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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시간의 편지
작가 : 일희삼
작품등록일 : 2022.2.14

받는 이, 받는 시간을 쓰면 과거든 미래든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전달되는 우표를 갖게 된 소영과 그 주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프롤로그.
작성일 : 22-02-14 08:08     조회 : 441     추천 : 1     분량 :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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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저녁 어스름부터 피어오른 안개가 황달색의 가로등 전구마저 집어삼킨 밤이었다.

 

 뼈마디까지 소름끼치도록 시린 그 방울종소리는 멀리서부터 희미하게 들려왔다. 간헐적으로 울리기 시작한 방울소리는 무지성의 귓바퀴를 타고 서서히 달팽이관을 흔들었다.

 

 개천을 가로지르는 작은 돌다리의 진입로에서 한 노인이 방울을 울리고 있었다.

 

 노인은 측면을 개방한 라보 트럭에 물건을 진열해놓고는 잡화를 팔고 있었다. 트럭 바로 옆에 오락실에서 쓰는 플라스틱 의자를 놓고 앉아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그곳에서 방울을 흔드는 것만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라는 듯. 허름하고 누렇게 변색된 캡을 깊게 눌러 쓰고 있어 얼굴이 보이지는 않지만 입가와 목, 손에 그득한 주름으로 팔순은 넘긴 나이라는 걸 가늠할 수 있었다.

 

 “구경들 오세요……”

 

 여느 잡상인들처럼 목소리가 크지는 않았지만 읊조리는 듯한 그의 목소리에는 힘이 있었다. 거리엔 쥐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안개 속과 밖이 다른 세상이라는 듯. 그 흔한 차와 도시의 소음마저 그곳에서는 입을 무겁게 닫고 있었다.

 

 트럭에는 주방용품, 청소도구, 사무용품 등 눈에 익은 것도 있었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새의 깃털, 어떤 흙으로 빚었는지 모를 도자기 그릇, 사람 손 모형, 오백 밀리미터가 넘는 구두 등 어디에 쓰일지 가늠이 가지 않는 물건들이 훨씬 많았다.

 

 그 중 단연 눈에 띄는 것은 트럭을 유일하게 비추고 있는 가로등 빛에 반사되어 자신의 존재를 마음껏 뽐내고 있는 10장 묶음 우표였다. 회중시계가 그려진 우표는 금색과 은색 사이에서 빛나고 있었다.

 

 그 순간 노인은 흔들던 손을 멈추고 다른 손으로 종을 쥐어 감쌌다. 그나마 방울소리가 죽음의 도시가 아닌 것을 말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정말 침묵의 지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여긴 자네가 있을 곳이 아니야.”

 

 노인은 시선을 고정한 채로 말했다. 주변이 워낙 조용한 탓에 그의 목소리는 멀리까지 메아리 쳐 나가는 듯 했다.

 

 터벅, 터벅, 터벅.

 

 노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안개에 파묻힌 다리에서 한 여인의 형태가 유령처럼 드러났다. 안개를 마치 걷어내듯 그녀의 발걸음은 우아했고 화려했다.

 

 그녀가 연기처럼 부드러운 발걸음을 옮기자 가로등 빛에 비친 무언가가 그녀의 손에서 반짝였다. 그것은 커다란 식칼이었다. 요리용이라기엔 조금 크고 도축용이라기엔 조금 작은. 무도회에나 어울릴 법한 롱 원피스를 입은 그녀의 옷차림과는 완전히 대비됐다. 마치 타오르는 불덩이 위에 피어난 하얀 백합과 같았다.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

 

 노인이 다시 말하자 여인은 걸음을 멈춰 섰다. 안개 속 시야로 여인의 형태만이 어른거릴 뿐이었다.

 

 

 

 이때 반대편에서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조금은 빠른 걸음걸이도 이 무거운 적막을 깼다. 안개 속에서 소영이 10개월 된 딸 현서를 끌어안은 채 나타나자 노인도 멈췄던 방울을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방울은 아까와 같은 일정한 소리로 딸랑, 딸랑 울렸다.

 

 “현서야, 이제 제발 그만 울어, 응? 벌써 몇 시간째야……”

 

 초보 엄마인 소영은 아직 자신의 딸을 완전히 알지 못했다. 뭘 원해서 우는지, 뭘 위해서 우는지 대화가 통하지 않았다. 단지 그 어두운 거리에서 눈물을 떨구며 딸이 울음을 그치길 간절히 바랄 뿐이었다.

 

 소영은 어느새 트럭 앞에 섰다. 그 앞에 홀린 듯 멈춰 선 그녀의 표정에선 눈물로 범벅돼 퉁퉁 부은 얼굴 바깥의 황홀이 희미하게 드러났다. 그녀는 멍하니 트럭 안의 물건들을 바라봤다. 눈물을 그친 현서도 작은 고사리 손을 뻗어 트럭 앞을 보겠다는 것처럼 꿈틀댔다.

 

 “천천히 구경해요. 필요한 건 다 있으니까.”

 

 노인은 그렇게 말하면서 다리 쪽을 힐끔 보았다. 다리에 있던 여인은 소영이 나타나자 뒷걸음 쳐 자취를 감췄다.

 

 두 모녀를 올려다본 노인은 금색의 우표에 시선이 꽂힌 아름다운 눈들을 볼 수 있었다.

 
작가의 말
 

 2월 19일 연재 시작합니다.

 많이 놀러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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