느냐? 허…….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당부한다면, 사문의 유지는 네가 좀더 많은 경험과 수련으로 너만의 천정권을 이루는 것이니라. 사부가 네게 천정파(天井破)를 보여주긴 했지만, 이는 정해진 것이 아니니라. 초인(超人) 묘인청(卯絪靑) 사조께서는 검을 통해 궁극의 천정검을 수련하셨느니라. 이 사부는 검을 통한 궁극보다는 신체의 자율을 통한 기의 변화를 이루고자, 무기의 사용 보다 심결의 운용에 더욱 큰 비중을 두었느니라. 모든 것은 네게 달린 것이니, 잘 판단하리라 믿는다.…… 자, 이젠 내세에나 볼 수 있으려나? 연오야, 천정문은 그 근본이 천지(天地)임을 명심하고, 마음속에 천지(天地)를 이루는 근원(根源)을 항상 새겨야 하느니라.“

 ‘근본이 천지임을 명심하고, 마음속에 천지를 이루는 근원을 항상 새겨야 하느니라.’

 서찰을 암기하듯이 보고 또 보았다.

 그러나 마지막의 ‘내세(來世)’라는 말은 끝내 문연오의 가슴에 배긴 채로 남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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